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09:02:48 ID:mcQMc5hOOM
난 현재 카투사로 복무중인 현역 군인이야
여긴 시설도 좋고 밥도 맛있고 선후임간의 갈등이 조금 덜해서
무지하게 편한 시간이 많아. 그러다보면 업무중에 가끔씩 잡생각이 나는데
오늘 갑자기 고등학교때 경험했던 연애담이 떠올라서 조금 풀어볼까 해
난 초등학교 졸업 직후 부터 고등학교 1학년 마침 과정까지 유학생활을 했었어
나라는 호주였고. 제대로 생활했다면 아직까지도 거기서 이걸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또 하나의 아픈 기억이므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따로 주제를 잡아 이야기하고 싶어
아무튼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복귀하게 됬는데
내가 살던 S도시의 교육청에선 내가 정상적인 고등학교 2학년으로의 편입이 불가능 하다고 한거야
처음에 아버지와 내가 교육청에서 엄청나게 따지고 호소도 해봤지만, 안되는건 안되는거라
포기하는셈 치면서 1년 더 공부하자라는 마음으로 고등학교1학년으로의 수속을 밟으려 했더니
그것마저도 안된다고 하데. 그래서 물어봤어.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고
그렇게 나온 답이 2년 꿇기. 나보고 중학교 3학년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하더라구
무조건 안된다고 했지. 결국 그렇게 교육청에서 얻어진것 하나 없이 집에 돌아와서 이것저것 알아보기로 했어
그래도 사람은 언제나 살아나갈 구멍은 있는거 같애. I도시에서 고등학교1학년으로의 편입이 허가가 된다는 거야
당장 입학지원서 넣었지
그래서 우리 가족은 거의 13년 가량 살아왔던 동네를 떠나서 I도시로 이사했어
2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09:43:50 ID:mcQMc5hOOM
내가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학교는 I도시에서도 엄청나게 후미진 곳이였어
자세히 말하면 한번에 들통나버리니 이정도로 소개를 끝낼게. 알려지고 싶지 않아
언제나 사람에 치여 좁은 공간에서 살다 갑자기 60평이 넘는 저택같은 곳으로 옮기니
기분도 괜찮고 갑자기 안하던 산책 같은게 하고 싶어 지더라구
지리나 익혀볼겸 거리로 나섰어
그때 당시만 해도 그곳은 허허벌판 수준이었지. 아무것도 없었어
지금이야 가보면 이마트도 생긴거 같고 여러가지 편의시설이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그때는 정말.. ㅋㅋ..
그래도 조금 걷다보면 약간 번화가 인듯한 곳이 나오더라구
번화가... 라기보단 웬지 모르게 성인유흥업소 집중점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편의점이라던가 PC방 같은거 보니까 반갑더라 ㅋ
조금 둘러볼 생각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중 악세사리 가계가 하나 나왔어
정체가 불명한 이상한 가게. 그 가게 이름이 '메르헨' 따위 인것들 있잖아
옷도팔고 가방이나 문방구, 자잘한 귀걸이 반지 같은것도 전부 다 파는 이상한 곳
그때 마침 손가방이 하나 필요해서 잠깐 들어가봤어
가방 코너를 가려고 부스 하나를 빙글 돈 순간 마주쳤어
주위를 둘러보며 안주머니 같은거 안으로 뭔갈 집어넣는 여자애를
이 이야기의 히로인을
3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0:01:51 ID:mcQMc5hOOM
난 그대로 동작이 멎었어. 눈앞에서 절도행위가 벌어지는걸 본건 처음이었거든
그녀는 불안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몇개 더 챙기더니 이내 휙 돌아섰어
나를 정면으로 보는 방향으로
둘다 당황하는게 서로 보였을거야. 그녀는 깜짝 놀래더니 이내 나를 확 째려보고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어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용무(?)가 끝났을 터인데 나랑 비슷하게 계산하게 되더라
나는 맘에 든 손가방, 그녀는 작은 립밤 하나
'오. 철두철미한데' 같은 식으로 생각하고 먼저 계산을 끝낸 나는 가계에서 나와 이동하려 했어
근데 가계 쪽에서 점원인듯한 남자의 말이 들려오더라
"학생. 잠깐 주머니에 든거 좀 봐도 될까"
뒤를 돌아봤어. 아까 그 여자애가 역시 붙잡힌거 같더라
"아 싫어요. 내가 그런거 왜 해야 되는데?"
"허허. 주머니에 든 게 뭔지만 보여달라니까?"
점원. 약간 점잖은 듯이 웃고 있었지만, 절대로 '너 훔치는거 봤다' 라는 듯한 포스였어
그녀는 인상을 쓰면서 붙잡힌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
"아아아악!! 치한이에요!! 치한!! 아아아악!!"
'...진짜냐'
죄송합니다 같은 말 몇마디에 무릎이 발바닥이 되도록 빌면 그냥 편안하게 넘어갔을 듯 한데
그녀의 순간적인 판단은 사태의 심각성에 농약을 뿌려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더라
당황한 점원은 욕지거리를 하며 입을 막으려 애썼고, 그녀는 그녀대로 열심히 저항했어
4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0:34:45 ID:mcQMc5hOOM
가게 앞에서 멍하니 그 장면을 보고 있다 보니까 어느덧 사람이 조금 모였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려보니 난 어느새 그 무리중 가게 입구와 제일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더라
사람들의 소리가 '저게 뭐야' , '저 애 뭔가 훔쳤나보네' , '점원 신고해야되는거 아냐?' 같은 식으로 들려오다가
어느샌가부터 '제일 앞에 있는 사람, 나서줘야 되는거 아냐' 같은 식으로 바뀌었다
아니 나서는건 좋은데 그 기준이 왜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인건데요
그거 마치 선봉대는 제일 먼저 적진에 침투해서 교전을 벌이는 부대라는 듯이 말하잖아
...아 생각해보니까 맞는 말이구나
납득이 되자 몸이 움직여지기 시작했어
들어가서, 그대로, 그녀에게, 꿀밤을 먹였어
전내 정숙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순간이었지. 나도 급 쫄아버리긴 했지만, 벌여논 일이니까 참고 입을 열었어
"아우 바보야. 너 아까 나한테 뭐 사달라고 하지 않았었냐?"
"...?"
그녀는 맞은 자리에 손을 대며 나를 멍하니 쳐다봤어
무슨 소리 하는거야? 뭘 의미하고 싶은거야? 갑자기 왜 때린거야? 어떻게 행동을 맞춰줘야 되는거야?
여러가지 의미가 섞여있는 듯한 모에모에한 얼굴로 나를 보는데 다음말이 잘 안나오더라
그때 점원이 나를 보면서 말했어
"모라카노. 아는 아가?"
점원 당황하니까 고향 사투리 나오더라 ㅋㅋ 그사람이 말해준 덕분에 나도 말문이 다시 트였어
"아 죄송합니다. 이녀석이 뭔가 실수를 한듯 하네요"
라고 하곤 다짜고짜 그녀의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어
5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0:52:15 ID:mcQMc5hOOM
살짝 손등으로 가슴 같은 느낌이 스친 듯한 기분이었지만
순간 움찔 했지만, 안주머니에서 물건을 촤르륵 꺼냈지
머리삔, 펜, 펜, 머리삔 등등. 꽤 이것저것 나오더라
나는 이걸 꺼내고 다시한번 그녀에게 살짝 꿀밤을 때렸어
"바보야. 사달라고 해놓고 잊어버리고 그냥 나오냐"
그녀는 인상일 찌푸리며 나한테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순간 점원의 눈치를 살피더니
"아, 아아아. 아 맞다. 미안 ㅋㅋ 죄송합니다 ㅋㅋ"
하면서 나랑 점원에게 동시에 사과했어
물론 점원은 전혀 믿어주는 듯한 느낌이 없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인파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더라
'에이 뭐야' 라던가 '바보 아냐' 같은 소리 하면서
난 다시 점원을 보고 설명을 해줬지
"얘랑 여기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만나자마자 '이거 사줘' 라고 하더라구요.
'생각해보고' 라고 했더니 '어차피 사줄거면서, 가지고 있어야지' 하면서 주머니에 넣더라구요.
그리고 그대로 잊어버린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ㅋ"
점원은 잠시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다가, 곧 '뭐 돈만 낸다면야' 라는 느낌의 표정으로 내가 건낸 그녀의 물건들을 받았어
...생각지도 못한 지출에 나의 행동이 조금 후회가 되기 시작했지만
계산이 끝나고 물건을 받고 가게에서 나올때까지 나를 멍하니 보고있는 그녀를 보니까
웬지 괜찮은 일 한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6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0:52:29 ID:mcQMc5hOOM
그렇게 둘이서 나와 한동안 같이 걸었어. 가게앞에서 바로 헤어져도 웬지 의심될테니
어느정도 안전지대에 온 뒤 그녀를 보고 말했어
"일단 때린거 미안해요"
"..."
"그래도 절도는 나쁜거에요. 왜 그런거에요"
"...무, 무슨 상관인데요"
무슨 상관이냐니, 이봐요 아가씨 내가 당신이랑 연극하고 쓴 돈 정도의 값어치는 상관하게 해줘요
뭐 사실 몇천원 안했지만
"그대로 만약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경찰에 신고됬으면 어떻게 될 뻔했어요"
"..."
"싫잖아요. 경찰에 신고되는거. 부모님 오시고. 쪽팔리고"
"..."
나를 째려보긴 하는데, 아까 점원에게 보여주었던 그 독기만빵한 표정이랑은 조금 다른거 같더라
"아무튼, 다음부터 이러면 곤란해요. 보게 되더라도 안도와줄거에요"
"..."
"아 역시 이건 농담. 다음에 보더라도 도와주겠지만 되도록이면 하지 말아요 이제. 뭣하면 내가 사줄게요"
마지막 말도 농담. 어차피 이제 볼일 없을거라 생각되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지
7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1:03:55 ID:jD4KeHyGqU
빨리 올려봐ㅋㅋ잘 보고 있으니ㅋㅋ
8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1:44:40 ID:mcQMc5hOOM
잠시 막간을 이용해 이것저것 설명할게
20분 있다 밥먹으러 갈거라 글뭉치 하나 작성할 시간은 없을거 같거든
우선 이 기록에 대한 내용
머리 80% 그때 당시의 일기나 메모장 등등의 기반 20% 정도일까
픽션이 좀 있을수도 있어. 글은 재밌게 써야 다들 즐겁게 봐주니까 ㅋㅋ
그녀. 성에 맞춰서 L 이라고 부를게 이제부터
L은 무지 마른 체형에 약간 처진 눈, 키는 내 어깨정도까지 왔던걸로 기억해
내가 170이 쪼끔 넘는데 그정도면 정말 난쟁이 수준이었지 ㅋㅋ
뭐 난 그런거 좋아해서 상관없지만
근데 키나 체중에 안맞게 가슴이 의외로 좀 커서 나중에 놀랐던 기억이 있어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궁금하면 목빠지게 기다려봐 ㅋ
9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1:44:50 ID:mcQMc5hOOM
잠시 막간을 이용해 이것저것 설명할게
20분 있다 밥먹으러 갈거라 글뭉치 하나 작성할 시간은 없을거 같거든
우선 이 기록에 대한 내용
머리 80% 그때 당시의 일기나 메모장 등등의 기반 20% 정도일까
픽션이 좀 있을수도 있어. 글은 재밌게 써야 다들 즐겁게 봐주니까 ㅋㅋ
그녀. 성에 맞춰서 L 이라고 부를게 이제부터
L은 무지 마른 체형에 약간 처진 눈, 키는 내 어깨정도까지 왔던걸로 기억해
내가 170이 쪼끔 넘는데 그정도면 정말 난쟁이 수준이었지 ㅋㅋ
뭐 난 그런거 좋아해서 상관없지만
근데 키나 체중에 안맞게 가슴이 의외로 좀 커서 나중에 놀랐던 기억이 있어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궁금하면 목빠지게 기다려봐 ㅋ
10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2:43:59 ID:mcQMc5hOOM
시간이 흘러 두세달 정도 지나 개학식 날이 찾아왔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와 놀거나
새로 들어갈 학교 녀석들이랑 무슨 게임을 하면서 놀까 생각하거나
이렇게저렇게 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해
물론 위 글의 기억은 거의 희미해진지 오래였지
개학식 전날 대학교로 치면 OT같은게 있었어
그 무슨 인적사항 조산가 뭐 그런거랑 인성검사 테스트? 뭐 그런거 하더라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니 분반을 위한 거였다고 생각해
실제로 우리 반이였던 1-A는 다들 나랑 비슷한 성격이라 어울리기 쉬웠으니까
아무튼 그걸 하기 위해 학교로 갔어
집으로 배달된 편지를 보니 '대강당' 이라는 곳으로 이동을 하라고 하더라구
그런데 이놈의 학교, 크기도 문제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대강당 이라는 곳이 없더라
'아 짜증나 집에나 갈까 그냥' 같은 식으로 생각하면서 화장실에 들어갔어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있는데, 옆에 여자 화장실에서 생긴듯한 목소리들이 들려오더라
"XX 너 전학 안가고 잘도 버티고 있네?"
"...어쩌라고"
"하 말하는 거 봐. 시발년아 너 보기만 해도 토할거 같다고"
"..."
"존나 짜증나 진짜. 너 시발 개학하고 눈앞에서 얼쩡거리지마"
그 뒤로 대화가 끊겼어. 약 2~3명 정도가 깔깔거리면서 화장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리더라
난 물을 끄고 휴지를 뽑아 손을 닦았어. 그리곤 잠시 기다렸어
성격 더러운 애들이랑 개학도 안한 날부터 마주치고 싶지 않았거든
난 평화주의자야. 싸움은 정말 싫어해. 해야 하면 하지만 그래도 정말 싫어
게다가 '어쩌라고' 라고 말했던 그 목소리
이미 다들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억이 틀어지지 않았다면 분명히 L의 목소리였거든
11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2:46:34 ID:kuQQgupSLQ
이건 무슨 미연시인가요
12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2:55:05 ID:mcQMc5hOOM
충분히 시간이 지나고 이제 더이상 밖에 아무도 없었을 텐데도 난 나가지 않았어
L을 기다렸던 거라고 생각해. L, 그때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조용히 울고 있었거든
난 그렇게 세면대 가장자리에 앉아서 그녀가 울음을 그치길 기다렸어
얼마나 지났을까 엄청 기다리다 못해 졸기까지 하게 될 무렵, 그녀가 화장실을 나가는 소리를 들었어
나도 같이 따라 나갔지. 나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어. 과연 나가서 뭐라고 해야되나
아는척을 해야되나. 왜 울고 있었냐고 물어봐야되나. 쟤네들은 누구였냐고 물어봐야되나
웃어줘야 할까. 같이 울어줘야 할까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에 비해 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
그래서 결국 나가자마자 L을 보고 이렇게 말했어
"절도범~"
"!!!"
그녀는 흠칫 놀라 나를 보았어. 아직 눈이 좀 빨갛더라
"그간 안녕? ㅋ"
"..."
나를 조금 보더니 눈을 스윽스윽 몇번 닦았어. 아마 물기가 남아있다면 제거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
"와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같은 학교인거야? 그것도 같은 학년?"
"..."
"아, 아아. 혹시 선배님이라면 죄송합니다만 ㅋ"
"...같은 학년 맞아. 이번에 입학하지?"
"응"
"그래. 잘 부탁해"
그녀가 나를 앞질러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어
지금은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라는 오라를 풀풀 풍기면서
옆에 나란히 서서 계속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역시 상대방은 존중해주는게 최고 라는 생각 때문에
약간 거리를 두고 뒤를 쫒아갔다. 어차피 가는 장소는 같을 테니까
13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3:26:00 ID:mcQMc5hOOM
그렇게 조금 걷다보니 그녀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어
내가 방긋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자 인상을 쓰면 말했지
"아 왜 쫒아오는데!"
기세에 움찔했지만, 나야 뭐 캥기는거 없으니 자연스럽게 대답해줬어
"대강당 가잖아"
"..."
워우. 얼어붙는 공기. 여기서 뭔가 이걸 녹여버릴 발언을 하지 않으면...
"길을 잃어서 말야. ㅋ"
"..."
L이 별안간 고개를 다시 앞으로 향했어. 손으로 얼굴을 집고 있길래 '설마 또 우나?!'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봤더니 웃음 참고 있던 거더라
조금 뒤 살짝 진정이 됬는지 다시 뒤를 돌아보려고 하려는데
이러면 안될거 같다 싶어서
나도 모르게 볼링공 던지는 포즈를 잡아줬어
이번엔 너무 갑작스러웠던지 웃는 타이밍이 고개를 다시 돌리는 타이밍보다 빨랐던거 같애
"웃음신경에 스트라이크?"
내가 그렇게 묻자 L은 박장대소 해버렸어
나도 무안해서 씨익 웃었고
- 결국 L은 나에게 '나란히 걷는다' 라는 영광의 축복을 내려주었고
이것저것 대화하기 시작했어
"중학교 여기서 나왔어?"
"응. 너는?"
"아 난 좀. 여기서 나오진 않았어 ㅋ"
"그래"
이 고등학교는 중,고등학교가 붙어있는 꽤 커다란 시설이였어
이야기하면서 안 사실이지만 거의 80%가 이곳 중학교 다녔던 애들이라
상당히 단결력이 강한가봐. 일단 학생 숫자도 상당히 적었고
"그 뒤로 뭔가 있었어?"
"어?"
"뭔가 다시 도벽이 슬금슬금 올라왔다던가 ㅋ"
"아 꺼져 ㅋㅋㅋ 니가 알아서 뭐하게 ㅋ"
"그건 그래? ㅋㅋ"
"ㅋㅋㅋㅋ 뭐야 ㅋㅋ"
"그런데 말야"
"응?"
"중학교 생활. 재밌었어?"
"............응"
대답이 매우 늦게 나왔어. L은 살짝 웃으면서
"재밌었어. 중학교"
라고 덧붙이는데, 표정은 전혀 재밌지 않았어. 오히려 끔찍했어
아직은 더 깊이 들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 - 16 이름:이름없음 :2010/02/05(금) 15:15:41 ID:mcQMc5hOOM
아까 대강당을 찾지못해 학교를 어슬렁 거렸었다고 했지
L이 '얼마전까진 있었어 대강당. 근데 이번년부터 이름이 바뀌었더라' 라고 하면서
나를 '대연회실' 로 데려갔어
그래 문맥상 비슷하다는건 알겠는데, 생판 처음오는 녀석이 그 두가지가 같은걸 의미했다는걸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어야 하는 걸까
표지판이나 뭐 그런거 달아논 것도 없이. 문도 닫혀 있어서 안에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어
애초에 학교에서 연회실 같은거 도대체 무슨 용도로 쓰이는 건데
투덜투덜거리며 안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잡스레기 기억 안나는것들 끝내고 학교에서 나왔어
웬지 모르게 L이랑 같이 나왔어
L이 옆에서 기지개 켜면서 '뭐할거야?' 라고 하길래 그냥 '몰라' 라고 했더니
"아까 학교에서 길을 잃었다고 했었잖아 ㅋ"
라는 말을 했어. 아 내 흑역사 함부로 들추지마
"어 뭐 그랬지. 처음이니까. 우리학교, 겁나 크잖아"
"ㅋㅋ 뭐 그렇지 ㅋㅋ"
"근데 그게 왜. 놀릴라면 10년뒤에 소주잔 기울이면서 추억거리로써 놀려"
"ㅋㅋㅋㅋㅋ 아니 그게 아니라"
"왜"
"ㅋㅋㅋ 근데 우리 언제부터 서로 반말쓰고 있었지?"
"...아. 생각해보니 그렇네 ㅋ 뭐 상관없잖아 같은 학년인데 ㅋ"
사실대로라면 내가 얘보다 한살 오빠겠지만
"그래 그래. 쿨하게 쿨하게 ㅋㅋ"
"ㅋㅋㅋ"
"그래서 말인데"
"응?"
"시간 괜찮으면 좀 놀지 않을래?"
...주제의 전환이 너무 빨라. 게다가 이음새가 엉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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