난 현재 카투사로 복무중인 현역 군인이야 여긴 시설도 좋고 밥도 맛있고 선후임간의 갈등이 조금 덜해서 무지하게 편한 시간이 많아. 그러다보면 업무중에 가끔씩 잡생각이 나는데 오늘 갑자기 고등학교때 경험했던 연애담이 떠올라서 조금 풀어볼까 해
난 초등학교 졸업 직후 부터 고등학교 1학년 마침 과정까지 유학생활을 했었어 나라는 호주였고. 제대로 생활했다면 아직까지도 거기서 이걸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또 하나의 아픈 기억이므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따로 주제를 잡아 이야기하고 싶어 아무튼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복귀하게 됬는데 내가 살던 S도시의 교육청에선 내가 정상적인 고등학교 2학년으로의 편입이 불가능 하다고 한거야 처음에 아버지와 내가 교육청에서 엄청나게 따지고 호소도 해봤지만, 안되는건 안되는거라 포기하는셈 치면서 1년 더 공부하자라는 마음으로 고등학교1학년으로의 수속을 밟으려 했더니 그것마저도 안된다고 하데. 그래서 물어봤어.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고 그렇게 나온 답이 2년 꿇기. 나보고 중학교 3학년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하더라구 무조건 안된다고 했지. 결국 그렇게 교육청에서 얻어진것 하나 없이 집에 돌아와서 이것저것 알아보기로 했어 그래도 사람은 언제나 살아나갈 구멍은 있는거 같애. I도시에서 고등학교1학년으로의 편입이 허가가 된다는 거야 당장 입학지원서 넣었지 그래서 우리 가족은 거의 13년 가량 살아왔던 동네를 떠나서 I도시로 이사했어
2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09:43:50 ID:mcQMc5hOOM
내가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학교는 I도시에서도 엄청나게 후미진 곳이였어 자세히 말하면 한번에 들통나버리니 이정도로 소개를 끝낼게. 알려지고 싶지 않아 언제나 사람에 치여 좁은 공간에서 살다 갑자기 60평이 넘는 저택같은 곳으로 옮기니 기분도 괜찮고 갑자기 안하던 산책 같은게 하고 싶어 지더라구 지리나 익혀볼겸 거리로 나섰어 그때 당시만 해도 그곳은 허허벌판 수준이었지. 아무것도 없었어 지금이야 가보면 이마트도 생긴거 같고 여러가지 편의시설이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그때는 정말.. ㅋㅋ.. 그래도 조금 걷다보면 약간 번화가 인듯한 곳이 나오더라구 번화가... 라기보단 웬지 모르게 성인유흥업소 집중점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편의점이라던가 PC방 같은거 보니까 반갑더라 ㅋ 조금 둘러볼 생각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중 악세사리 가계가 하나 나왔어 정체가 불명한 이상한 가게. 그 가게 이름이 '메르헨' 따위 인것들 있잖아 옷도팔고 가방이나 문방구, 자잘한 귀걸이 반지 같은것도 전부 다 파는 이상한 곳 그때 마침 손가방이 하나 필요해서 잠깐 들어가봤어 가방 코너를 가려고 부스 하나를 빙글 돈 순간 마주쳤어 주위를 둘러보며 안주머니 같은거 안으로 뭔갈 집어넣는 여자애를 이 이야기의 히로인을
3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0:01:51 ID:mcQMc5hOOM
난 그대로 동작이 멎었어. 눈앞에서 절도행위가 벌어지는걸 본건 처음이었거든 그녀는 불안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몇개 더 챙기더니 이내 휙 돌아섰어 나를 정면으로 보는 방향으로 둘다 당황하는게 서로 보였을거야. 그녀는 깜짝 놀래더니 이내 나를 확 째려보고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어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용무(?)가 끝났을 터인데 나랑 비슷하게 계산하게 되더라 나는 맘에 든 손가방, 그녀는 작은 립밤 하나 '오. 철두철미한데' 같은 식으로 생각하고 먼저 계산을 끝낸 나는 가계에서 나와 이동하려 했어 근데 가계 쪽에서 점원인듯한 남자의 말이 들려오더라 "학생. 잠깐 주머니에 든거 좀 봐도 될까" 뒤를 돌아봤어. 아까 그 여자애가 역시 붙잡힌거 같더라 "아 싫어요. 내가 그런거 왜 해야 되는데?" "허허. 주머니에 든 게 뭔지만 보여달라니까?" 점원. 약간 점잖은 듯이 웃고 있었지만, 절대로 '너 훔치는거 봤다' 라는 듯한 포스였어 그녀는 인상을 쓰면서 붙잡힌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 "아아아악!! 치한이에요!! 치한!! 아아아악!!" '...진짜냐' 죄송합니다 같은 말 몇마디에 무릎이 발바닥이 되도록 빌면 그냥 편안하게 넘어갔을 듯 한데 그녀의 순간적인 판단은 사태의 심각성에 농약을 뿌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더라 당황한 점원은 욕지거리를 하며 입을 막으려 애썼고, 그녀는 그녀대로 열심히 저항했어
4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0:34:45 ID:mcQMc5hOOM
가게 앞에서 멍하니 그 장면을 보고 있다 보니까 어느덧 사람이 조금 모였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려보니 난 어느새 그 무리중 가게 입구와 제일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더라 사람들의 소리가 '저게 뭐야' , '저 애 뭔가 훔쳤나보네' , '점원 신고해야되는거 아냐?' 같은 식으로 들려오다가 어느샌가부터 '제일 앞에 있는 사람, 나서줘야 되는거 아냐' 같은 식으로 바뀌었다 아니 나서는건 좋은데 그 기준이 왜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인건데요 그거 마치 선봉대는 제일 먼저 적진에 침투해서 교전을 벌이는 부대라는 듯이 말하잖아 ...아 생각해보니까 맞는 말이구나 납득이 되자 몸이 움직여지기 시작했어 들어가서, 그대로, 그녀에게, 꿀밤을 먹였어
전내 정숙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순간이었지. 나도 급 쫄아버리긴 했지만, 벌여논 일이니까 참고 입을 열었어 "아우 바보야. 너 아까 나한테 뭐 사달라고 하지 않았었냐?" "...?" 그녀는 맞은 자리에 손을 대며 나를 멍하니 쳐다봤어 무슨 소리 하는거야? 뭘 의미하고 싶은거야? 갑자기 왜 때린거야? 어떻게 행동을 맞춰줘야 되는거야? 여러가지 의미가 섞여있는 듯한 모에모에한 얼굴로 나를 보는데 다음말이 잘 안나오더라 그때 점원이 나를 보면서 말했어 "모라카노. 아는 아가?" 점원 당황하니까 고향 사투리 나오더라 ㅋㅋ 그사람이 말해준 덕분에 나도 말문이 다시 트였어 "아 죄송합니다. 이녀석이 뭔가 실수를 한듯 하네요" 라고 하곤 다짜고짜 그녀의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어
5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0:52:15 ID:mcQMc5hOOM
살짝 손등으로 가슴 같은 느낌이 스친 듯한 기분이었지만 순간 움찔 했지만, 안주머니에서 물건을 촤르륵 꺼냈지 머리삔, 펜, 펜, 머리삔 등등. 꽤 이것저것 나오더라 나는 이걸 꺼내고 다시한번 그녀에게 살짝 꿀밤을 때렸어 "바보야. 사달라고 해놓고 잊어버리고 그냥 나오냐" 그녀는 인상일 찌푸리며 나한테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순간 점원의 눈치를 살피더니 "아, 아아아. 아 맞다. 미안 ㅋㅋ 죄송합니다 ㅋㅋ" 하면서 나랑 점원에게 동시에 사과했어 물론 점원은 전혀 믿어주는 듯한 느낌이 없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인파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더라 '에이 뭐야' 라던가 '바보 아냐' 같은 소리 하면서 난 다시 점원을 보고 설명을 해줬지 "얘랑 여기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만나자마자 '이거 사줘' 라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고' 라고 했더니 '어차피 사줄거면서, 가지고 있어야지' 하면서 주머니에 넣더라구요. 그리고 그대로 잊어버린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ㅋ" 점원은 잠시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다가, 곧 '뭐 돈만 낸다면야' 라는 느낌의 표정으로 내가 건낸 그녀의 물건들을 받았어 ...생각지도 못한 지출에 나의 행동이 조금 후회가 되기 시작했지만 계산이 끝나고 물건을 받고 가게에서 나올때까지 나를 멍하니 보고있는 그녀를 보니까 웬지 괜찮은 일 한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6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0:52:29 ID:mcQMc5hOOM 그렇게 둘이서 나와 한동안 같이 걸었어. 가게앞에서 바로 헤어져도 웬지 의심될테니 어느정도 안전지대에 온 뒤 그녀를 보고 말했어 "일단 때린거 미안해요" "..." "그래도 절도는 나쁜거에요. 왜 그런거에요" "...무, 무슨 상관인데요" 무슨 상관이냐니, 이봐요 아가씨 내가 당신이랑 연극하고 쓴 돈 정도의 값어치는 상관하게 해줘요 뭐 사실 몇천원 안했지만 "그대로 만약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경찰에 신고됬으면 어떻게 될 뻔했어요" "..." "싫잖아요. 경찰에 신고되는거. 부모님 오시고. 쪽팔리고" "..." 나를 째려보긴 하는데, 아까 점원에게 보여주었던 그 독기만빵한 표정이랑은 조금 다른거 같더라 "아무튼, 다음부터 이러면 곤란해요. 보게 되더라도 안도와줄거에요" "..." "아 역시 이건 농담. 다음에 보더라도 도와주겠지만 되도록이면 하지 말아요 이제. 뭣하면 내가 사줄게요" 마지막 말도 농담. 어차피 이제 볼일 없을거라 생각되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지
7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1:03:55 ID:jD4KeHyGqU 빨리 올려봐ㅋㅋ잘 보고 있으니ㅋㅋ
8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1:44:40 ID:mcQMc5hOOM 잠시 막간을 이용해 이것저것 설명할게 20분 있다 밥먹으러 갈거라 글뭉치 하나 작성할 시간은 없을거 같거든 우선 이 기록에 대한 내용 머리 80% 그때 당시의 일기나 메모장 등등의 기반 20% 정도일까 픽션이 좀 있을수도 있어. 글은 재밌게 써야 다들 즐겁게 봐주니까 ㅋㅋ
그녀. 성에 맞춰서 L 이라고 부를게 이제부터 L은 무지 마른 체형에 약간 처진 눈, 키는 내 어깨정도까지 왔던걸로 기억해 내가 170이 쪼끔 넘는데 그정도면 정말 난쟁이 수준이었지 ㅋㅋ 뭐 난 그런거 좋아해서 상관없지만 근데 키나 체중에 안맞게 가슴이 의외로 좀 커서 나중에 놀랐던 기억이 있어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궁금하면 목빠지게 기다려봐 ㅋ
9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1:44:50 ID:mcQMc5hOOM 잠시 막간을 이용해 이것저것 설명할게 20분 있다 밥먹으러 갈거라 글뭉치 하나 작성할 시간은 없을거 같거든 우선 이 기록에 대한 내용 머리 80% 그때 당시의 일기나 메모장 등등의 기반 20% 정도일까 픽션이 좀 있을수도 있어. 글은 재밌게 써야 다들 즐겁게 봐주니까 ㅋㅋ
그녀. 성에 맞춰서 L 이라고 부를게 이제부터 L은 무지 마른 체형에 약간 처진 눈, 키는 내 어깨정도까지 왔던걸로 기억해 내가 170이 쪼끔 넘는데 그정도면 정말 난쟁이 수준이었지 ㅋㅋ 뭐 난 그런거 좋아해서 상관없지만 근데 키나 체중에 안맞게 가슴이 의외로 좀 커서 나중에 놀랐던 기억이 있어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궁금하면 목빠지게 기다려봐 ㅋ
10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2:43:59 ID:mcQMc5hOOM
시간이 흘러 두세달 정도 지나 개학식 날이 찾아왔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와 놀거나 새로 들어갈 학교 녀석들이랑 무슨 게임을 하면서 놀까 생각하거나 이렇게저렇게 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해 물론 위 글의 기억은 거의 희미해진지 오래였지 개학식 전날 대학교로 치면 OT같은게 있었어 그 무슨 인적사항 조산가 뭐 그런거랑 인성검사 테스트? 뭐 그런거 하더라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니 분반을 위한 거였다고 생각해 실제로 우리 반이였던 1-A는 다들 나랑 비슷한 성격이라 어울리기 쉬웠으니까 아무튼 그걸 하기 위해 학교로 갔어 집으로 배달된 편지를 보니 '대강당' 이라는 곳으로 이동을 하라고 하더라구 그런데 이놈의 학교, 크기도 문제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대강당 이라는 곳이 없더라 '아 짜증나 집에나 갈까 그냥' 같은 식으로 생각하면서 화장실에 들어갔어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있는데, 옆에 여자 화장실에서 생긴듯한 목소리들이 들려오더라 "XX 너 전학 안가고 잘도 버티고 있네?" "...어쩌라고" "하 말하는 거 봐. 시발년아 너 보기만 해도 토할거 같다고" "..." "존나 짜증나 진짜. 너 시발 개학하고 눈앞에서 얼쩡거리지마" 그 뒤로 대화가 끊겼어. 약 2~3명 정도가 깔깔거리면서 화장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라 난 물을 끄고 휴지를 뽑아 손을 닦았어. 그리곤 잠시 기다렸어 성격 더러운 애들이랑 개학도 안한 날부터 마주치고 싶지 않았거든 난 평화주의자야. 싸움은 정말 싫어해. 해야 하면 하지만 그래도 정말 싫어 게다가 '어쩌라고' 라고 말했던 그 목소리 이미 다들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억이 틀어지지 않았다면 분명히 L의 목소리였거든
11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2:46:34 ID:kuQQgupSLQ 이건 무슨 미연시인가요
12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2:55:05 ID:mcQMc5hOOM
충분히 시간이 지나고 이제 더이상 밖에 아무도 없었을 텐데도 난 나가지 않았어 L을 기다렸던 거라고 생각해. L, 그때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조용히 울고 있었거든 난 그렇게 세면대 가장자리에 앉아서 그녀가 울음을 그치길 기다렸어 얼마나 지났을까 엄청 기다리다 못해 졸기까지 하게 될 무렵, 그녀가 화장실을 나가는 소리를 들었어 나도 같이 따라 나갔지. 나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 과연 나가서 뭐라고 해야되나 아는척을 해야되나. 왜 울고 있었냐고 물어봐야되나. 쟤네들은 누구였냐고 물어봐야되나 웃어줘야 할까. 같이 울어줘야 할까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에 비해 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 그래서 결국 나가자마자 L을 보고 이렇게 말했어 "절도범~" "!!!" 그녀는 흠칫 놀라 나를 보았어. 아직 눈이 좀 빨갛더라 "그간 안녕? ㅋ" "..." 나를 조금 보더니 눈을 스윽스윽 몇번 닦았어. 아마 물기가 남아있다면 제거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 "와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같은 학교인거야? 그것도 같은 학년?" "..." "아, 아아. 혹시 선배님이라면 죄송합니다만 ㅋ" "...같은 학년 맞아. 이번에 입학하지?" "응" "그래. 잘 부탁해" 그녀가 나를 앞질러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어 지금은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라는 오라를 풀풀 풍기면서 옆에 나란히 서서 계속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역시 상대방은 존중해주는게 최고 라는 생각 때문에 약간 거리를 두고 뒤를 쫒아갔다. 어차피 가는 장소는 같을 테니까
13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3:26:00 ID:mcQMc5hOOM
그렇게 조금 걷다보니 그녀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어 내가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자 인상을 쓰면 말했지 "아 왜 쫒아오는데!" 기세에 움찔했지만, 나야 뭐 캥기는거 없으니 자연스럽게 대답해줬어 "대강당 가잖아" "..." 워우. 얼어붙는 공기. 여기서 뭔가 이걸 녹여버릴 발언을 하지 않으면... "길을 잃어서 말야. ㅋ" "..." L이 별안간 고개를 다시 앞으로 향했어. 손으로 얼굴을 집고 있길래 '설마 또 우나?!'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봤더니 웃음 참고 있던 거더라 조금 뒤 살짝 진정이 됬는지 다시 뒤를 돌아보려고 하려는데 이러면 안될거 같다 싶어서 나도 모르게 볼링공 던지는 포즈를 잡아줬어 이번엔 너무 갑작스러웠던지 웃는 타이밍이 고개를 다시 돌리는 타이밍보다 빨랐던거 같애 "웃음신경에 스트라이크?" 내가 그렇게 묻자 L은 박장대소 해버렸어 나도 무안해서 씨익 웃었고
결국 L은 나에게 '나란히 걷는다' 라는 영광의 축복을 내려주었고 이것저것 대화하기 시작했어 "중학교 여기서 나왔어?" "응. 너는?" "아 난 좀. 여기서 나오진 않았어 ㅋ" "그래" 이 고등학교는 중,고등학교가 붙어있는 꽤 커다란 시설이였어 이야기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거의 80%가 이곳 중학교 다녔던 애들이라 상당히 단결력이 강한가봐. 일단 학생 숫자도 상당히 적었고 "그 뒤로 뭔가 있었어?" "어?" "뭔가 다시 도벽이 슬금슬금 올라왔다던가 ㅋ" "아 꺼져 ㅋㅋㅋ 니가 알아서 뭐하게 ㅋ" "그건 그래? ㅋㅋ" "ㅋㅋㅋㅋ 뭐야 ㅋㅋ" "그런데 말야" "응?" "중학교 생활. 재밌었어?" "............응" 대답이 매우 늦게 나왔어. L은 살짝 웃으면서 "재밌었어. 중학교" 라고 덧붙이는데, 표정은 전혀 재밌지 않았어. 오히려 끔찍했어 아직은 더 깊이 들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
16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5:15:41 ID:mcQMc5hOOM
아까 대강당을 찾지못해 학교를 어슬렁 거렸었다고 했지 L이 '얼마전까진 있었어 대강당. 근데 이번년부터 이름이 바뀌었더라' 라고 하면서 나를 '대연회실' 로 데려갔어 그래 문맥상 비슷하다는건 알겠는데, 생판 처음오는 녀석이 그 두가지가 같은걸 의미했다는걸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어야 하는 걸까 표지판이나 뭐 그런거 달아논 것도 없이. 문도 닫혀 있어서 안에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어 애초에 학교에서 연회실 같은거 도대체 무슨 용도로 쓰이는 건데 투덜투덜거리며 안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잡스레기 기억 안나는것들 끝내고 학교에서 나왔어 웬지 모르게 L이랑 같이 나왔어 L이 옆에서 기지개 켜면서 '뭐할거야?' 라고 하길래 그냥 '몰라' 라고 했더니 "아까 학교에서 길을 잃었다고 했었잖아 ㅋ" 라는 말을 했어. 아 내 흑역사 함부로 들추지마 "어 뭐 그랬지. 처음이니까. 우리학교, 겁나 크잖아" "ㅋㅋ 뭐 그렇지 ㅋㅋ" "근데 그게 왜. 놀릴라면 10년뒤에 소주잔 기울이면서 추억거리로써 놀려" "ㅋㅋㅋㅋㅋ 아니 그게 아니라" "왜" "ㅋㅋㅋ 근데 우리 언제부터 서로 반말쓰고 있었지?" "...아. 생각해보니 그렇네 ㅋ 뭐 상관없잖아 같은 학년인데 ㅋ" 사실대로라면 내가 얘보다 한살 오빠겠지만 "그래 그래. 쿨하게 쿨하게 ㅋㅋ" "ㅋㅋㅋ" "그래서 말인데" "응?" "시간 괜찮으면 좀 놀지 않을래?" ...주제의 전환이 너무 빨라. 게다가 이음새가 엉망이야
1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5:40:38 ID:/kb5rAgwc4U 뭐, 딱히 지금 당장 할 일도 없고(5시에 검도에 가야하고 8시에 알바 가야하지만), 6년전에 했던 짝사랑을 약간 소설풍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2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5:46:12 ID:/kb5rAgwc4U 중학교 1학년 입학식. 의욕이 없다고 해야하나? 중학교 시절은 그런 느낌이 다분했던데다가 아직 어린애여서 당연하게도 입학식을 지루하게 맞이했었다. 물론, 주위를 둘러보면 나 같은 녀석들은 9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적어도 입학식 당시의 내 위치에서 바라볼 때의 내 주변 녀석들은 하나 같이 무언가 세뇌에 가까운 연설을 하고 있는 교장 선생님의 숭고한 면전을 계속해서 직시하는 성실한 녀석 따윈 전혀 없었다. 나로서도 웬만해선 지금에 와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교장 선생님의 얼굴 같은 건 그다지 쳐다보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나와 같은 중학교로 올라온 학생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6학년, 반에서 누가 어느 중학교를 갔는가를 말해줄 때, 나를 포함하여 3명만이 나와 같은 중학교였다), 결국 대화를 나눌 상대도 찾지 못해, 나는 교장 선생님의 세뇌에 가까운 연설에 귀를 괴롭힘 받고, 지금에와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교장 선생님의 얼굴을 안구에 세기며 남몰래 습기를 채우고 있었다. 그것뿐이라면 정말 누구나와 같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고 뻔할 뻔자의 입학식이었겠지만, 그때의 나는 무언가 톱니바퀴가 어긋나있던건지, 나답지 않게 근처 선생님께 이야기를 전하고 마렵지도 않은 대변에의 호소를 하여 화장실을 핑계로 그 지루한 곳을 빠져나오는데에 성공을 했다.
3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5:52:44 ID:/kb5rAgwc4U 당연하게도, 나는 화장실로 직행하지 않았다. 강당으로 향하면서 보았던 화장실의 위치는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선생님께 말하여 선생님과의 동행을 피한 나에게 있어 일부러 화장실까지 들리는 바보 같은 시간낭비는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 괜스레 머리 아픈 곳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렇게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교내를 둘러볼까, 라는 생각에까지 도달했던 나는 제일 처음 학교를 빙글 둘러볼 생각으로 정문쪽으로 향했는데, "읏차!" 시야의 구석에서, 무언가가 열심히 담을 넘으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도 밖에서 안쪽이 아닌, 안에서 바깥쪽으로. 조금 허탈함이 묻은 웃음이 입밖으로 의미도 없이 세어나왔다. 정말로 이때의 나는 허탈했다. 정문은 열려있다. 입학식날에는 부모자 동반도 가능했으니, 자동차가 운동장의 한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의미는 잘 알 수가 있다. 그런데도 담을 넘으려고 하는 이상한 녀석을, 나는 그만 시야에 담아버리고 만것이다.
4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5:57:18 ID:/kb5rAgwc4U 일단 다가갔다. 녀석을 보았을 때는 한순간 머리가 멍해졌었지만, 다가가면서 눈치챘다. 당연하게도, 우리학교의 교복. 그것도 여자 교복이었다. 정문에서, 그 이상한 기합소리만 아니었으면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몰랐는데, 그 이유로는 담장의 앞쪽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곳이어서, 그 나무에 가려 몸이 잘 안 보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댈 수가 있었다. 어찌되었든,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녀석은 내가 뒤 몇미터까지 접근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척을 잡아내지 못하고 혼자서 열심히 담을 넘으려고 했었다. ...그것도 상당히 보기 안쓰럽게. 팔에 힘이 없는 것인지, 내가 5분을 넘게 지켜볼 때가 되서야 겨우 한쪽발을 반대편으로 넘기는데에 성공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눈매를 가늘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때는. 그리고, 그제야 시점이 바뀐 그 녀석이, 겨우 나를 눈치채는 데에 성공. "우아앗!" 놀라서 나를 가리키다가 균형이 흐트러진 그 녀석은, 다행이도 깜짝놀라 달려들 태세를 취한 내가 무안하게도 제대로 균형을 잡더니, 이내 "후아" 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내쪽을 시야에 담았다. ...그때,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분명 나도 똑같이 한숨을 내쉬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6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02:41 ID:/kb5rAgwc4U 한동안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 같은 게 있어서 접근한 것도 아니고, 거의 반쯤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이었기 때문에 내쪽에서 건넬 말이라곤 "너 뭐하냐?" 정도뿐이었지만 이 상황에서 그걸 물어봐야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걸 이미 본능으로 알고 있었던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다행이도, 먼저 입을 연쪽은 녀석의 쪽이었다. "너 뭐하냐?" 바로냐! 바로 내가 생각했던 걸 입에 담는 거냐고! 그때 당시는 정말로 이렇게 외칠뻔했어...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였지... 그때 일만큼은 정말로 제대로 기억나... 생각이 끝나자마자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들었으니까. ...게다가 무진장 잘나보이는 말투다. 기분이 나빠 미간을 찌푸리며 "그러는 너야 말로 뭐하냐?"라고 중학생 답게 답변해주었지만, "내가 먼저 물었거든?"...그때, 녀석은 이미 나보다 한수 위였다.
7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03:13 ID:/kb5rAgwc4U >>5 별로 재미 없어-. 조금 쓰다가 새벽에 이어 쓰거나 내일 쓸거니까.
8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07:01 ID:RDA6L2jfbH2 >>7 더 듣고 싶군요~
9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09:30 ID:/kb5rAgwc4U 무진장 열받았지만, 초등학교 때 이미 여자 동기와 싸워서 제대로 득본 기억이 없는 훌륭하다 못해 안구에 습기까지 차오르는 경험을 한적이 있는 나로서는 최대한 릴렉스를 가장하며 "구경한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훗, 어떠냐. 이것도 받아칠 수 있으면 받아쳐보라고. 그때는 솔직하게 이런 감정이었지. 하지만, 몇번을 말하건데, "난 담넘는다"...그때, 녀석은 나보다 한수 위였다. 다시 이야기가 멈춘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당연하겠지, 의미도 없이 다가갔다가, 왠지 무진장 잘나보이는 말투의 같은 학교 여학생하고, 그런 무의미한 대화를 나눴으니까. 그렇지만, 나에게는 돌아갈 이유가 있었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내 뱃속에 4차원 생물체가 들어차 있다는 의심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선생님이 있으셨으니까. 그런 고로, 어차피 인사를 하며 돌아갈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은근슬쩍 마주보는 것도 그만두고 뒤로 빠지려고 했는데-. "야, 잠깐만 기다려봐."...이번에도 녀석쪽이 먼저 입을 열더니, 돌아서려던 나를 붙잡았다. ...이번엔 뭐야?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미간을 찌푸리니, "나 내려가기 힘들어. 좀 도와줘"...여전히 무진장 잘나보이는 말투로, 그것도 당연하다는 듯이 부탁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명령쪽에 가깝게...
10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09:53 ID:/kb5rAgwc4U >>8 일단 더 쓸 거니, 걱정말고...
11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14:23 ID:/kb5rAgwc4U 일단 그때 내 머릿속은 방금전의 상황을 간략히 만들고 있었다. 이상한 녀석이 있다->도와달라고 한다->도망쳐야하나? 라고 하는 단순한 라인을. 우선 어떻게 도망쳐야하나부터 고민하던 나에게로, 그런 나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미간을 찌푸린 그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뭐야, 너 한국말 못알아들어?"...라고 말해왔다. 정말이지, 자제심이 적다곤 들었지만 그때 머리에 있는 어떤 끈이 끊어질 뻔 했다고... 너무 당당하잖아, 부탁하는 입장이면서 말야... 그렇게 궁시렁 거리면서도 녀석을 향해서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 건데?"라고 말을 건네는 나는, 분명 그때만큼은 성인군자 뺨쳤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말로. "그냥 좌절 포즈하고 밑에 적당히 쓰러져 있으면 돼. 나머지는 내가 밟ㄱ..." 그때 만큼, 내가 이 녀석을 '바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어째서 설명을 하는데 몸을 돌릴 필요가 있어. 어째서 설명을 하는데 담장 바깥쪽 발이 넘어오려는 상황을 맞이해야하는 거야. 게다가 넘어올거면 잘 넘어오지 왜 거기서 걸리냐고...! "꺄악!" ...내가 들어본 녀석의 비명중 가장 여성다웠다고 자부하는 best3 중 하나. 어떻게든 뛰어들었지만, 영화나 만화처럼 멋지거나 간단히 되는 건 아니었다... ...중력 가속도야 뭐야... 녀석은 가벼운 편인데도 부딪혔을 땐 상당한 충격이었다. 목을 삐끗하는 줄 알았지만, 가장 아팠던 건 녀석을 감싼채 등을 부딪혔을때... ...배쪽보단 등쪽이 아프단 걸 그때 알았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이쪽의 생각을 이쪽의 입으로 먼저 말했다 "…네놈은 바보냐."
12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19:02 ID:/kb5rAgwc4U 녀석은 내 말에도 발끈하지 않았다. 조금 떨고 있었으니까. ...그럴거면 왜 올라갔냐, 라는 멋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거기서 토닥거려줬으면 여느 순정만화 같은 상황이 됬을지도 모르지만, "너희들, 뭐하는 겁니까?" ...화장실에 가서 꽤나 늦게 돌아오는 내가 걱정이 되어 찾아오신 선생님의 친절함이, 그때의 나에게는 최대의 공포이자, 그 상황의 라스트 보스였다... 결국, 당연하게도 혼나버리고 말았다. 화장실건은 결국 거짓말이란게 들통났고, 왜 그런 포즈로 둘이 껴안고 땅에 뒹구르고 있었는지도 추궁받았고, 아직 미미하게 떨면서 선생님의 말을 절반쯤 흘려듣는 녀석을 대신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선생님의 화를 잠재우는 건 내 역할이었다. 어찌되었든 겨우겨우 상황 종결. 얼떨결이지만 부탁은 들어준 셈이고, 아직 욱신거리는 왼팔과 등 때문에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선생님(라스트 보스)의 정신 공격은 끝났기 때문에 녀석에게 대충 손을 들어 인사하고 가려고 했는데, "너, 이름은?" ...미미한 떨림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녀석이 그렇게 물어왔다.
13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19:47 ID:/kb5rAgwc4U 일단 그때 이름은 말해줬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중3때 이름이 바뀌었다. ...왜 바뀌었는지는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모른다. 그냥 집에 가니까 편지에 "계명되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는걸... 부모님도 "좋은 이름이지?"라고 물을 뿐이다. ...듣도 보도 못했어... 아무튼 다시 본제로 돌아오자면, 나는 녀석의 이름들 들었었다. 여기선 가명으로 '이서연' 정도로 해두자. 어찌되었든, 이름을 교환했기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인사를 건네고 가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녀석쪽이 먼저 입을 열어 내 행동을 막았다. ...하고 싶은 말은 한번에 해달라고, 부탁이니까... "너도 신입생?" 그 말을 듣고서야 알았지, 아 이 녀석 신입생이구나. 조금 골려줄까 생각해서 말 안 해주려고 했더니, "그럼 입학식 끝나자마자 매점 앞으로 와. 매점이 어디있는지는 알지?"...라고, 나보다 한수 위인 그 녀석은 내 회심의 일격을 날리기도전에 가볍게 봉쇄하며 여자냐? 라고 생각할 정도의 움직임으로 강당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녀석과의 첫만남은, 대충 이랬다고 해두지 뭐.
14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20:18 ID:/kb5rAgwc4U 미리 하나 써두고 두번째부터 써가며 하나 쓸때마다 먼저 썼던걸 올리다보니 우선 지금은 >>13까지만. ...뭐, 감상을 듣고 싶지만 아무도 없나.
>>16 걱정마라. 그런 레스라도 충분히 힘이 되니까. 나로선 이거 쓰는 게 여러 의미로 기분이 복잡해 조금 밥좀 퍼먹고 있는 중인데, 이거 다 먹고 이어쓸까 말까 고민중. 5시 반까지만 도장에 가도 충분하니, 5시부터 준비하면 맞겠지만... 조금 시간이 남나
18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33:35 ID:RDA6L2jfbH2 >>17 정말 재미있게 보구 있다구...
19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35:00 ID:RDA6L2jfbH2 >>17 아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 거였나 ;;
20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38:13 ID:/kb5rAgwc4U 돌아갔을 땐 놀랍게도 연설이 끝나 있었다. 그렇게나 시간이 지났나? 싶었지만 이미 아까보다 더 떠들썩한 공기로 가득차 있는 강당안의 공기는 그런 생각마저 날려버릴 정도의 것이어서, 그때는 친구가 없던 나를 조금이나마 한심스러웠다. 대화를 하며 떠들썩하게 주위의 공기에 동화되면 텐션도 평소의 2배로 올라갈테지만, 같은 초등학교에서 올라온 녀석들 중 잘 어울리는 녀석은 없었고, 그나마도 뿔뿔히 흩어져 있었다. 앉기전에 주위를 둘러서 몇몇을 확인했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고립된 녀석이 대다수였는데, 의외로 그 상황에서까지 처음보는 녀석과의 대화에 성공해 히히덕 거리는 녀석도 있었다. 대단한 녀석이네-. 라던가 생각하며 자리에 가서 앉으려는 타이밍에, "에, 그럼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주세요" ...무진장 노린듯한 타이밍으로 일어나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들을 수가 있었다. 노린거지! 분명하게 노린거야! 앉으려던 때 바로 그런 말 하는 게 어딨어! 그것봐! 뒤에서 누군가가 킥킥거리며 수근거리잖아! ...외치진 않았지만 마음 속에선 이미 내 평생 이렇게까지 필사적인 적이 없었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정도로 비참한 외침이었다. 결국 엉거주춤 일어났는데, 거기까지라면 아무래도 좋다. ...어째서 3칸 떨어진 대각선 자리에(말하자면 1시방향. 그렇게 떨어져 있진 않았다) 아까의 그 바보녀가 있는 거냐고!? 게다가 키득거리며 웃고 있어?! 제길?! ...그렇게 혼자 바보짓 하고 있을때, 어느 센가 반이 정해져(의자에 앉는 건 미리 정해져 있었는데, 아마도 반별로 앉게만들려던 속셈이었나보다), 그대로 복잡한 기분인채 내게 할당된 반으로 향했다. 1학년 5반이었나... 기억이 안 나니까 그 정도로 해두자고.
21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39:17 ID:/kb5rAgwc4U >>19 재밌게 보고 있는 거냐...
그보다 지금 밥먹으며 끄적이고 있다. 50~55분부턴 준비시작할건데, 그전까지라면 어찌어찌 끄적여보마
22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48:59 ID:qfghRjwOoe2 앗, 스레주가 가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23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49:25 ID:RDA6L2jfbH2 >>21 스레 언제 다시 이어 갈꺼야? 스레주 다할거 하고 몇시쯤?
24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49:37 ID:/kb5rAgwc4U 반에 들어서자 떠들썩한 공기가 내 안면을 강타했다.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닌데 벌써 반 이상의 자리가 점거 당해 있는데다가 각자의 그룹을 만들어 놀고 있었다. 도무지 끼어들 수 있는 레벨의 것이 아니었어. 게다가 중학교 때의 나는 사교성이 그다지 없었으니까(제로라고 말해도 좋을만큼) 일단, 그렇기 때문에 친해질만한 녀석의 근처보단, 우선 편해보이는 자리를 찾자라고 생각해서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노렸다! 싶을 정도로 비어있는 창가 끝에서 두번째 자리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바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는데, 내가 자리에 앉기 위해 의자에 손을 걸치는 순간, 바로 옆에도 손이 걸쳐졌다. 손이 고운 걸 눈치챘지만, 그때의 나에겐 자리 쟁탈이라는 개념밖엔 없어서 '넌 또 뭐냐'는 식으로 같은 자리에 손을 올린 녀석을 노려봤다. ...교복이 나와 다르다. 즉, 이번에도... '...여자냐...' 이제는 해탈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좋을만큼 감상이 애늙은이 같았다. '어째서 여자만 꼬이는 거야... 오늘의 내 운세는 최악인거냐... 마가 낀 하루냐고...' 여자라고 하는 이성체에 대한 감상이라곤 '그거 먹는 겁니까?' 수준의 중학교 시절의 나는 친절하게도 "여자는 오른쪽 자리라고 했잖아?"라고,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정말로 그랬기 때문에 내 말은 틀린 게 아니었지만, 나로서는 침묵을 고수하는 그 여자가 그때 당시로는 단지 자리를 쟁탈하러 온 침략자로만 보였을 뿐이고, 그 말이 곧, '...어째서...' 이자리는 내거니까 넌 내 짝이나 해라.라는 말이 되는 건지, 전혀 몰랐었다... 정말로... 선생님이 들어와서야 옆자리에 아직 이혜연(여자라고 계속 말하기도 뭐하니, 또 가명)이 앉아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고... 그제야 내가 얼마나 터무니 없는 말을 한 건지도...
25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6:51:10 ID:/kb5rAgwc4U >>22 한번만 더 쓰고 좀 씻어야지.
>>23 검도에서 다녀오면 6시 40분쯤? 그때부터 7시 15분까지는 쉬는 시간. 30분 정도네... 그때부터 알바 준비-. 알바 끝나고 돌아오면 대충 12시에서 1시 사이려나. 빨리 끝나야 11시 30분이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어.
28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00:02 ID:/kb5rAgwc4U 선생님은 난데 없이 몇가지 사항만 건네주곤 바로 자기소개를 시켰다. 당연히 반응은 제각각. 좋아하는 놈보단 싫어하는 녀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선생님의 말은 법이다, 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까지 들어가며 결국 반 녀석들은 하나 둘씩 항복해나가고 말았다. ...그렇지만, 다 좋은데 말야, 어째서 내 자리부터 시작하는 거야? 뭔가 멋들어진 말을 하려던 건 아니지만, 왜?! 창가에서 두번째잖아?! 보통은 앞부터 시키지 않아?! 빌어먹을?! 역시 오늘은 마가 낀게 틀림 없어! 신의 농락인가! damn! 같은 중학생 주제에 빌어먹을 헛소리를 하고 있자니 어느 센가 주위의 시선이 모여져 왔다. 이건, 할 수밖에 없다. ...라고 해봐야 일어나서 말한 거라곤 이름하고 출신 초등학교, 취미나 특기는 딱히 없음 정도였다. ...있긴 했지만 말이지, 컴퓨터 게임. 그리고는 바로 내 옆자리의 혜원에게 자기소개를 시켰는데, 녀석도 나와 비슷하게 소개를 했다. 애초에 무뚝뚝한 녀석이고, 분위기도 그러니까 왠지 다가가기 힘든 녀석이기 때문인지, 나에게 우우~ 하며 비판하던 녀석도 이 녀석에게 만큼은 안 했다. ...차별인가. 어찌되었든 그렇게 내 뒤로 넘어가며 자기소개가 릴레이 식으로 전달되었는데, 도중부턴 지명해서 시키는 것으로 어째서인지 바뀌어서 두번이나 자기소개를 한 녀석도 있었다. 어찌되었든 멋지게 하거나 재밌게 자기소개를 해낸 녀석들은 만족감에 젖어 다른 녀석들과 떠들고 있었지만, 나로서는 이야기할 상대가 없었을 뿐더러 반에서 마주친 녀석이라고 해봐야 옆에 있는 녀석 정도뿐이었기 때문에 한숨만 나왔었다.
29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00:13 ID:/kb5rAgwc4U
그래도 일단 좋으나 싫으나 자리를 바꿀 때까지(학기초 2주간은 좋을대로 앉아도 좋다고 했다) 짝이 되어야 할테니 우선 말이나 붙여볼까, 라고 했더니만 "그럼 오늘은 별로 다른 전할 것도 없으니, 깔끔하게 해산!" ...분명히 노렸다고 외치고 싶은 타이밍으로 또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오셨다.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 오늘은 내 인생 최대최불운의 날이니까... 뭐, 너무 낙담해도 안 되겠지... 같은 생각을 하자니, 혜원이 자리에서 일어나곤 나를 몇초간 지긋이 바라본 뒤 돌아서서 가버렸다. 몇몇 아이들이 따라갔는데, 아마 친구였겠지. 나는 그런 광경을 몇번 정도 더 지켜보고나서야, 일어서서 밖으로 향했다. ...우선 배가 고팠으니 매점으로
30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00:54 ID:qfghRjwOoe2 6년전 중1이었다면 나랑 같은 나이인데 나랑 너무 달라ㅠㅠ난 알바는 커녕 집에서 잉여짓ㅠ 그나저나 알바 끝나면 많이 고단하겠다..
31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01:08 ID:/kb5rAgwc4U 1024 문자 제한이냐... 어쨋든 지금은 여기까지. 이제 슬슬 준비하고 나가야 한다. 몇일간 몸살로 쉬어서 이제라도 또 따라잡지 않으면-.
32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01:59 ID:/kb5rAgwc4U >>30 걱정마라. 이제 대학 들어가면 하고 싶어도 못할테니... 그래도 지금 해두는 거야, 난
33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21:29 ID:/kb5rAgwc4U 오늘 6시 갈란다. 어쩔까 더 쓸까
34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23:30 ID:RDA6L2jfbH2 >>33 더 써주시면 열심히 읽겠습니다만..
36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30:17 ID:/kb5rAgwc4U 정말로 이때의 나는 그 녀석(이서연)의 말 같은 건 전혀 생각하고 있지 못했다. 정말로 배가 고파서 매점에 들른 거였으니까. 일단 매점 앞에 왔었을 땐 아무도 없어서 좋았다. 느긋하게 빵 같은 걸 고르거나 할 수 있었으니까. 내가 고른 건 당연하게도 단팥빵. 그 앙금이 참을 수 없이 좋아서, 크림치즈와 막상막하로 좋아하는 빵이다. 그리고는 딸기 우유.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좋아하긴 하지만, 우유 중에서 딸기 우유를 가장 좋아하긴 한다. 왠지 부끄럽지만 말이지... 어쨋든 돈을 지불하려고 지갑을 뒤지던 시점에까진 좋았는데, 어째서인지 지갑을 꺼내자마자 눈앞에 돈이 던져지며 "나도 이 녀석하고 같은 걸로!"라는 필요 이상으로 명쾌한 외침이 등뒤로부터 들려왔다. ...내 등 뒤에서 씨익 웃으며 돈을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녀석은, 당연하게도 이서연. 일단 어처구니 없음에 잠시 멍해있었던 데다가 왜 그렇게까지 밀착해있는지도 의문이었지만, 어쨋든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꺼내들었는데, 녀석은 자신이 사주는 거라며 돈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지 않아줬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내 분의 몫을 내고나서 매점이 보이는 쪽에 있는 곳에 앉았다. 딱히 거기가 아니라도 상관 없었지만, 빵들고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것만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없고. 그렇지만, 그것이 실수. 명백한 내 실수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이 빵과 딸기 우유를 받아드는 그 사이에 녀석의 시야에서 벗어났어야만 했다.(물론, 지금은 그때의 나를 칭찬하지만) 단팥빵을 뜯어먹고 있자니, 그림자가 드리워져서 고개를 들었더니, 웃는 얼굴에 혈관이 보일 듯이 눈가를 씰룩거리는 녀석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녀석 왈 "어째서 대신 내주겠다는데 무시한 거야!" ...어린애냐, 너는?!
41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37:24 ID:/kb5rAgwc4U "별로. 너한테만은 빚지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솔직한 감상이었지만, "와, 상처받을만한 말을 잘도 말해주네" 녀석은 전혀 상처받지 않은, 오히려 역으로 따지고 드는 강인한 모습으로 "단지, 아까 도와준 거에 대한 답례거든? 사람의 호의는 순순히 받아주는 게 어때?"라고, 여전히 당당하게 그렇게 말해왔다. 당당함이 너의 마스코트냐. 그만좀 내세워라.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녀석에게 압도되어 있었다. 여지껏 이렇게까지 제멋대로로 당연하다는 듯이 당당하게 의견을 내세우는 녀석은 없었으니까(게다가 여자인 친구는 초등학교 때 없었고) "도와줬다곤 생각 안 하거든? 네가 멋대로 나를 덮치듯이 쓰러져서 눌렀을 뿐이잖아" 그때 말주변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렇게 말해서라도 녀석의 부담을 덜어줄까,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역효과였나보다. 대꾸가 없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녀석은 얼굴을 약간 붉히고(정말 농담빼고 붉어졌다) "누가 들으면 오해할 헛소리는 하지마!"라고, 여지껏 들어본 적 없는 음량의 외침으로 갈했다. 농담빼고, 정말로 위험하다고! 그만둬! 으아악! 매점의 아주머니가 흐뭇한 눈길로 쳐다보잖아! 아앗! 누가 창문에서 선생님 부르고 있어! 그만둬어어!! 일단 녀석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 정말로 그 자리에 있으면 위험했기 때문에 우선 달렸다. 다행인 점은 본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 그나마도 선생님 부르던 학생 하나와 매점의 아주머니가 전부였다. ...이렇게 일단 넘어가나 했더니, "...잠깐! 멋대로 손잡지마!" ...이 녀석은 아직도 멋대로 오해하며 손을 뿌리치려고 하고 있었다.
42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38:16 ID:/kb5rAgwc4U 나, 조금 있다 검도 가야하니까 여기서 잠시 컷. 아마 7시 좀 안 되서 돌아올테니 그때부터 좀 이어써볼까 20분쯤
43 이름:이름없음 :2010/01/18(월) 17:40:27 ID:/kb5rAgwc4U >>38 귀엽... 긴 하지만...
51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01:01:50 ID:2Zyas4OOkms 나는 그제야 누군가의 손목을 잡고 달린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몸소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야 상대가 잘 따라온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나의 경우는 상대가 달리는 내내 손목을 뿌리치려고 반항을 거듭했던데다, 뒤에서는 무언가 사념에 가까운 저주가 담긴 단어의 나열들이 계속해서 들려왔으며, 달리는 속도마저 내쪽이 더 빨랐기 때문에 통상의 8배는 더 피곤했다. 그래도 거기서 포기해버리면 정말로 얀 선생님(슬램덩크)의 말대로 시합이 종료될 것만 같아, 일단 신관까지 달려서 인적이 드문 곳까지 녀석을 데리고 도주하여 녀석을 잠재워버리자고, 조금 범죄틱한 냄새가 나는 결심했던 나는, "어째서 따라오는 거냐, 네 녀석은!" 내 뒤에 어느 센가 추격자가 붙었다는 사실에 절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힐끗 보았을 때 비친 교복과, 내 일생에 그다지 많이 보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흑장발은, 명백하게 내가 아는 녀석이었다. 핸드폰의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너에겐 튼튼한 두다리와 주머니의 동전이 있잖니"라고 상큼하게 말씀해주시던 부모님의 말을 지금에와서야 절실히 실천하는 나를 맹렬하게 추격하는 것은 내 짝, 이혜원. 분명 아까 친우들과 함께 하교하는 것을 보았건만, 어째서 내 뒤를 쫓아오는 겁니까?! 게다가 무진장 진지한 표정으로 쫓아오고 있어?! 내가 뭔가 잘못한 거라고 있는 거냐...! 있다곤 해도 내 뒤에서 나한테 손목을 잡힌채 같이 달리고 있는 이 녀석이 원인 제공자라고...! 난 잘못이 없단 말이다! ...이라는 내용을, 추격자에게로 진심어린 마음을 담아 비참한 외침을 날리면서도(물론, 그 추격자씨는 전혀 들어줄 생각을 안 했지만),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53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01:10:57 ID:2Zyas4OOkms 결국 신관에 다다르고서도 멈추지 못했던 우리는 신관->연결점->본관을 마구 달릴 수밖에 없었는데,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난데 없는 추격전을 봄부터 신입생이 자신이 다니게 될 학교내에서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졌고, 몇몇 녀석들은 이혜원의 뒷쪽에 따라붙어, 결과적으로 추격자가 많이 나오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신관 1층에서 4층까지 마구잡이로 달린 뒤 연결지점에 도착해서야 달리면서 추격하는 이유를 들을 수가 있었는데, (이때까진 아직 다른 추격자가 없었다) "도망치니까"였다. 연결지점을 빠르게 돌파하고나서(이때부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이서연은 그제야 손목을 뿌리치는 걸 그만두곤 내가 달리는데로 따라 달려주며 왠지 모르게 웃고 있었다) 본관에 진입하고난 뒤, 점점 추격자가 늘어나 (최종적으로는 14명이었지... 무서웠어... 여자까지 껴있다는 점이 더...), 추격자가 5명이 넘을 쯤이 되어서야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도망치니까 쫓아온다니, 네 녀석이 무슨 발정난 고양이냐?! 봐! 너의 아메바 같은 단순하고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발상에 의해 늘어가고 있는 저 녀석들을! 우리는 벌써 10분째 달리고 있거든요?! 나좀 쉬게해줄 생각은 없는 거냐! 정말로 없어?! 으아아! 또 늘었어! 네녀석들, 정말 아메바냐?! 왜 자꾸 증식하는 거냐고오오오오!! 그것은 마치 절규에 가까웠다. ...정말로 그때는 절규하고 싶은 기분이었으니까... 생각해봐라. 신관->연결지점->본관->연결지점->신관의 무한루프. 그걸 40분은 했어. 어디의 마라톤이야, 이거? ...뭐, 선생님이 끼어든 시점에서 겨우 종료할 수가 있었지만 말이지...
54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01:12:16 ID:2Zyas4OOkms ...잠만 전화
59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01:20:54 ID:2Zyas4OOkms 일단 어떻게든 다른 녀석들은 여러가지 감상을 말하며 흩어졌는데, 선생님이 돌아가서도 우리 셋(나와 서연과 혜원)은 계속 남아, 결국 이야기를 하자는 결론이 되어 옥상문 앞에 나란히 앉았는데, 딱히 할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단지 어찌어찌 대화하다보니(잘 기억 안 나...) 다음부턴 그런 시덥지 않은 이유로 따라오지마-. 라던지로 무표정한 혜원한테 설교 늘어놓았고, 왜인지 도중부터는 무진장 즐거워하던 서연한테 소리지르지말라던가 뭐가 그리 좋냐던가 여러가지로 투닥거리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시시한 잡담 같은 걸 주고받은 다음에 해산했는데-. ...다음날 안 거지만 서연 녀석은 옆반이었다. ...그때 나는 정말 뭉크의 절규를 몸소 보여줬었지... 내 중학교 라이프는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었으니까...
60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01:21:54 ID:2Zyas4OOkms 미안, 조금 피곤해서 기억이 애매해지고 있어... 쉬는 게 부족한 건가...
61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01:22:29 ID:2Zyas4OOkms >>58 나는야 토마토, 토마토 였나? 그런 걸로 끝나던데. 잘 모르겠다
62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01:27:27 ID:jyTm05db6QU ㅋㅋㅋㅋ 검색해 봐야징 그런데, 스레주가 피곤해하니까 미안한 마음이 들어 ㅠ 계속 써달라고 해야할지 뭐라해야할지;;ㅠ
67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5:14:01 ID:NudJHR3TPoY 오늘은 도장에 안가고 옥상에서 혼자 연습할 생각이니 딱히 준비고 뭐고 할 필요도 없을 거다. 조금 있다가 쓰기 시작할테니(누나가 자꾸 영화보자고 부추겨서 가봐야한다) 그걸로 조금 참아줘
68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5:14:51 ID:NudJHR3TPoY >>62 계속 써달라고 하면 되는 거다
>>63 그때 난 필사적이었다고! 14명이라고?! 14명이 쫓아오는 거라고?! 신학기에?! 신입생만?! 가끔 선생님도 쫓아왔단 말이다...! 얼마나 필사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70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5:25:54 ID:NudJHR3TPoY 샤워 끝내고 나와서 "뭐 볼건데?"라고 물었더니 "음~ 그러네~ 뭘 볼까?"라던가 하는 의문문의 대답이 돌아와서는, "왜 뭘 볼 지 생각 안 해둔 거야!"라고 오히려 역으로 화내더니만, "됐어! 내가 찾을래!"라더니 하나TV를 켰다
...뭐야, 이 전개는...
71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5:26:57 ID:NudJHR3TPoY 음~ 난데 없이 떡볶이 만들고 있으니 그 사이에 어제 피곤해서 요약해 적어버린 부분을 풀어서 적어볼까
72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5:35:22 ID:NudJHR3TPoY 결국 신관에 다다르고서도 멈추지 못했던 우리(나와 이서연)은 신관 1층(학생 식당이다. 그땐 문이 닫혀 있어서 식당 출구의 옆에 있는 문으로 달려들었다)으로 침입하여 4층까지 쉴 세 없이 계단을 질주. 도중 몇번 정도 서연이 넘어질 뻔 하는 걸 잡아주다가 이유도 모른 채 혜원에게 붙잡힐 뻔했지만,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도록 하고. 어찌되었든 4층에 가자마자 문을 열고 복도로 빠져나온 나는 그대로 서연의 손목을 잡고 복도를 질주했다. 무언가 내 기준의 왼쪽에는 컴퓨터실이 있었는데 꽤나 컸고, 오른쪽은 커다란 배란다 같은 것으로, 아무것도 없으면서 교실 하나 정도의 크기를 가진 채, 나중에 아래를 내려다봤을땐 별것 없었다.(물론, 나중에 개발한다며 출입금지되었지만) 커브 길에선 화장실과, 또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실습실이었나? 가 있었다. 보통 무언가 발표하거나 했던 곳이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대부분 자버렸으니깐 말이지) 어쨋든 어찌어찌 신관을 빠져나와 연결지점에 다달은 나는, 마지막 층으로 올라갈까, 내려갈까, 그냥 직진할까의 난데 없는 선택지에 1초쯤 헤매다가, 결국 직진하기로 결심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아슬아슬하게 뒷쪽에서 혜원이 달려오고 있었는데, 반쯤 포기식으로 다시 왜 따라오는 거냐?! 고 물었더니 "도망치니까" 라고 단순하고도 간단하게 해답을 내놓아주었다. 그 명쾌한 대답에 감동... 할 것 같냐?! 라고 속으로 외쳐준 나는 그대로 커브길을 돌아 바로 본관으로 진입. 도중도중에 무언가 학생회실이라던가 미술실이라던가를 본 것 같지만 기분탓으로 남겨두고. 본관에 진입하자, 아직 복도에서 수다를 떠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이 남아있었다. ...진짜 난관은 여기부터였지...
73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5:35:36 ID:NudJHR3TPoY 잠시 떡볶이좀 먹고 온다
74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5:49:25 ID:NudJHR3TPoY 일단 본관에 도달하고서도 멈출 수 없던 나는 서연의 손목을 잡은 채 안면으로 쏟아지는 무수한 시선을 애써 무시하면서 계속해서 질주했다. 여기서부터는 서연도 무슨 생각인지 손목을 뿌리치는 걸 그만두곤 내가 달리는데로 따라 달려주었는데, 조금 의아해서 뒤를 돌아보니 왠지 모르게 웃고 있어서 허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거냐...! 누구 때문에 이렇게 필사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애초에 왜 쫓기는 거냐고, 나느으으으은?! 이런저런 헛소리를 속으로만 외치고 있자니, 어느 센가 혜원의 뒷쪽으로 남자 둘이 따라붙어 있었다. 네놈들은 또 누구냐?! 라고 물으려고 입을 열었더니, 이번엔 여자 두명이 추격에 동참. 조금 놀라서 숨을 들이키며 입을 닫았더니 남자 하나가 또 동참했다. 이때가 되어서야 나도 참을 수 없었지... 도망치니까 쫓아오지마! 네 녀석이 무슨 발정난 고양이냐?! 보라고! 너의 아메바 같은 단순하고 간단하고 명쾌하다못해 이해하기 어려우면서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발상에 의해 멋대로 증식하는 저 녀석들을! 이쪽은 벌써 10분째 달리고 있거든요?! 이쪽을 쉬게해줄 생각은 없는 거냐! 정말로 없는 거야?! 으아앗! 또 늘었어! 네 녀석들, 정말로 아메바냐?! 왜 자꾸 증식하는 거냐고오오오오!! ...정말로 그건 마치 '절규'에 가까웠지... 진짜로 절규하고 싶은 기분이었으니까... 본관 4층을 돌파하고 나서 1층으로 내려오는 도중도중에 추격자가 따라붙어, 어느 센가 다시 1층 연결지점을 통과해 신관으로 들어가고 다시 4층으로 올라가서 질주할 때에는 이미 추격자는 두자릿수를 넘어가고 있었다.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습니까, 하나님... 신은 믿지 않지만, 정말 이렇게 생각했다고... 제길...
75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5:49:44 ID:NudJHR3TPoY 떡볶이 먹으면서 쓰는 거니까 그다지 빠르진 못할 거야
76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5:59:40 ID:NudJHR3TPoY 내가 교실에서 매점으로 가는 시간과 매점에서 빵을 사고 녀석과 트러블을 일으키는 시간을 전부 합쳐봐야 15분도 되지 않을 거다. 내가 다시 교실로 돌아온 건 이미 1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이미 웬만한 학생들은 가버렸고, 나는 매점에 가며 깜빡잊고 온 가방을 가지러 왔을 뿐이다)이었으니까, 달린 건 대략 40분이었다. 신관->연결지점->본관->연결지점->신관의 무한루프. ...죽고 싶을 정도로 다리가 아프고, 안 그래도 체력이 없던 중학교 시절의 나는 정말로 입에 피냄새가 마구 돌았지만, 붙잡히면 어떻게 일이 풀릴지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던 나는 정말 죽을 각오로 뛰지 않을 수 없었다. 뭐, 그제야 소식을 듣고 달려온 선생님이 나를 멈추고 뒤따라오는 학생들을 멈춘 다음 화를 내며 왜 뛰고 있냐고 물었지만, 그것에 제대로 대답해줄 녀석 따위,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저 녀석들이 뛰어서요"라는 대답들 뿐이어서, 결과적으론 나와 서연, 혜원쪽으로 타겟이 변경되었는데,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더니(애초에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고...), 아직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일단 해산시키셨다. 우선, 다른 녀석들이 사라지는 걸 본 다음에서야 일의 원인 제공자인 서연을 한 번 노려보고,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부풀게 만든 B.P와 이스트 같은 녀석인 혜원을 한 번 노려본 뒤, 말 없이 손짓해서 둘을 옥상문 앞까지 데려갔다. 그리고는 폭발. 뭔말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왜인지 마구 웃어대는 서연과 여전히 무뚝뚝한 혜원에게 잔소리를 해댔는데, 나중에 시간을 보고 알았지만 대강 20분은 한 것 같았다... 어쩐지 목이 아프다더니... 일단 그걸로 알아준 것 같아서 나는 먼저 돌아간다고 말한 뒤 뭔가 말하려는 녀석들을 두고 힘이 풀리려는 다리에 다시 힘을 넣어 달리기 시작했다. ...뭐, 대충 그때 일은 이렇게 종결되었지만, 난 정말 죽는 줄 알았다구...
78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07:54 ID:NudJHR3TPoY 다음날, 깨어나자마자 다리 근육이 피로에 찌들어 고통을 호소하는 바람에 평소와는 다르게 1분 정도 뻘짓을 하고서야 일어난 나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 가볍게 샤워를 마친 다음에 학교로 향했다. 되도록이면 그 녀석들을 무시하자고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뭐, 그런 다짐따위, 교실에 도착하고나서 5분만에 무너졌지만... 원인은 혜원. 왜인지 무언가를 적고 있어서 보았더니 반 아이들에 대한 감상 같은 걸 적어놓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내가 보았을 때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에 대한 것을 적고 있었는데, 기타란에 무엇을 적을까-. 고민하던 그 녀석은 마침내 '이상한 녀석'이라고 적어버렸다. 웃- 기- 지- 마아아아아-!! 내 인생을 전부 걸어도 좋아! 내가 만난 사람들 중 너희만큼 이상한 녀석은 드물어! 아니! 없어! 전혀 없어! 전무하다고 해도 좋아! 내 인생을 걸고 맹세하지! 앞으로도 너희 같은 괴짜는 3명 이상 만나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어! 애초에 뭐냐 이사한 녀석 이라니! 나머지는 정상적으로 적어놓고 어째서 '기타 감상란'에 그런 걸 적어넣을 수 있냔 말이야! 애초에 너보다 이상한 녀석도 없는데...! 하필이면 그런 금구를...! ...외치고 싶었지만 주위 시선이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최대한 고개를 돌려 창문 바깥쪽만을 응시했다. 괜히 녀석을 시야에 담으면, 또 나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 잡으며 속으로 헛소리를 외쳐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80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15:41 ID:NudJHR3TPoY 수업 시간만큼은 어찌어찌 넘길 수가 있었다. 공부 같은 건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했고, 중학교 때는 거의 잠만 자는 시간이었으니까 별다른 트러블도 이벤트도 없었다. 일단, 문제는 점심시간. ...난 중학교의 점심시간이 그렇게까지 무서운 것인줄 정말로 몰랐다. 남자고 여자고 관계 없이, 종이 치고, 선생님의 "가도 좋다"는 말 한마디로 인해 인격이 변한 듯이 뒷문과 앞문을 열고 식당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 녀석들은 그것만으로도 먹이를 갈구하는 야수... 그 사이에서 달려본 나는, 여자와 남자가 오직 하나의 목표(학생 식당)를 향해 내달리는 것이 그만큼의 열기를 발산한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정말 복도는 아직 쌀쌀할 터인데도 땀이 날 지경이었다니까?(물론 뛰어서일테지만) 일단 교실은 본관쪽에 위치해있기 때문에(3교시에 2학년, 4교시에 1,3학년이 같이 먹는다) 마구 달렸는데, 연결지점은 본관보다 심했다. 본관은 그나마 같은 학년 학생들만 있기 때문에 나은 수준이었다. 연결지점은 이미 도착한 시점에서부터 3학년과 1학년이 섞여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누가누군지도 알아볼 수가 없는 마의 지역으로, 결국은 학년에 관계 없이 먼저 달려드는 녀석이 승리자인 셈이었다. 나도 뛰어들긴 했는데, 겨우 멈춰서서 줄을 설 수가 있었다-. 싶었더니...
82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21:46 ID:NudJHR3TPoY 신이시여,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나이까... 초등학교 때는 신을 급식에 나오는 우유 이하로 보던 내가 이렇게까지 신을 갈구하고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눈앞의 그 녀석. 운이 좋게도 아직 눈치채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녀석은 앞에 있는 친구(로 보이는 여학생)와 꽤나 즐겁게 잡담을 나누고 있어, 뒷쪽의 나에게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좋았어! 이대로 존재감 없이 가만히 서있기만 하면...!! "어? 너도 이 학교였어?" ...Damn it... 뭐야, 이거, 정말로 노리는 거야? 다들 짜고서 나를 놀리는 거야? 그런 거야? 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우연.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을 우연이라고 했던가... ...나는 그때 그걸 '필연'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뭐야, 어째서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서연하고 같이 대화하는 녀석,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녀석이었잖아... 제길...! 방심하고 있었다! 얼굴을 잊고 있던 내 실책이야...!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넘어가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뭐야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어?"라고 묘한 어투로 말을 해오는 이서연을 볼 수가 있었다.
84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29:45 ID:NudJHR3TPoY "뭐어... 그런가..." "뭐야, 그게. 반응이 이상하다?" 네 녀석 때문이잖아?! 이서연의 친구이자 내 초등학교 동창(일단 이름 지어줄까. 그래, 예진 정도로 해둘까)이 나를 묘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고, 눈앞에서는 불만 가득한 표정(어째서?!)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서연이 있어서, 정말이지 최근들어 나의 인생은 가시밭길이구나, 를 철저히 알 수가 있었는데, 거기서 한술 더떠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가 불성실하네." 이놈의 동창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어깨를 치며 그렇게 말해왔다. 이 녀석들...! 친구니까 반응이 비슷해...?! 결국 나혼자만 텐션을 올렸다 내렸다하며, 둘은 나를 놀리는 듯한 구도로 잡담을 하다보니 어느 센가 줄이 끊겼는데(중학교 급식때는 빨강과 초록의 종이를 나누어 줬는데, A식과 B식으로 나뉘어서, 원하는 걸 먼저 집는 사람이 득을 보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다행이도 나는 B식 녀석들은 A식이어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아 좋아했건만... ...자리는 자유롭게 앉는 것이라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86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34:57 ID:NudJHR3TPoY 아아, 자유롭게 앉는 거니까 이제야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녀석들은 식사까지 붙어서 먹으려고 하지 않았으니까.(그룹도 있어 보였고)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내 반대편에 내 짝꿍님께서 앉아있는 겁니까! 당연하게도 내가 앉을 때는 근처에 아무도 없었어...! 일단 아직 친구도 없고 하니 혼자서 먹는 게 편했고, 그러기 위해서 사람이 없는 구석 자리를 찾아온 거였는데...! 어째서 눈앞에 날 '이상한 녀석' 취급하는 녀석이 있는 거냐고...?! 그렇게 생각하며 혼자 절규하고 있었더니, 녀석은 여전히 '이상한 녀석'을 보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 그렇게 보지 말아줘. 혼자서 쇼하는 건 하지 않을테니까... 실제로 머리 붙잡고 밥 먹는 녀석만큼 식당에서 이상하게 보일 녀석도 드물겠지... 우선 저쪽도 조용히 먹고 있고, 이쪽도 신경을 끄고 조용히 드셔볼까, 라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숟갈을 든 나는, "아, 혜원아-!" ...짝꿍님의 프렌드님들께서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5명이나...)
88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40:56 ID:NudJHR3TPoY 일단 다시 설명하지만, 내가 앉아 있는 곳은 구석. 그것도 입구쪽에서는 보이지 않고(물론, 출구쪽에서는 보이지만), 웬만하면 눈길이 닿지 않는 그런 곳이다.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오면 조용히 먹을 수 있는 장소라서 애용하는 곳인데... "그래서 말야" ...뭐야, 이 고문. 내가 구석, 반대편이 혜원, 내옆으로 2명 혜원의 옆으로 3명. ...죄다 여학생. 이성인 친구라고 해봐야 초등학교 땐 없다고 해도 좋을만큼 적었던 여성 면역 제로의 나에게 있어선 질식해 죽을 것만 같았다. 정말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몰라서 그냥 일어나 가려고 했더니만, "아 잠시. 이거 안 먹을 거면 나 주라." 혜원의 옆에서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다하며 계속해서 입을 쉬지 않던 녀석이 내가 일어섬과 동시에 남아있는 고기 경단을 가로채갔고, 내 옆에 앉아서 그 녀석에게 동조하던 여자도 몇개 가져갔다. 나로서는 고개를 끄덕일 뿐인 리액션을 하고 남은 걸 버린 뒤 매점으로 향했는데, 마지막으로 물을 마실 때 혜원의 옆쪽에 앉아 있던 녀석이 나를 보고선 웃고 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걸까... 싶었지...
90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46:39 ID:NudJHR3TPoY 매점에 들려서 이번엔 딸기 우유만 구입한 나는, 그대로 교실로 돌아왔었는데, 교실에는 내가 교실을 반 녀석들과 함께 뛰쳐나갈 때부터 잠들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아직도 자고 있었다. 녀석의 별명은 요다였는데, 요다 같이 생겼다는 이유라지만, 내가 사귀게 된 첫번째 친구로서도 그 이유에는 반대 의견을 내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그 녀석을 깨워서 밥 안 먹냐-. 오늘은 쉴 거다-. 같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센가 잡담으로 이야기의 주제가 넘어가버렸고, 처음으로 대화가 성립된 남자 녀석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들떠서 이야기를 해버렸다. 그러고 있었더니 조금씩 학생들이 돌아와서 이야기는 거기서 종료했는데, 이야기 내내 녀석의 옆자리에 올려두었던 딸기 우유가 사라져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후아." ......내 딸기 우유를 당연하다는 듯이 먹고 있는 이서연을 볼 수가 있었다. ...뭐하는 거야, 너. 그보다 내 딸기 우유는 왜 마시고 있는 거냐... 앙...?
91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47:54 ID:NudJHR3TPoY >>77 후광이랄 것까진 아니다.
>>79 울고 싶었지
>>81 나도 그때 그 생각 했다...
>>83 인연이면 안 돼...!
>>85 나쁜 거지...
>>87 카오스였다...
>>89 미안하지만 그건 아냐... 나 정말 질식해 죽는 줄 알았다고...
92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48:57 ID:NudJHR3TPoY 나 슬슬 쓰기 힘들어지니까 하나만 더 쓰고 조금 쉴게.
93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53:43 ID:Q8uIB5gvOQM >>92 그거 전부 다 나야 ㅋㅋㅋ 새로고침하면서 열심히 보고있다구 ㅋ
94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54:18 ID:NudJHR3TPoY "즐거워 보이네. 친구?" 라고 물어오길래, 나는 추궁할 생각도 멈추고 숨을 들이켜버리고 말았다. 확실히 내쪽은 들떠서 이야기 했다지만, 만난지는 10분도 되지 않았고, 이야기도 그렇게 오래한 것도 아니다.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한 건 그때가 처음. 친구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녀석쪽이 먼저 고개를 끄덕여준 덕분에,(고마웠지) "아, 친구인데?" 라고, 왠지 당당하게 말할 수가 있었지만, 어차피 그것도 잠시고-. "그것보다 내 딸기우유-?!" 라고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어느 세 다 마셔선 팩을 접고 있었으니까. 내 딸기 우유를...! 이 녀석...!! "뭐야, 고작 딸기 우유 때문에." 한모금밖에 안 마셨던 거라고! 한모금밖에...! 게다가 난 꽤 빈곤하단 말이다! "나중에 사줄테니까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들고 내가 화내는 이유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왔다. ...이 녀석은 대체... "뭐야, 사랑싸움이냐?"라고 왠지 납득이 안 되는 말을 들어버려서, 나와 이서연은 처음으로, 똑같은 타이밍에 숨을 들이켜선, "절! 대! 아! 냐-----!!!" 똑같은 기분의 외침을 해주었다.
95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56:01 ID:Q8uIB5gvOQM >>94 숨 맞는 커플이군.....
96 이름:이름없음 :2010/01/19(화) 16:56:05 ID:NudJHR3TPoY 나중에 안 거지만, 내가 들떠있으면서도 조금 어색하게 대하고 있어서 물어보았다고 했었다. ......쓸데 없는 참견이다.
103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00:28:47 ID:+UK2H8p8jOo 아무도 없는 건가, 좋아 조금 더 쉬겠어.
104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00:43:19 ID:+UK2H8p8jOo 일단 딸기우유라고 하는 내 최대의 영양보급원을 강탈당한 시점에서 더 이상 화를 낼 기력도 없었기 때문에 자리로 돌아와 앉았는데, 앉아서 한숨을 내쉬고 있자니 짝꿍님께서 책상에 엎드린 채로 내쪽을 올려다보며 무언의 시선을 계속해서 보내오고 있었다. ...뭐야, 그런 무표정으로 쳐다보면 무얼 바라고 쳐다보는 지 전혀 모르겠다고? 적어도 뭔가 전하고 싶은 걸 직접 말해줄게 아니라면 감정이라도 담아서 표정에 실으란 말이다. 이상한 녀석 같으니라고. ...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특히나 마지막은 확실하게 기억해! 왜냐면 말이지...!! "이상한 녀석" 네가 말하지 마아아아아아아아-----!!! 또냐! 또 바로 내가 생각했던 걸 입에 담는 거냐고! 이서연과의 악연의 시작이 떠오를 정도로 완벽하게 싱크로 된 한마디. 그것만큼은 정말 머리를 쥐어잡고 소리 없는 절규를 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한 한마디였다. 덕분에 옆에서 보면 완전히 혼자서 원맨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 짓거리를 해버린 나는, "이상한 녀석" ...두번째 피니쉬(결정타)에 그대로 책상 위에 쓰러져 쇼크사(라고 쓰고 기절이라고 읽는다) 해버렸다.(물론, 현실을 피하기 위해 그대로 누워 자버린 거였지만) ...이 녀석들, 나에게 정말로 무언가 원수라도 진 거냐고, 제기랄...
106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00:51:38 ID:+UK2H8p8jOo 내가 깨어난 건 종례 시간이었다. 당연하게도 담임 선생님의 강렬한 스매쉬에 의해 빈사 상태가 되어서 비틀비틀 깨어났는데 (출석부 스매쉬! 쿠헥! 비틀비틀... <), 옆에서 녀석 답지 않게 쿡쿡거리며 웃음을 참는게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녀석이 웃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뭐, 물론, 그런 걸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어도 좋을만큼, 담임 선생님은 인망이 두텁지 않았지만 말이지. ...난데 없이 청소에 투입 되는 것까지는 그다지 상관 없었다. 애초에 귀찮은 걸 싫어해도, 원인이 나에게 있고, 해야할 일이 생기면, 투덜거리면서도 할건 해야한다는 게 지론이고, 그러지 않으면 속이 안 풀리는 성격이니까. 그렇지만, 반 청소를 전부 나 혼자에게 맡긴 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혼자서 해버리는 겁니까? 라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선생님께서는 내 생애 몇번 본 적 없다고 자부할 수 있는 상큼한 웃음으로 "응♡"이라고 말씀해주셨으니까. 정말 하트가 보일 정도로... ...결국 혼자 하는 걸로 되었다. 뭐, 혼자 하는 것도 좋긴 했다. 괜히 다른 녀석이랑 구역을 정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트러블도 안 일어날테니까. 조금 시간만 더 걸릴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려고 했다. ...짝꿍님께서 어째서인지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빗자루를 들기 전까지는 말이지...
107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01:17:37 ID:+UK2H8p8jOo 처음엔 눈치채지 못했다. 반 녀석들은 끝나자마자 대부분 나가버려서 혼자 빗자루 들고 창가쪽을 쓸기 시작했었으니까. 눈치챈 건 교탁 앞쪽까지 전부 쓸고나서 쓰레받기를 찾으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녀석(혜원)이 멋대로 반대쪽에서 빗자루와 함께 그걸 사용하고 있단 걸 눈치채고서야 녀석이 있다는 걸 알았었으니까. 그때 쯤엔 이미 녀석하고 나밖에 교실에 남아있지 않았는데, 내가 쳐다본단 것도 모르고 묵묵히 쓰레기를 쓸고 있는 녀석을 보니 조금 벙찐 표정이 됬었지...(아마) 왜 녀석이 남아있나, 왜 쓰레기를 쓸고 있나, 그보다 왜 쓰레받기를 가지고 있는 거야 같은... (마지막은 전혀 상관 없어보이지만 넘어가고.) "너 뭐하냐?" 이전에 한 번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단어를, 이번에야 말로 내쪽이 건네봤다. 그제야 녀석이 고개를 들고 나를 봤는데, 내가 이상한 걸 물은 듯한 표정이어서 오히려 내쪽이 당황했지... 정말, 내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리액션이었는데, 녀석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다시 쓸기를 재개해서, "…하아. 될대로 되라지…." 나도 다시 쓸기를 재개했다. 그 뒤로는 둘다 묵묵히 청소만 했지. 단 한마디도 안 나눴다. 청소가 끝나고, 내가 말 없이 딸기 우유를 사서 던져 건넸을 때도, 가방을 메고 창문을 잠그고 교실문을 잠글 때도, 교무실에 가서 열쇠를 두고, 교문을 같이 나설 때까지도. 단 한마디도. 단지 왠지 모르게 표정으로 대화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108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01:26:32 ID:+UK2H8p8jOo 졸리다. 더 쓸까 말까...
113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4:48:47 ID:+UK2H8p8jOo 이러니 저러니해서 일주일을 보냈다. 당연하게도 그 동안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매일이 그런 머릿속이 꽃밭으로 들어찰 것만 같은 일들로 가득했다면, 분명 내 정신이 못버텼을테고. 일주일이 지나면서 반의 공기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고, 그 사이에 몇명 정도는 가벼운 잡담을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친구를 만들 수가 있었으며, 별다른 트러블도 일어나지 않아서 꽤나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도, 평화롭게 보내려고 했지만, 일주일만에 만난 녀석(이서연)을 매점에서 마주치고 말았다는 상황에, 그다지 평화롭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넌, 누구한테 사탕 줄 거야?" 라고 물어와도, 나로서는 곤란하다. 분명, 녀석이 말하는 사탕이란 화이트 데이 때를 말하는 것일 터. 이전에도 말했다싶이, 나는 초교의 이성 친구따윈 전무했다. 오히려 사이가 나쁠 정도. 괜히 신경쓰이는 여자가 있었지만, 그래봐야 그뿐인 것이고, 이야기 한 번 나누어 본 적이 없었으며,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얼굴 볼 일도 없었다. 딱히 누군가에게 사탕을 줄만큼의 사이는 없다는 게 정답이었다. 애초에 사귀고 있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이제 막 입학을 했는데 난데 없이 사탕을 준비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러니까 너는 무르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라고, 왜인지 혀까지 차며 기분나쁘게 그렇게 말해왔다. 그 밖에도 잡담을 조금 했지만 기억은 전무. 그리고, 입학을 하고나서 2주일도 되지 않아 화이트 데이를 맞이했다.
114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4:49:12 ID:+UK2H8p8jOo >>112 낮과 밤이 바뀐 듯하지만, ...어쩔까나... 나 방금 일어나서 정신이 멍하다고?
115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4:54:19 ID:+UK2H8p8jOo "그치?" 무언가 반의 공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점으로 향했던 나는, 머리와 꼬리를 전부 떼어놓고 그렇게 물어오는 이서연에게 고개를 끄덕여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물렀다. 입학식이 시작하고 2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 이미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첫눈에 반한 사랑' 같은 시덥지 않은 것들을 하는 녀석들은 꽤나 많았고, 그로 인해 사탕을 가지고 남자쪽이 먼저 고백을 하는 경우는 꽤나 많았으며(그래봐야 사탕과 함께 편지를 두는 것이지만), 몇몇 녀석들은 모두의 앞에서 고백을 해서 이루어지거나 차이거나를 반복했다. 그리고, 내가 매점으로 나온 건 그것이 한창 활발할 때인 점심시간. 딱히 난데 없는 깜짝 이벤트에 참여할 생각도 없고 참여할 동기도 없는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녀석(서연)은 난데 없이 내가 딸기 우유와 단팥빵을 사기 위해 돈을 꺼내는 타이밍에 맞춰 내 돈을 가로채더니, 그대로 매점 아주머니에게 "박하 사탕 주세요!"이라고 말해버렸다. 무슨 짓이냐?!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미 사탕은 나와버렸고 돈은 매점 아주머니가 가져간 상태. 우리 학교 매점의 규칙 첫번째, "이미 낸 돈은 돌려주지 않는다"가 적용된 시점이다. 난데 없는 두번째 깜짝 이벤트에 놀란 나... 좋아하네!! "무슨 짓ㅇ...?!" 이번에야 말로 말해주려고 했더니, 녀석은 사탕 봉투를 당연하다는 듯이 뜯어서는 내 손에 억지로 쥐어주곤, "자, 사탕 줘." 라고 말해왔다. ...뭘 말하고 싶은 거냐, 이 녀석은
116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4:59:19 ID:+UK2H8p8jOo "뭔 소리냐?" 화를 내는 것도 멈추고 이 녀석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니냐는 듯한 표정을 내 재주껏 얼굴에 띄우며 그렇게 물어주자, "뭐야, 친구잖아? 의리의 사탕이나 초콜렛 정도는 나눌 수 있는 사이잖아? 안 그래?" 같은 이해도 못하겠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공식을 성립시키... 지 말라고?! 친구?! 아니, 어디를 봐서 친구냐?! 어디를 봐도 내가 일방적으로 놀림 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거잖아?! 너도 내가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 즐거워하는 주제에 어딜 친구 사이라고 들먹여?! 라고 속으로 무척이나 절규했지만, 이미 혜원에 의해 그런 것쯤은 당연시된 나는, 결국 미미하게 한숨을 내쉬면서 사탕을 꺼낸 다음, 녀석이 뭐라고 말하는 타이밍에 맞춰 입에 넣어준 뒤 딸기 우유를 사고는 그대로 교실로 돌아왔다. ...제길, 무슨 생각인 거야, 저 녀석.
그때의 나는, 일순간 두근 거렸다는 믿기 힘든 사실따위, 무리하게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있었다.
120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01:46 ID:8eGPIl68wr6 >>118 난 2일 ? 3일째 보고 있다구
121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07:45 ID:+UK2H8p8jOo 다행이라면 다행이도, 녀석은 나를 붙잡거나 하지는 않았다. 입에 넣어줬을 때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지만, 그 뒤의 표정따윈 보지도 않았고 그냥 무시하듯이 지나왔었으니까. 단지, 조금 예상 외의 지출이 있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사탕을 쥐고, 입에 넣어본다. 녀석의 입에 사탕을 넣을 때 나도 몇개 집어왔기 때문에 주머니에는 박하사탕이 아직 남아 있었다.(물론 봉투째로, 대부분의 사탕은 녀석이 가지고 있지만) 조금 시원함이 입안에 퍼져나가는 걸 느끼면서 멍하니 있자니, 옆에서 찌르는 녀석이 있어서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보았더니, 이번엔 짝꿍님께서 나를 찌르며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으셨다. 이번엔 너냐?! 제발 적당히 해라?! 오늘도 마가 끼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난 하루에 한명만 상대해도 기력이 전부 소진되어버린다고?! 너희 같이 매일 여러 가지 의미로 하이텐션이지 않단 말이다, 나는!! 일주일이나 얌전히 있어놓고 왜 하필 오늘 둘다 튀어나와서 나를 괴롭히는 거야?! 오늘은 대체 무슨 날이냐!!(화이트 데이) 같은 절규를 또 속으로 하고 있자니, 녀석은 데자뷰가 일어날 정도로 녀석(서연)과 똑같은 포즈로, "너, 나, 친구, 사탕." 이라고, 무미건조한 어투를 구사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10글자도 안 되는 단어의 나열로, 상대에게 간략하게 전함과 동시에 곧 바로 입을 다물어 버린 뒤, 나머지는 눈빛으로 원하는 걸 요구해오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어... 이 이상 상대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사탕 하나를 던져주니, 녀석은 가볍게 날아오는 사탕을 공중에서 잡아채더니 자연스럽게 비닐을 벗기고 입안에 넣은 뒤 다시 책상에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이 녀석들은 대체, 이제와서 친구를 들먹이는 건 무슨 이유냐고, 제기랄...
...나도 쓰러져 잠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122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08:24 ID:+UK2H8p8jOo >>117 너무 좋아서 탈이지...
>>119 중요하지 않아...!
>>120 3일 전부터냐...
123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14:33 ID:+UK2H8p8jOo 내가 다시 깨어난 건 마지막 교시의 한중간. 꽤나 배짱이 좋다는 선생님의 한마디와 함께 분필 세례(5개나...!)를 받아야만 했지만, 나의 경우는 받아칠 기력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결정타만 쳐냈다. 아직 화이트 데이의 한중간이라서 그런지, 수업중에도 무언가가 오가는 것이 곁눈으로도 보였다. 쪽지는 기본, 그것과 함께 무언가가 오간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가 않다. 물론 어느 녀석은 환희에 소리 없이 몸을 떨고, 어느 녀석은 절규를 하며 책상에 머리를 박아넣지만, 그런 알기 쉬운 리액션을 보여줘도 피식 웃는 것 말고는 달리 해줄 게 없었다. 나로서는 의리의 사탕을 줄만한 친구도 없다는 게 사실이었으니까(이미 서연과 혜원은 머릿속에서 무리하게 지운 상태). 그렇게 녀석들의 쪽지와 사탕의 경로를 확인하며 누가 이어지고 끊어지는지를 파악하며 의미 없이 머릿속에서 정리하던 나는, 불쑥, 초콜렛이 내 교과서 위로 날아왔다는 사실에 잠시 벙찐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초콜렛? 그건 화이트 데이때 나오면 안 되는 물건일텐데...? 아니 그보다 왜 나한테 날아왔지? 잘못 날아온 건가? 아니, 애초에 날아온 방향이---.
...어째서 짝꿍씨쪽입니까?
124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17:16 ID:+UK2H8p8jOo ABC 초콜렛이다. 내가 가끔 즐겨먹긴 하지만 입안이 텁텁해지는 게 단점인 녀석. 난데 없이 초콜렛이 날아와 의아해하고 있었더니(애초에 의미 없는 걸로 머리를 채우던 도중이라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되었을 뿐이지만), 녀석은 "나, 너, 친구, 초콜렛"이라는, 또 다시 데자뷰가 일어나는 단어의 나열들을 늘어놓더니, 그대로 의미 모르게 피식 웃더니만 그대로 다시 수업의 필기에 돌아갔다. ...정말이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왜 난데 없이 초콜렛을 주는지, 게다가 왜 하필 ABC초콜렛인지, 이 녀석이나 그 녀석이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말이지.
...초콜렛이 왠지 예전에 먹었던 것보다 달콤했다는 건 비밀로 해두고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125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18:42 ID:+UK2H8p8jOo 음, 잠시 휴식? 무언가 감상이라던지 듣고 싶은데
126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23:37 ID:+UK2H8p8jOo 아, 여담이지만, 수업이 끝나기 5분쯤 전에 "너희들 사귀냐?"라는 쪽지가 와서, 쪽지로 사탕을 싼 다음에 창문을 살짝 열고 투하해주었다. 무슨 착각질인지.
127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35:29 ID:+UK2H8p8jOo 다음날부터는 학교의 공기가 달라졌다. 비유라고는 해도, 정말로 달라져버렸다. 가벼운 잡담을 주고 받던 녀석들 중 절반 정도에게 '그녀'가 생겼다는 것만 봐도, 그 이유를 어림짐작이 가능했다. 중학생인 주제에 이미 이성에 눈을 뜬 짐승(남)들이, 화이트 데이(덫)라는 계기(사탕)를 이용해, 이성(먹이)을 Get 해버린 일이 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분위기에 편승해서 여자쪽이 고백을 하는 경우도 생겼으니, 예상보다 많을 수밖에는 없었지만, 나로서는 한숨밖에 안 나오는 광경이었다. 물론, 질투와는 별개의 감정으로. 이제 막 입학한지 2주일 된 신입생들이다.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라면, 고작 만난지 2주일 된, 그저 그뿐인 관계란 거다. 세상은 영화나 만화나 소설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는만큼, 몇몇을 제외하고는 멋진 계기나 그에 상응하는 이벤트따위 있을 리 만무한 것. 단지, 왠지 신경쓰이니까, 멋있어서, 예뻐서, 귀여우니까, 성격이 좋아서라는 시덥지 않은 이유로 우선 대쉬해보고 마는 게 전부다.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있나-. 같은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조금 질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녀석들은 미성숙한 어린애들이다(물론 그때의 나를 포함해서). 멋진 계기나 이유라던지, 오래 사귈 수 있는가라던지, 타입이 다르다던지, 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던지, 어떻게 하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지 같은 건 전혀 모른다. 단지 신경쓰이는 상대가 있으니까 대쉬해버리고 마는 거다. 미숙하니까. 나는 똑같이 미숙함에도 그런 상대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 녀석들에 대해 약간의 질투를 느끼며, 그렇게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거라고,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128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38:07 ID:+UK2H8p8jOo 그렇기 때문에, "흥, 뭐가 첫눈에 반한다냐~ 그런 시시한 이유로 사귀면 시시한 이유로 깨져버릴 걸~"이라며 괜스레 불만을 토해내는 친구를 향해, "그렇게 되어버리면, 거기까지인 녀석들일 뿐이고, 그것도 또 경험인 거잖아? 젊을 때 해볼 건 다 해봐야지"라던가 말해버리고선, "뭐냐, 너. 애늙은이 같아"같은 소리나 들었던 걸지도...
129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39:39 ID:+UK2H8p8jOo 그보다 이거 다 쓰려면 3년 전부 써야할텐데,(깨달은 건 3학년 때니) 설마 다쓰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적당히 도중에 튀어버ㄹ...
130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47:24 ID:+UK2H8p8jOo "뭐야, 이건?" 화이트데이가 끝나고서 또 2주일 정도가 지났다. 이제 곧 4월. 신입생의 찬란했던 첫달의 끝은 평화롭게 보낼 수 있으려나-. 같은 진심어린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등교를 한 나는, 서랍 속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들 수가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 연애 편지 같은 걸 받아본 적도 없고 받는 걸 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그걸 연애 편지?! 라던가 호들갑 떨며 오해하지도 않았지만, 의아해하며 뜯었던 건 기억에 남는다. 물론, 정말로 연애 편지는 아니었다. 결투장 같은 것도 아니었다. 단지, 상담의 요청이었다. 물론, 남자 녀석이라면 그냥 말로서 상담을 요청해왔을테니 상대는 여성. 그것도, 나와 꽤나 악연으로 엮인 녀석이었다. ...From 이서연.
132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5:54:03 ID:+UK2H8p8jOo 일단 내심 무슨 연유로 연애 상담따윌 나에게 하려는 걸까, 그렇게 연애 상담할만한 친구가 녀석에게는 없는 건가, 왜 하필 남자인 내쪽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자니, 방과후는 금방 찾아왔다. 편지에는 청소가 끝난 뒤 신관 4층에서 만나달라고 적혀 있었다. 녀석 답지 않은 여자 필체였다. 내용이 그래서인지 더 그렇게 느껴졌다. 예전에 설명한 적이 있던 그 커다란 배란다 같은 곳,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선생님들도 잘 지나다니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 상담을 하기에는 딱 알맞았다. 물론, 나는 그날 청소가 아니어서 먼저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3월 말이라지만 아직 겨울 날씨를 유지하고 있어 쌀쌀했지만, 어딘지 나는 멍하니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묘한 기분도 들었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어떤 식으로 상담해줘야 하는 건가'의 일이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내가 녀석을 여자로 느낀 건 3학년때부터였고, 그전까지는 친구처럼 느꼈으니까, 일단 악연이라도 상담을 해오면 제대로 받아주어야 겠다 싶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 세 녀석이 왔다.
133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00:30 ID:+UK2H8p8jOo 상담 내용은 단순했다. 2학년의 선배를 좋아하고 있는데, 친하게 지내는 남자 동기라고 해봐야 나 정도뿐이고, 고백하고 싶은 상대도 남자이니까 나에게는 남자로서의 조언을 듣고 싶다, 는 내용이었다. 물론, 나는 그때 진지하게 친구로서의 조언을 생각했다. 녀석의 고백 연습 상대도 되어주고, 고백은 편지나 전화 같은 것보단 직접 마주하고 하는 게 좋다던가 말해주고, 시간이 나면 선배에 대해 얻은 정보(선배는 방과후에 농구를 했었으니, 나는 서툰 솜씨였기 때문에 가르쳐달라며 다가가서 정보를 얻어주었지)를 가끔 정해진 시간에 만날 때마다 전해주고, 선배가 방과후에 혼자 농구하는 날이면 내가 쓰던 수건을 빨아 건네준 다음에 물병하고 같이 손에 쥐어준 다음에 "기합을 넣고 다녀와!"라던가 말해줘서 선배에게 보내줘보고(물론, 녀석도 서툰 솜씨여서 나랑 같이 배우기 시작했었기 때문에 내쪽이 빠지면 둘이 있는건 간단했다. 선배는 농구 잘하기로도 유명했고), 녀석의 자신작이라는 음식을 먹고는 소화제를 먹어야하는 고통도 당해보고, 그런식으로 4월을 보냈었다. 나는 나름대로 충실하게 보냈다고 자부하며 기분 좋았었지. 그때는 아버지의 기분이란 걸 맛보고 있었으니까. ...뭐, 단지 녀석이 나에게 의지해준다는 사실이 기뻤던 것도 사실이지만.
135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12:05 ID:+UK2H8p8jOo 그렇게 5월을 맞이했다. 나는 나름 충실하게 보낸 4월이라 뿌듯하기도 했지만, 서연은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을 여유따윈 있어선 안되었다. "너, 다음주 중간고사인데 놀기만 해도 되냐?" ...라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는 중학교 때 공부를 안 했다. 3학년 끝날 때 조금 하고, 고등학교 들어와서 수학하고 영어를 시작했으니까. 그 때문에 나는 이미 중간고사를 포기한 지 오래였지만, 녀석은 그러면 안 되었다. 녀석의 부모님이 방과후때 농구를 배워도 되는 걸 허락해주는 건(녀석의 집은 시간에 대해선 꽤 엄한 모양이었다) 공부도 같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때는 선배랑 농구해야겠다는 일념밖에 없어서 후의 일을 생각 안 했다고 했다. 하아...) 결국, 옆에서 지켜보면 질릴 정도로 필기를 해대는 내 짝꿍님에게 반쯤 포기식으로 부탁을 했었더니, 딸기 우유 일주일치분으로 어떻게든 내 제안을 받아주기로 했다. 물론, 성적이 안 오르면 반환하겠다고 했지만, 녀석은 그럴 일 없다며 당당하게 말하더니, "죽을 각오로 쫓아와"라며 방과후 3시간 동안 우리 둘을 아주 건어물로 만들 작정으로 공부에 매진 시켰다. 결과는 올라잇. 나의 경우는 해도 안 해도 상관 없어서 장난으로 절반을 보낸 덕분에 70점 안팍의 점수가 나왔지만, 서연은 평균 88점 이라는, 일주일 전부터 공부한 것치고는 대단한 점수가 나왔었다. 덕분에 내쪽이서 감사의 뜻으로 단팥빵을 사주었는데, 어느 정도 사정을 들은 혜원은 "역시 이상한 녀석"이라며 내 단팥빵을 받아들고는 또 의미 모를 미소를 짓었었다. 어찌어찌, 그때는 혜원의 활약으로 겨우 넘어갔었지...
136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13:58 ID:+UK2H8p8jOo >>134 좋은 남자랄까, 상담받은 입장에서 그런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뭐, 시덥잖은 상담이었으면 무시해버렸겠지만.
137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18:15 ID:+UK2H8p8jOo 하지만, 난관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내가 Get한 선배의 생일 정보에 따르면, 선배의 생일은 5월의 중순(정확하겐 밝히지 않는다. 익명사이트고). 일단 상담 받은 입장에서 남자가 받으면 기뻐할만한 선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나로서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선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물어보아도 대답이 시원치 않았을 뿐더러, 나의 경우는 선물이란 걸 애초에 잘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어느 선물을 기뻐할지 조언해주기 곤란했었으니까. 그래서, 일단 선배에게 은근슬쩍 물어보았었지. "선배는 애정이 담긴 선물이라면 뭐가 좋아요?"라던지로. 뭐든지 좋다던가는 없이, 라는 조건으로 물었더니, 선배는 그제야 한참을 생각하는가 싶더니, "손수 만든 먹을 것!"이라고 말해왔었다. 나는, 정석인가! 싶으면서도 히죽히죽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녀석이 고백하는 것도 이제 다가왔구나 싶어서 내일처럼 기뻤었지.
138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23:54 ID:+UK2H8p8jOo 게다가 서연의 요리 솜씨는 꽤나 좋았었다. 이전부터 가사를 엄마와 함께 담당해왔기 때문에 웬만한 건 다 만들 수 있다고 했었으니까. 그렇지만, 남자가 좋아할만한 먹을 거리는 쌓아본 적이 없어서 조금 난감하다고 했기 때문에 나의 경우는 선배랑 가끔 학생 식당에서 먹으며 선배가 잘 먹는 반찬 같은 걸 기억해낸 다음 말해주었었지. 참조가 되었는지 도시락 내용과 배치를 생일날 전까지 만들어둘 수가 있었고, 당일날까지 방과후때 3시간씩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하면서 고백 연습 같은 걸 하고 타이밍 같은 걸 서로 의논했었다. 그리고, 당일날 다행이도 완벽하게 도시락을 싸서 가지고 왔었고, 녀석의 컨디션도 좋아보였다.
141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33:11 ID:+UK2H8p8jOo 서연은 방과후때 기회를 봐서 고백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선배에게 달려들어 끌어안더니 도시락을 건네는 타학교의 여학생을 보면서 완전히 굳었었다. 그리고, 선배가 그 여학생을 마주 안아줬을 땐 숨을 멈췄고, 그 여학생이 가져온 도시락을 기쁜 듯이 열때는 말을 잃었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을 땐 이미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선배랑 여자친구는 나란히 앉아서 서로 나눠먹었고, 우리는 테니스장 뒷쪽에서(농구 골대가 있는 곳과 그 옆에 있는 벤치가 잘 보인다) 그걸 전부 보고나선, 선배랑 그 여자친구가 팔짱을 끼고 돌아갈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정확히는 내쪽만 침묵을 지켰다. 어느 센가 서연은 내쪽에 등을 돌린 채 미미하게 떨고 있었고, 소리 죽여서 땅을 적시고 있었다. 여자가 우는 건 이전에도 경험해보았지만, 상황이 전혀 달랐다. 계기도 전혀 달랐다.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있을리 없었다. 애늙은이 같은 생각이나 헛소리만 짓거리던 나는, 그래봬도 아직 서툰 애송이였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있을리 없었다. 그래서, 그냥 녀석의 머리에 손을 올려뒀다. 쓰다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떨림은 한층 더 심해져서, "으아아아... 아아...!" 울음이 되지 못한 소리를 내며 나에게 매달렸다. 그건 오열이었다. 앉아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매달리고 울고 있는 녀석을 내려다보는 건 불가능. 애초에 그땐 키도 비슷했고. 단지 끌어안듯이 머리에 손을 올리고, 다른 손으로 등을 토닥여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 세 오열도 멈추고, 눈물자국도 내 와이셔츠에 전부 닦아버린 녀석은, 코를 훌쩍이면서, 그대로 도시락을 발로 차버리고 화장실에 간다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곁눈질로 보니, 도시락은 이미 뚜껑이 부서져(플라스틱 제였으니까) 도시락에 침투한 상태였는데 말이지-.
143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37:17 ID:+UK2H8p8jOo 다음날,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매점에서 딸기 우유를 시키고 있었다. 조금 허무했지만, 언제나 하이텐션인 녀석이, 녀석다운 거라고, 나는 그때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조금 다르게 먹어볼까, 하고 초코 우유를 시켰었는데, 어째서인지 딸기 우유 하나가 내 책상 위에 놓여져 있었다.
거기에는 '고마워'라고, 조금 떨린 자국이 남은, 여자 글씨가 적혀 있었다.
144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38:09 ID:+UK2H8p8jOo ...도시락 대신 먹어준 것에 대한 답례인가, 싶었지-. 그때는. 하핫.
148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45:02 ID:+UK2H8p8jOo >>147 빠른가...? 어찌되었든 오늘은 옥상에서 할 거라서 말이지. 감기에 안 걸리면 좋겠지만.
149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47:08 ID:8eGPIl68wr6 >>148 그런데 넌 이제 21세인가?
도복 두꺼운거 입고하면 밖에서도 안추우려나.
150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54:02 ID:+UK2H8p8jOo 5월도 그렇게 지나갔다. 이제 6월. 슬슬 더위가 찾아오는 시기다. 중학교 때 가장 좋았던 건 긴 방학 기간이었는데, 6월말에 시작해서 8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이 방학은,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녀석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바다에 놀러가자!" 다른 녀석들도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여름 방학이 정확하게 일주일 남은 6월의 어느 날. 당연하다는 듯이 시작된 단축 수업에 신이 난 무리 중 하나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그러한 제안을 건네왔다. 물론, 그것은 나 하나가 아닌 반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제안으로서, 녀석의 현재 위치는 교탁의 앞. 점심 시간이 끝날 무렵인데다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발언이었기 때문인지, 당연하게도 반 전체의 시선이 그 녀석에게로 모여졌다. 물론, 나도 반의 일원으로서 마찬가지의 행동을 했는데, 녀석은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 나도 아주 잘 알고 있는 녀석들 중 하나였다. 반의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는, 명실상부한 우리반의 연락망이자 간판인 녀석. 물론, 그 직위에 걸맞는 개방적인 성격과 언제나 하이텐션을 유지하는 활발함 덕분에 사교의 폭도 상당히 넓은데다가 같이 있으면 지루하지 않은 녀석이지만, 때때로 지금과 같이 이상한 제안을 해오는 것으로, 교내에서는 이미 입학식 때부터 꽤나 유명한 녀석이다. 게다가 그 제안 자체는 그다지 무리한 이야기가 아닌데다 시기 또한 꽤나 적절해서, 웬만큼 바쁜 일이 없다면 대다수의 인원이 그의 제안에 찬성하며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제안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찬동시키는 능력. 대단하다면 대단한 재주이지만, 녀석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자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물론, 그러한 면도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 중 하나라면 하나겠지만, 나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조금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이번에는 옆반과 함께 가는 것으로 되어있으니, 가고 싶은 녀석은 여기에 이름을 적어라!"라며 종이를 들이밀었다. 거기에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녀석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이서연.
151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54:31 ID:+UK2H8p8jOo >>149 미안하지만, 난 20세다. 천안단대 응용화학과 신입생이다. 잘 부탁해.
152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55:19 ID:+UK2H8p8jOo 그리고, 도복은 대충 팔꿈치 아래로 약간만 내려오는 정도의 길이다. 춥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게다가 소매는 무진장 넓고. 통풍도 잘 된다. 겨울 도복이긴 해도 밖이라면 당연히 춥지. 그래도 그걸 기합으로 견뎌보이겠어
153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56:25 ID:8eGPIl68wr6 >>152 하아... 진짜 춥겠군 ㅋㅋㅋ 나도 검도 1년 ? 정도 해서 알지만 뭐 어정쩡한 길이.... + 넓은 소매 바람쌩쌩
오호.. 신입생이군 ㅋㅋ 동갑이었나
154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57:20 ID:8eGPIl68wr6 >>150 눈에 들어오는거군... 이서연 <
155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6:57:22 ID:+UK2H8p8jOo >>153 동갑이었다...! 게다가 검도 1년인가...! 대련 해보고 싶다, 네 녀석...! 우오옷!
158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7:01:58 ID:+UK2H8p8jOo 한숨을 내쉰다. 참고로 나는 이름을 안 적으려고 했다. 아는 이름이 있다고 해서 적어줄만큼, 앞일 생각 안하는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내 이름은 이미 적혀 있었다. 그것도 수성 싸인펜. 지우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번 적으면 지우지 못한다는 헛소리까지 들었다. 물론, 적은 건 내가 아니다. ...내 옆에서 언제나처럼 무표정을 일관하고 있는 짝꿍님께서 끄적여주셨다. 물론, 내 이름 옆에는 녀석의 이름도 적혀 있었지만, 그런 것따위 아무래도 좋다. 어째서 내가 중학교의 소중한 여름 방학을 바다따위에서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고...! 앙?! 설명해보란 말이다, 이 발정난 고양이 짝꿍...!! 겉으로는 절규, 속으로는 그따위 말들을 외치고 있던 나는, 결국 저항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씨알도 안 먹힐테고 말이지... ...내가 결정한 일이 잘못되더라도, 그걸 '실패'로서 발판삼아 위로 올라가는 것까진 좋더라도, 후회만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게 내 신념 아닌 신념이다. ...그치만 말야, 이거, 내가 결정한 일이 아니라구...?
159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7:02:52 ID:+UK2H8p8jOo >>157 상관 없다...! 나도 1년 하고 3달 접고 다시 시작하는 거지만, 감각 자체는 죽지 않았다구?! 몸만 따라주게 만들면 3달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서로 힘내보자고...!
160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7:05:17 ID:8eGPIl68wr6 >>159 'ㅅ' 발목에 문제가 있어서 ㅋ 나으면 다시 해보고싶어~
161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7:09:06 ID:+UK2H8p8jOo >>160 힘내라...! 기합으로 버텨! 이제 다시 쓰기 시작한다
162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7:11:07 ID:8eGPIl68wr6 >>161 기다린다구 ㅋㅋㅋ 운동 하기 전까지 글만 쓰는거다 !
163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7:17:57 ID:+UK2H8p8jOo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태양에 빛나는 모래밭. 웅성이는 해변.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바다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푸르고 모래알은 반짝인다. ...인파 경보는 계속해서 머리 위에서 울리고 있지만 말이지... 참고로, 내가 간 곳은 어디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일단 가게된 건 의외로 적은 숫자인 20명으로, 차를 3대로 나뉘어 탔는데, 셋 다 운전수는 이 1박 2일 바다 여행을 제안한 녀석의 지인이라고.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거야, 저 녀석은. 우선 출발까진 순조로웠다. 만나는 곳은 학교의 앞이었지만, 여름 방학이 시작하고나서부터 갑작스럽게 장마가 올 것 같다고 예보해주는 것 같은 습기가 몰아쳤는데도 다들 바다에 대한 생각으로 그 열기를 무시했었으니까. 일단, 출발은 예정된 시각에 되었고, 20명의 참가자 중 빠진 사람도 없었으며, 차에 올라탄 건 남자 4 여자 4이라는 조합을 중심으로 탔다. (어째서인지 남자가 3명밖에 더 많지 않은 조합이었는데, 여자 참가자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일단 가는 내내 무언가 여러 가지 게임을 했는데, 차안에서 하는 것은 보드 게임이든 임금님 게임이든 꽤나 새롭게 흥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실제로, 나도 여느 중학생처럼 즐겼었고. 뭐, 도중부터는 몇몇이 잠들기 시작해서(나와 같이 탄 곳에는 아는 얼굴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도 남자지만, 금방 잠들어버려서 말이지, 이 녀석...) 나와 마주보고 앉은 여자 둘만 끝까지 보드 게임을 즐겼었다.(이유도 모른채... 단지 둘보다 셋이 더 재밌다는 이유로 나까지 참가했었었지...) 그렇게 나름 힘겹게[?] 바다에 도착했다. 녀석의 말대로라면 밤에 걷는 게 무척이나 좋은 곳이라고는 했지만, 해수욕장의 실태를 이미 가족에게 어느 정도 들은 나는, 실망을 해줄 기분으로 해수욕장을 바라봤는데, ...의외로 깨끗해서 놀랐다.
165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7:25:38 ID:+UK2H8p8jOo 쓰레기가 많아서 별로 즐기지 못할 거라고, 웬만하면 모래사장을 걸을 땐 샌들을 신고 있으라고, 그렇게 주의받았던 나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도 잠시. 그대로 짐을 들고 다른 녀석들을 깨우는데 힘을 써야만 했다. 겨우, 다른 차에 있는 녀석들까지 전부 깨웠을 때(그때 처음으로 서연 녀석의 자는 모습을 봤는데, 나도 모르게 웃었다가 변태 취급 받을 뻔 했다...), 나는 녹초가 됐다. ...남을 깨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어찌되었든, 녀석이 예약해둔 숙소로 가서 짐을 내려놨다. 바다가 보이는 곳은 아니었지만, 바다와의 거리도 그다지 안 멀었으니까 만족은 했어. 당연하게도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자는 걸로 되있었지만, 나는 예상했다. 분명 밤중까지 게임하다가 서로 뒤엉켜 잠들어버릴 것 같다고. 어차피 아직은 애들이니까. 일단, 모두들 짐만 놓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해변으로 향했는데, 나의 경우는 반바지와 셔츠라는 조합만으로 해변으로 나갔다가 '텐션 내리지 마라!' 등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미안하지만 수영은 별로 안 좋아한다고. 인적 드문 곳에라도 가서 누워 있을 거란 말이다. 같은 내 의견을 제시해보았지만, 녀석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 아무렴 어떠냐며 넘어갔지만. 비난한 녀석들은 전부 남자들로, 아직 여자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괜히 나를 비난하며 시간을 보낸 거였는데, 여자들이 나오자 꽤나 환호했었다. 물론, 절반 이상의 여자들은 셔츠 같은 가벼운 상의로 몸을 가렸지만, 아래쪽은 영락없는 수영복이었으니까, 아직 애송이인 중학생들은 그것만으로도 자극적이었겠지. 나로서도 흥미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는 녀석들과 동류가 되기 싫어서 은근슬쩍 빠졌다. ...물론, 여자들을 한번 훑어본 다음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나도 남자니까...
169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7:35:33 ID:+UK2H8p8jOo 녀석들이 난데 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걸 보고나서, 나는 혼자 몰래 파라솔 같은 걸 세운 다음, 슬쩍 녀석들 중 하나에게 그것만을 말해준 뒤, 인적 드문 곳을 찾기 시작했다. 해변의 끝에는 사람이 조금 적을까? 싶어서 우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파라솔 밑에 누워서 자버려도 되지만, 모처럼 해변에 왔는데 조금쯤은 정취를 즐기자고 생각도 했고, 우선 걷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물론, 1시간만에 포기하고 돌아왔다. 계속 걸어도 사람, 사람, 사람, 언뜻 보기엔 끝쪽에도 사람이 꽤나 많아 보였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돌아왔다. 어차피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녀석들도 많았단 것뿐이었겠지만, 조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지. 떠들썩한 것보단,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걸 즐기는 편이니까, 나는. 돌아와보니, 파라솔 밑에서 혜원이 누워 있었다. 언제나처럼의 무표정이 약간 창백함을 띄고 있어서, 다가가주었는데, 녀석은 평소와는 다른 의미로 얌전히 누워 있었다. 손을 이마에 올려보니 조금 뜨거웠기 때문에, 일단, 부모님한테 당부당한대로, 내 가방에서 캡슐 하나를 꺼냈다. 소금이 들어있는 캡슐이다. 부모님이 일사병을 조심하라며 주었던 것이었지만, 애초에 나는 필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우선 녀석에게 주고, 옆에 물을 놓아주었다. 지금은 입에 아무것도 대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억지로라도 먹이니 저항 않고 먹어주더라. 그리고 한 삼십분 정도 있다가 상체를 일으켰는데, 나름 괜찮아보여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번엔 반대편 끝을 가볼 생각이었으니까.
177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8:36:30 ID:+UK2H8p8jOo 제기랄, 보슬비 내리는 것까진 좋다. 어차피 안경이라봐야 대련 한 번 하면 매번 기스에 뭐에 혹사당하니까. 그렇지만 보슬비로 인해 모래라던지가 약간 있는 옥상에서 하려니 도복이 쓸리며 엉망이 되고 있었다. 어제 막 빨았기 때문에 잔소리 듣기 싫어 어떻게든 조치는 취했지만, 더 하기는 힘들 것 같았어... ...날씨가 참 암울하군 제기랄
178 이름:이름없음 :2010/01/20(수) 18:37:08 ID:+UK2H8p8jOo 그냥 모래뿐이라면 무시하고 해도 되는데...! 왜 보슬비냐고...!
187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0:24:23 ID:oiRFgkiKTes 반대편 끝에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없었다고 믿고 싶었다. 혼자서 있고 싶다는 마음도 강렬했고, 시끌벅적한 곳에서 주변 분위기에 편승해 텐션을 올리기 보단 조용한 곳에서 홀로 편하게 쉬고 싶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그때의 나에겐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다. ...최근 들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곤한 일들의 연속이었으니까. 그렇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듯이, "...저기, 말이야..." 이젠 나의 기대를 '간단히' 배신하는 것도 모자라, "…그게…." 이서연이 옆반 녀석(男)에게, 어디를 어떻게 보나 고백받고 있는 시추에이션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 상황과 마주치게 만들어버렸다. ...이 빌어먹을 신, 이제 기도따윈 하지 않을 거야. 눈앞에 나오면 바로 면상부터 갈겨주마...! 중학생 주제에 생각이 더럽다고 하지마?! 분명 네가 당했더라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 테니까...! 분명 신이란 작자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고 나를 보며 배꼽을 잡은 채 히히덕 거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고...! 따위의 절규를 하고 있자니, "나, 너 좋아해" ...무언가 듣지 말아야 할 걸 들어버리고 말았다.
190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0:42:52 ID:oiRFgkiKTes 녀석들이 있는 곳은 해변과 인공물의 경계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아스팔트로 된 계단이 있고, 그 옆쪽으로 난간이 길게 자리잡고 있는데, 이서연은 난간 쪽에 기댄 채 남자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남자도 녀석을 마주보고 있었다. 내가 있는 위치는 그 아래쪽.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그쪽을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 목소리를 듣고 이서연의 등을 알아보자마자 계단에 바퀴벌레마냥 찰싹 붙어서 숨어버리고 말았다. ...이 무슨 기괴하고 수상한 행동인지... 그렇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저쪽은 나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고백을 듣고나서야 녀석들의 존재를 알아차렸기 때문에, 숨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단지, 그대로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만은 몸으로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고백을 훔쳐보고 말았다, 라고 하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다. 이서연과 나는 순진하게도 애인이 있는 선배에게 고백을 시도해보려고 한(물론, 모르고 있었지만) 공범자로서, 지금의 상황은 나에게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분명, 이서연은 난데 없는 고백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터. 남자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예전에 눈치챘다고 해도, 아마 간단히 대답하지는 못할 터였다. 선배에게 고백하려던 게 바로 얼마전이었고, 고백도 하기전에 차인 것도, 바로 얼마전이었으니까. 선배에게 고백하기 위해서 같이 있었던 시간은─공범자로서의 시간만큼은 쓸모 없던 게 아니었는지, 그 정도를 유추해내는 건 무척이나 간단한 일이었다. 녀석은 분명, 상황은 조금 다르더라도, 눈앞의 남자와 몇주전의 자신을 겹쳐보고 있을 것이다. 선배에게 고백하려고 몇번이나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해본, 자신을. 그렇기에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마음은 거절해도, 몸은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해버리면, 그때랑 똑같아 질 것 같아서 무서울테니까. 이번에야 말로 자신이, 선배가 되어버릴 것 같으니까.
192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0:43:09 ID:oiRFgkiKTes 내가 나선다면, 분명 지금 멈춰있는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며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여기서 내가 나선다고 해도 나아질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악화되지 않으면 다행인 일. 그런데도, 그때의 나는 정말 정신적으로 지쳐있던 건지 어떤 건지, "아, 미안."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 녀석들을 마주해버리고 말았다.
193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0:43:52 ID:oiRFgkiKTes >>189 죽을 것 같은데, 더 써야 하나...
>>191 내 몸 생각해서 쉬어도 되-?
194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0:48:07 ID:9NA/vqrKgDk >>193 궁금하긴 무지하게 궁금한데 스레주가 쉬고싶따고 하면 난 말리지 않겠어 빵집 알바 한적은 없지만 무척 고될것 같아 운동과 병행이니...
195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0:49:03 ID:aqUaPGKCuvM 스레주, 앞으로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쉬어줘ㅠ 진짜 걱정된다ㅠ..
196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0:57:03 ID:oiRFgkiKTes 녀석들의 얼굴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특히나 남자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넌 뭐냐?'고 묻는 게 정말로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적의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마, 분명,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에 이미 기분이 망쳐질 대로 망쳐진 상황일테니, 지금 건들면 가볍게 도화선에 불이 붙어버릴 터였다. 하지만, 녀석과는 다른 의미로, 서연의 얼굴은 더 가관이었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로 시작해 '난데 없이 뭐야?'까지, 읽어낸다면 말하고 싶은 게 두자릿수를 가볍게 넘길 듯한 벙찐 표정이었으니까. 녀석 답지 않은 표정이라, 나도 모르게 '귀여운 녀석이다'라고 속으로 웃어버리고 말았을 정도로. 하지만, 역시, 지금은 녀석들의 표정을 가볍게 감상하고 있을 정도로 단순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모르겠다. 이서연이 거절할지 받아들일지는 내가 결정할 문제도 아니었고, 당연하게도, 내가 생각하는 이서연이 '거절'의 대사를 품는다면, 현실의 이서연은 '승낙'의 대사를 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발을 들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뒤로 한발자국 물러날 뻔했다. 나서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일단 나섰다면 책임을 가지고 풀어야 한다. 그게 남자라고, 나는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에게 배웠다. "미안하지만," 그래서, 내 나름대로 풀려고 했다. "그 녀석은 말이지," 그래서, 그런 말을 해버렸다. "좋아하는 녀석이 있다고?" 그래서, 녀석들에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바로 나라고 하는 애송이 녀석을 말이지" ...개소리였다. 그것을 현실로 확실하게 받아들이게 만든 건, 고개가 젖혀지며 볼이 뜨거워졌을때, 뒤늦게 시야에 들어온, 허공을 가르는 이서연의 손이었다.
197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0:57:47 ID:oiRFgkiKTes >>194 스레더는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 (각혈)
>>195 후아, 아직 살아있... (털썩)
198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0:58:32 ID:9NA/vqrKgDk >>197 정말 진심으로 쓰는 말이야 내일 해도 괜찮아...
199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1:00:42 ID:oiRFgkiKTes 당연한 일이다. 내 멋대로 상황을 짐작하고, 내 멋대로 거절의 의사를 말해버렸다. 게다가 뭐가 좋아하는 녀석이냐. 완전히 애인 선언 해버린 거잖아. 허세드립이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같은 생각들이 한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결국은 혼자 뻘짓하고 혼자 뺨맞아버린 셈. 이번에도 힘이 빠져 뒤로 물러날 뻔한 걸, 허리에 힘을 넣고 버텨냈다. 고개만 젖혀졌다. 고개가 숙여진다. 시야가 내려간다. 이걸로 된 거다. 이걸로-. 그렇게 생각하자니 왜인지 속이 뻥하고 뚫리는 것 같아서 속이 시원했건만, 녀석(이서연)은, 내 품속에 달려드는 것으로, 다시 뚫린 속을 꽉 채워버리고 말았다.
...뭘 하고 싶은 거야, 이 녀석은...
200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1:01:44 ID:oiRFgkiKTes >>198 후후후, 우리 관장님은 항상 말씀하시지... 팔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저리고 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때야 말로 더 기합을 넣고 몸을 움직이여야 한다고 말이지...! 내 근성은 이 정도로 지지않아...!
201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1:02:30 ID:9NA/vqrKgDk >>200 조금 놀라는 중..
202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1:10:52 ID:oiRFgkiKTes "이걸로 알았지? 네 고백은 미안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어" 내 품속에서 그런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이서연이다. 물론, 그다지 작지 않은 중얼거림이었기 때문에 반대편 남자가 듣기에는 어려움이 없었고, 녀석은 서연의 중얼거림을 듣더니, 말 없이 계단을 내려가 해변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다지 상처 받아보이는 얼굴이 아니었다는 게,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나중에 직접 이야기해볼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자니, 녀석이 간 것을 확인한 서연이 나를 밀치며 품에서 빠져나왔다. ...싫을 정도로 상쾌한 표정. 뺨을 맞은 나와는 대조적인 표정이었다. "미안-! 정말로 미안-! 거의 조건 반사적으로 쳐버렸어...!" ...그 말은 즉...... ... 조금 가슴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지만, 녀석이 떨어진 탓이라고 애써 자기 자신을 세뇌하며, "뭐, 됐어. 들으면 조건 반사적으로 쳐버릴 정도로 내가 싫단 거였단거니까.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같은 소리를 해준다. 그때 미미하게 녀석이 무언가 입술의 움직임만으로 뭔가를 말해왔었는데, 그건 지금에 와서도 듣질 못했다.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단지, 그때 녀석의 미소가 눈부실 정도로 예뻐서, 그때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만다. "뭐, 그다지 싫지는 않았어" 그리고나서 그런 소리를 해줬지만, "거짓말은 입술에 침바르고 나서 해라" 같은 헛소리로 받아쳐줬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무언가가 부서질 것만 같았으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지금'을 유지하고 싶었다.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204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1:12:13 ID:oiRFgkiKTes 여담이지만, 한동안 정말로 애인 사이냐는 질문에 장난삼아 그렇다고 대답해주었다가, 몇일간 그 소문을 잠재우느라 죽는 줄 알았다. 물론, 방학 때 생긴 소문따위, 방학이 끝나면서 같이 사라져버렸지만 말이지.
205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1:18:26 ID:oiRFgkiKTes 여기서 잠시 컷-! 나 피 곤 하 다-?!
206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1:21:58 ID:9NA/vqrKgDk >>205 눈좀 잠시 붙여둬
>>203 스레주의 지칠줄 모르는 근성이라고 해야 되나 여튼 그런것에 조금 놀랐어
207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09:12:10 ID:Uq65qFXrEck 오오... 네녀석ㅋㅋㅋㅋ 완전 남자답구만 !!
나하고는 다르군 ㅋ
208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4:32:54 ID:9NA/vqrKgDk 스레주는 언제 오려나? 으음...
213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5:43:59 ID:oiRFgkiKTes 같이 돌아가면 무슨 오해를 받을지 모른다면서(이미 자기가 오해를 불러놓고선...!? 계기는 나여도 오해 받은 원인은 내가 아니잖아?!), 서연은 10분 뒤에 오라고 당부한 뒤 먼저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갔지만, 나는 10분이 지나도 돌아가지 않았다.(이대로 사라져줄테니 걱정마라~ 같은 헛소리도 첨부했었고) 솔직히 말해서 그 둘이 사라지면서 내가 찾던 '인적 없는 해변가'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딱히 10분이 지났다고 해서 그 녀석의 말대로 돌아가줄 의리나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해변에 누워주었는데, 처음에는 따갑던 햇빛도, 등부터 타고 올라와 나를 괴롭히던 열기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참을만 해졌다. 무엇보다, 그 열기 속에서, 무릎까지 치고 올라오는 파도가 너무나 시원해서, 계속해서 이러고 있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 뭐하는 거야?!" ...어째서인지 십수분전에 얘들에게로 돌아갔었던 이서연이 다시 돌아왔다. 아니, 이젠 혼자서 고요함을 즐기는 아주 조졸하고 사소한 여유조차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겁니까, 이분은...? "10분 있다가 오라고 했지?!" "왜 내가 네 말에 따라야 하는 거냐?" 당연한 말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내가 이서연의 말에 따를 의리나 이유 같은 건 전혀 없다. 녀석들이 사라지면서 이곳이 바로 내가 찾던 곳이 되었다. 왜 일부러 돌아가서 네녀석들과 다시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말이지... 이 녀석은, 조금 더 단순한 이유였다고...?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걱, 정 했잖아!!" ...말을 더듬을 정도의 일은 아닌데, 라고 멍하니 생각하면서도, 나는 녀석한테 다가가고 있었다.
214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5:44:14 ID:oiRFgkiKTes 몸 상태가 안 좋아... 기력이 없어... 더 써야하나...
>214 운동하는 사람이 피곤한거면 그건 진짜 쉬어야한다... 나도 무리해서 도장 갔다가 대련중에 쓰러진 적이(...) 무리해서 글쓰지 말고 잠이라도 청해.
216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5:52:27 ID:oiRFgkiKTes 녀석이 딱히 내가 특별해서 걱정한다는 게 아니란 것쯤은 안다. '공범자'이기 때문인지 '친구'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이 녀석은 누구에게나 이렇다. 조금만 친해졌다 싶으면,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고, 기뻐해주고, 조금 난폭하지만 어울려준다.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 없이, 자기가 좋으니까. 그런 녀석이다. 그때의 나는,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하게나마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전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녀석의 머리에 손을 올려주었다. 물론 녀석의 얼굴이 보일 것만 같아서 고개를 돌린 채로. 녀석하고 나는 이 정도가 딱 좋다. 만약 그때 정면에서 녀석의 얼굴을 봐버렸다면, 참아낼 수 있을리 없었을테니까. 처음에는 녀석이 내 손을 거칠게 뿌리쳤지만, 두번째로 손을 올리니, 이번엔 뿌리치지 않았다. 조금, 미미하게 떨린다. 사람이 너무 좋다. 누구에게라도 이렇고, 나는 그런 이 녀석을 봐왔다. 처음에는 이런 성격인 녀석에게 누가 달라붙을까, 싶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알았다. 녀석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정도는, 싫을 정도로 확실히. 어떤 의미로는 우리반의 간판인 녀석과 포지션이 비슷할 거다. 분위기 메이커. 주변 공기를 자기가 원하는대로 바꾸며, 모두의 기분을 살펴준다. 그것도 터무니 없을 정도로 천성적인 것으로. 자각도 없이, 그편이 자기도 즐거우니까, 라고 하는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이유로. 그렇기 때문에 나하고는 이 정도가 딱 좋다.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나마 말이지. 그때까진, 아직 녀석도 여자로 안 보였고. 사람 좋은 녀석이구나-. 라고만 생각했으니까.
217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5:53:50 ID:oiRFgkiKTes >>215 미안하지만 지금 잠들어버리면 도장에 못 간다. 내 돈으로 가는 거니까, 조금 더 노력해보고 싶은데...
218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6:00:06 ID:oiRFgkiKTes 뭐, 할 수 없이 돌아가기로 했는데, 이번엔 같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안 했다. 내쪽이 거북해서 아까의 말을 들먹였더니, 녀석은 무시하면서도 내가 떨어지려고 하면 성질을 부렸다. ...어쩌란 거야, 대체.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점심 때였는데, 혜원과 아까 차를 타고 왔을 때 같은 차에 탔던 여자 하나가 앉아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은 보이지가 않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점심밥을 먹으러 갔다고. 연락책으로 남겨진 게, 그 둘인 모양이었다. 물론, 내가 없다는 걸 알고 찾으러 온 건 이서연이고. 좀더, 다른 의미로 얌전한 녀석들로만 보내주면 안 되는 거냐, 이 자식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여자 셋이 나란히 걸어가는 걸 복잡한 표정으로 따라간 나는, 녀석들을 따라 국수집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과연, 오늘의 점심은 국수라는 건가. 국수라면 나름 좋아하지, 응. 그렇게 별것도 아닌 사실에 납득하며 발을 들인 나는, "우욱, 더는 못먹어..." ...국수 이벤트 "10분안에 스페셜 국수 한그릇을 비우신 분에겐 국수 비용을 공짜로. 대신, 비우지 못한 분은 국수 가격을 더블로 받습니다☆"라고 친절히 별까지 적힌 공고문 아래에서 거대한 국수 그릇 앞에 쓰러지고 있는 친우들을 시야에 담을 수가 있었다. ...뭔짓거리야, 이 녀석들...
219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6:01:18 ID:oiRFgkiKTes 그럼 의견을 받아들여 조금 쉬도록 할까☆
221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7:03:15 ID:oiRFgkiKTes 내가 입구에서 진지하게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는 사이, "후, 후후... 왔는가, 동지... 뒤는 너에게... 맡기ㅁ..." "맡기지마, 이 자식!" "쿠헉!" 난데 없이 나를 발견하자마자 책임을 떠넘기려는 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력으로 달려들어 곧 바로 태클을 먹여준다. 이 자식들이...! 잠시 신경쓰지 않았더니 무슨 짓거리들이야?! 이벤트라니, 보통 저런 거 먹을 수 있게 만들지 않으니까 붙여놓는 거 아냐?! 낚이는 건 한명 정도로 하라고?! 그래야 재미도 보고 지출도 감소하고 좋잖아?! 다 같이 덤벼드는 건 또 뭔데?! 게다가 한명도 성공 못했잖아?! 거기서 나에게 책임 전가하려고 하다니, 나를 말려죽일 생각이냐!! 이번엔 생각만으로 끝나지 않았지만, 녀석들은 내 외침에 대꾸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대부분 무언가 소화제 같은 걸 먹고 쓰러지듯이 국수그릇 옆에 머리를 박고 있었으니까. 여자 남자할 것 없이 그런 상황을 연출하고 있어서, 그걸 바라보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묘했지만, 그것보다 문제는... 나를 바라보는 주방장(으로 보이는 아저씨)의 눈빛이었다. 나는 주방장의 턱짓에 의해, 종이를 다시 한 번 보았다. "10분안에 스페셜 국수 한그릇을 비우신 분에겐 국수 비용을 공짜로. 대신, 비우지 못한 분은 국수 가격을 더블로 받습니다☆" 그 밑부분. "쓰러진 동료를 위해 대신 참가가 가능! 하지만 실패시 4배의 가격을 지불해주셔야 합니다☆" ...즉, 저 별표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 주방장께선, 지금 나에게 승부 아닌 승부를 걸어오고 있었다. 주방장의 눈빛은, "네놈도 사내라면 먹어봐라"라고 말하고 있었다. 훗, 지금 나에게 승부를 거는 건가?!
......왜 난 멋대로 또 텐션 올려버렸을까... 알바생인지 어떤지 모를 소녀가 주방장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국수를 내려놓는 걸 보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222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7:08:33 ID:oiRFgkiKTes 음, 한번만 더 쓰고 검도 다녀올까나
223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7:16:56 ID:oiRFgkiKTes 역시나 무리. 시간은 10분이었지만, 일반 국수 그릇의 3배 이상은 되어보이는 크기에 내용물이 가득한 국수다. 그릇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부를 정도의 녀석이라, 아무리 냄새가 좋고 맛이 좋다고 하더라도 꾸역꾸역 입안으로 밀어 넣는 것이 전부였다. 5분쯤 지났을 때 시간을 재던 여자(국수 그릇 놓아준 녀석)가 시간을 말해주기 시작했는데(카운트 다운처럼), 그때 난 반 이상 먹긴 했어도 텐션이라던가 속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도 주변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건, 그게 당연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조금, 어이 없게도, 어리다는 걸 증명해버리 듯이, 오기가 생겨버렸다. "오오" 나지막한 환호도 무시하고, 속도를 높인다. 조금씩이나마, 높이고, 높이고, 높인다. 꾸역꾸역 먹던 말던 상관 없이 입안으로 넘기고, 씹고, 삼킨다. 국수를 말 그대로 '마셨다'. 십몇초 남기고 다 먹는데에 성공...! 우하하하! 어떠냐! 나는 하면 할 수 있는 남자라고...! 네 녀석들과는 의지와 근성과 위가 틀리단 말ㅇ...! 우웨에에엑. ......뭐, 그렇게까지 먹고 텐션 높이면 토하는 게 당연한 거지만. 일단 참아서 화장실에서 처리할 수 있었던 게 무엇보다도 다행이었다. 덕분에 녀석들이 감사의 말들을 한마디씩 해주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고... 속은 더부룩하고, 입안을 물을 마셔도 껄끄럽고, 기분은 한없이 다운되고, 당장이라도 자고 싶은 기분 만만이었으니까. 그래도, 나름, 재밌었다. 배를 붙잡고서도 환호해주던 녀석들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싫은 일을 한 건 아니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버리고 마니까. 그렇지만, 모두들 속이 안 좋아져서, 그날 하루는 그냥 방에서 뒹굴며 보냈지... 첫날은 뭐-. 속이 안 좋았다보니 그렇게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 밤의 이벤트따위,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여자들은 가지고 있지 못했으니까.
224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7:17:15 ID:oiRFgkiKTes 그럼, 20분부터 준비하고 검도 가보실까.
225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7:20:03 ID:Uq65qFXrEck >>221-223 ㅋㅋㅋ 놀러가면 종종 있는 에피소드로군 난 달달한 연애(틀려!)가 더 보고싶지만 갔다와라 ~
226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7:24:54 ID:oiRFgkiKTes >>225 미안하지만 '연애'는 없다. 말 그대로 '짝사랑 푸념'이니까.
생각보다 빨리 준비가 끝났다. 30분에 출발할 건데-. 뭐, 그 사이에 조금 끄적여볼까
227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7:30:48 ID:Uq65qFXrEck >>226 그게 어디냐 난 가슴이 식어버린지 1년이 넘어간다... 너만큼 즐거운(?)날도 별로 없었고 ㅎ
그런의미에서
부럽다!!!!!!!이자식
228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7:34:58 ID:oiRFgkiKTes 둘째날, 남자들 중에서는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아직 5시 45분이 약간 지난 시각. 보통의 나라면 죽은 듯이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이다. 그래도 이미 일어난 이후이고, 다시 잠들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라, 그대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가볍게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 다음 밖으로 나왔다. 역시나, 꽤나 쌀쌀했다. 밤의 바닷바람은 그다지 차갑지 않다지만, 지금은 거의 아침이다. 식어버릴대로 식어버린 바다는 찬바람밖엔 보내주지 않았다. 우선 난간을 따라 조금 걸었다. 어차피 잠을 깰 용도였고, 시간 때우기였으니, 그것 이외에는 할만한 것도 생각나지 않았으니까. 그러다가, 난간에 기대고서 바다를 넋놓은 채 바라보고 있는 혜원을 마주칠 수 있었다. 뭐야, 이 녀석은. 이렇게 일찍 바다라니, 지금이 몇시라고 생각하는 거야?(자기자신은 생각하지 않는 바보 녀석)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저 멀리서부터 여자 한명이 달려왔다. 우리반이다. 혜원하고 종종 어울렸기 때문에, 반 녀석들 중에서는 얼굴을 마주치는 비중이 많은 녀석들 중 하나이니까 금방 알아봤다. 그 녀석은 나를 보더니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5캔 정도 사온 캔커피 중 하나를 나에게 넘겨주었다. 고맙다고 말하고 받아들었는데, 어째서 둘인데 5캔이나 사온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물론, 나중에 알게된 바로는, 그 녀석... 계속 그 녀석이라고 하기도 뭐하니 소연이라고 정정하자. 어쨋든, 소연은 카페인을 무진----- 장!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좋아하지만, 녀석만큼은 아니라도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어쨋든 그렇게 셋이서 별것도 없고 주제도 없으며 유유부단한 대화를 하고 있자니, "뭐야, 너희들. 깨어있었냐?" 하나 둘, 녀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좋지 않냐? 라고, 둘한테 몰래 물었더니, 소연은 "응"이라고 즉답해주었고, 혜원은 또 이전의 미소를 지어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건, 끄덕임의 뜻으로 봐도 되겠지?
229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7:36:20 ID:oiRFgkiKTes >>227 굿 엔딩을 맞이하면 그렇겠지. 난 6년이 지났어도 식지 않아서 고생하고 있다고~? 뭐, 계속 고생할 거지만. 부럽다면 만들어. 나는 저래봬도 꽤나 겉돌았으니까. 저런 날들은 거의 없었고.
8시 알바. 최근 몸이 피로해서 검도도 기본적인 부분만 홀로 하고 있는데도 몸이 악화만 안 될뿐 나아지지가 않아... 어째서냐...
233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9:30:04 ID:9NA/vqrKgDk >>232 난 운동을 안해서 잘 모르겠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보 전진을 하기 위한 힘을 모으는중 아닐까?(몸 속에서) 이런 사례를 들긴 그렇지만 게임을 할때 해도 해도 안는다는 생각이 가끔 들거든? 그럼 다른것에 도전 해보는데 <-이건 뻘소리야 하여튼 계속 하다보면 괜찮아지면서 오히려 실력이 늘더라구
234 이름:이름없음 :2010/01/21(목) 19:37:54 ID:lPNBXj7OnDw >>232 검도 기본적인거면.. 대련 전에 운동하는 그거 ? 팔 들어 머리치기였던가 ... 그런거 앞에 하는 운동들.
236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1:05:23 ID:47bZIbhfBPY >>233 검도는 계단 형식으로 실력이 향상되니까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지만, 그것과는 달라.
>>234 아니. 나의 경우는 그것보단 실전 중심의 기술들을 타격대에 홀로 연습한다. 죽도 감아 머리치기라던지.
237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1:05:57 ID:47bZIbhfBPY 살아는 돌아왔지만 뱃속이 부글거리는 건 어째서...? 뭐, 이젠 가게 종료될 때까지 함께 있는 게 당연해서 이런 것도 익숙하지만
238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1:25:46 ID:47bZIbhfBPY 그 이후로, 점심시간이 되어 우리반 간판씨의 지인들께서 마중을 나올 때까지 무작정 놀기가 시작되었는데, 괜히 8명이나 달라붙어 만든 의외의 고퀼리티 성 제작, 수박은 비싸다- 라는 의견에 의해 눈 가리고 사과깨기에 도전하여 사과가 수박의 수십배는 어렵다는 걸 몸소 체험, 일부러 파도가 치는 곳까지 가서 조달해온 모래로 머리만 내보이고 남자 두명 함께 묻어버리기 등 꽤 재미있는 짓거리들을 해주었다.(물론 나의 경우는 대부분 뒤에서 관람했다. 귀찮은 건 질색이니까) 그리고 점심시간에 또 다시 국수에 도전하는 뻘짓을 되풀이한 우리는, 이번에야 말로 완패하여 괜한 지출을 만들고서도 만면에 미소와 함께 차에 올라,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나의 경우는 캔커피를 홀짝이며 최대한 버텨보았지만, 가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다른 차 녀석들이 잠들어 있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피로가 몰려와, 나도 그제야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한밤중. 학교 앞에서 내려 모두 희비를 교차하며 헤어졌는데, 나의 경우는 꽤나 막혀있던 속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시원한 기분이라고 하기엔 미묘했지만,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하면 그거겠지. 그리고, 모두 헤어져 집으로 향할때, 나 또한 마찬가지로 집으로 향했는데, 나는 가는 도중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만 했다. 차에서 내린 뒤, 모두 여러 가지 잡담을 하고 나서 헤어졌는데, 나의 경우는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넋을 놓은 채 대화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가, 이야기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집으로 향했기 때문에, 깜빡하고 짐을 바닥에 두고 와버린 것이었다.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건지-. 그리고, "흐, 으, 부탁... 이니까..." 보고 말았다. "제, 발 그만..." ...교문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소연이 처음 보는 남자 둘한테 몰리고 있었다.
239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1:42:26 ID:47bZIbhfBPY 처음에는 소연을 발견하고도 녀석이란 걸 알아보기까지 다소의 시간이 걸렸다. 소연은 나와 반대편으로 간다고, 혜원하고 이야기할 때 흘깃 들었었으니까. 그런데 내 가방을 든 채로 남자 둘에게 몰리고 있었다. 상황을 볼 때, 이유를 유추해내는 건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내 가방을 가져다주러, 어딘지로 향했을지도 모를 나를 뒤쫓아, 내 가방을 들고 뛰어와준거다. ...그런 생각을 했더니 머리에 피가 몰리고 말았다. 뒷일을 생각하지 못하고, 달려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는 정말 어린 녀석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상대는 체격적으로도 나를 압도하고 있었고, 게다가 둘이었다. 귀차니즘으로 중학교 라이프를 보낸 내가 이기기엔 무리가 많았다. 그런데도 어떻게 되리라고 생각한 건, 어리기 때문에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진 거였는지, 단지 머리에 피가 몰리기 쉬었던 성격이었을지는 아직도 잘은 모른다. 단지, 녀석들을 때려눕히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해서, "아? 뭐야?"라며 여유롭게 돌아보는 선글라스를 낀 남자의 면상에 주먹부터 꽂아넣어버렸다. 하지만, 체격적으로도 차이가 있는데다, 귀차니즘으로만 가득한 생활을 보내온 나에게, 그 한방으로 남자를 잠재울 만큼의 위력이 있을 리 없었고, 당연하게도, "이 자식이!" 그대로 어설픈 카운터를 안면에 적중 당하고서, 곧 바로 비틀 거리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안경이 약간 파고들어 눈에서 눈물이 나왔고, 오른쪽 렌즈에는 금까지 가있었다. 코가 얼얼했고, 입이 멋대로 벌어졌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쓰러질 뻔했지만 기합으로 버텼다. 녀석을 올려다보면서 허세를 부려보았지만, 녀석이 움찔한 이유를, 이때까진 전혀 몰랐었다. 단지, 그것만으로 약간 기세가 올라, 또 다시 덤벼들었다. 하지만, 당한 건 역시나 이쪽이었다.
240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1:44:16 ID:47bZIbhfBPY 눈물과 금이 간 렌즈로 인해 시야가 절반이나 빼앗긴 상황에서 위력적인 휘두르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완력이 약했던 나에게 있어서, 선공은 위험한 것이었다. 곧 바로 팔에 막히고, 또 안면에 주먹이 꽂혔다. 또 비틀거린다. 뒤로 물러서버리고 말았다. 할아버지 얼굴이 떠올라서, 이빨을 갈면서, 버텼다. 다리가 후들거려도, 근성으로 버텼다. 그렇지만, 기합을 넣어도 다리에 더 이상의 힘은 들어가지 않았다. 버티는 게 고작. 단지 두방만에 그렇게 되었다. 한심해서 고통과는 다른 의미로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도 녀석들을 노려봤다. 눈빛으로나마 죽여버리고 싶었으니까. 있는 것이라곤 남자로서 무력하게 보인 것에 대한 창피함, 나를 무력하게 보이게 만든 녀석들에 대한 분노뿐이었다. 어느 센가 무엇 때문에 머리에 피가 몰렸는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그때의 나는 어렸다. "이자식 미친 거 아냐?" 그때는 뭐라고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나중에 소연에게 사정을 들었을 때 녀석들은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들리지 않았는데도, 분노가 축적되어서, 또 달려들고 말았다. 또 팔에 휘두르기가 막히고, 이번에도 안면에 주먹이 적중당했다. 세번째. 이번엔 정말로 쓰러진다. 쓰러져버릴 것 같다. 고통이 이미 어느 경계를 넘었다. 이미 얼굴에 감각이 절반쯤 없었다. 아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또 할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빌어먹을......!!! 주먹이 안면에 적중 당한 상태로 다리하고 허리에 힘을 주어 버티고, 오히려 머리를 들이밀고 들어갔다. 이번에야 말로 네 놈의 면상에 처박아주마...! 그리고, 내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241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1:44:32 ID:47bZIbhfBPY 왜 이리 졸린 거야...
242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1:57:15 ID:47bZIbhfBPY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몇번 본 적 있는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 양호실의 천장이었다. 시야가 흐릿했지만, 언제나 잠에서 깨어날 때면 안경이 없어 마찬가지의 광경을 보아왔기에 별달리 허둥대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나에게 시야를 제공해주던 안경은, 꽃병 옆에 자리잡은 채, 처참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제야, 상황을 인식할 수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움찔 떨며 반사적으로 소연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이도, 내 걱정은 기우였는지, 소연은 옆에서 잠들어 있었다. 조금 한숨을 내쉬고 있자니, 홀로 소란을 떤 것에 기척을 느낀 건지 녀석이 일어났다. 중1때는 어떻게든 1m 이내의 것들이라면 윤곽으로 알아보는 게 가능할 정도는 되었기 때문에 안경이 없어도 녀석의 얼굴을 알아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물론, 녀석이 자고 있을 땐 옷으로 알아봤지만) 녀석은, 일어나자마자 내 얼굴을 보고선, 희비가 교차하는 표정을 차례차례로 보여준 뒤, 이내 뭔가 말하고 싶은 건지 입을 뻐끔거리다가, 그게 잘 안 되는 걸 뒤늦게 눈치채고선 조금 심호흡을 하곤, 나를 설교하기 시작했다.
243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1:57:24 ID:47bZIbhfBPY 왜 뛰어들었냐, 잘 설명하면 넘어갈 수 있었다, 강하지도 않으면서 무슨 영웅 흉내냐, 그꼴을 보니 걸레짝이다, 같은, 도와준 입장에서 볼 땐 심한 말들을 들었지만, 녀석은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나도 알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분명, 불안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요즘 여자들하고 얽히는 일이 많아져서, 그 정도 감정을 읽는 것은 가능하게 되어버렸다.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어쨋든 있어서 나쁜 것은 아니었기에, 그런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버리고, 녀석을 달래는 데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입안과 코는 너덜너덜해서 얼얼함만이 느껴졌고, 눈물 자국도 남아 있어 꽤나 보기 흉했지만(양호실의 거울로 얼굴을 알아보았다), 무모한 녀석에겐 그 정도가 딱이라며 소연은 오히려 꼴 좋다고 비웃어주었다. 물론, 진심이 아니란 것쯤은 알지만 말이지-. 너무하잖아, 나름 전력으로 도와줬는데... 일단, 그대로 학교에 남아버리면 녀석의 잔소리를 계속 들을 것 같아 적당히 세수하고, 안경을 쓰레기통에 버리고서,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물론, 녀석의 집까지 같이 걸어가주긴 했다만, 돌아올 때 상당히 고생했다지... 녀석의 뒤를 따라 걷다보니 길을 기억못해서 시야가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그땐 정말 잘 안 보였으니까. ...결국, 집에 도착한 건 그 후로 2시간이 지나서였다.
244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1:57:34 ID:47bZIbhfBPY 지금은 지켜봐주는 녀석이 없는 건가.
245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2:12:19 ID:47bZIbhfBPY 다음날 아침, 부모님의 잔소리와 함께 안경을 새로 맞춘 나는, 집으로 돌아오던 중 막대기 하나를 주웠다. 조그마한 봉 같은 것이었는데, 내 키에 알맞은 길이였던데다가, 표면이 꽤 다듬어져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 몰래 집으로 가지고 왔었다. 어제 일을 떠올린다. 도중에 기억이 끊겨 공격을 정확히 몇번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선공을 빼면 기억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내가 녀석들에게 먹여준 건 없었다. 그나마 내가 위협적이지 못해서 다른 쪽이 끼어들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끼어들었다면 그 정도로 끝날 리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약한 놈이다, 라고. 누구를 구하기는 커녕 자기를 지키는 것도 불가능하고, 면상을 갈기고 싶은 녀석에게 기습 선공이 아니면 제대로 된 공방조차 불가능한 애송이라고. 몰아세우고, 몰아세우고, 몰아세운다.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언제나 자상하면서, '남자라면'이라는 말을 꺼낼 때면 아버지보다도 눈이 무서워지는 분이시다.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셨다. ...물론,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대부분 기억 못한다는 게 한스럽지만. 어찌되었든, 할아버지의 조언 중 하나는 '남자라면 자만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인식하고 거기에 만족하지 말고 절대로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며 항상 위를 보고 그곳에만 목표를 정하며 위로만 올라가라'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가 해주신 말들은 하나 같이 떠올릴 때마다 확연히 뇌리에 박혀있는 게 느껴진다. 그 정도로, 그런 말씀을 하실 때의 할아버지는, 위엄있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평소와는 기개 자체가 전혀 달랐다. 그 모습이 너무 강렬해서, 아직도 말씀하실 때의 얼굴이 기억날 정도다.
246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2:12:28 ID:47bZIbhfBPY 떠올리자마자, 숨을 길게 내쉰다. 아직 방학은 남아 있다. 봉을 강하게 잡는다. 어제 녀석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약하다는 게 너무나도 확실하게 피부로 느껴져서, 이를 깨문다. 그런 생각을 담아서 봉을 한 번 휘둘러본다. 그다지 손에 익지도 않고 운동에 적합하다고도 할 수 없었지만, 그때 내가 구할 수 있는 '검'으로선 가장 훌륭했다. 그래서, 옛날 생각을 떠올리며, 중단을 취했다. 초6때, 반년간 검도를 했었다. 그때는 정말 대충대충했고, 자주 배구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걸 했기 때문에 제대로된 운동을 하지는 않았다. 관장님이 시키셔서, 부모님이 시키시니까 어쩔 수 없이 했었다. 지쳤다는 이유로 몇번 빠지기도 했다. 그런 건 운동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야 말로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목표가 정해지니, 방학이 끝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247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02:17:24 ID:47bZIbhfBPY 여담이지만, 물론, 방학이 끝나면서, 어리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게, '귀찮아졌다'라는 이유만으로 검을 다시 놓아버렸다. 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때의 내 가슴에 불을 피워준 녀석들을 다시 만나는 일따위 없었고, 비슷한 녀석들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어린 주제에 귀차니스트였던 나는 의욕이 꺽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는 정말로 손이 벗겨질 정도로 했다. 양말과 신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바닥에서 피가 날 때까지 했다. 서툴게, 부모님 몰래 손에 붕대를 감고서라도 봉을 휘둘렀다. 다시 검도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지만, 초등학생때의 반년과 중학생때의 한달따위,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운동이라고 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긴 하지만 말이지. 무모하다고 해야하나,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할까... 뭐, 의욕 만큼은 그때가 절정이었지만.
249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1:25:00 ID:Qemkv/awzak >>248 전부 잘읽고 있어. 스레주! 흐음, 뭐라고 말해야 되야 하는지... 여튼 나라도 그 상황이 너무 분했겠다. 거기다가 중간 중간 나오는 할아버지 말씀이 정말 좋은것밖에 없고... 뭐 그렇다구; 오면 계속 이어서 써줘~!
250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1:48:50 ID:47bZIbhfBPY 애초에 몰두할만한 일이 있다는 것만큼 빨리 지나가는 것도 없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앗 하는 사이에 여름 방학을 보내버리고 말았다. 그때까지도 손이 덜 나아서 부모님께 잔소리를 들으면서 붕대를 감은 채 학교에 갔었는데, 몇몇 녀석들이 붕대에 대해 물어오는 걸 무시하는 게 고역이었다. 특히나 혜원이 의외로 가장 큰 난관이었는데, 아무말 없이 지긋이 쳐다보는 것만큼 무시하기 힘든 것도 없었다. 물론, 이유를 말해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유가 녀석의 친구에게 있는 만큼, 별로 말해줘서 걱정시킬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소연에게만은 말해야 했다. ...자기 때문이 아니냐고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아니라고 잡아 때기만으로는 녀석을 진정시키는 게 불가능해서, 일단 스스로를 위해서라고 말해주었지만, 그때는 그다지 납득해주지 못한 모양이었다. ...애초에 내 가방을 가지고 달려와주지 않았으면 그런 꼴도 안 당했을텐데. 녀석을 보았을 때 그런 생각이 들며 함께 죄책감이 느껴졌지만, 녀석은 이미 그때의 일은 잊어버렸다며 손사래쳤다. 애초에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라고 해주었지만, 그래도 반은 내 잘못이라고, 아직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만다. 녀석이 찾아온 건 방학식이 끝나고 매점으로 향했을 때였는데, 그때 일의 보답이라면서 단팥빵과 딸기 우유를 들고 있는 내 손 위로 하나씩 더 얹어주었다만, 솔직히 말해서, 많으면 기쁜게 사실이지만, 난 손이 2개라고...? 그걸 두고 거절하지 말라며 달려가버리면 어쩌잔 거야?! 난 거절하기도 뭐해서 잠깐 들어달라고 말하려고 했을 뿐인데?! 그치만, 내 속마음따위 알아줄리 만무한 녀석은, 내가 거절하는 모습으로 보였는지, 마구 달려서 내 시야 안에서 사라졌다. ...하아, 결국, 남은 건 손 위에 어중간하게 얹혀져 있는 단팥빵과 딸기 우유, 그리고 손에 집혀있는 마찬가지의 것들. 한숨을 내쉬어도, 가져가기 힘든 상태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251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1:49:32 ID:47bZIbhfBPY >>249 왔지만, 오랜만에 오전에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어째서일지...
252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1:53:01 ID:47bZIbhfBPY 잠시 멈칫. 좀 쉬고 쓸게
253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4:58:00 ID:pEcP76AiTX+ 이제야 다시 보는군.. 넌 나보다도 빨리 검도를 시작했군 'ㅅ'
소연.... // 귀엽잖아 ㅁ-ㅋㅋㅋㅋ
254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6:21:34 ID:47bZIbhfBPY 너무 오래 멈칫했나?
>>250 오타다. 방학식->개학식
255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6:28:49 ID:47bZIbhfBPY 일단 교실로 돌아오는 사이에 서연을 마주쳤는데, "오오, 갑부!"라며 달려들어 딸기 우유를 뺏어갔을 때는 조금 울컥했다. 얼마나 힘들게 가지고 온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애초에 너에게 줄 의무는 없어?! 그리고 그거, 받은 거라고?! 가지고 갈 거면 내 걸 가지고 가란 말이다...! 일단 보답 받은 걸 주기도 뭐해서 원래 집고 있던 딸기 우유를 대신 내밀어 교환을 요구했지만, 녀석은 그런 내 행동을 의심쩍어하며 쉽게 바꿔주려고 하지 않았다. ...뭐, 결국은 무언의 시선으로 압박해서 바꾸게 만들었지만, 애초에 왜 내가 녀석에게 딸기 우유를 적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단팥빵을 씹으며 텁텁해지는 입안을 느끼며 그런 생각을 했더라지... 뭐, 어차피 지나간 일이지만은.... 어찌되었든, 그렇게 평소와 마찬가지로 등교시킨 주제에 뻔뻔스럽게 10시가 되어서야 TV에서부터 얼굴을 들이민 교장 선생님의 면전을 뇌리에 다시 떠올리며, 괜스레 딸기 우유에 대한 분노를 교장 선생님에게 사념파로 보내준 뒤 교실로 돌아가 가방을 집어들었는데, 가방에서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허리를 숙여 주워들었더니, 붕대였다. 난데 없이 무슨 붕대냐, 싶어 집어들어보았지만, 딱히 누가 두었다거나 하는 표시는 없었다. 내 손에는 아직 붕대가 감겨 있는 상태. 상황으로 보건데 누군가가 내 손이 안쓰러워서 두고 갔다는 것이 가장 확률로선 높았지만, 소연은 이미 단팥빵과 딸기 우유를 적선해준 상태. 붕대까지 두고갈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줄 거라면 아까 같이 주었으면 될 터였고. 서연은-. 애초에 내 손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으니 어차피 걱정따위 하지도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남은 건---.
256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6:28:57 ID:47bZIbhfBPY 고개를 돌려, 옆자리를 시야에 담는다. 어차피 남아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거기에 항상 앉아 무뚝뚝하게 필기를 하는 녀석을,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답하는 게 무척이나 서툰 녀석. 묵묵히,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내밀고도, 거기에 의문을 품지 않을 녀석. 붕대는, 그 자리에서 갈아끼운 뒤, 조금 든든해진 듯한 손을 내려다보며, 나는 느긋하게 하교를 했다.
257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6:38:58 ID:47bZIbhfBPY 때는 8월의 중순. 이제 장마가 온다고 말해주는 듯한 습기와 주위를 후끈하게 달아오르게 만드는 태양의 열기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2학기가 왔다는 신호로서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학생들의 몸이 그 사실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교복은 1학기 때와는 다르게 하복으로 교체되었던 데다가, 모두들 사춘기에 성장기를 맞이하는 한창일 때라(나의 경우는 고1부터 성장하기 시작했지) 1달 반 정도를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보는 녀석들은 꽤나 인상이 바뀌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바뀐 건 역시나 여학생들이었는데, 남학생들의 경우는 대다수가 바뀌지 않았다고는 해도, 여학생들은 오히려 대다수가 바뀌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가장 바뀐 건 스타일로, 헤어 스타일로 시작해, 옷을 입는 센스마저 바뀌어서, 체육복마저 개량시킨 녀석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그것은 나의 악연들과도 인연이 있는 것들이라, 내가 앞에서 기재한 세명 모두 인상이 약간씩 바뀌어 있었는데, 혜원의 경우는 헤어 스타일이 정말로 바뀌었다.
258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6:43:44 ID:47bZIbhfBPY 머리를 확 잘랐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단지 어깨를 지나 등까지 흘러내리던 흑발을 하나로 묶어, 더위를 호소하는 목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포니테일이나 생머리에 꽤나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꽤나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는데, 나는 그때 처음으로 '여자는 머리만 들어올려도 인상이 확 바뀐다'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그 다음으로 소연의 경우는 머리 색깔을 살짝 물들였는데,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지만, 멀리서 볼때는 솔직히 말해서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 정도로 옅게 물들였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분위기 같은 것이 바뀌어서 조금 놀랐다. 더 활기차 였다고 해야하나... 그런 방향으로. 마지막으로는 서연. 이 악연 중의 악연님께서는 셋 중에서 가장 안 변했다고 좋을 정도였는데, 실제로 머리를 염색했다거나 스타일을 바꿨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스타일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길이도 아니었지만, 그 부분은 정말로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로 조금 놀랐었다. 물론, 아예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로, 앞머리를 약간 잘랐었는데, 약간 눈앞까지 내려오던 앞머리가 개학식의 다음날 만났을 땐 이마의 한중간까지 라인이 올라가서 조금 놀랐었다. 안 그래도 개방적인 성격이 더 개방적일 정도로, 성격마저 더 화끈해졌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더 털털해진 느낌이었다. 네 녀석이 아저씨냐-. 라고 놀리기도 했었지. 물론, 여담이지만, 우리 반에서 가장 변하지 않은 건, 나와 몇몇 남정네들뿐이었다.
259 이름:이름없음 :2010/01/22(금) 16:44:44 ID:47bZIbhfBPY 여기서 또 잠시 Cu---T!
268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5:38:02 ID:oYULQkYUOc 오늘은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쉬게 해주셨다. 덕분에 검도, 밤이 되면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가서 미친듯이 해보려고 하는데-.
그전에 끄적여야 하나...? 그보다 방금 일어나서 죽겠다... 제길, 아침에 자는 게 아니었어...
269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5:40:11 ID:oYULQkYUOc 8월의 말이 되어서는 더위가 극을 달렸는데, 선생님들 조차도 수업의 절반을 더위를 식히는 데 써도 좋다는 말을 할 정도로, 무척이나 더위가 극성이었다. 그렇기에, 안 그래도 귀치니스트였던 나는 이젠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사이마냥 책상에 얼굴을 붙인 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점심을 먹고도 매점으로 향하지 않았던 건 그때가 중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이었다. 어찌되었든 그런 더위 속에서도, 소연은 종종 내 앞자리에 찾아왔는데, 혜원만 찾아온 게 아니라, 나까지 대화에 참여하게 만든다는 게 무엇보다도 큰 변화였다. 물론, 그 변화는 당연하게도 여름방학의 '그 때' 이후로, 주변 녀석들 중에선 우리 사이를 오해하는 시선까지 보내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뭐, 그래봐야 더위가 극성이라 금방 사그러들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는 간판 녀석(간판이라고만 부르기도 뭐하니 이 녀석에게도 가명을 준다. 한인으로 정정)은 그대로 2차 여름 더위 타파 계획안으로서 수영장에 놀러갈 것을 제안해왔는데, 이런 더위 속에서 거기에 이름을 적을 바보 같은 녀석이 있을 것 같냐-. 고 중얼거리던 나를 비웃듯이, 또 다시 그 종이에는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물론 이름 적는 걸 바보 취급한 내가 스스로 적었을리는 만무했고, 범인이 누구인지 봤을리도 만무했지만, 나는 내 이름 옆에 적혀 있는 이름을 보고서, 그 범인을 단정지을 수 있었다. ......이혜원. 하지만, 이놈의 더위는, 태클을 먹일 힘마저 나에게 앗아가, 결국, 이번엔 여름 방학 때와는 다르게, 별다른 저항의 의사도 내비치지 못한 채로, 그대로 수영장행을 당해버리고 말았다.
270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5:41:59 ID:oYULQkYUOc 때는 바야흐로 9월 1일. 내 (양력) 생일이 있는 달로서, 어차피 생일 따위는 기억도 못하던 귀차니스트인 나는, 그때, 수영장에 있었다. 모이는 장소는 여전히 모두를 배려하여 학교의 앞이었지만, 수영장으로 가는 건 저번보다 인원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두팀으로 나뉘어 가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그 이유로는 '내기 승부'가 있었다. 수영장으로 가는 루트를 두개로 나누어서 어느 팀이 먼저 도착하나를 과제로 내세우고, 내기의 내용은 출발전에 팀원 한명씩 상대편 팀원 한명과 짝을 지은 뒤, 진 팀이 이긴 팀(즉, 짝지어진 상대편 팀원)의 말하는 것을 한시간 동안 들어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1시간 동안 충실한 신하가 되라는 것이었다. 물론, 웬만한 것은 통용되지만, 거부감이 드는 것은 거부할 수 있다는 조건을 가진채. 조금 흥미로운 일이어서 한발자국 뒤로 빠진 채 제3자마냥 지켜보았는데, 팀은 지하철팀과 버스팀으로 나뉘었다. 나의 경우는 지하철팀으로, 상대의 전력을 확인하고자 잠시 넋을 놓은 채 상대를 한명씩 확인하고 있자니, "오, 너냐? 잘 부탁해." 내 의사와는 관계 없이, 앞머리 라인이 한단계 불쑥 올라가신 악연중의 악연님께서, 그렇게 말해오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헤?" 그에, 나는, 단지 또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패배하면 그냥은 끝나지 않을 거란걸, 0.2초만에 직감하고서.
271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5:44:21 ID:oYULQkYUOc 나는 필사적으로 팀원 녀석들과 함께 지하철로 달렸다. 버스 정류장 쪽이 가깝다면 가까웠지만, 속도로만 따지면 지하철이 위일 거다...! 녀석들보다 먼저 역에 도착하면 이쪽이 유리해...! 그런식의 응원을 되풀이하며 질주와 휴식을 반복. 도중도중에 여자 팀원이 힘겨워했기 때문에 엎고 뛰는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나는 상당히 다리에 힘이 빠진 상태였지만, 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의해 10분도 되지 않아 역에 도착하는 데에 성공을 했다. 혼자서의 전력질주라면 더 빨랐겠지만, 아무래도 단체다보니 시간이 더 걸렸다. 물론, 버스팀 또한 우리와 출발도 비슷하고 속도도 비슷했기 때문에, 역에 도착한 건 우리보다 먼저였지만, 연락책을 이용하여 연락을 주고 받았을 땐, 우리가 먼저 지하철에 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목적지까지의 길을 전혀 모르는 상태. 길을 알고 있는 녀석이 한명, 우리팀에 배치되긴 했지만, 주최자가 버스팀에 있는 것이 마냥 불길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처음엔 잘 몰랐지만, 도착하고 나서는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었다. 학교에서 수영장으로 가는데에는 지하철을 탈 경우 2번이나 갈아타고 빙글 돌아와야 했지만, 버스는 갈아타지 않고도 알아서 한번에 와준다는 것을...! 크윽...! 주최자가 버스팀에 있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뭘 느긋하게 제3자인것마냥 지켜보고 있다가 바보 같이 휘말려버린 거야, 난...! 져버리고 말았잖아?! 상대는 그 악연(서연)이라고?! 어쩔 생각으로 져버린 거냐고, 난...?! ...암담해보이는 녀석이 나 말고도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었지만, 팀원 중의 절반은 그다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짝을 지을 때, 넋을 놓고 있던 나를 제외하곤 반수 이상이 친하게 지내는 녀석들과 짝이 되었었으니까 그럴 법도 했지만, 이긴쪽 팀의 분위기가 오싹할 정도로 전해져왔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태평히 있는 녀석들을 향해 합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법이다. 힘내라, 모두들. 1시간 동안 말이지... ...물론, 나도 힘내야 한다는 건 당연지사인 일이었다.
272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5:46:06 ID:oYULQkYUOc 그렇지만, 내 걱정은 너무나 의외로, 기우인 채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뭐야, 딱히 뭔가 시키길 바랬던 거야?" 녀석이 필요 이상으로 사람이 좋다곤 했지만, 설마 여기까지 좋을 거라곤 생각 못했으니까. 녀석의 명령은 단 하나, '오늘을 충분히 즐길 것', 그것뿐이었다. 그래도 조금 납득이 되지 않아 계속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 실정이었지만, 녀석은 자꾸 짜증나는 표정으로 내기에 연연해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지만, 다른 녀석들과 다른 대우라니, 아무리 그래도 꺼림찍한 것이 사실이었고, 나중에 무슨 말을 들을 지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녀석의 명령대로 수행하려면 그대로 수영장을 즐겨야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 알겠습니다'하고 받아줄만큼의 녀석은 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녀석을 쫓아다니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10분쯤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그 녀석쪽이 먼저 포기를 선언하여, "그럼 1시간 동안 보디가드 역할이라도 해줘"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에, 그때부턴 그 역할에 몰입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의외로 힘든 일이란 것도, 그제야 몸소 알 수가 있었다. 녀석에게 꼬이는 남자가, 의외로 많았던 것. 체격적으로도 그렇고, 아직 성장기도 맞이하지 않은 내가 달라붙어 있어봤자 파리 취급 이상은 받지 못했기 때문에, 멱살을 잡고 노려볼 때까진 녀석들이 떨어지지 않았다.(8월중에 들은 거지만, 내 눈은 의외로 온화함과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아직도 반신반의하지만 말이지...) 그것을 30분간 8번. 의외의 숫자에 정신적으로 지치고 있는 나와는 상반되게, 녀석은 무척이나 즐겁게 놀고 있었는데, 물론 같이 놀고 있는 상대가 버스팀의 일원인만큼, 같은 지하철 팀원을 마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녀석들도 나 못지 않게 피폐해진 모습이라, 그런 상황에서도 녀석들이 조금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물론, 남 걱정할만큼의 여유도 없었지만 말이지...
273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5:47:45 ID:oYULQkYUOc "저 녀석한테 손대지 말라고 했다." 나지막이 중얼거려준다. 체격적으로도, 완력적으로도 그다지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지 못했지만, 주위의 시선이 모일 때가 되자 혀를 차고선 돌아간다. 9명째. 녀석(서연)에게 음흉한(같은 남자가 볼 때는 내면의 숨겨진 일면도 보이는 법이다) 미소를 지으며 아는 척 하는 녀석들을 쫓아버린 숫자였다. 앞으로 2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웃으며 넘기기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버리고 말았다. 물론, 내가 분발하던 안 하던 녀석은 이쪽엔 시선조차 주지 않지만 말이지... 괜히 그런 걸 확실하게 인식해버리면, 필요 이상으로 더욱 힘이 빠져버린다. 그래도 쓰러질 수도 없는 것도 현실이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나마 근성으로 버텨주려고 기합을 넣으려는 순간, "우악!" 갑자기 왼쪽볼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놀라서 나지막이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거리를 벌렸지만, 그런 과민반응에 상대는 오히려 예상했다는 듯이 호쾌하게 웃어넘겼다. ...소연인가. 무슨 짓이야, 정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고생하고 있는 것 같네"라며, 녀석은 분명 '차가운 것'의 정체라고 생각되는 캔음료를 내밀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 같은 팀(그것도 달릴 때 엎어주었던 녀석)이었던 녀석도 보였는데, 꾸벅, 고개를 숙이는 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같은 나이잖아, 이봐... 너무 정중한 거 아냐?
274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5:49:09 ID:oYULQkYUOc 일단 호의를 거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1시간째 땡볕 아래에서 수영장 안으로는 한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한 채 녀석에게 다가가려는 남정네들을 떼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목이 마르는 것도 당연한 일. 나라도 인간이었기에 욕구를 간단히 뿌리치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 벌칙 게임은 최대한 녀석(서연)이 모르게끔 처리하는 것이 포인트. 알아봤자 관심도 주지 않을테지만, 괜히 신경 쓰이게 만들어서야 '보디가드'로선 실격이다. 조용히 처리하는 것만큼 좋은 처리 방법도 없었다. 물론, 주위의 눈까지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쓰며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요령이 좋지 못했다. 게다가 그 포인트를 살리며 하지 않으면 벌칙 게임의 의미도 없고,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으니깐 말이지...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일단 반쯤 진심을 담아서 그렇게 받아쳐주며, 녀석을 시야에 담지 않은 채 피식 웃어주었지만, "그런 걸 진심으로 해주는 녀석은 너밖에 없을 걸?" 이라며, 녀석도 피식 웃어주면서 되받아쳐주었다. 그래서 저 멀리서 심부름을 하며 땀을 흘리는 팀원에게로 시선을 돌려주었지만, "진심이든 아니든 똑같이 괴로워하면 어차피 결과적으로 올라잇이잖아? 이 벌칙 게임이란 녀석은." 그렇게 말하는 건 잊지 않았다. 거기에 무슨 감정을 담았는지, 지금의 나로선 이미 한참전에 잊어버렸지만, 분명 무언가 감정을 담고는 있었다. 적어도 그때의 나는, 그 말을 간단히 말하거나 하지 않았었으니까. 그렇지만, "역시나 별난 녀석이야, 너는" 나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별난 녀석 주제에 웃으며 그런 말 하지 말아달라고-?
275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5:51:18 ID:oYULQkYUOc "그럼, 나는 가볼게" 2,3분의 잡담 동안 무언가 심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힘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웃으면서 녀석을 배웅해주었다. 앞으로 20분. 조금만 더 힘내보실까나. 그렇게 다짐하고 다시 녀석(서연)을 시야에 담았더니, 녀석은 웬일인지 내쪽을 시야에 담고 있었다. 물론, 금방 옆에 있던 녀석에게로 시선을 돌려보렸지만 말이지... 그것만이라면 나의 기우라며 넘어갈 수 있었지만, 곧 녀석이 풀에서 나와 내쪽으로 걸어가며 나에게 '그런 식으로 할 거라면 보디가드는 그만두지 그래?'라고 말해온 걸 들어버리고 말았다. 표정까지는 보지 못했지만, 왜인지 녀석이 가버리는 걸 붙잡을 수가 없었다. 이유따윈 모른다. 몸이 그렇게 반응해버렸으니까. 그렇지만, 역시나 그런 말을 듣는다고 해서 '네, 그렇습니다'라고 말하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 녀석이 되지 못했던 나는, 녀석의 말을 못들은 척 보디가드역을 계속 자처했는데, 다행이도 녀석에게 노골적으로 다가갔던 한명을 제외하고는 서연에게 들킨 채 내쫓은 남정네는 없었다. 서연이 아까, 그 한명에 대한 것만 감사하며 예의라고 음료수를 건네준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었다. ...뭐,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끝났다면 단순히 '수영장에 가서 재미있게 놀았다' 정도로만 적어놓고 끝내도 될 일이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트러블이 생겼다. 그것도, 내가 한 행동이 발단이 되어서 말이지.
276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5:51:40 ID:oYULQkYUOc 어제 적었던 건 여기까지. 으음-. 하나만 더 쓰고 잠시 쉴까...
277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6:02:03 ID:oYULQkYUOc "...너, 까부는 데에도 정도가 있는 거다, 꼬맹이." 멱살을 잡힌 채로 들어올려진다. 상대는 다섯. 그 중 세명은 아까 내가 주위의 시선을 이용해 내쫓았던 녀석들이었다. 제기랄, 동료였나? 운이 나빴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자니, 녀석은 나를 벽에 밀어붙이며(잠시 화장실 들렸을 때 붙잡혔다) 미간을 더욱 좁혔다. "대답하라고. 그 녀석은 우리가 찍은 먹이다. 네놈 같은 파리가 달라붙어 있으면 질이 떨어진단 말이다, 질이." 녀석의 말에, 여름 방학의, 그때의, 녀석들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멱살을 잡아 올린 손목을 잡는다. 방학이 끝남과 동시에 꺼졌던 도화선에 다시 불이 붙는다. 눈앞에 있는 것 같은 녀석들과 만나기 위해서 손에 붕대까지 감아가며, 부모님에게 잔소리까지 들어가며, 소연에게 추궁까지 받아가며 휘둘렀었다. 이런 곳에서 애송이 취급 받을 순 없다. 나를 애송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노력하고, 정한, 나뿐이다. 고개가 뒤로 젖혀진 상태로 눈만 내려 노려보고, 손목을 더욱 강하게 잡았다. 내 멱살을 잡은 녀석의 미간이 더욱 더 좁혀든다. 손목을 꺾는 기술따위 모른다. 관절기따위 배웠을 리 없었다. 단지 분에 못이겨 봉만을 휘둘러와서, 완력이 약간 더 생겼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 것따윈 모른채 난폭하게, 녀석의 손가락을 역으로 깍지를 낀 뒤, 있는 힘껏 오른족으로 꺽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응하지 못한 녀석이, 상체를 오른쪽으로 숙이며 멱살을 잡은 손을 놓았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조금 기침을 하고 있자니, 녀석의 손목이, 약간 비틀려 있는 걸 볼 수가 있었다. 내가 저지르고도 조금 오싹했지만, 오히려 잠시 후엔 오기가 생겼다. 나도, 조금은, 강해졌다. 이길 수 있어...! 그렇지만, 역시 다섯을 상대하는 것따위가, 가능한 레벨은 아니었다.
278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6:02:36 ID:oYULQkYUOc 여기서 잠시 Cut-! 조금 쉴까나~?
279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6:15:08 ID:oYULQkYUOc 왼쪽 손목을 바깥쪽으로 꺽으며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연습도 안 한 기술인데다, 방금 전에 당하고서 그대로 돌려준다고 해버린 만행이라, 위력따윈 없었지만, 녀석이 이성의 끈을 끊게 만드는 데에는 충분히 공헌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몰랐지만, 그 동안 실컷 두드려맞았다. 복부를 맞아 숨이 멈추고, 쓰러졌을 땐 등을 밟히고 머리도 밟혔다. 다행인 건, 뒷통수만 당해서 얼굴쪽은 의외로 상태가 괜찮다는 것. 조금, 입안이 터져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혼자서 구석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는데, 힘겹게 벽에 상체를 기댔건만, 그대로 다시 반대 방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제길, 꼴사납구만.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자니, ".....무슨 꼴이야, 그거..." 조금 떨리는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부터 들려왔다.
280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16:15:15 ID:oYULQkYUOc 당연하게도, 그 목소리는 서연. 괜히 예전 일이 떠오른다.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찾아와주었었지, 이 바보 녀석은. 왜 이렇게 상냥한 거냐고, 제길.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지... "조금, 굴렀다." 최대한 태연을 가장해서 웃어넘기며 그렇게 말해주었더니, 녀석은 한쪽 눈썹을 꿈틀거리곤, 정말로 화났다는 걸 목소리만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따위 대답 듣자고 물은 게 아냐!! 어째서 그런 꼴 하고 있냐고 묻고 있는 거라고!!" 듣는 내쪽이 움찔할 정도의 기세로 그렇게 외쳤다. ...이건,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나. 그래도, 솔직하기 말했다간, 이 녀석, 정말로 어떻게 될지 몰랐다. 망가져버린다, 이번에야 말로. 자기가 원인으로, 누군가가 다치는 게 괴롭다는 건, 여름 방학의 그때, 충분히 느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자고, 그렇게 결심하고서 입을 열어, "조금, 화장실에서 담배 피는 녀석들이 있어서 조금 짜증냈더니 의외로 동료가 많아서 당했을 뿐이야" 라고, 방금 생각한 것치곤 괜찮은 변명을 해주었지만, "네가 그런 짓 할리 없잖아?"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해왔다. ...하아, 어디까지 사람이 좋은 거야, 이 녀석은. "내가, 들으면 안 될 정도의, 일이라면, 안 들을게." 목소리가 끊긴다. 얼굴은 안 보고 있지만, 분명 울고 있다, 저 녀석. 거짓말이 서툰 건 아니었지만, 녀석 같은 경우, 타인의 거짓말은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게 가능했다. 선천적으로 상냥한 놈이라서 말이지... ...결국, 말해주고 말았다. 나란 놈은 최악이구만---.
298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0:45:58 ID:wUymZmRkDc >>296 ㅋㅋ 꼭 쓸필요는 없지만 내일 하루종일 밖에 있어서 orz 이 글을 읽을수 없단말이지 ! < 응?
299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01:56 ID:CuX5ddyYP6 아, 미안 조금 몬헌 설치하다 왔다. 한개 써둔게 있으니 복사-!
300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02:07 ID:CuX5ddyYP6 우선 진정시키기 위해 음료수를 뽑아와 건네주었더니, 녀석은 "바보 아냐?!"라며 화까지 내면서 가로채듯이 음료수를 받아들고는, "애초에 말야"로 말을 잇더니, 그 다음으로는 갖가지 욕설 아닌 욕설까지 섞인 설교 아닌 설교를 감행. 녀석의 설교가 끝난 건, 내 '보디가드 역할'이 끝나고 20분이나 더 지나고 나서였다. 물론, 녀석은 생각 이상으로 꽤나 자재심을 잃지 않고 있었는데, 그건 시간이 지날 수록 더해져, 설교가 끝날 무렵에는 이미 완벽하게 녀석다워졌다. ...아무래도, 이 녀석을 상대로 걱정을 한다는 건 쓸모 없는 짓이었던 것 같았지만, 녀석이 나를 생각해줘서 그랬다는 것 정도는, 아무리 그때의 나라도 알 수가 있었기 때문에, 순순하게 설교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뒤로는 '너도 놀아'라며 나를 끌고 갔었는데, 나의 경우는 셔츠로 몸을 가리고 있는 상태라(상처도 생겼으니) 조금 곤란해 했던게 기억난다. 물론, 방금했다가 소연에 의해 벗겨져버려, 또 설명해야하는 귀찮은 상황을 맞이했단 건 여담.
302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12:21 ID:CuX5ddyYP6 패치 완료-. 나중에 해야지~
303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12:56 ID:CuX5ddyYP6 >>301 잘 읽다보면 소연 누군지 알잖아? 위에 기재했을텐데. 이름 적을때
304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13:30 ID:CuX5ddyYP6 카페인 무진장 좋아하는 녀석, 이라고 하면 알아들을려나
305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18:05 ID:oYULQkYUOc 그렇게 파란만장한 중1의 여름 이야기는 끝. 내 생일이 있는 달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벤트가 없었던 건, 그땐 아무에게도 내 생일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애초에 내 생일날 부모님이 케이크 사다 주어서야 나 자신도 눈치챌 정도였으니깐 말이지...) 그렇게 별다른 일도 없이 9월이 지나고, 슬슬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날씨 때문에 하복도 다시 벗어던지고 동복으로 돌아갔지만, 역시나 재빠르게도 학교의 녀석들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또 다시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했다. 여름이 전체적인 이미지로 개방적인 이미지라면, 가을은 얌전한 이미지로, 짧아졌던 머리가 다시 길어지지만, 다시 짧아질 생각을 하지 않는, 그런 계절이었다. 나무의 잎이 절반 정도 줄어들어보이는 게 결코 눈의 착각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 건 조금 더 뒤의 일이지만, 그래도 쓸쓸한 기분과 쌀쌀한 바람만큼은, 이제 여름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사실들 중 하나였지만, 애써 그런 기분을 날려버리는 것도, 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추운 건 싫고 말이지. 그렇게 10월을 맞이했는데-. "너, 추워보이니까, 이거 줄게" 어째서인지 목도리를 받아버렸다.
306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18:21 ID:wUymZmRkDc >> ... 캔커피를 5개 사온?
311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29:46 ID:oYULQkYUOc 목도리를 준 것은 소연으로, 왜인지 여름 방학 이후로 많이 얽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뭐, 정말로 선의의 선물일 뿐이겠지만, 선물이란 걸 받아본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조금 신선한 기분이었다. 분명, 가을치고는 추웠지만, 목도리를 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겨울까진 목도리를 봉인해두기로 했지만, 받은 게 있으니까 보답도 있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내쪽은 무엇을 주면 좋겠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녀석은 단연코 거절만 했다. 그나마 계속해서 몰아붙인 끝에 딸기 우유 한달치, 라는 건 거절하지 않아주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쪽이 득보고 있는 기분이라 조금 기분이 묘했다. 덕분에 한달 동안 딸기 우유를 사줬어야 했다지... ...덧붙이자면, 그걸 본 서연이 난데 없이 자기가 끼고 있던 털장갑을 쥐어주더니, 자신도 딸기 우유 한달치를 사달라며 떼쓰기 시작. ...내 두달분 용돈이......
316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34:08 ID:oYULQkYUOc >>315 내 두달분 용돈이...!!!
317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38:35 ID:oYULQkYUOc 그렇지만, 11월에 들어가며 더 추워지기 시작했을 땐 녀석들이 준 것이 조금 도움이 되었는데, 털장갑은 여성의 것이란 게 확실히 알 정도의 녀석이라 계속해서 봉인해두었지만, 목도리는 남녀공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인지 상당히 따듯하게 두르고 다녔었다. 물론, 서연이 준 털장갑도 도움이 되었는데, 11월의 막바지에 마주친 미아를 도와주었을 때 춥다고 투정부리는 것을 녀석의 털장갑으로 막을 수가 있었다. 남에게 받은 걸 그렇게 줘버린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그다지 후회는 없었는데, 우습게도, 이후에 알게된 것이지만, 녀석은, 서연의, 남동생씨였다. 그렇다고 해서 손해본 것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 아무래도 괜찮지만,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이건 악연이라고 해도 너무 심하다고, 나는 그때 그렇게 생각했었다.
318 이름:이름없음 :2010/01/23(토) 21:38:48 ID:oYULQkYUOc 좋아 잠깐 잠수다
323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3:32:37 ID:GFY4LiEmN6 때는 벌써 12월. 중1의 마지막 달. 본격적인 추위로 돌입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들에겐 꽤나 두근거리며 기다려온 달이겠지만, 중1때의 나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달이었다. 물론, 그것은 본인뿐의 생각이자 희망으로, 이번에도 쓸데 없는 이벤트가 하나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번 것은 '자연의 이벤트'로서, '눈'이었다. 수업중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지사, 그것을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창가쪽의 멤버로서, 우리반에서는 그게 운 나쁘게도 나였었는데, "아, 눈이다"따위의 멋없는 소리나 짓거려버린 덕분에 선생님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반녀석들은 대략 10분간 창문쪽에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끝난다면 종종 있을 법한 일로, 그다지 여기에까지 끄적일만한 일이 아니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좋아해!" ...창가쪽에 달라붙어 있던 반녀석들 중 누군가가 고백을 한 것. 이것이, 우리학교 12월달의 대이벤트로서 자리잡게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324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3:41:34 ID:GFY4LiEmN6 모두의 앞에서 고백을 한 녀석은 나와도 종종 이야기를 주고받던 녀석이었는데, 그렇게까지 대담한 녀석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그런 생각은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녀석의 뜨거운 고백은 부끄럼을 많이 타는 여학생분께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받아져졌고, 그일을 계기로, 그 해 12월달은 '고백의 달'로 선정되어졌는데, 그게 무슨 대이벤트냐고 말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좋아합니다!" 그 해 12월달, 고백을 하지 못하고 용기를 못내던 녀석들이나 항상 기회를 보아오던 녀석들, 혹은 얼떨결에 분위기에 휘말린 녀석들이 차례차례로 대담하게도 아직 모두가 있는 학교의 곳곳에서 고백을 감행하기 시작한 것이, 대이벤트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것도, 이벤트가 시작한 지 일주일 동안, 내가 본 고백의 숫자가 두자릿수를 가뿐하게 넘긴다는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는 결과였다. 그것도, 고백의 성공률은 반수 이상으로, 이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이미 내가 알고 지내던 녀석들의 절반 정도가 그녀를 가지고 있었는데, 모두 행복해보여서 나도 모르게 부럽다고 생각해버린 적도 있었다. 그리고, "너는 고백 같은 거 안 하는 거야?" 언제나처럼 혜원과 잡담을 떨던 소연이, 잡담의 소재가 떨어지자 내쪽으로 그런 질문을 날려왔다.
325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3:42:56 ID:GFY4LiEmN6 여기서 잠시 Cut-
327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5:58:14 ID:VDxw1tRfRA "고백이나 연애하고는 거리가 먼 녀석이라서" 퉁명스럽게 그렇게 말해보지만, 솔직히 말해서 기뻐하는 녀석들이 부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연애 감정 같은 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중1시절의 나에게, 고백의 대상이 있을리 만무한 것이 사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그런 부분에선 충실하게 중학교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경쓰이는 애라던가 없어?" 왜 그런게 궁금한 거냐,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난데 없이 찾아온 고백붐에 연애쪽으로 관심이 약간 기울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녀석의 말대로 신경쓰이는 녀석을 찾아볼까, 머릿속을 뒤져보았지만, 결국 그때의 나는, "...대체 어떤식으로 신경쓰이는 녀석을 말하는 거야?" '신경이 쓰인다'고 할만한 녀석들이 많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적다고도 할 수 없었던 녀석인지라, 그런 대답밖엔 돌려줄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그때는 '연애'를 '먹을 수 없는 것' 정도로 분류해 놓을 정도로, 나는 이성에 대해 흥미가 없던 상태였다.
328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6:06:35 ID:VDxw1tRfRA "멍하니 있으면 떠오르는 애라던가, 무의식적으로 쳐다보게 되는 애라던가. 갑자기 찾는 건 어려울테니까, 우선 같은반에서" 평범하게 생각하면 의외로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지만, 중학교 시절의 나는 그쪽으론 평범과 거리가 있어서, 언제나 멍하니 있을 때에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고,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는 것은 항상 '주변 모두'였기 때문에, 딱히 누군가를 특정해내는 건 불가능했었다. 그래서, 별달리 생각나는 녀석은 없었지만, 이대로 또 다시 고개를 저어버렸다간, 무언가를 강요받을 것만 같은 기분이 물씬 들어서, "너희들 정도려나?" 그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물론, 내가 말한 '너희들'은 소연과 혜원으로, 내가 별 생각 없이 던진 그 한마디에, 녀석들은 똑같이 나를 돌아보았지만, 복잡한 표정과는 다르게, "뭐야, 그게. 우유부단해" 건네오는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물론, 표정에 담긴 뜻따위, 내가 알 수 있을리 없었다.
329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6:13:55 ID:VDxw1tRfRA 언제나 편지 같은 것으로 고백을 받는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소연이나 묵묵히 거기에 동조하는 혜원과는 다르게, 서연의 쪽은 12월 말이 될 때까지 총 3번의 공개 고백을 받았는데, 녀석은 쓴웃음과 함께 그 3번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한마디로 일축해버려선 차버렸었다. 내가 그것을 처음 본 것은 12월의 중순경이었는데, 녀석의 말을 듣고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선배'였다. 물론, 선배에게는 애인이 있었고, 고백을 위한 도시락도 얼떨결에 내 위속으로 사라져버렸지만, 고백을 한 것도 아니었고, 확실하게 선배의 기분을 직접 들은 것도 아니었으니, 아직 좋아하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선배의 일이라면 이야기 정돈 들어주겠다고 말해본 적이 있었는데, 녀석은 "미안하지만, 선배는 단념했어"라고 말해왔었다. 고백도 하기전에 차였을 뿐인데, 잊을 수 있는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이번만큼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생각도 금방 접을 수밖엔 없었다. 그 '대답'을 들은 건 중3때로,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주겠어.
330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6:26:10 ID:VDxw1tRfRA 크리스마스 이브. 학교는 당연하다는 듯이 단축수업을 맞이했고, 점심식사를 평소보다 빨리 마친 반녀석들은 내가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엔 이미 반 이상이 교문을 나서고 있었는데, 그 대부분이 애인이 있는 녀석들이란 건 말할 것도 없었다. 평소 이야기하던 녀석들 중 하나가 말해준 바로는, 점심때부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시간까지 계속 둘이서 함께 있을 거라고 말해왔었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아직까지 사귄다고 하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 정도까지 기력이 남아돌 수 있는 이유가 뭔지 참으로 궁금했었다. 그나마도 가장 피곤해보이지 않았던 의견을 내세운 건 크리스마스 이브날 가족들이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올때 여자 친구와 둘이서 밤새도록 DVD 같은 걸 보겠다고 선언한 녀석이었는데, 가족과의 우애를 다지는 걸 포기할 정도로 좋아하는 걸로 보이진 않아서(물론, 내 시점으로) 조금 쓴웃음이 지어졌었다.
331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6:26:19 ID:VDxw1tRfRA 물론, 소연과 혜원, 서연에게도 차례차례로 의견을 들었었는데(소연과 혜원은 잡담을 하던 중 나에게 한탄하듯이 말해왔었고, 서연은 매점에서 잡담을 하다가 얼떨결에 들었다), 혜원은 집에서 TV나 보며 가족과 함께 보낼 거라고 했었고, 소연의 경우는 거리에서 헌팅이라도 당해볼 생각이라며 의욕을 전개하고 있었다.(물론, 그럴 듯한 녀석이 고백해오지 않아서... 라고는 말해도, 단지 말로 직접 좋아한다고 말해올 수 있는 배짱 좋은 녀석이 없어서, 라는 이유로 애인씨가 없는 녀석은 한탄하듯이 말해왔었지...) 그때 나도 초대를 받았었는데(물론 혜원도 그때는 같이 돌아다녀줄 생각인 모양이었다), 거절을 할 수 없게 만든 것까진 혼자서 불만을 토해내면 될뿐이지만, 어째서 여자들이 헌팅 당하는데 남자인 내가 함께여야 하는 건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연의 경우는 동생과 함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며 보낼 생각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녀석은 소연과 어느 정도 연이 있던 것이었는지, "그럼, 가볼까?" ......당연하다는 듯이, 소연과 혜원 사이에 끼어서 '헌팅팀'의 일원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시각은 2시를 약간 넘긴 때. ...나는 오늘 살아돌아갈 수 있을지,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332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6:26:30 ID:VDxw1tRfRA 여기서 잠시 Cut~
333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6:44:47 ID:VDxw1tRfRA 헌팅팀은 나를 포함하여 6명. 다행인 점은 남자가 나 말고도 하나 더 있었다는 점인데, 아무래도 녀석은 애인이 있다며 빨리 가봐야 하는 모양이었다. 녀석은 예진의 동생이었는데, 왜 녀석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헌팅팀에 예진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녀석과는 3월달 점심 시간경에 만난 이후로는 우연이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마주하는 것이 처음이었는데, 그런데도 별달리 서로에 대한 태도가 바뀌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 '친한 친구'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몇 없던 이성인 친구였으니까. 물론, 예진의 동생도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라, 여러번 마주한 적이 있었다. 녀석은 한살 아래로, 아직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지만, 키는 나보다 약간 더 클 정도였고, 이미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녀석이어서, 중학생으로 보아도 문제 없을 정도는 되었지만, 설마하니 애인씨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녀석은 내년에 우리와 같은 중학교로 올라온다고 했는데, 그런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은 좋았지만, 녀석이 3시 30분 정각에 가버리는 바람에, 나의 마음의 오아시스도 함께 매말라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녀석을 향해 외쳐주었지... ...여자 넷 사이에 홀로두면 어쩌잔 거야. 조금만 더 있어줘-. 하고...
334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16:46:26 ID:VDxw1tRfRA 6시에 알바 가야하니, 5시부턴 준비를 해야해서, 쓴다고 해도 앞으로 한번이 끝. 여느때처럼 돌아올거다.
...라지만, 역시 귀ㅊ... <
335 이름:이름없음 :2010/01/24(일) 22:54:54 ID:CDQ5Vkf7cc >>334 갔다오게~ 난 이제 집에도착ㅋㅋ
338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03:01:04 ID:wdVvw0Xy16 당연하게도,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연인들이었는데, 평소보다 스킨쉽의 농도가 짙은 것은 당연했고, 종종 모두가 보는 앞에서 키스를 감행하는 커플들도 있어, 그것을 마주칠 때마다 소연이 더욱 의욕을 불태웠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는 와중에도 군것질은 멈추지 않았는데, 헌팅을 당할 녀석들이 무슨 심보로 맛집을 찾아다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었다.(지금도 그렇고) 모두가 모여 거리로 나와 군것질을 하며 활보한지 1시간쯤 지났을 무렵, 예진의 동생은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의해(분명 여자친구겠지만) 볼일이 생겼다며 가버렸는데, 나는 그 후 10분이 지났을 무렵, 나의 악운을 다시 한 번 처절하게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은 분명, 나를 엿먹이려고 하고 있는 거다. 그 때는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운이 없었으니까. "싫다고 하잖아?"
339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03:01:10 ID:wdVvw0Xy16 ...수영장때보다 강압적으로 다가와, 잠시만 시간좀 내달라며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원의 손목부터 낚아채려는 녀석의 손목을 대신 붙잡으며 씹어뱉듯이 그런 말을 건넸다. 빌어먹을. 벌써 3번째다, 이런 질 나쁜 녀석들따위와 얽히게 되는 것도. 그것도 3번 모두 여자 때문이라고? 내가 어디의 소년만화의 주인공이냐고, 젠장할...! 조금, 미간을 좁히며, 여자들의 상태를 힐끗 보니, 반응은 제각각이었는데, 서연과 소연은 답지 않게 굳어 있었고, 혜원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쪽을 응시했으며, 그나마 가장 상식적인 예진이 동생이라고 생각되는 상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렇지만, 상대의 손목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게, 심상치가 않았다. 잡고 있는 오른손에 더욱 힘을주며, 왼손으로 여자들을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눈은 상대와 마주하고 있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일년전, 어설픈 싸움을 하려던 나에게로의, 관장님으로부터의 조언이었다. 그 조언이 도움이 된 것인지, 상대가 섵불리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봐야, 결과적으론 어차피 시간 벌이밖엔 되지 않았다.
340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03:01:17 ID:wdVvw0Xy16 우리는 맛집을 경유한 끝에 지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름길인 골목으로 들어왔었다.(애초에 나 혼자로는 믿음직 하지 못하다고 소연과 서연이 밀어붙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즉, 우리가 현재 있는 곳은 맛집 옆 골목길. ...이전의 두번과는 다르게, 상대가 주위의 눈따윈 신경쓸 필요가 없는 장소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때의 나는 눈매 이외에는 상당히 약골인 인상이 강했는데, 중학교 시절은 체구가 작아서 (특히나 1학년때는 더욱) 상대에게 얕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상태에서 불량배따위와 마주하고 있는 거다. 상대가 이쪽의 사정 같은 걸 봐줄리 만무할 터. 지난 두번의 쓸데없는 싸움으로, 나는 그것을 필요 이상으로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여자들을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다행이도 상대는 한명. 동안인 것이 아니라면, 외견으로 볼때 고교생이었다. 리스크가 있긴 했지만, 싸우지 못할 것도 없는 상대다. 그런 상황에서, "네놈은 뭐야!" 선공이 날아왔다.
341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03:01:24 ID:wdVvw0Xy16 안경을 정통으로 맞는다. 또 이전처럼 안경이 눈을 파고들어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여름 방학 때가 떠올라서, 반사적으로 허리에 힘을 넣고, 다리로 버틴 다음, 안면 그대로 녀석에게 파고들어, 녀석의 안면에 똑같이 처박아주었다. "네놈은 뭔대!!" 단지 한대 맞고 한대 갈겼을 뿐인데도, 숨이 불필요하게 거칠어졌다. 여름 방학의 때가 떠오른다. 가방을 손수 가지고 와준 녀석이 몰리면서 떨고 있는데도, 선공을 제외하곤 단 한대도 때리지 못했다. 엄연히 1:1이었는데, 쓰잘데기 없을 정도로 무력했다고...! 그러니까, 네놈 같은 작자들한테 두번 다시 질 생각 따윈 없어...! "개자식이...!" 녀석이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안면을 붙잡았다. 잘못 맞은 건지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상대는 다행이도, 그때의 녀석들과 비교하면 애송이였다. 단지, 조금 얼굴이 불량할 뿐인, 약골 애송이. 나따위에게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런 녀석. "죽어!!" 다시 한 번 안면에 직격 당한다. 맞아도 그다지 아프지가 않다. 아니, 아프지만,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녀석들의 주먹이 100배는 더 아팠다. 100배는 더 굴욕적이었다고...! 그래서, "네놈이 죽어!!"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올라, 또 녀석의 안면에 처박아버렸다. 녀석은 어처구니 없게도, 그것만으로 뻗어버렸다. 뭐야, 생각 이상으로 애송이였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러니까, 말로 풀라니까, 왜 난데 없이 주먹질이야!" 서연이 화를 냈다.
342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03:01:41 ID:wdVvw0Xy16 그래봐야 이 정도지만...
343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03:12:26 ID:wdVvw0Xy16 녀석은 생각이상으로 화를 냈었다. '네가 싸움꾼이냐, 불량배냐. 왜 주먹으로 해결하냐', '말로하면 되지 않냐', '맞았다고 되갚아주다니, 무슨 사고 방식이 그러냐' 따위의 말을 쉬지도 않고 들어야 했다. 물론, 그걸 말려준 건 소연과 예진으로, 혜원도 침묵으로 압박을 주었는데, 서연이 진정한 건 그로부터 5분 정도가 지난 이후였다. 한참을 나에게로 가슴속에 쌓여있던 것 같은 화를 토해내던 서연은, 그대로 숨을 길게 내쉬고는 나와 시선을 피했는데,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미안'이라는 단어를 들을 수가 있었다. 내가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데도 헌팅 당하는 데에 끌려다녀준 것이라던가, 보디가드 역할을 충실히 했을 뿐인데 말이 너무 심했다던가 말해왔지만, 나는 앞의 '미안'의 한마디로 이미 기분이 다 풀린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내쪽이 낯간지러워져서 입을 틀어막아버릴 정도였다. 덕분에 소연하고 예진한테도 칭찬 비스무리한 걸 들을 수가 있었는데, 그건 그것이었고, "싸움하는 건 금지"라는 말을 모두 함께 나에게로 해온 것이 참 인상깊었는데(혜원까지 그것에 동참하여 나에게 싸움을 하지 말라고 말해왔었는데, 네명 모두 꽤나 진심이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는 웬만하면 싸움은 안 했는데 말이지... 맞아주면 끝날 일을 맞아주고 끝내놓으면 괜히 왜 안싸웠냐고 되물어서 무진장 한숨이 나왔었지... 나보고 어쩌란 건지...), 나중에 와서 생각해보니 모두 나를 생각해줘서 해준 말이라는 걸 알 수가 있어서 조금 기뻤다. 크리스마스에는 예정대로 케빈을 보며 집에서 뒹굴며 지냈고, 연말에는 가족 모두 TV앞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었으며, 그렇게, 내 중1의 마지막 달은 해가 저물어 갔다.
347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12:07:14 ID:wdVvw0Xy16 겨울 방학 때에는 다행이도 한인은 바쁜 모양인지 별다른 이벤트를 개최하지 않았고, 연말에 시작한 중1의 겨울 방학은 아무런 이벤트도, 말썽도 생기지 않은 채 끝나, 2월 초, 내가 별다른 위기감 없이 등교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드디어 3월이면 나도 2학년이었는데, 겨울 방학이 끝나고 3월이 되기까지의 시간(2월달)은, 당연하다는 듯이 수업 같은 것에는 얽매이지 않아, 내 중학교 시절 중에선 Top3에 들 정도로 자유로운 때였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이벤트를 가지는 것이 우리 학교의 녀석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2월 14일날은 상당한 열기를 띄웠는데, 입학식 이후 2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속에서도 고백을 한 녀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우리 학교에서는, 고백의 부끄러움따위 알고 있는 녀석은 상당히 드문 모양이었는지, '우정의 초콜렛'을 가장한 고백을 하는 여학생들이 상당히 많다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제법 많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거의 암묵적이다 싶이 공공연하게 이벤트화 되었는데, 한인은 "우정의 초콜렛 고백" 이라는 쓸데 없이 유치한 네이밍 센스를 발휘하여 그 이벤트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덕분에 우리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초콜렛을 받은 녀석들 중에선 고백의 초콜렛을 받은 녀석이 제로라고 하는 우습지만 대단한 기록을 세웠는데, 그래봐야 '고백의 의미를 담은' 초콜렛을 받은 녀석들이 그것을 채우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변한 것이라곤 초콜렛을 건네는 방식뿐일 뿐이었다.
348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12:16:06 ID:wdVvw0Xy16 이 이벤트의 재미있는 점은 바로 초콜렛을 받아도 '우정이냐, 사랑이냐'하는 것을 모른다는 것.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자아이에게 받는다면, 그건 더할나위 없이 효과를 발휘해, 고백을 받지 않는다면 그 의미를 확실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어, 괜히 신경쓰이게 되고 만다는, 고도의 수법(...)을 사용하는 이벤트라고, 한인은 그렇게 말해왔었지만, 나는 쓴웃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7개 정도는 받았다. 그 중 2개는 반 아이들 전체에게 돌리는 초콜렛으로, 직접 받은 건 5개뿐이었는데, 당연하게도 그 중 4개는 '헌팅팀'의 일원들이었다.
349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12:16:14 ID:wdVvw0Xy16 서연의 경우는 ABC 초콜렛이나 던져줄 것만 같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직접 포장한 초콜렛을 건네주었었는데, 의외로 파는 것은 아니라고 했었다. 즉, 수제. 초콜렛을 직접 만들 거라곤 생각도 못해서 조금 놀라고 있었다가 한대 맞았지만, 녀석의 초콜렛은 정말로 맛있어서, 단걸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 나에게 있어선 꽤나 기쁜 선물이었다. 혜원의 경우는 서연과는 반대로 ABC 초콜렛을 던져주었는데, 이녀석의 문제점은 봉투째로 던져주었다는것.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도 알 수 없고, 일단 고맙다고는 전했지만 그것만으론 성에 안 차는 듯이 보여서 난감하기 그지 없을 수가 없었다. 이후에 안마를 해준다거나 하는 어처구니 없는 보답을 해주었는데, ...ABC초콜렛 주면서 굉장히 잘나 보인다는 건 마음 속으로만 접어두도록 했다. 일단 받은 건 받은 거니까... 소연의 경우도 수제 초콜렛이었는데, 녀석은 서연처럼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건 그만두고 심플하게 일반 초콜렛처럼 만들어 건네준 것이 마음에 들었다. 고급스러우면 왠지 먹기 불편했었으니까, 그 부분이 고마웠었지. 무엇보다도, 조금 쌉싸름한 맛이 내 입맛에 맞았다. 예진의 경우는, 당연하게도 매점에서 파는 초콜렛을 건네주었는데, 그걸 건네주면서 고맙다고 말해오는 것에 의아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말하자마자 가버려서 묻지도 못했지만, 애초에 내가 감사 받을 일이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선배와 농구를 할 때 몇번 어울렸던 녀석이었는데, 그때까진 이름도 모르고, 몇번 선배랑 같이 이야기한 게 전부여서, 수제 초콜렛을 준 게 의외였다. 뭐, 어차피 5개 전부 '우정의 초콜렛'이었으니, 괜히 머리 아프게 생각해봐야 나만 귀찮아진다는 걸 알고 있어서, 생각하는 건 그만두기로 했었다.
350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12:17:12 ID:wdVvw0Xy16 그렇게, 어떤의미론 파란만장한 1학년 생활을 보내고, 나는 2학년이 되었다.
352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13:25:15 ID:wdVvw0Xy16 >>351 어차피 우정의 초콜렛이니, 그 정도는 다들 받잖아?
353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13:25:41 ID:wdVvw0Xy16 우리 중학교에서는 4개 이하로 받는 녀석들이 의외로 적었어. 우정의 초콜렛 이벤트 중이었으니까
354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14:21:01 ID:D5jyifEYrw >>353 난 남중-남고 루트라서 ㅋㅋ 게다가 중학교땐 진짜 없어보였었지 ㅎ 지금은 그때랑 비교하면 용됐다는 소릴 들을 정도라 ㅋ
355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20:06:06 ID:wdVvw0Xy16 >>354 나랑 같다.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1년 넘게 지나고 만난 녀석들은 전부 나를 못알아봤으니까
356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20:18:25 ID:wdVvw0Xy16 2학년이 되어 명찰의 색을 바꾸어 달고 등교를 하였을 때, 나는 3반이었는데(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단지 3반과 5반은 확실하게 중학교 때의 내 반이었다), 운이 나쁜 건지 좋은 건지, 나와 같은 반인 녀석은 소연과 예진으로, 서연은 4반, 혜원은 1반이었다. 물론 그 덕분에 가장 걱정이 된 건 1반이었는데, 정확히는 혜원의 짝이 될 녀석이, 나에게는 가장 걱정이었다. 한달에 한번 자리를 바꾸는데도 불구하고 7번이나 짝을 해버린 나는 알고 있다. 혜원의 짝이 얼마만큼의 능력을 필요로하는지를. 녀석의 침묵에 지지않을 근성과 녀석의 응시에 기죽지 않을 배짱,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의 나열을 한순간에 문장으로 바꿀 수 있는 이해 능력, 언제 무슨 일이 있어도 놀라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대응력, 반사신경, 대화가 멈추더라도 이어나가려는 끈기, 가끔 나오는 여성스러움에도 고개를 돌릴 수 있는 평상심. 그 밖에 여러가지 것들. 이후, 알게된 바로는 혜원의 짝은 나로선 전혀 모르는 녀석이 되었는데, 뭣도 모르고 헤벌레 하는 녀석의 안면을 보니 가여움만이 치솟았다. 불쌍한 녀석... 한때는 나도 저랬지(언제?!). 뭐, 일주일을 기다릴 것도 없이 한시간이면 바로 알게될테지만. 물론, 합장을 해줄뿐, 조언을 해준다거나의 도움따윈 주지 않았다.
357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20:25:31 ID:wdVvw0Xy16 서연과는 옆반이었지만, 딱히 녀석과는 반이 같지 않더라도 접점은 있었다. 점심시간이 시작하고, 식사를 끝내는 시간이 언제나 +-10분 정도의 차이밖에 없는 우리에게, 매점으로 향하는 시간은 거의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일인지라, 매일 녀석과는 마주친다고 보는 것이 어느세 '일상'인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 덕분에 간식을 섭취할 때에 함께 있는 것은 어째서인지 당연한 일이 되었고, 사사로운 잡담을 나누는 것 또한 당연한 사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그걸 보고 소연은 '친한 친구'라고 말해왔었지만, 반쯤은 티격태격하던 그때의 나에겐, 그것의 어디가 친한 친구인 것인지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지금은 어느 정도 알지만) 그 이외의 접점이라고는 한인의 이벤트 정도였는데, 1학년 때 벌인 이벤트의 참가자가 대부분 같다는 이유 아래, 어느 센가 고정 멤버 비슷한 개념으로, 녀석은 2학년부터는 지명을 하여 이벤트를 벌이기 시작했었는데, 그때면 항상 마주쳐선 잡담하며 웃고, 그러다가 티격태격하고의 반복을 했었다. 녀석과는, 2학년때까지 언제나 그런 느낌이었다.
358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20:29:57 ID:wdVvw0Xy16 예진과는 같은 반이 되자마자 당연하다는 듯이 마주보고 앉아 잡담을 했었는데, 가장 먼저 나온 말이 "너하고 이렇게 이야기 하는 건 2년만이다"였다. 녀석하고는 5학년 때 같은 반이었으니까 당연한 일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억양이 묘한 것이 신경쓰였다. 물론, 그런 것따윈 잊고 쉬는 시간에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대부분이 초등학생때 이야기라는 건 어째서일지, 지금도 조금 의아함이 들곤 한다. 녀석하고는 여러 가지 접점이 많았기 때문에 이야기 거리는 많았을텐데도, 어째서 그것말곤 이야기할게 없다는 듯이 굴었었는지, 정말로 의문이었다. 물론, 그걸 의도한 건 녀석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의문을 풀기보단 잡담에 정신이 팔리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결국 그 이유는 지금껏 모르고 있다.
359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20:35:37 ID:wdVvw0Xy16 소연과는 2학년때의 접점이 가장 많았는데, 가장 '필연'으로 느껴진 접점은 바로 '자리 교체' 때의 일. 신학기가 시작하고 1주일이 지나고 나서 곧 바로 자리를 교체했었는데, 나는 복도쪽 앞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았고, 녀석은 바로 내 옆... 그러니까, 1학년때의 혜원의 포지션을 소연이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녀석과는 혜원을 계기로 만났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1학년 때와 비교하여 상당히 벽이 허물어져 있었는데, 1학년 때에는 대화를 나누어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킨 반면, 2학년이 되면서부터(그것도 짝이 되면서부터) 녀석하고는 간식 쟁탈전까지 벌일 정도로 벽이 허물어져 있었다. 물론, 그것이 대부분 단팥빵과 딸기 우유라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361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20:45:56 ID:wdVvw0Xy16 하지만, 2학년이 되고나서의 일을 처음부터 쓰자면, 의외로 혜원과의 접점이 가장 먼저 있었다. 녀석은 신학기가 되자마자 3반의 앞문에서 서성거리며 우리반을 둘러보다가, 이내 나를 발견하곤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는데, 조금 이해 못할 행동에 의아해하고 있었더니, 녀석은 딸기 우유를 내던지듯이 건네고는, 그대로 손을 들어 내 반응을 기다렸다. 잠시간의 침묵.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눈초리. 내려갈 생각을 안 하는 손. 나는 지난 7달 동안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 짝꿍(원조)님께서 나에게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당연하게도 전혀 모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그런 눈으로 보지마!? 알 수 있다면 에스퍼라고!? 난 능력자가 아냐!!), 우선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기 위해 손을 들어올렸었는데,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짝 하고 눈을 빛내더니, 재빠르게 내가 들어올린 손을 자신이 들어올리고 있던 손과 마주치더니, 경쾌한 소리가 난 것에 만족하고는, 그대로 뒤돌아 돌아가버렸다. ...대체, 짝꿍님께선, 매번 뭘 바라고 있는 거야...?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변따위, 지금도 가지고 있을리 만무했다.
362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20:46:31 ID:wdVvw0Xy16 그럼, 좀 쉬고 온다...
364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22:07:28 ID:wdVvw0Xy16 >>363 아니. 조금, 몸이 최근 이상해서. 미안할 따름이지
365 이름:이름없음 :2010/01/25(월) 22:54:19 ID:KQYrmuFGpU >>364 뭐가 미안하냐 ~ 검도도 하고 알바도 뛰는데 몸이 안좋아질수도 있는거지.. 도복입고 뛰는것도 좀 힘들지만
366 이름:이름없음 :2010/01/26(화) 12:03:51 ID:XXgFvUDw6Y "그러고 보니, 너 생각보다 싸움파더라?" 이 녀석은 또 난데없이 무슨 소리야? 별다른 이벤트 없이 평화로운 3월달을 보내고 있을 때, 옆에서부터 그런 말이 건네져왔다. 상대는 소연.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짝이고 말이지. "미안하지만 싸움 같은 건 싫어해" 지는 건 싫어하지만, 싸움은 웬만해선 피하고 싶은 것이 본래의 내 성격이다. 귀찮고 맞으면 아프니까. 그렇지만, 내 생각대로 세상을 살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만만할 리도 없다. 단지, 그런 이유로, 나는 그다지 상성이 좋지 못한 상대와 만나버렸을 뿐이고, 그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었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기에 기재한 3번 모두, 일부러 싸움을 할 필요 같은 건 없었다. 말로 서로 이해하는 게 제일이고 말이지. "그렇지만, 말보다 주먹부터 나가던 것 같던데. 악당한텐" ...솔직히 말하자면 악당도 뭣도 아니지. 여름 방학때 그 녀석들은 분명 잘못되어있었지만, 헌팅을 해온 녀석은 조금 다른 의미로 잘못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헌팅을 당하는 것이 이쪽의 원래 목적이었고,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런 일을 위해 내가 있는 것이었다. 난 '역할'에 충실했을 뿐, 단지 악당에게 용서가 없다던가 하는 허울 좋은 이야기 와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정의의 사도 같은 거랑은 거리가 좀 멀어. 난 단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야. 다혈질일 뿐이고" 확실히, 중학교 때의 나는 조금 다혈질 기질이 있었으니깐 말이지... "그래도, 그런 것도 좋지 않아? 일단, 결과적으론 이쪽은 구해진 거고. 난 꽤 그런 거 좋아한다고?"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때의 내가 알 수 있을리 만무했다. 그걸 안 것은 3학년 초. 기재하다보면 적어버리겠지...
367 이름:이름없음 :2010/01/26(화) 12:05:11 ID:XXgFvUDw6Y 오늘은 다른 일로 시간을 비울 수가 없어서, 1개만 올리고 다녀올게. 8시 알바지만, 그 전에는 돌아올... 수 있을 거다? 미안, 최근 올리는 게 적어서...
369 이름:이름없음 :2010/01/26(화) 12:35:06 ID:BXI8qYCKVs 후아, 겨우 따라잡았다;; 느긋하게 해도 괜찮아~
370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1:32:10 ID:4GaeqrlpXg "너는, 너무 막무가내식으로 싸워." 나는 등뒤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오는 녀석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고 의아함을 느끼며 반사적으로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나에게로 그렇게 말해온 것은, 다름 아닌 혜원으로, 녀석은 나와 만난 뒤로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연스러운 어투를 구사해왔는데, 나는 다른 사람이 녀석의 목소리를 대신 흉내내어 말했다고 해도 의심 없이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놀라, 농담을 빼고 수초간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그런 내 행동이 단지 말을 잘 듣지 못했다는 표현으로 이해한 것인지, 똑같은 말을 똑같은 어투로 건네왔었는데, 나는 그것이 너무나도 신기하여, 그때까지 녀석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싶이 했다. 사실 그렇잖아?! 7개월이나 짝꿍을 했다고?! 그 동안 나눈 잡담은 의외로 적었지만, 그래도 반 녀석들 중에선 마주하는 시간이 긴 녀석들 축에 낀다고? 그런데, 그 동안 내내 단어의 나열으로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온 녀석이, 난데 없이 자연스러운 어투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오는 것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있겠냐고?! 이건 진짜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거야...!! 하지만, "너의 싸움방식은, 단지 다혈질의 화풀이에 불과해" 녀석의 이어지는 말에는,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지금, 조언 비스무리한 걸 나에게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저쪽이 진지하다면, 이쪽이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 그걸 무의식적으로 깨달아버린 나는, 녀석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녀석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단단히 준비를 했건만, "말하고 싶은 건 그뿐이야" 녀석은 나에게, 그 이상의 조언따윈 주지 않았다. 녀석이 다음 말을 해준 것은, 여름 방학 때 한밤중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였다.
조금 피곤하니까, 타이핑은 생각날 때마다 할게... 지금 쓰면, 정말로 쓰다가 잠들어버릴지도 모르니까...
372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1:48:48 ID:4GaeqrlpXg 3월은 아무런 일 없이 지나고, 4월이 되었다. 4월이 되어서 있었던 이벤트로는, 어처구니 없게도 '벚꽃구경'이었는데, 이 놀이만큼은 정말로 지루해보여서 싫었지만, 지명 당한 뒤 귀찮다고 가지 않았을 경우, 이후에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반쯤 강제적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4월초에 학교앞에서 모여 여의도에 벚꽃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나로서는 이때만큼이나 녀석의 이벤트에 흥미가 없던 적은 없었다. 애초에 꽃에는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고, 꽃을 구경하는 것이 무엇이 즐거운지 전혀 몰랐었으니까. 그런 나와는 다르게 다른 녀석들 몇몇은 꽤나 들뜬 상태였는데, 녀석들의 경우는 '꽃을 구경하는 것을 즐긴다'는 개념이 아닌 '꽃을 구경한다는 것을 구실로 다같이 모여 즐긴다, 덤으로 꽃도 즐길 수 있으면 즐긴다'라는 개념을 이미 가지고 있었던 녀석들이었다. 그때의 나따위보다 훨씬 노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녀석들이었지만, 나로서는 벌써부터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녀석들이 신기할 수밖엔 없었다. 여의도는 그렇게까지 멀지도 않았지만 가깝지도 않아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었는데, 10분도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녀석들의 텐션은 그리 쉽사리 내려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또 하나 자리잡고 있었는데, 바로 인파였다. 당연하게도 결행일은 주말이었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많았고,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는데, 내 생각 이상으로 사람들이 북적여서, 쓴웃음과 한숨이 동시에 나올 수밖엔 없었다. 대체 뭣 때문에 벚꽃 구경을 하러 여기까지 나온 건지, 걸을 뿐인 연인들이나 가족들은 무엇이 좋다고 웃으며 대화하는 것인지, 그때의 나는 전혀 몰랐었다.(지금은 어느 정도 즐기는 방법은 알지만, 그래도 귀찮은 건 변하지 않아서 웬만하면 즐기러 일부러 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373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1:53:29 ID:4GaeqrlpXg 어찌되었든, 우리들에게 첫번째로 내려진 지상명령은, 바로 자리 찾기였는데, 사람들이 예상 이상으로 많아, 벚꽃을 구경하며 앉아서 쉴 수 있고, 그러면서도 떠들며 즐길 수 있을만한 곳을 찾는 것은 쉽지가 않아보였다. 그래도, 일단 자리를 찾는 것도 '이벤트의 일환'이었으니, 이런저런 불만불평이 나오더라도 입을 꾹 다물고 찾을 수밖엔 없었다. 자리를 찾는 것은 2인 1페어로 나뉘어 찾게 되었는데, 참가자가 12명이어서, 마침 딱 알맞은 숫자였다. 페어를 나누는 방식은 사다리 타기로, 사다리를 만드는 것은 모두였는데, 서로 멋대로 줄을 2개씩 그어 만드는 것이었다. 덕분에 조금 복잡해보이는 사다리가 어설프게나마 빠르게 완성되었는데, 나의 페어는... "잘 부탁해, 불량배씨" 서연이었다. Goddamn...
374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2:08:41 ID:4GaeqrlpXg 일단 우리는 6방향으로 흩어졌는데, 하필이면 악연 중의 악연님과의 페어로 인해 시작도 하기 전에 정신이 피폐해져버린 나는, 현실도피를 감행하며 반쯤 넋을 놓은 채 녀석을 따라 걸었었는데, 덕분에 녀석이 건네오는 말에 제대로된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몇번씩이나 녀석에게 잔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때문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30분이 지난 상태로, 서연이 다리가 아프다며 휴식을 요청하였을 때였는데, 그때까지도 넋을 놓은 채 있던 나에게로, 녀석은 조금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었다. "너, 오늘 조금 이상하다? 어디 아픈 거 아냐?" 물론, 어투까지 상냥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녀석 나름대로의 걱정하는 방식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한숨을 내쉬며 이제 그만 현실을 도피하는 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치만 그렇잖아? 저런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해오는데, 끝까지 시선을 피하며 고집을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저래봬도 저런 표정이면 사심이 없어도 두근두근 거린다고...? 괜히 억지부려서 저 표정에 미간이라도 찌푸렸다간, 분명 가슴속 어딘가에서 무엇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릴 게 분명하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그런 식으로 일단 자신을 변호하는 필자였다. 어찌되었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나는 그때까지, 한가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그때까지 잊고 있었던 데다가, 그다지 신경쓸 필요도 없었던 사실 하나. 서연이, 엄청난 방향치라는 사실. ...그리고, 나는 지난 30분 동안, 녀석의 뒤만을 쫓아오며, 현실도피를 감행하며 반쯤 넋을 놓고 걸었기 때문에, 지나온 길을 기억하고 있을리 만무했다는 점. 참고로 말하자면, 내가 휴대전화를 얻은 것은 고1때의 일로, 서연 또한 그때에는 휴대전화가 없었는데, 6페어 중 휴대전화를 가지지 않은 페어는 우리뿐이어서, 난감하기 그지 없을 수가 없었다. ...즉, 우리는... "미아?" ...였지만, 어째서 눈앞에 정말로 미아씨가 우리를 보며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눈길로 쳐다보시는 겁니까?
375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2:09:18 ID:4GaeqrlpXg 미안, 지금은 일단 여기서 Cu-t?
376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2:29:29 ID:4GaeqrlpXg "왜 울고 있어? 배라도 고픈 거야?" 서연은, 내 생각 이상으로, 어른이었다. 이제 중2다. 나 같은 녀석은 게임에나 허우적거리며 별다른 의욕도 보이지 못했던 때였다. 단지, 겉으로는 관심 없는 척하고,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는 척 하는 주제에, 어느 센가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한창 즐기고 있을 뿐인, 사춘기도 찾아오지 않은 어린 녀석이었다. 그렇지만, 녀석은 나와는 전혀 달랐다. 녀석은 미아가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이 보이자, 그대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동시에 평소의 녀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상냥한 어투로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주머니를 뒤져 조그만 초콜렛 등을 뇌물로 이용하는 센스도 돋보였는데, 아이가 어느 정도 진정되어 자신의 말을 자연스레 따를 쯤이 되자,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 또한 잊지 않았었다. "현아(여느때처럼 가명)라고 하는 구나, 나이는 몇살이야?" "6살..." "헤에, 6살이나 되는 구나~ 부모님하고 같이 벚꽃 구경하러 온 거야?" "...응..."
377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2:29:42 ID:4GaeqrlpXg 나는 솔직히 말해서, 녀석이 자연스럽게 미아의 이름과 나이, 여기까지 온 경위를 미소와 함께 묻고 있을 때, 반쯤 굳어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웠으니까. 녀석은 미아를 다루는 법을 당연하다는 듯이 알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때의 나에게 있어서, 녀석은 '어른'이었다. 만약 나 혼자라면 어떨까까지 생각해보았지만, 혼자서 미아보다도 더 당황해하며 어떻게든 울지 않도록 힘쓰는 게 최선이었을 뿐인 녀석이 뇌리에 떠오를 뿐이었다. 미아의 이름을 묻는다거나, 나이를 묻는 것 정도는 그 과정에서도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녀석처럼 여기에 있는 계기나 경위를 묻는 등의 일따위는, 전혀 생각도 못할 터였다. 심하면 그냥 경찰에게 맡긴 채 그대로 뒤돌아 가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녀석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미아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재빠르게 얻어, 어느 정도 정보가 모인 다음에는 미아의 관심을 사탕으로 돌린 뒤, 나에게로 의견을 요구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었다. "이 아이, 어떻게 할까?" 아직 어린애였던 내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378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2:40:01 ID:4GaeqrlpXg "어떻게 할까, 라니..." 내가 말을 더듬고 있으려니, "역시 부모님을 찾아주자, 응?" 녀석은 의견을 제시한다기보단 부탁하는 어조로, 그렇게 말해왔었다. 왜인지 절실함마저 묻어있어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여버린 것도, 박력면에서 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다. 녀석은 분명, 진심으로 아이에게 부모님을 찾아줄 생각이다. 나는 녀석이 내 눈을 마주보았을 때, 그렇게 느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녀석은 그때 필사적이었다.(물론, 그 이유는 지금 알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 사람, 사람. 틀림 없는, 인파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도, 우리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내가 굳어 있는 사이, 녀석은 부모님의 특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들은 후였지만, 아이였기 때문에 정보의 절반 정도는 해독이 불가능했다.(자신이 본 걸 그대로 말할 수 있는 표현력이 부족했으니까) 게다가 아이의 시점에서의 부모님이다. 조금 과장되거나, 결여된 부분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일터. 그나마 가장 그럴법한 정보라곤 아이에게 여러 가지 남성용 의복을 설명해, 겨우 검은 면바지에 와이셔츠라는 캐쥬얼한 조합의 아버지와 함께 온 거란 걸 알 수가 있었다.
379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2:40:11 ID:4GaeqrlpXg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런 남자따윈 얼마든지 있었다. 그래서,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지나가던 남자를 붙잡고 아이에 대해 설명했지만, 그 사람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손을 뿌리치고 가버렸다. 애초에, 얼굴도 보지 않고 붙잡아버렸으니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었지만, 그 사람은 내가 보기에도 6살 아이를 가지고 있다기엔 너무 젊었었다. 그래서 조금 풀죽어 있었더니, 서연이 뒤에서부터 파이팅을 해주었는데, 왠지 모르게, 그것만으로도, 약간 기운이 생겨, 또 다시 지나가던 남자 한명을 붙잡고 설명에 들어갔다. 물론, 녀석의 파이팅이 아이의 부모님을 찾을 확률을 높이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욕을 먹더라도 참고 견딜 정도의 의욕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아이의 부모님을 찾아다녔다. 물론, 우리를 제외한 5페어는 이미 집으로 돌아간 이후란 건,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380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2:58:39 ID:4GaeqrlpXg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두워졌지만, 우리는 아이의 부모님을 찾는 걸 그만두지 않았다. 내일은 일요일. 오늘 하루 정도, 밤이 늦더라도 벚꽃을 구경하는 정도의 사치를 만끽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좀처럼 돌아가지 않았고, 그 때문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줄어든 만큼 자리를 잡고 떠드는 곳이 많아져, 우리는 결국 돌아다니며 아이의 부모님을 찾을 수밖에 없었는데, 밤이 늦어질 수록 우리의 불안도 아이의 불안과 함께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까지 불안해 할까 겉으로는 들어내고 있지 않았지만, 나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일 수밖에 없었는데, 물론,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는 정말 사소한 것으로, 내가 난감했던 이유는, 입술을 깨물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서연 때문이었다. 먼저 손을 뻗어놓고 다시 거두기가 미안해서인지, 나와는 다르게 상당한 프렛셔를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녀석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 상냥했다. "얼굴 펴라. 아이 깨면 어쩌려고?" 가벼운 어투로, 그렇게 말해주며,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아준다. 녀석은 무슨 짓이냐며 소리치려고 했지만, 아이의 탓인지 그건 도중에 그만둘 수밖에 없어, 결국 원망의 눈초리로 나를 째려봤는데, 그게 의외로 무서워, 멋대로 일을 벌려놓고도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입은 계속해서 연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녀석을 위해서도 아니고, 아이를 위해서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계속 그렇게 얼굴 찡그리고 있으면, 이쪽의 위도 아파온다고? 인생, 조금 더 인상 펴며 살아보자고.
381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2:58:46 ID:4GaeqrlpXg 녀석의 머리에 손을 올린다. "숨을 들이켜" "아? 왜 내ㄱ..." "숨, 들이켜" 조금 강압적으로 말해, 억지로라도 숨을 들이키게 한다. 그리고, 5초를 센다. "내쉬어." 녀석은 무슨 생각인지 내 말을 거역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래도 상관 않고 또 다시 명령조로 말했다. "들이켜." 5초씩 늘려간다. 그것을 5번. 녀석은 처음엔 미간을 찌푸린 채 불만스러운 표정만으로 날 응시하는 걸 멈추지 않았지만, 이윽고 눈매가 내려가며 어느 정도 숨소리가 안정되어왔다. 자, 그럼. "흡...?!" 난데없이 손벽을 친다. 녀석이 놀라 입을 살짝 연 틈을 타서 입에 물고 있던 영양 보급용 빼빼로를 넣어주었다. "그건 마법의 빼빼로다. 내 기운이 들어가 있지. 먹으면 내 기운이 옮아가서 절로 기운이 날 거다" 내가 말하고도 상당히 얼굴 붉어지는 헛짓거리에 헛소리였지만, 녀석은 무슨 생각인지 그걸 그대로 다 씹어먹고는, "뭐야, 그게"라며, 그제야 조금 웃어주었다. 아이가 살짝 깨었지만, 조금 몸을 편하게 해주니, 다시 잠들어버렸다. 자, 그럼, 녀석도 기운 차렸겠다, 다시 찾아보실까. 물론, 내 바램따윈, "아, 현아야!" 부모님의 등장으로 멋지게 밟혔지만 말이지...
382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3:08:30 ID:4GaeqrlpXg 그렇지만 빌어먹게도, 드라마틱한 부녀상봉의 연출따윈 없었다. 내가 조금 손벽을 친 것만으로 깨어났던 아이가, 이번엔 좀처럼 깨어나지가 않자, 부모님이 우리들을 의심하며 몰아세우기 시작한것. "우리 아이한테 무슨 짓 한 거냐!" 게다가 아버지는 아이를 잃어버렸다고는 생각되지 못할 정도의 팔불출이었는데, 아이의 얼굴이 조금 헬쑥해 보인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까지 내세우며, 이쪽의 말따윈 귓전으로도 안 듣고, 혹시라도 오른쪽 귀로 파고들면 왼쪽 귀로 흘려보내는 고도의 기술까지 사용해가며 이쪽의 선의의 행동따윈 완벽하게 묵사발내는 발언을 마구잡이로 해주었는데, 기껏 몇시간이나 고생해서 찾아준 부모에게 이따위 개소리나 들어야 하나, 하며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을 얼굴에 들어내자니, 아버지씨께서, 나에게 손지검을 하셨다. "불량학생주제에 어딜!" 화려한 소리 덕분에 주위의 이목도 모일법했지만, 운 좋게 근처에서 무언가 술을 내뿜으며 소란스러움을 더했기에, 주변 사람들은 우리를 주목하거나 하지 않았다. 물론, 나의 경우는 조금 이성의 끈이 끊어져, 오른쪽으로 고개가 돌아간 그대로 눈만을 돌려 아저씨를 노려본 채로 나를 때린 손의 손목을 잡아챘는데, 완력쪽에서 지는 나였지만, 뼈를 건드리고 있어서인지, 저쪽도 쉽사리 빼내지는 못했다. "좋을대로 짓거리지 말라고" 이 빌어먹을 팔불출 자식이...! 하다하다 못해 이제는 손지검이냐...? 자고 있다지만 아이의 앞인데도 잘도 해주는구만...!! 말해주고 싶은 말은 산과 바다를 뒤덮을 정도로 많았지만, 막상 입은 열리지 않았다. 단지, 노려만 봤다. 그렇게 대치만을 했다. 서로에게서 힘이 빠질 생각은 안 했지만, 그 이상의 힘은 주려고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몇분이 지나서야, 또 한 번 저쪽에서 술이 터지며, 그 소란에 아이가 깨어났다. 그리고, "미안하다" 사과 받았다.
383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3:16:20 ID:4GaeqrlpXg 보답으로 집앞까지 태워준다는 걸 정중히 거절했다. 그렇지만, 건네주는 귤만큼은 어떻게도 거절할 수가 없었는데, 4월인데 무슨 귤이냐만은, 그쪽 가족은 귤을 먹을 생각이 만만이어서, 한가득 귤을 가지고 있었는데, 덕분에 우리는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기 곤란할 정도로 많이 받아버렸다. ...잠깐, 정말로 너무 무겁잖아...! 적당히 주라고, 이 팔불출 아저씨가...?!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표정에만 들어내자, 아저씨는 또 다시 내가 거절하려는 거라고 생각한 건지, 또 한 번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는, 재빨리 가족이 타고 있는 차에 타 집으로 향해버리고 말았다. 잠깐!! 거절 안 할 테니까, 귤 조금만 가져가줘!! 정말로 무겁다고...!! 물론, "너, 귤좀 가질래?"라고 서연에게 물었다가 대답도 없이 맞았단 건 묻어두도록 하고. "너, 어째서 이번엔 참은 거야?" 녀석은,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도중에, 그렇게 물어왔다.
384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3:16:30 ID:4GaeqrlpXg "참지 않았어. 너도 봤잖아?" 이미 밤. 4월이지만 쌀쌀한 날씨. 그럼에도 우리는 떨거나 하지 않고, 숨을 내쉬며 그런 대화나 나누며 걸어나갈 뿐이었다. "참지 않았다고? 그게?" 정말로 참지 않았다. 실제로, 어떻게 쳐박아야 될지를 고민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던데다가, 맞았을 때에는 아이의 일은 잠시 잊어버리기도 했었으니까. 단지,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아이를 한손으로 품은 채, 격렬히 화를 내는 아저씨가, 누군가씨와 겹쳐보여서, 속으로 헛웃음이 나와,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거짓말 하지 마시지? 너가 못참았으면 주먹부터 날렸을 것 아냐?" 그러니까, 참지 않았다고 했잖아...? 이쪽에는 이쪽의 사정이란 게 있는 거라고. 그건 말로 했다. 그렇게 말해도, 어차피 의미는 모를터였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언제나 나보다 한수 위였기 때문에, "사정 좋아하시네" 내가 기껏 폼잡고 말한 대사따윈, 코웃음으로 받아넘겨버렸다. ...역시 이 녀석, 어른이 아냐...!! 그렇게, 4월의 첫 이벤트도 끝났다.
385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03:19:43 ID:4GaeqrlpXg 여기서 잠시 Cut-! 이제 자야지, 응...
388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2:54:44 ID:4GaeqrlpXg 미안하군... 바로 쓰는 건 무리... 여유가 생기면 쓰도록 할게...
389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3:08:50 ID:4GaeqrlpXg 4월 말. 5월이 다가오며, 나는 의외로 멍하니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녀석(서연)을 걱정해서였다. 5월은, 중간고사 때문에 혜원의 힘을 빌린 달이자, '선배'의 생일이 있는 달이었고, 그 녀석이 고백하기도 전에 차인 날이 있는 달이었다. 녀석의 고백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인터넷까지 동원했던 나로서는, 현재 녀석이 무슨 기분으로 5월을 기다리는 지따위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하, 나, 뭔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수업중에 난데없이 그따위 헛소리를 해대니, 소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저어준 뒤 시계를 바라보았다. 곧 점심시간. 녀석과 마주칠 시간이었다.
390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3:18:11 ID:4GaeqrlpXg 매점에서 녀석에게 자연스럽게 물어봤었다. 어차피 내가 멍하니 생각해봐야 해결될 일도 아닌데다, 내가 대신 고민해줄 주제도 아니다. 녀석은 내 생각보다 어른이었다. 그 정도 묻는 것따위, 받아치든 받아치지 않든, 기분 정도는 전해올 터. 나도 모르는 내가 걱정한다는 사실쯤, 녀석은 이미 알고 있었을 테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복잡한 기분이지만,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그건 이길 자신이 없으니 생각하면 괴로워서냐, 아니면 싸워서 이기지 못하면 더 괴로워지니까냐? "넌, 그걸로 되냐?" 단팥빵의 마지막 한입을 입안에 넣어버린다. 우물우물. 녀석의 말이 어떤 식으로 날아와도, 그렇게 씹어넘기겠다 표현한다. 딸기 우유도 마셔준다. 당분이 혈류에 섞여 뇌까지 도달하자, 필요 이상으로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그걸로 될리 없잖아? 그렇지만, 구멍을 메워줄 녀석따위, 보이지도 않으니까" 그렇게 말해오며 나를 응시하는 녀석을 마주보아버린 덕분에, 필요 이상으로, 녀석의 기분이 전해져왔다. 미묘한 떨림, 미묘한 흔들림. 아아... 당연하겠지... 녀석과 몇개월이나 선배의 일로 묶여 있었으면서 모를 리 없었다. 녀석이, 선배를 그렇게 쉽사리 잊을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도 녀석은 이렇게나, "자, 써라. 체육 시간에 썼던 거라 불쾌하겠지만, 그 상태로는 교실에도 못 돌아가잖아?" 분해하고 있었으니까.
392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3:28:01 ID:4GaeqrlpXg "이왕이면 빨아서 돌려주면 좋겠는데"라는 의견따위, "누가 네것따위 빨아줄 것 같냐?"라는 받아침으로 쉽사리 뭉개졌지만, 왠지 입가에 미소가 그려져버렸다. 저것이, 녀석다운 거다. 남은 딸기 우유를 원샷해버리고, 근처의 휴지통으로 던져 넣은 뒤, 돌아보지 않고 교실로 향했다. 분명, 녀석도 지금은 혼자서 뒷정리 하고 싶은 걸 테니까. 어린 주제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를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며 뿌듯해하며 책상에 앉아 4교시 교과서를 꺼내었더니, "...응?" 무언가가 교과서 위에서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종이 쪽지였다. 펼쳐보니, 거기에 적힌 내용은---. "...켁... 농담이지?" -상담이 필요해. 방과후에 음악실 앞으로 와줘. ...또 다시 상담의 요청이었다. 명백히 서연과는 다른 필체. 그렇지만 여자 필체다. ...나,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남에게 의지가 되는 남자가 된 거지...? 결단코 말하건데, 그다지 의지가 되보일만한 남자가 아니라고, 주관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말할 수가 있었다. ...그럼 대체 뭐냐고, 손위의 이건... ...정말이지, 미스테리할 수밖에 없었다.
393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3:28:26 ID:4GaeqrlpXg >>391 오오, 고마워[?] 그런 레스 하나가 힘이 된다
394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3:35:50 ID:4GaeqrlpXg 방과후까지 있었던 일이라곤 소연과의 잡담 정도였고, 방과후가 되고나서 놀러갈 것은 제의해오는 녀석따윈 없었으며, 음악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상담을 주고받기에는 애매한 장소여서, 어째서 여기에서 만나자고 했는지 전혀 모르겠는 채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 왔어?" ...음악실에서부터 상담을 요청해온 녀석이 난데 없이 튀어나왔다. ...분명, 내가 잘 알고 있는 녀석이다. 헌팅팀의 일원이었던데다, 첫 급식 질주에서 서연과 함께 마주한 녀석. 혜원과 마찬가지로 등까지 뻗어있는 스트레이트 헤어. ...예진이다. ...아니, 알고 있던 사이인 너란 점에서는 놀라는 걸 자중해줄 수도 있지만 말이지... 어째서 그런 곳에서 나오는 거야, 너는...? 여태까지 누가 안 오나 복도를 둘러보던 내가 바보 같잖아...? 조금은 평범하게 등장해줄 수는 없어...? 애초에 음악실은 매번 잠겨 있었을텐데, 네 녀석은 어떻게 들어간거냐... 여러 가지 의문이 내 머릿속을 맴돌아서, 조금 머리를 쥐어잡고 있자니, 녀석은 "자, 들어와"라며, 마치 자기 집인냥 나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안에 있는 것이라곤 피아노, 선생님용 책상과 의자, 학생용 책상과 의자, 그리고 뒤에 있는 청소도구함 정도 뿐이었다. 즉, 표면상으론 우리 둘뿐인 공간. 그제야, 녀석은 표정을 바꾸고, "들어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 노래하듯이, 그렇게 말해왔다.
395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3:36:07 ID:4GaeqrlpXg 그치만 미안... 지금은 여기서 잠깐 cut...
396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3:45:28 ID:4GaeqrlpXg 녀석의 상담 내용은, 듣고 있던 내가 입을 살짝 벌릴 정도의 것으로, 3학년의 선배를 좋아한다고 했었다. 계기도, 녀석(서연)과 같은 그것. 하, 뭐야, 이거... 라고 중얼거릴 정도로, 녀석은 서연과 비슷한 문제를 떠안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것은 서연에게 들은 모양으로, 이미 상담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여 상담을 요청해온 것이라고 했다. 녀석과 서연이 겹쳐보인다. 작년의 이맘때가 떠오른다. 상담, 도시락, 생일, 고백 도전, ...실패. 여러가지 일들이 한번에 몰아쳐온다. 눈앞의 녀석과 서연이 겹쳐보인다. 나도 모르게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렇지만, "…그래서?" 녀석은 녀석이다. 고백 상대도 전혀 다른 녀석. 그저 상황만 비슷할 뿐이다. 이전의 기억따위 돌이켜보아도, 녀석의 상담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걸 경험으로 삼을 뿐, 문제로 삼지는 않는다. 그래야 한다. 나를 믿고 상담해온 녀석을 위해서라도. "너는 어떻게 상담해주길 원하는데?" 그래서, 그렇게 말했었다. 나도 놀랄 정도로 단호한 목소리였다. 물론, 녀석의 얼굴도 약간 놀란 빛을 띄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겠지.
397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3:53:32 ID:4GaeqrlpXg "어떻게... 라니?" 아마도 녀석은 상담 요청은 이게 처음일 터. 단지 이야기를 하면 해답을 내놓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상담이란 건 그런게 아니다. 애초에 내가 만능인간도 아니고, 상담해온다고 해답을 척척 내놓지는 못하는 일. 적어도 녀석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같이 등을 마주하고 지지해주거나 함께 버텨주는 정도밖엔 해주질 못한다. 상담이란 어차피 그 정도의 것. 그 이상의 능력따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그걸 정리해서 말했었다. "상담은 만능이 아냐. 그리고 나도 만능도 아니라, 해답 같은 걸 알고 있을리도 없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해답을 척척 내놓을 순 없어." 여기서 잠시 끊고, "그러니까,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언을 해줄 뿐이야. 그 외에 해줄 수 있는 거라곤 함께 있어주는 것 정도뿐이겠지만. 어차피 나는 그 정도밖엔 하지 못해." 거기서 또 끊고, 이번에 녀석을 확실하게 마주보고, "그래도 원한다면 말해봐. 어떤식으로 상담하고 싶은 거야?" 그렇게 말했었다. 고백을 성공시키고 싶다, 선배가 좋아하는 걸 알고 싶다, 애인 관계가 되려면 고백 이외의 방법도 있지 않을까 등. 여러 가지로 나뉜다. 녀석은 분명,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터였다. 무엇보다, 꽤 어른스러우니까. 그래서 녀석은, "고백하고 싶어" 그렇게 말해온 거겠지. 살짝 웃는다. 녀석이 그걸 원한다면, 상담 받은 입장에선 그걸 이루어지게 최선을 다하는 게 당연하겠지.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고? 실패하면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어" 그래서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녀석의 결심이 확고하지 못하면, 내가 최선을 다해봤자,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배드 엔딩으로 향할 수밖엔 없다. 애초에 연애란 건 그런 거기도 하고 말이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래" 그렇지만, 녀석은 내 생각 이상으로 견고했다. 뭐, 그럼 그걸로 좋은 거겠지. 자, 그럼... 어떻게 상담해줘야 하나...
398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3:53:45 ID:4GaeqrlpXg 또 다시 cut-
399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00:31 ID:1lYlgXS4rI >>398 조.. 좋은 절단이다.. 으악ㅋㅋㅋㅋ궁금해
400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07:31 ID:4GaeqrlpXg "확인해두는 건데, 선배한테 애인이 있는 걸 확인해봤어?" 고개를 젓는다. 예진은 내 질문에 "없는 건 확인했어"라고 대답해왔다. 서연의 경우는 고백에만 열중한 나머지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차여버렸다. 정확히는 스스로 차였다. 애인이 있든 없든 노력할 수도 있는 거였지만, 녀석은 노력하는 걸 그만 뒀다.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과, 계속 해서 지속될 고통(포기하지 않는 근성) 중, 어느 것이 편할지는 말 안 해도 알테니까. 게다가, 애인이 있다면 확률이 확실하게 내려가버린다. 그래서 확인한 거였지만-. 뭐, 일단 첫번째 고비는 넘긴 셈인가? "그럼, 선배의 성격은 어떤데? 어떤식의 고백이 통할 것 같아?" 그럼 이어서 두번째 고비. 녀석의 고백 방법. 서연의 경우는 도시락을 택했다. 정확히는 도시락을 계기로, 분위기를 만들어, 고백하려고 했다. 서연과는 악연이 있어 어울리기도 했고, 고백에만 열중한 덕분에 고백 방법을 녀석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거였지만, 예진과는 그런 접점이 없었다. 애초에 녀석의 성격을 확실히 알지 못하는데다가, 고백하고자하는 선배의 성격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 상태론, 내가 고백 방법을 생각해봐야 소용 없었다. 애초에 고백 방법을 여러가지 생각해낼 수 있을 정도의 로맨티스트도 아니고 말이지... "그런 건 네가 상담해줘야 하는 거 아냐?" "미안하지만, 상대방 성격도 파악하지 못한 내가 그런 걸 알 수 있을 것 같냐?" 내가 조금 눈을 가늘게 만들며 그렇게 말해주자, 녀석은 "그것도 그렇네"라며 중얼거리더니, 이내 "선배는 조용한 성격이니까, 강하게 밀어붙이거나, 분위기에 약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해왔었다. 키워드는---, 그것인가.
401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08:14 ID:4GaeqrlpXg >>399 이몸의 절단신공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403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16:38 ID:4GaeqrlpXg 일단 녀석의 키워드로 머릿속에 떠오른 고백 방법은 몇가지 있었다. 우선 분위기로 고백하는 방법으론, 교실로 불러들여 고백하는 방법, 러브레터(이건 내 성격상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역시 고백이란 건 마주보고 해야하는 거란 강박관념에...), 선배의 성격에 맞춰 선배의 취미를 몰래 알아둔 뒤 우연히 안것처럼 가장해서 다가가 기회를 본 뒤 고백하는 방법,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호감도 업 등이 있었고, 강압적인 방법으론,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 달려들어 고백하는 방법, 자연스럽게 다가가 대화를 유도한 뒤 '좋아하니까요'따위의 말로 고백하는 방법, 앞과 똑같은 방법으로 다가가 뒤에서 달려든다던가 끌어안는 스킨쉽등을 이용해 그것이 마냥 당연해질 때까지 '좋아하니까요'를 변명으로 삼기 등이 있었는데, 눈앞의 녀석에게 맞는 방법은 그다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물어보기로 했는데-.
404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16:56 ID:4GaeqrlpXg >>402 너무하네. 계속 쓰는 건 나한테도 힘든 일이라고?
406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22:02 ID:4GaeqrlpXg "교실로 불러서 고백하는 건 어때?" "선배는 방과후때 바쁘니까 불가능" "러브레터는?" "문장력 없는데다 닭살 돋아서 못해" "우연히 안것마냥 취미로 다가가서 호감도를 조금 쌓은 다음에 자연스레 고백하는 건?" "오래 끄는 건 질색이야" "우연을 가장해서 만나보는 건?" "마찬가지." ...어이, 이봐... "그럼 조금 강압적으로 바꿔서,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 달려들어 고백해보는 건?" "부끄러워" 잘도 말해주는 구만, 이 녀석?! 네녀석 성격이면 분명 할 수 있을텐데?! 부끄럽긴 뭐가 부끄러?! "대화 도중에 자연스럽게 좋아한다고 고백해보는 건?" "그 정도로 말을 잘 하지 못해" "그럼 '좋아하니까'라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스킨쉽등을 하면서 네가 선배를 좋아하는 걸 당연하게 만드는 건?" "그러니까, 부끄럽다니까?" ...대체 넌 뭘 하고 싶은 거야, 이봐...
407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22:18 ID:4GaeqrlpXg >>405 아니, 별로 조용해질 필요는 없고...
408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30:32 ID:4GaeqrlpXg "...그래, 일단 상담전엔 너도 고민했을테니까, 고백 방법 하나나 둘쯤은 생각해본 게 있을 텐데, 뭔가 좋은 거 있어?" 결국 포기하고 그렇게 말했지만,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네가 말한 것들 중에 있었어" 라고 말해왔다. ...그러니까, 너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네가 생각한 것마저 기각당하면 뭘 어떻게 조언해주면 되는 건데, 대체...? "그치만, 그보다, 조금 더, 그... 뭐냐... 확실하게 고백하고 싶다고. 선배가 장난으로 못 넘길 정도로, 확실하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호감도를 올려야 확실해진다고? 난데 없이 생각해본 적도 없던 녀석이 와선 '좋아합니다'라고 말해도 신경쓰인다기보단 난감할 뿐이잖아? 그런데도 넌 오래끄는 건 싫다는 거야? 그렇지만, 녀석도 그걸 모르니까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온 것일 터였다. 자신의 기분을, 확실하게 말하진 못하지만, 고백은 하고 싶고, 그러니까 조금 더 확실한 기분을 갖기 위해 나에게 쪽지를 건넨 것일 터였다. 그래서 말로 타이르거나 하는 건 그만뒀다. 녀석에게 내가 해주어야 할 건, '확실하게 고백하면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정도였지만, 연애 무경험자인 내가 그따위 걸 알 수 있을린 없었다. 그래도, 거기서 입을 열지 않으면 시기를 놓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럼..." 나도 모르게 녀석의 어깨를 잡고 내 눈과 마주보게 하고서, 입을 열어버렸다.
409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35:51 ID:1lYlgXS4rI >>408 ... 상담이 안드로로 가고.. 있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
410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41:59 ID:4GaeqrlpXg "좋아한다고 말해" 나의 난데 없는 강압적인 모습에, 녀석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것에도 상관 않고 어깨를 잡은 손에 약간 더 힘을 주었다. "선배를 좋아한다는 건 접점이 있었다는 거고, 어쨋든 마주치기는 한다는 거지?" "...응"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좋아져버렸으니까, 장난으로 끝내지 못할 정도로 확실하게 고백하고 싶은 거지?" "...응" "그럼 달려들어서, 있는 그대로 표현해. 네 녀석이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해서 묵혀둘 수밖에 없던 걸 토해내, 선배한테 호소해봐"
411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42:08 ID:4GaeqrlpXg 얼굴이 붉어진다거나 하면 안 된다. 부끄러워서 눈을 피한다거나 흔들려서도 안 된다. 조언을 주는 입장이 흔들리면, 조언을 듣는 녀석마저 흔들리게 된다. 그러니까, 나만큼은, 지금, 녀석에게, 누구보다도 확고하게 말해야만 한다. "좋아하고, 좋아하고,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난데 없이 외친다. 눈앞의 녀석은 당연히 놀랐고, 왠지 모르게 청소도구함이 흔들렸지만 무시한 채, 붉어졌으리라 확신하는 내 얼굴조차 의식에서 지우고, 녀석을 향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방금 그게 '예'다. 제대로 호소해보라고" 그리고선 시선을 피한다. 당연하겠지... 지금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못할 조언 아닌 조언이었으니까... 그리고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고 길게 숨을 내쉬는 것과 동시에, "...아, 미안" 앞문쪽에서 살짝 열린 문 사이로, "그다지 들을 생각은..." 나로선 처음보는 3학년 선배의 얼굴이, 빼곰히 보였다. 하지만, 그 선배가 누구인지만큼은, "...선배?" 눈앞의 녀석의 반응으로 확연하게 알았다. 예진의 반응에 선배가 놀라 도망치기 시작한다. 허무해진 건 예진 혼자만이 아니었지만, 운 좋게 바로 정신을 차린 나는, 그대로 녀석의 등을 밀었다. "가라고! 지금 아니면 정말로 놓쳐! 가서, 잡고, 이번에야 말로 호소하라고! 지금 건 오해니까, 고백 받아달라고 호소해봐! 어서!!" 아직 멍하니 있는 녀석에게로 그렇게 외친다.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린 녀석이, 상황도 아직 반밖에 인식하지 못한채 허겁지겁 선배가 달려간 방향으로 문을 열어 젖히고선 달려갔다. 그리고, 음악실엔 나하고 녀석만 남았다.
413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4:48:09 ID:4GaeqrlpXg "나오는 건 어떠냐?" 청소도구함을 향해, 그렇게 외친다. "......" "청소도구함 속에 있는 거 다 알거든?" 아까 분명 흔들리는 걸 봤다. 예진과 정말로 똑같은 타이밍으로. 미미한 떨림이었지만, 약간 소리도 들렸으니, 확실했다. 청소도구함 안에는 누군가가 있다. 어차피 예진이 가고나서 할일이 사라져버린 나로서는, 청소도구함을 추궁할 여유는 충분히 있었다. 그렇지만, "...하아, 마음대로 해라" 하는 건 그만뒀다. ...어차피 나올 생각을 안 한다는 건 얼굴이 알려지기 싫단 걸테고, 그다지 내가 녀석이 청소도구함 속에 있는 이유 같은 걸 물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것만큼은 말해둔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방금 전에건 잊어줘라" 녀석은 나름 필사적일테니까. 적어도 아까 내 말에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때만큼은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거였는데... 말이지... "모르는 거야?" ...청소도구함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내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녀석의 것이었다... "...너, 뭐하냐, 그런 곳에서?" ...서연...
416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9:22:27 ID:4GaeqrlpXg 이야기는 전부 들었다. 대화 내용은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것도 없었으므로 스킵하지만, 그나마 기억에 남는 거라곤... "나, 오늘 하루만 청소도구함과 사랑에 빠질 예정이어서" "무슨 4차원 발언이야, 그거!!" 라는 '평범한' 대화로 시작한 것뿐이려나. 쭉 이런 느낌이었으니까... 어찌되었든, 녀석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원래대로라면 자신과 예진이 짜고 나를 '상담'이라는 것을 이용해 놀려줄 생각이었는데, 난데 없이 예진이 시나리오에도 없던 상담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고, 그걸 계획에도 없던 선배의 난입으로 인해 방해받았다, 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로 보충을 가미하자면, 예진은 좋아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별로 상담 같은 것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만으로 고백을 성공시키려고 했는데, 내 얼굴을 보니 이유 없이(...) 장난을 치고 싶어져서 진짜 상담을 해왔던 것으로, 내가 생각 이상으로 진지해진 것과 선배의 난입은 녀석도 모르는 일이었다는 듯 했다. 왠지 놀려짐 받는 게 당연한 일상을 지내와서인지 이제 그 정도로는 별달리 상처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담까지 놀려먹을 소재로 사용해 먹을 줄은 몰라, 조금 쇼크에 빠져있었더니, 서연은 모든 악흉의 원인인 주제에 "힘내라니까"따위의 헛소리나 말해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채 이야기가 끝나자 가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쇼크로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져버려서, 그대로 책상에 엎어져 잠들어버릴까-. 생각했더니... "...아?" ...어째서인지 앞문에 기댄 채 서있는 예진이 시야에 들어왔다.
417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9:22:37 ID:4GaeqrlpXg "뭐야, 들어올 거면 들어와서 어떻게 됬는지나 말해주지 그래~?" 완벽하게 의욕 제로. 그때는 말투에서도 느껴질 만큼, 나는 의욕이 없었는데, 반쯤 가짜 상담이라서인지, 처음의 의욕은 나오지 못했다. 애초에, 다시 생각해보면 부끄럽고... "서연한테서, 이야기는 다 들었어?" "들었으니까 이러고 있지..." "그래? 그럼 이야기가 편하겠네. ...고마워" 아... 뭐? "덕분에 선배와 후배가 아니라, '친구'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됬어. 처음부터 애인이 아닌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날 신경써준다는 의미일테니까, 기분은 좋아. 돌아보게 할 자신도 있고" 아니, 실황보고를 해준다고 해도 말이지... 녀석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바람을 맞고 있었다. 창문-. 열려 있었던 건가?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녀석은, "그리고" 정말이지, "네가" 터무니 없을 정도로, "두번째로 좋아하는 녀석이 됬으니까" 터무니 없는 소리를, "앞으로 잘 부탁해." 무척이나 상쾌한 표정으로, "처음부터 친구였으니까 그 부분은 스킵해도 되는 거지?" 상쾌하게 건네왔었다. 뭐야, 그거... 양다리 선언이냐? 아주 좋아하는 선배는 대체 어디로 갔어...? 아?
418 이름:이름없음 :2010/01/27(수) 19:23:00 ID:4GaeqrlpXg 일단 여기까지. 오늘 알바 쉬어도 된다고 했으니까, 아마 조금 있다 또 올지도.
420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03:17:41 ID:S7X466H1ec >>419 미안하지만, 인기 같은 건 없어-.
421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03:19:03 ID:S7X466H1ec 아아, 오랜만에 다른 스레도 보았지만, 패배한 개처럼 행동하는 녀석들은 보고 있으면 짜증나. 결과에 만족할 수 없는 애송이라면, 애송이 답게 끈질기게 매달려서 조금이라도 상황을 개선하거나 바꿔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아냐? ...하아, 나도 아직 20살에 연애무경험자라지만, 이 말만큼은 전혀 말하는 걸 멈추지 못하겠다.
"요즘 녀석들은 근성이 부족해"
422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03:53:43 ID:S7X466H1ec 그런 느낌으로 5월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5월 중에 가장 많이 느낀 건 '커플이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3월 중에는 이벤트가 하나 개최했었는데, 그 이름하여 '누가누가 가장 오래 사귀나 대회'... 이 네이밍 센스만 보더라도 한인의 소행이란 것쯤은 단번에 알 수가 있었다. 대회는 이름 그대로 3월 중에 사귄 커플 중(물론, 사귀었다고 공인한 녀석들을 대상으로) 누가 가장 마지막까지 연인 사이로 있을 수 있는가를 이벤트의 주제로 삼았는데, 대부분의 공인 커플들이 '우리는 끝까지 사귈테다'라는 의지를 불태우며 참가하여, 의외로 참가자가 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그 커플들이 오래 버티고 있어, 5월이 된 무렵에는 이미 주위를 둘러다보면 커플이 한쪽을 차지하는 게 '보통'일 정도로 많았었다. 물론, 그 때문에 언제나의 일상처럼 소연과 대화할 때나 매점에서 산 딸기 우유를 서연과 나란히 앉아 멍하니 마실 때나 아니면 가끔 복도 등에서 마주치는 혜원의 기분을 알아맞추고 있을 때라거나 예진과 선배에 대해서 아직 의논할 때라거나 등의 일로 상당히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봐야 한사람당 일주일 이상 버틴 오해는 없었다. 물론, 그것은 '애인'들이 주위에 언제나 자리잡고 있으니, 우리들의 분위기가 친구 이상이 아니란 걸 알아챌 정도의 눈치를 Get한 것이 이유일 터였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의 내 기분은 묘했다.
423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04:02:41 ID:S7X466H1ec 중학생이 된지,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아직 애송이. 사람을 대하는 것은 '친구' 이외엔 가족에게조차도 아직 서먹서먹한 어린 녀석이다. 그런 내 주위로, 당연하다는 듯이 연애를 하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 괜히 묘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건, 5월이 되면서부터 상당히 커졌는데, 중학교 시절의 커플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때가 가장 커플이 많았던 때여서 일지도 몰랐다.(여름 방학이 끝났을 땐 절반쯤이 헤어진 뒤라서 조금 쇼크였지만) 그래서, 그때는 종종 창밖을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 때문인지 헌팅팀의 일원들은 종종 나를 발견하면 다가와주었다. 물론, 걱정이라던가 기운을 나게 해줄 생각따윈 없이, 단지 바보 같다며 놀리러 왔을 뿐이었지만, 그때의 나에겐 그게 최고의 기운 나는 약이었다. 그리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 5월의 이벤트는, "물싸움 이벤트!" ...난데 없이 한인이 나를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니, 정말로 왜 날 찾아온 거지...? 조금, 그건 지금도 정말로 이해가 안 되는데...
424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04:04:26 ID:S7X466H1ec 미안, 지금은 여기까지. 일주일쯤 뒤엔 개학이라(그래봐야 개학 후 또 일주일쯤 뒤엔... 졸업식이지만) 새벽에 이걸 쓰는 것도 못할테지만, 그전에 끝내려고 노력해보겠어. 아마 끝낼 수 있을 거야(아마)
그럼, Cut-하고, 낮에 다시 돌아와주마
425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09:14:46 ID:ueaK2X6nuU >>424 새벽 늦게 자는군 ㅋㅋ 점심때쯤 보자구 !
426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10:33:00 ID:jet/Egqe9U 스레주 이자식- 이 글 다 읽는데 거의 3시간이 걸렸다고.
읽기 쉽게좀 써줘잉 ~ ㅜㅜ 그리고, 뭐랄까 짝사랑치고는 충돌이 좀 많아서 부럽군 (...) 내경우에는 4년동안 짝사랑하고 있는데 거의 마주치질 못했... 컥... 아니 뭐, 그냥 부럽다고.
427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11:31:34 ID:S7X466H1ec >>425 ...어째서 내가 점심때쯤 일어난다는 걸 알았지...
>>426 어, 어라? 읽기 쉽게라니,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냐? 이래봬도 꽤 쉽게 쓰려고 하고 있는데...
충돌이 많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428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11:33:04 ID:S7X466H1ec 미안하다. 아까 전화 왔는데(5시에 자서 여태까지 자다보니...) 오늘 3시쯤에 나와줄 수 있냐고 그러더라. 분명 이벤튼가 뭔가 하는 거겠지... 알바생중에서 그걸로 부려먹히는 건 나 정도뿐이고... 또 마이크 들어야 하는 건가... 으음...
그런고로, 오늘은 알바 끝나고 나서야 가능할 것 같은데... 미안할 따름이야... 지금이라도 한두개 써달라거나... 는 아니ㄱ...?! (도주)
429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11:33:43 ID:S7X466H1ec 벌써 10일째 진행하는 이 스레, 스레주인 나도 무섭긴 하네...
430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11:51:27 ID:S7X466H1ec "...난데 없이 무슨 물싸움이냐?" 때는 5월. 녀석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계절은 아직 봄이다. 나름 추위도 사라지고 포근해지기 시작할 때이지만, 그래도 아직 젖으면 추울 수밖에 없는, 그런 시기. 녀석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물싸움 이벤트를 벌이자고 하는지, 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여태까지는 순순히 따라주었지만, 지금것만은 태클을 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렇게 물었던 거였는데, 녀석은 무슨 일인지 조금 축 쳐지더니, 내 책상에 머리를 박듯이 하고는 부탁했다. "너까지 거절하지 말아줘-! 너만 설득하면 8명째란 말야-!" 있는 거냐! 나와 너를 제외하고도 그런 시덥잖은 이벤트에 참가해주는 6명이나 되는 인재가...! 아니 그보다 나는 어째서 포함되어 있는 걸로 된 것마냥 행동하는 거야...?! 거절하라고...?! ...그치만... "제발~" ...이 녀석이 이렇게 들러붙으면, 괜히 머리를 쓰다듬는다거나 해서 기운차리게 해주고 싶어져버리고 마는, 일명 아버지 모드... 가 되어버리고 만다. "...응?" ...대체, 어째서... "부탁할게!" ......제길... 또... 졌다...
431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12:12:10 ID:S7X466H1ec 마침 그때는 5월의 말이었던데다가 조금 이르게 여름으로 돌입하려는 시기였는지 약간은 햇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던 때였는데, 녀석이 직접 준비한 '미지근한 물 세트'라는, 여전히 유치한 네이밍 센스의 물을 보급용 탄환으로 쓸 예정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물싸움 도중에는 춥다고 불평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끝나고나면 무진장 춥겠지만... 어찌되었든, 그런 식의 이벤트 설명을 당일날 받은 나는, 주말이라고 하는 휴식의 날을 쓰는 것을 조금도 아쉽게 생각 안 하는 나머지 녀석들을 둘러보았는데, 우습게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잡고 있는 서연과 혜원, 그리고 소연을 보며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신에게 헛웃음만 나왔다. "자, 그럼, 팀을 가르자" 팀을 가르는 방식은, 언제나와 처럼 사다리 타기였는데, 이번엔 이전처럼 '버스'와 '지하철'로 나누지 않고 '레드'와 '블루'를 무작위로 적었는데, 나의 경우는 블루가 걸렸다. 주최자인 한인도 블루였는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혜원도 나와 같은 블루였지만, 서연과 소연은 레드팀이었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무대는 우리 학교로, 이미 교내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한인이 어떻게든 설명을 마쳐주어서, 교내를 무대로 상대하는 것이 가능했고, 팀은 각각 4명씩 나뉘는데, 4명 모두 역할이 있었다.
432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12:12:19 ID:S7X466H1ec 우선 첫번째로 돌격병. 블루팀의 돌격병은 그때까지 이름 모르던 남자 녀석이었는데, 체격적으로 보나 몸놀림으로 보나 제격이어서 다수결로 뽑아버렸다. 두번째로는 저격병이었는데, 엄호와 정확도를 겸하는 이것은, 혜원이 맡기로 했었다. ...가장 잘할 것 같이 보였으니까... 세번째로는 보급병이었는데, 물의 보충으로, 유일하게 공격을 덜받는 병사였는데, 이건 이전에 초콜렛을 주었던 농구 동료 여자애가 맡았었다. 그땐 이 녀석도 이벤트에 참가했었구나, 하고 조금 놀랐었지. 네번째로는 가디언이었는데, 이건 나였는데,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두가지 목표인 "적군의 섬멸"과 "플래그 쟁탈" 중 하나인 플래그 쟁탈을 사수하는 포지션으로, 깃발은 한인이 구해왔었는데, 참가자들이 '죽음'은 어떤 식으로 표현이 가능한가를 물었더니, 한인은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동그랗고 노란 종이였는데, 뒤에 테이프가 붙여져 있던 것으로, 그걸 모두 심장 위치에 붙이게 한 뒤, 그걸 맞으면 사망이고, 동료가 10초 이상 접촉하고 있으면 리스폰이 가능하다고 했다. 꽤 재미있는 설정이라 좋았지만, 나로서는 난감하기 그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운이 나쁠 경우 가장 마지막에 남는 건 나(가디언)와 보급병 정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플래그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플래그가 의외로 무게가 나가는 것이어서 (정확히는 지지대가 무거웠다) 한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균형을 맞춰 쏘는 것이 의외로 어려웠다. 플래그 쟁탈은 깃발을 잡은 채 10초 이상 있는 것으로 성립이 되었는데, 나의 경우는 교실에 플래그를 설치한 뒤 창문으로 녀석들이 종종 싸우는 걸 구경하거나 했다. 가장 멋진 구경거리는 역시 혜원으로, 녀석은 저격병주제에 돌격병과 함께 돌격하는가 싶더니(애초에 물총에 저격계열이 있을까보냐만은) 두번에 한번은 꼭 적을 맞추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상대 한명은 꼭 5발 안에 해결했는데,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은게, 입학할 때의 마라톤이 무심코 다시 떠오를 정도였다.
433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12:27:41 ID:S7X466H1ec 물론, 나도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조금 방심했던 것은, 상대는 둘이 싸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뒤로 돌아온 녀석이 있다는 점으로, 책상을 발로차 무너뜨려 그 뒤에 숨는 과도한 액션을 취하고 나서야 저기서 싸우고 있는 녀석들 중 하나가 보급병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가 있었다. 애초에 웬만하면 보급병이 바로 옆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하니 보급병이 나와서 녀석들의 시선을 끌어줄줄은 말이지... 운이 나쁘게도 한명이 죽으면 다른 한명이 자꾸 방해를 하여 팀원을 살려냈다는 것인데, 우리팀은 운이 좋은 건지 실력이 좋은 건지 마지막까지 죽지 않았지만(돌격병은 한 번 죽었다), 이러나 저러나 서로 전멸은 피하고 있었단 것이었다. 어찌되었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곧 바로 책상 위로 날아오는 물줄기에 대응해주었는데, 녀석은 교탁 뒤에 숨어서 쏘고 있었고, 나는 교실 창가 제일 뒷자리의 책상을 방패삼고 있었다. 그렇게 5분 정도 쓸데 없는 소모를 계속 했는데, 나의 경우는 운이 나쁘게도 보급병이 둘을 따라간 덕분에 탄환 (이라고 해도 물병)이 한개밖에 없다는 것이었는데, 상대는 충분히 보충을 하고 온 것인지 마구잡이로 쏘고 있었다. ...뭐, 공기를 잔뜩 집어넣은 다음에 뚜껑을 약간 비스듬히 열고, 강하게 비틀어 던져, 파편 수류탄 마냥 물을 흩뿌리게 한 덕분에 사망시키는덴 문제가 없었는데, 이 게임의 좋은 점은 이런게 가능한 '자유로운 점'이었다. 화장실의 호스를 이용해도 좋고, 지형지물을 이용해도 좋다. 단지, 상대의 가슴에 달린 종이를 젖게 만들면 이기는 것이다.
434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12:27:48 ID:S7X466H1ec 일단 겨우 이겼다-. 싶어서 한숨을 내쉬고 있더니, 상대는 곧 춥다면서 불평을 늘어놓고 시작해서(일단 여자애였고...) 결국 내 마이를 뺏길 수밖엔 없었다. 뭐, 나는 젖지 않아서 상관 없었지만, 교복은 자신도 있을 터였으면서 어째서 내 교복에 그렇게 집착했는지는 전혀 모르겠었다. 어찌되었든, 겨우 한명 처리했다, 싶었더니, 어디선가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고, 살짝 일어나 창문쪽을 바라보니, 어째서인지 셔츠가 젖은 채로 상대팀 둘과 우리팀 둘, 도합 네명을 쫓아가는 장면이 포착되었는데, 한인은 그 근처에서 이쪽을 향해 "도망쳐!"라고 손으로 알려주었다. 결국 일을 저질렀구나-. 라는 생각을 해버린 건 비밀에 붙이는 걸로 해두고. 어찌되었든 나는 내 마이를 입은 채 벽에 기대서 괜히 웃고 있는 녀석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 이윽고 녀석들과는 다른 루트로 학교를 빠져나왔었는데, 몇분 지나지 않아 녀석들도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을 했다. 도중에 흩어진 건지 제일 먼저 나온 건 혜원으로, 녀석은 우리를 보더니 나에게 난데 없이 조끼를 원했고(넌 배 부분만 젖었잖아?!) 결국 상의라곤 와이셔츠하고 넥타이만 남은 나는 조금 한숨만 나왔다. 순서대로 적자면 그 다음으로 나온 건 한인, 그 다음은 우리팀 돌격병, 적팀, 적팀, 우리팀 보급병이었다. 사실 우리팀 보급병쪽은 나오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려서 찾아갈까도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선생님이 끝까지 녀석만 쫓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따돌리기 위해서 숨어있었다고 했었다. 결국 그렇게 한숨을 돌리는 가 싶었더니... "이 녀석들---!!" ...선생님은 교문 앞까지 따라오고 계셨다. 모두 한마음이 되어서 질주했다는 건, 여담이지만.
436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12:36:12 ID:S7X466H1ec 참고로 말하자면, 플래그를 쟁탈하러 온 여자애는 돌격병으로, 레드팀은 3명이 여자였는데, (어째서인지 이번 이벤트는 여자가 많이 참가해서...) 레드팀 유일한 서연이 가디언이었고, 소연이 저격병, 레드팀 유일의 남자가 보급병(...)이었다. 보급병은 다른 3개의 병과와는 다르게 물총이 권총이었는데, 그 때문에 소연이 집중 공격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의외로 쓰러지는 건 남자의 쪽으로, 소연은 혼자서도 둘을 상대로 10초를 꿎꿎이 버티는 일이 많아서, 좀처럼 결판이 난다거나 하지는 않았었다.(혜원과 막상막하 였었지... 포지션상 이쪽이 불리했고...) 뭐, 그런 식으로 상황이 돌아갔었는데, 난 가디언이라 정확한 실황 전개는 불가능하다고...?
>>439 하렘 아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예진은 장난식이었고, 소연은 친한 친구인셈이었던데다가(조금 트러블은 있었지만), 서연은 내 짝사랑 상대일 뿐이었고, 혜원만 유일하게 날 이성으로 인식해준 녀석이다 하렘이라기엔 요소가 너무 빠졌다고 생각 안 해...?
>>440 지금이고 뭐고 예전에도 아니었다...
442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20:49:30 ID:S7X466H1ec 미안하지만 이제 9시부 검도에 가야하기 때문에 쓰지 못할 거다. 돌아오면 10시 반쯤인가...
...죽어나겠군...
443 이름:이름없음 :2010/01/28(목) 22:32:01 ID:S7X466H1ec 토할 것 같다... 팔다리에 힘 없어... 살아있다는 건 멋ㅈ... 우웩...
444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00:56:35 ID:iWEJxOkgvc 그해 5월에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물싸움 이벤트와 함께 예진이 선배와 연인 사이를 공인받은 것이었는데,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빨라서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것은 소연에게로 놀러온 서연도 마찬가지로(언제부터인지 친구가 됬었더라...), 왜인지 복잡한 표정으로 예진을 바라보는 게, 분명 선배를 생각했을 것이란 것쯤은 쉽게 눈치챌 수가 있었다. 물론, 소연은 그것을 듣고나선 또 다시 헌팅팀을 계획하려고 하는 바람에 말리는 역할을 서연에게 떠맡겨진 내가 머리를 쥐어잡아야 했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또 끌려다니면서 해프닝에 말려드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그리고, 5월 말이 되어서 생긴 변화로는 한인이 있었는데, 녀석은 머리색을 밝은 갈색으로 물들여, 선생님과의 1:1 면담을 했을 정도로 문제가 커졌었지만, 어째서인지 6월이 되어서도 꿎꿎이 그 머리를 하고 다니는 녀석을 종종 마주칠 수가 있었다. ...녀석은 여러 의미로 대단한 놈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고...? 그리고, 나의 중학교 시절은 또 다시 6월을 맞이했다.
445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01:01:32 ID:iWEJxOkgvc 6월. 드디어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더위와 습기가 기척을 숨기고 다가오는 달. 이맘때만 되면 아직까지도 1학년 때 바다에서 먹었던 국수가 떠오르는데, 솔직히 말해서 쓴웃음이 지어지기는 하지만, 즐거웠다는 것을 부정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떠들썩한 건 여전히 싫어했지만, 친구들과 그런 일들을 하면서 다닐 수 있다는 건 정말로 행운인 거라고, 지금은 문득 떠올릴 수 있으니까. ...그치만, 나는 그걸 한인에게만은 절대로 입에 담으면 안 되었었다. 6월 1일. 한인이 난데 없이 찾아오는 바람에 별다른 할 이야기도 없어서 그쪽으로 이야기의 주제가 흘러갔고, 나도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고 말해버렸다. ...그 다음에 찾아올 녀석의 대사와 행동따윈, 그때의 나라도, 이미 해탈의 경지에 다다른 표정으로, 똑같이 따라할 수가 있을 정도로, 단순하고도, 어떤 의미론 강경했다. "제 2차 바다 놀러가기---!" 잠깐, 거기! 이름 정도는 제대로 지어주라고, 이봐-?!
446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01:08:40 ID:iWEJxOkgvc "그런 이유로, 왔습니다!" 뭐가 그런 이유냐! 젠장, 빌어먹을?! 내가 한인의 그런 반응에 그렇게 대응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제 2차는 무슨 제 2차야! 이전 멤버랑 다른 거라곤 5명이 더 추가되었다는 것뿐이잖아! 애초에 이렇게 많은 인원을 이런 대이벤트에 두번이나 끌어들이다니, 네놈은 어디의 도련님이냐!! 여전히 태클을 걸고 싶은 부분은 산과 바다를 이룰 정도로 많았지만, 거기서 신경을 쓰면 지는 거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한숨을 길게 내쉬어, 최대한 릴렉스를 해보았다. 정확히는 할 생각이었다. "뭐야, 너. 그렇게 매번 신경질만 내면 빨리 늙는다?" 어떻게 내 속마음을 읽었나는 제쳐두고, 한마디만 하자면---! "쓸데 없는 참견이다!" 정말이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 없는 녀석이었다. 25명의 대인원이다. 모두들 군것질 비용이라던가 하는 개인적인 비용을 제외하면 모두 한인이 대어주고 있는 것이 실정이었다.(이동부터 숙박, 도중 깜짝 이벤트까지 전부. 물론 식비는 3식까지만) 대체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하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 이벤트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 정말이지 의문이었다. 그치만, 내가 그때 가지고 있던, 아니 지금도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문은 말이지... "그럼 저번의 복불복이다!!!" 또 다시 국수집으로 향하는 네놈의 4차원적인 머릿속이다, 이자식아---!!
447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01:15:38 ID:iWEJxOkgvc 6월을 이벤트에 대한 열기로(얼떨결에 나까지 휘말려서) 정신 없이 보내다보니 어느 센가 여름 방학이 찾아왔고, 7월이 되었다. 그런데 7월 첫 이벤트가 바다 여행이라니! 그것도 한인이 기획한 녀석의 2차!!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한 건 말이지-!!! "어째서 소식인 네놈이 가장 먼저 국수를 받아드는 거냐고, 이 자식아-!" 소식인 주제에 또 다시 이전의 국수집의 스페셜 국수를 시키고(이번에 갔을 땐 종이가 없었는데, 그때 일주일간만 특별히 해봤던 이벤트라고 했다. 딸이 해보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나 뭐라나...), 그걸 제일 먼저 받아든 뒤, 두번째 그릇을 한인 옆에 있던 녀석이 받아들었을 땐 이미 KO 선언이 들려오게 만드는 네 녀석의 4차원도 모자른 18차원 머릿속이라고-----!!! 애초에 뭐야! 이게 고전 PC게임이라고라도 말하고 싶은 거냐?! 우리가 무슨 마왕의 군대야?! 가장 약한 놈부터 보내버리는 게 룰이라도 되는 거야, 뭐야?! 앙?! 네놈은 어째서 항상 제일 먼저 문제를 일으키냐고! 소식이면 그냥 평범히 국수 시키고 구경이나 쳐하란 말이다! 괜히 제일 먼저 뻗어선 우리에게 뒤를 맡긴다느니 하는 소리를 해선 우리 어깨를 무겁게 하지 말라고...! 네놈 식비따위 알바 아니지만, 적어도 내 식비만큼은 위험하단 말이다...! 그런 소리를 하고 있자니, 드디어 오른쪽 끝에서 두번째에 앉아있던 내 앞으로, 국수 그릇이 놓여졌다.
448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01:20:07 ID:iWEJxOkgvc ...결과부터 말하자면 참패... 할 뻔 했다. 나까지 뻗어버린 상황에서 내 왼쪽에 앉아 있던 처음보는 녀석(男)이 라스트 스퍼트를 시작. 보는 사람이 괴로울 정도로 입안으로 밀어넣었는데, 2초 차이로 국물까지 전부 마시는 데에 성공을 했다. 아슬아슬했지만, 겨우 성공. 식비는 사수했다...! ...물론, 그 아저씨는 우리들이 필사적인 모습을 보고 즐길 수 있다면서, 처음부터 더블로 받을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미련하게 국수값을 계산해버린 우리는 바보일지도... "그럼, 곧 바로 바다가자!" 한인은 제일 먼저 뻗어버린 녀석답게 가장 먼저 부활하여 그렇게 외쳤는데, 놀라운 건 방금 전까지 나와 함께 뻗어 있던 녀석들 대부분이 녀석의 의견에 호응하며 수영복 위에 걸쳤던 옷등을 벗어 팔에 걸친 채로 바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걸 보고 위를 쓰다듬었다는 건 잠시 한쪽으로 치워두고. 물론, 국수집의 일도 있어서 전부 가는 건 역시나 무리였는데, 나를 제외하고 여자 둘과 남자 넷이 축 쳐져, 먼저 출발한 선발대를 터벅터벅 쫓아갔었다. 물론, 나의 경우는 한인에게로의 저주를 한껏 퍼부어주며.
449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01:25:40 ID:iWEJxOkgvc 그렇지만, 역시나 식후 곧장 수영을 하는 건 안 좋았던 것인지 몇몇 녀석들은 정말로 빠질 뻔하여 초췌한 몰골로 돌아왔었는데, 그걸 비웃어주자 녀석들은 나의 위를 꾹꾹 누르며 장난을 치기시작했다. 그만해 이것들아---!? "그런데 넌 수영 안 하냐?" 바다에 와서 처음으로 나에게 의문문으로 말을 건 녀석은, 올해 처음으로 바다 이벤트에 낀 멤버의 녀석이었는데, 피부가 약간 햇빛에 그을린 게 인상적인 녀석이었다. 수영을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즐기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다지 몸을 젖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멍하니 있었던 것이었는데, 녀석의 그런 질문은 의외였다. 그야, 대부분의 남자들은 바다보단 여자 때문에 참가한 것이었으니까, 남자주제에 나에게 그렇게 물어오는 녀석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렇기에 내가 안 한다는 간단한 대답을 해주며 고개를 돌렸더니(녀석 같은 타입은 조금 약해서...), 녀석은 왜인지 자꾸만 끈질기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네놈, 대체 뭐가 목적이야! 네놈은 게이냐! 호모야?! 내가 끊으려는 걸 눈치 챘으면 적당히 말 붙이라고...! 나도 모르게 인상 펴버리고 말잖아! 기껏 만든 내 도도한(전혀 주위에 전해지지 못했지만) 이미지가...! 그래서 이번에야 말로 확실하게 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숨을 들이키며 입을 열었는데, "너, 소연하곤 무슨 사이야?" 곧 바로 기침해버리고 말았다. ...아? 소연...?
450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01:26:59 ID:iWEJxOkgvc Cut-. 토할 것 같기도 하고, 1시에 알바 나와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결국 어쩔 수 없이 지금 자야한다. ...지금 자도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노력해봐야지... ...왜 마이크 들고 가게 앞에 서 있어야 하는 건 알바생 중 나 정도밖엔 하는 사람이 없는 거냐고...
451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01:28:17 ID:iWEJxOkgvc 아, 한가지 말해두지만, 정말로 하렘인가 뭔가 하는 말은 그만둬줘. 단지 내 주관적 시점이 9할인 부분이라서 사이 좋게 보일진 몰라도, 정말 친구 이상이었던 녀석은 넷중 아무도 없었다. 있어봐야 애인미만 정도였지. 그러니까, 그런 거니까-----. 난 뭐라고 하는 건지... 몰라, 잘래...
452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09:53:21 ID:2HyXuuSdRI >>451 난 남중남고루트.... 그래도 니가 부럽다구 ㅋㅋ
453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13:06:23 ID:iWEJxOkgvc 미안... 이제 막 근육이 풀리기 시작했는데, 깜빡하고 있었지만 1시부터 알바였다...(8시에 또 검도지...) 바로 준비하고 가야해서 못 적을 것 같아-. 미안-! 그럼 다녀온다!
454 이름:이름없음 :2010/01/29(금) 22:03:07 ID:B.wAGH2yIY 갱 to the 신
455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13:22:31 ID:eHlIT.3/Ug 미안 알바 도중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평소보다 좀 일찍 끝내고 돌아와 조금 스레딕에서 뻘짓 하다가 자버렸는데,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새벽에 부모님께 전화왔었던 모양이라 깨어져서 서둘러 옷갈아입고 창원으로 내려왔다... 최근 몸도 안 좋아지더니 갑자기 무슨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인지... 지난번에 쓰러지셨다고 해서 찾아간지 두달도지나지 않았는데... 아직 현실감이 없지만... 3일이나 혹은 조금 더 머무를 예정이라 기입 못할 것 같다... ...후우......뭘 어떻게 해야하는거지...이모 얼굴보는 것도 괴롭다...다녀온다...
1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19:16:13 ID:McW08rw4VI 내일 모레면 20대를 탈출하는 공무원 나부랭이야. 꽃피는 3월에 결혼 할 예정인데...
막상 결혼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니 첫사랑이 너무 그리워져서... 남자의 첫사랑은 평생 간다고 하잖아? ㅋㅋ..
뭐 그런고로 너희의 첫사랑 얘기가 듣고싶어!
일단 >>5부터 시작!
2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19:20:18 ID:4o.7gqjTdM 첫사랑 생각하지 말구 앞으로 남은 시간을 함께 할 아내 생각만 해줬으면 좋겠어ㅠㅠ 왠지 내가 그 아내된 느낌이랄까ㅠㅠ.
3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19:25:47 ID:McW08rw4VI 실은 몇개월 전에 5년? 6년? 그 정도 가까이 연락이 안되던 첫사랑이랑 겨우 만났거든... 그 첫사랑은 때마침 솔로 OL이었고, 나는 그때 지금 상대를 짝사랑하기만하고 고백은 못하고 있던 때여서 누구를 골라잡아야하나~하고 엄청 망설이던 때였어 ㅋㅋㅋ
결국 지금 상대 골랐지만 흠...
4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19:27:54 ID:4o.7gqjTdM >>3 그래서 지금 후회는 하지 않는거야? 이제 결혼할 남자가 첫사랑에 미련을 가지고 있으면 어떡해ㅠㅠ.. 나 지금 오버하는건가?
일단 첫사랑(이후 전여친)과는 샤이닝 로어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정말 사소한 사냥 친구로 만났어
18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19:54:55 ID:navDft0RgY 난 19살남자인데 첫사랑만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그냥. 가끔길가에서 마주치는데 진짜 죽고싶어.
19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19:54:55 ID:navDft0RgY 난 19살남자인데 첫사랑만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그냥. 가끔길가에서 마주치는데 진짜 죽고싶어.
20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19:55:45 ID:4o.7gqjTdM >>17 역시나 처음엔 다 그런거군.
21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19:56:10 ID:McW08rw4VI 그렇게 한두달 사냥하면서 서로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니 나와 전여친의 나이가 동갑이라는걸 알게되었고, 뭐 게임 친구가 실제 친구가 되는게 그렇게 거부감 드는 나이는 둘 다 이미 지났으니까 우리는 자주 만나서 같이 게임하고 밥먹고 했지
36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10:21 ID:McW08rw4VI 그 날은 전여친이 조금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날이 어두워지는것도 모르고 둘이 계속 술 푸러 다녔어.
한 12시 조금 지났었나? 그런 시간에 술취해서 헤롱거리는 여자애를 혼자 가라고 보낼만큼 막되먹은 놈은 아닌지라 집 근처까지만 같이 가주자... 하는 마음으로 같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37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13:38 ID:McW08rw4VI 저~기서 어떤 정신나간 오토바이 하나가 파란불인데도 마구 달려오는거야. 그래서 그거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오토바이 탄 녀석이 정말 맛이 간건지 우리를 향해서 방향을 트는거야...
난 깜놀해서 전여친을 밀쳐버렸고, 나는 팔을 오토바이 백미러에 박아버려서 넘어져버렸지. 그런데 참 기가 막히게 넘어져서, 전여친은 술이 취해서 똑바로 몸을 못가주고 누워버렸고, 나는 그 위에 엎어져서 대략
OTL O<<
이런 상황이 되었다는 것 ㅋㅋ
38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15:34 ID:T2iLgcSpUo 난 스레주가 현 여친이랑 사귄 스토리가 더 궁금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9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16:34 ID:McW08rw4VI 지금은 거의 다 아물어서 안보이지만 그때 상처가 조금 남아있다.
누가보면 오해할만한 포지션에 전여친은 술이 확 깨버렸고, 얼굴이 벌~개지면서 혼자 갈 수 있으니 이쯤에서 됐다고 터벅터벅 가더라.
난 그때 팔 아픈것도 모르고 도로에 가만히 서서 사랑의 전도사 미친 오토바이에게 감사했다
40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17:49 ID:McW08rw4VI 그후로 전여친은 한달 정도 게임에 안들어왔어. 나중에 사귀고나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게임에 안들어온게 아니라 나를 차단하고 있었다더라 ㅜㅜ
41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19:39 ID:McW08rw4VI 게임은 안들어오고, 전화는 안받고, 집은 대강 어디 있다정도만 알고 정확히 주소는 몰라서 찾아갈수도 없고... 한달간 이대로 끝나면 어쩌지하고 초조하게 보내다가 드디어 전여친이 게임에 들어왔을때, 난 아무 말도 못했어
43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22:21 ID:McW08rw4VI 한 10분 정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저쪽에서 먼저 메시지를 보냈어.
"팔 괜찮아?"
사실 안괜찮았어. 오토바이가 워낙 빠르게 달리는 바람에 그냥 또각 부러진게 아니라 아예 으스러졌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사나이인데 약한 모습 보일수는 없다!하고 괜찮다괜찮다하고 또 밥먹으러 가자고 했지.
44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24:55 ID:McW08rw4VI 내가 좀 걱정이 되었던지 그날 밤 바로 만나자는거야. 아직 기부스 안풀러서 만나면 바로 들킬테니 다른 약속 있다고 피하려고 했는데 그럼 지금 당장 우리 집으로 쳐들어오겠다는거야. 그건 곤란하니까 그날 밤에 만나는걸로 쇼부 봤지.
그리고 약속 시간까지 계속 고민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결국 기부스 뜨거운 물에 불려서 떼어내고 나무 젓가락 두개를 팔에 대고 붕대로 고정시키는걸로 최대한 티 안나게 해서 약속 장소로 갔어.
45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26:51 ID:McW08rw4VI 기부스 떼어내느라 약속 시간에 20분 정도 늦었는데, 가보니까 전여친이 없어...
여기저기 찾아봐도 안보이길래 내가 늦게와서 먼저 갔나보다하고 나도 집에 가려고 했지. 그런데 뒤에서 누가 등을 퍽퍽 치는거야. 휙 돌아보니까 전여친이더라
대체 어떻게 숨어있었던건지는 지금도 미스터리
46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29:12 ID:McW08rw4VI 잠깐 둘이 서서 잡담하다가 전여친이 배고프니까 밥 먹으러 가자고 팔짱을 끼는데...(원래 좀 달라붙는걸 좋아했어)
아뿔사, 하필이면 왼쪽으로 달라붙을게 뭐람... 그 사람 많은 만남의 거리에서 아프다고 징징거릴 수도 없고 무엇보다 그러면 아직 다 안나은게 들키니까 본말전도잖아...
그래서 식은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참으려고 했는데... 안되더라. 평소 자주 가던 음식점으로 가려고 했는데 여친이 다른 곳으로 가자면서 내 왼팔을 확 땡겨버린거야.
47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31:06 ID:McW08rw4VI 겨우 붙기 시작한 팔이 다시 부러졌구나하고 생각할 만큼 아팠다 ㅋㅋ 결국 전여친에게 들키고, 머리를 팡팡 얻어맞으면서 병원까지 질질 끌려갔지...
의사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거냐고 입원하고 가라길래 뭐 별 생각 없이 알았다고 했는데,
전여친이 병실에서 자고간다네? 어허, 이거 안되는데...
48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35:09 ID:McW08rw4VI 그날은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전여친이 옆에 있던 말던 계속 꾸벅꾸벅 했어.
그렇게 계속 꾸벅꾸벅하다 막 잠들려는 찰나에 자꾸 누가 옆에서 훌쩍거리는거야...
인나보니까 전여친이 옆에서 훌쩍훌쩍, 좀 생뚱맞지만 나는 이 상황에서 '지금 밖에 없어!'하고 생각했지. 그리고 다시 팔 고정끈을 풀어버리고 와락 껴안고 고백해버렸어
너무 오글오글하는 멘트라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 ㅋㅋㅋ
"왜 울어... 너 때문에 팔까지 그냥 날려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울면 벌 받는다 너? 그런데 신기하다, 너 안고있으니까 팔이 안아프다"
50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38:42 ID:McW08rw4VI 전여친은 새침하게 대답했지만 그래도 1년 남짓 같이 밥먹던 사이인데 그것 하나 모르겠느냐, OK 사인이었다.
그리고나서는 정말 평범하게 연애질하고 다녔어. 교과서에 실어도 될만큼 평범하고 일반적으로 ㅋ
51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42:37 ID:McW08rw4VI 한 반년 정도 그렇게 연애질 했었나? 우리는 사소한 일로 싸워버렸어.
밥을 먹고나서, 내가 사겠다는데 전여친이 끝까지 뿜빠이를 고집하는거야. 결국 꿈빠이해서 내기는 했는데 이게 불씨가 되어서 큰 싸움으로 번졌지. 그리고 몇일간 말도 안하고 지내다가 전여친의 결별 선언...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정말 크게 후회하면서 조상님 모시듯 매일매일 찾아가서 사과하고 선물 현관에 놓고 돌아가고 해서 겨우 다시 붙었어.
52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47:27 ID:McW08rw4VI 그 뒤로는 정말 연애질을 해도 하는게 아니었어. 냉전 상태였지... 뭐를 해도 즐겁지 않았고...
그때 애는 없었지만 ㅋㅋㅋ 딱 "애 때문에 싫어도 같이 산다" 상태였어
53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48:27 ID:McW08rw4VI 그러다 이번에는 내가 헤어지자고 했지. 전여친도 나와 비슷했는지 금세 알았다고 하더라...
54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50:07 ID:McW08rw4VI 그리고 헤어지고 얼마 안되서 나는 폐인이 되었고, 난 이 녀석 없이는 못사는구나 깨닫고 바로 전화를 해봤어. 전화기가 꺼져있거나 없는 번호래... 그래서 게임으로 들어가 그 녀석을 다시 친구추가 했어... 없는 아이디래...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집으로 쳐들어갔어... 모르는 아줌마가 나와서 얼마전에 이사왔다고 하더라...
그리고 우리 둘은 작년 늦가을까지 약 5년간 서로 목소리 한번 못듣고 살았어...
허무한 결말이지 ㅜㅜ
55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50:48 ID:McW08rw4VI 내 첫사랑 얘기는 이렇게 끝이다.
다음은 >>60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ㅋ
그런데 아직도 사람 남아있어?
56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55:25 ID:puRo1zks9M 아, 나 듣고있어!!!난 아직 미자여서 첫짝사랑은 있지만 굳이 첫사랑은 없다ㅜㅜ 첫짝사랑도 그냥 지켜보다 긑난거라 스토리도없어서 얘기 못해요 죄송ㅜㅜㅋ
57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56:46 ID:4o.7gqjTdM 나 다 봤어!!!ㅋㅋ
58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58:42 ID:McW08rw4VI 예전에 전여친이랑 재회한 날 시팔채널에 세운 스레를 찾아서 참고해 쓰려고했는데 안보인다 ㅋㅋ
전에 쓸때는 정말 쓰다가 눈물도 뚝뚝 흘리고 듣던 사람들도 같이 눈물 뚝뚝 흘리는 걸작이 나왔는데 ㅋㅋ
요새는 6살 연하 여친이랑 알콩달콩 살다보니 첫사랑이 어땟는지 거의 다 잊어버렸어 ㅜㅜ
59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0:59:37 ID:4o.7gqjTdM 역시 사랑은 사랑으로 지운다는 말이 맞았어
60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00:28 ID:2Q87487UqM 내가 해볼까?
63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05:36 ID:4o.7gqjTdM 아 진짜 두근두근 거리는데
64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05:40 ID:McW08rw4VI 음? 시작 안해?
65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06:49 ID:2Q87487UqM 그럼 해볼게 진짜로 마음이 뛰는 첫사랑을... 내 이야기는 고1 때로 시작되... 거의 막바지 12월달이니까 약 1년전이지 나는 아빠의 종교적인 일로 이사를 오게되었어 참...많이 이사를 다녔기에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지 난 기숙사를 써서 집에 일주일에 한두번 밖에 안가니까 큰 상관은 없다 생각했구 그래서 이사를 가서 토요일에 교회에 있는 학생회와 함께 축하회??랄까 해서 식당을 가게됬어 근데 거기서 본 누나는... 고2 였구 첫 느낌은 참 착하고 순하게 생기고 이뻤다!?!?
66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07:45 ID:McW08rw4VI 연상인가... 연하킬러인 나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68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10:23 ID:2Q87487UqM 여튼 같은 동네살고 같은 교회니까 자연스레 친해졌지 항상 내가 먼저 문자하고 해도 누나는 어느정도하다가 씹고...의 반복이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안친한건 아니였어^^ 자주 운동도 같이하고 둘이서 교회준비도 하고 생일도 서로 챙겨주고 그러다가 1년이 지난 12월에 일이 생겼어...
77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17:58 ID:2Q87487UqM 그리고선 1월달이 되었어 남친이야기는 전혀 안했구... 그 날에는 내가 누나한테 심심하다며 영화를 보여달라하니까 내가 교회영상 만든게 있는데 그거나 보자는거야 그래서 나는 추우니까 따뜻해질동안 기다리라구 문자할테니 이따 오라고했지..
78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18:34 ID:2Q87487UqM >>75 써있듯이 2009년 12월달 이야기이다
83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24:32 ID:2Q87487UqM 나는 워낙 소심한지라 굉장히 어버버 거리면서 말했다 나 : 저번에 소원말이야.. 나 받고 싶은거 있어 ㅋㅋ 누나 : 먼데 그래 ?? 받고싶은게 나 : 그러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랄까 그런거 있잔아 왜~!! @$!%!# 누나 : 그게 머야;;?? 나 : 그러니까..음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 누나 : 머냐구..-_- 나 : 한번만 안아줘!
84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25:12 ID:McW08rw4VI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레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이렇게 귀엽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6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27:24 ID:2Q87487UqM >>84 너무 창피했다랄까...흠흠
그랬더니 누나는 창피하다며 안한다고 버티는거있지;; 그러면서 다시 교회로 들어가는거야 그러고는 나한테 요즘 무슨 고민있냐면서 또 이야기를 시작했지
87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29:43 ID:McW08rw4VI 그러고보니 내가 처음 여자랑 포옹해본게 고등학교 들어가서 부활동 처음 시작했을때 그 신고식에서 한 왕게임 때였지 ㅋㅋㅋ 왕이 X번이랑 X번이랑 포옹하라고 하는데 마침 나랑 고2누나 ㅋㅋㅋㅋ
처음 이성과 포옹해본 느낌은... 기억이 안나 ㅜㅜ
88 이름:이름없음 :2010/01/30(토) 21:32:04 ID:2Q87487UqM 그러다가 문득 누나가 이야기 하길... 남친 정리를 했다는거야;; 그러고는 묻는말이... 누나 : 너 누나가 남친이랑 깨졌다고 했을때 어땟어?? 나 : 응?? 하고 어버버하게 있자 누나가 누나 : 음.. 그러니까 아싸!! 였어 아니면 왜?? 였어? 나 : 아싸!! 솔로한명추가다!! 라며 웃음으로 넘겼지;ㅋㅋㅋ 그러고는 또 누나의 질문 누나 : 그럼 누나가 남친 생겼다고 했을때는 왜??였어 아니면 아..그래?? 였어? 나 : 음... 왜??였지 누나가 남친 중학교때 이후로 안사귄다고 했잔ㅇ ㅏ ㅋㅋ 누나 : 아...그런가 ㅋㅋㅋㅋ 이렇게 얘기를 하다가... ( 참고로 누나와 나 사이는 진짜 친한동생누나 사이랄까... 베프한테도 안말한다는걸 나한테 다 털어놓던 누나니까)
89 이름:이름없음 :2010/01/31(일) 00:05:49 ID:gx/1udd6oM 돌아와 스레ㅈ.... 내가 스레주구나
돌아와 >>88! 어서 썰을 풀어줘
90 이름:이름없음 :2010/01/31(일) 12:55:18 ID:QdM22hCsOc 나 >>88 인데 돌아왔어 근데 지금 마음이 어지러워.. 좀 자다가 이따올게
91 이름:이름없음 :2010/01/31(일) 17:34:06 ID:gx/1udd6oM 오늘 밤에나 볼 수 있겠구만 ㅋ
98 이름:이름없음 :2010/02/02(화) 19:09:35 ID:Yb05bC7GlM 오 왔구나
99 이름:이름없음 :2010/02/02(화) 19:12:50 ID:Ghpfw9H9ck 그러고선 하이킥에서 정음 , 지훈커플의 키스신 얘기를 하는거야...부끄부끄 그러고 한참후에 누나랑 나는 조금 떨어져 앉았지 그러자 누나가 말했어 누나 : 니가 저번에 들어보라고 한 노래 있자나 나 : 머?? 누나 : m to m 의 굿바이 맞지?? ㅋㅋ 나 : 에...몰라 누나 : 맞으면서~ 하고선 흥얼거리던데 얼마나 뻘쭘하던지....ㅠ.ㅠ [한번 들어보시길...] - 참고 : 그전에 스레주는 누나한테 고백도 아닌 고백으로 누나한테 하고싶었던 말이라며 그 노래를 들어보라고 했었다 -
100 이름:이름없음 :2010/02/02(화) 19:14:46 ID:x/5toUaVE2 누나 너무 귀여우신데 ㅋㅋㅋㅋㅋㅋ
101 이름:이름없음 :2010/02/02(화) 19:16:45 ID:Ghpfw9H9ck 그렇게 이상하게 놀림아닌 놀림을 받고 각자 집으로~! 그후에도 자꾸 우리집만오면 굿바이 틀어바~! 스레주야 ㅋㅋㅋ 이러곤 했다...
102 이름:이름없음 :2010/02/02(화) 19:20:15 ID:Ghpfw9H9ck 음.. 그리고 딱히 큰일이랄껀 없지만.. 누난 항상 날 동생으로만 보았다 교회에서 보면 메롱 하기도 하고 수련회에서도 애 취급하고 여튼 이렇게 항상 동생으로써 옆에 있던 나였다... 지금도 ing... 진행중인 이야기지만 여기서 줄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