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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우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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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없는건가.
한명이라도 좋지만
역시 명절이라 이시간까진 무리였군
30분까지만 기다리다가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세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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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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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앗, 들어줄생각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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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자긴 할건데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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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좀 오래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할게.
나한텐 남자형제가 있어.
혹시라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좀 꺼림칙하니까
정확한 내 나이나 성별은 교묘하게 피해말할게..
남자형제는 h라고 해두고... 참고로 나보다 4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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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앗 실수 모르는사람이아니라 아는사람이 보면 꺼림칙하니까.
흠, 아무튼 h랑 난 사이가 굉장히 안좋았어.
그러다가 최근.. 이랄지 몇달전부턴 꽤 사이가 양호해졌지.
적어도 서로 욕하고 싸우는 건 줄어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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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랑 난 성격이 꽤 닮아있었지.
아니, 주변에서 보기엔 그랬을거야.
하지만 그건 그냥 내가 h를 동경해서 따라했던거였어.
싸울땐 거칠게 싸웠지만 인간으로썬 난 h를 꽤 동경했으니까.
하지만 h에게있어서 난 그냥 별것아닌 한심한 동생이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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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굉장히 어두운 면이 있었지.
그럼에도 친구하난 굉장히 많았어.
볼때마다 좋은 친구들이라는 인상이 강했지.
난 그점이 가장 부러웠어.
그런데 왜 그렇게 항상 우울해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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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가 어둡고 친구가 많았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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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것저것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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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응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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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대상이었는데
왜 볼때마다 틱틱거리고 어리게 굴었는지 모르겠어.
악을 쓰고 달려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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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언제부턴가 사이가 많이 풀어졌지.
왠지 내가 하는일에도 관심 가져주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신기하면서도 꽤 기뻤어.
이제 날 제대로 된 동생으로 봐주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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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날
내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온적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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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자기 친구 외엔 누가 찾아와도 방에만 틀어박혀있고
가끔 방에서 나와 눈이 마주쳐도 싸하게 무시하던 h가
왠일로 내 친구한테 친절하게 인사를 했어.
그때 기분은 참 뭐라고 해야할지...
성격이 많이 변했구나- 정도로 생각했지.
그리고 가장 평화로울 줄 알았던 그날 일이 터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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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시끄러운 물소리 사이로 갑자기 엄마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
소리를 친다기보단... 절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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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난 급하게 물기를 닦고 나가려는데
엄마가 화장실 문을 두드렸어
열어줬더니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엄마가 말했지
충격받지 말라고.
엄마가 가장 충격받은 표정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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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h한테 무슨 사고가 났다고 했는데...
엄마도 상황은 잘 모르는 상태인 것 같았어.
그래도 그 시점에서 아마 다 알고 있었을거야.
몇가지 단어만 들었는데도 모든 상황이 파악이 됐지.
그날 하룻밤을 엄마와 꼬박 새고 아침이 돼서야 아빠가 집에 들어왔어.
옷을 챙겨입으라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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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검은옷으로...
그제서야 생각만 하던 현실이 내게 직접 다가왔다는 게 느껴졌지.
난 서울에 사는데
그 장례식장은 꽤 먼거리의 안양까지 가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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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도 안났어
그냥 심장이 조용히 뛰는 느낌만 들었지.
머릿속은 텅 비어있는 것 같았고.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주워듣는데...
슬프기보단 화가나서 정말 미치는줄알았어.
머릿속이 터질것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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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고사도 아니고
자살이라더군
그것도 지하철에 뛰어들어서.
엄마와 내가 도착했을땐 이미 화장을 끝낸 상태였고
시신을 왜 안보여줬는지 알것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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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라니.
장례식장엔 h의 또래로 보이는 h의 친구가 많이 와있었어.
그게 날 더 화나게했지.
내가 못가진걸 더 많이 가졌으면서
내가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사람이면서
왜 나조차 못하는 일을 벌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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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이해가 안되고 화가난다.
의문점은 끝없이 많은데 물어볼 수도 없고.
죽음이라는 건 정말 야속해. 아무런 답도 얻을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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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얘기는 더 있는데 왠지 혼자 떠들고있는것같다.
지금은 그냥 여기까지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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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뭐라고 해줄말이 없네.
나름대로 힘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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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줄말이 없을만도 하지.
그냥 누군가 들어줬으면 했어.
사실 난 그후로 그다지 힘든점은 없었어.
그 뒷이야기는 다음에-
혹시 길을 잘못 찾아온걸까.
왠지 상담으로 가야할것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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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같은건 없잖아?
그냥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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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라고 하는건 딱히 거기서도 상담해줄 수 있는건 없을 것 같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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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런가.
스레딕은 뭔가 아무 설명이 없어서
처음인사람은 갈피를 잡기가 힘들어... 나만그런지도.
난 이제 다른 볼일보러 가야겠다.
잘자라고.
뒷얘기는 생각날때 할거라서 다시안나타날수도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