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름없음:2009/10/31(토) 18:47:34 ID:jbvt1S6EEE
초등학교 때 애들이 멋대로 이어붙인 사이 따위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어.
특히 4, 5, 6학년 때엔 아이들이 지들 맘대로 다른 여자애랑 이어붙여주고는 커플이라 놀려댔으니
그냥 거기에 분위기상 맞추어 줄 뿐, 조금도 좋아해볼 만한 여자애는 없었지.
[......나 너무 냉정한가;?]
그런 쓰레기같은 초등학교 시절을 끝내고 나서
남정네들 냄새가 풀풀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역시 남학생들로 가득 찬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금.
고등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유일한 짝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그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해.
연애판 씨팔러들에게 괜찮을지 모르겠어... 믿고 안 믿고는 이 스레를 읽는 씨팔러 마음이지만, 되도록이면 진실로 믿어줬으면 해.
잠시만... 기억이 뒤죽박죽이라서 조금만 정리하고 올게.
2:이름없음:2009/10/31(토) 18:58:07 ID:jbvt1S6EEE
처음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
강당에서 볼 때나, 평소 수업 끝나고 난 후 쉬는 시간에 이따금씩 마주칠 때엔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밖에 안 보였어.
워낙 권태롭고도 외로운 일상이었다고나 할까...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고독한 생활...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누구든 다 가식적이고 허세적으로 보여서 혐오스러웠는데,
그래서 항상 공격적이기만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어리석네... 조금만 마음을 열고 어울려줬다면 이렇게까진 되지 않았을텐데.
아무래도 초등학교 그 당시 아이들이 멋대로 내 감정이란 걸 갖고 논다고 인식하게 되어서였을까.
아마도 그것 때문에 마음을 닫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불신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
3:이름없음:2009/10/31(토) 19:02:32 ID:jbvt1S6EEE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때 그 분은 영어 과목을 담당하시던 여선생님이었어.
학생 주제에 주제넘게 선생님을 짝사랑하다니... 조금은 불쾌하겠지?
당시 우리 학교에서는 영어를 보충1, 보충2, 심화로 나누어서 가르쳤는데,
그 분은 심화반 담당이신데다 5반 담임이셨고 나는 보충1반에 3반 소속이라 마주칠 기회가 없어서 별로 접촉할 기회가 없었어.
그저 복도를 오갈 때 가벼운 목례나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을까?
4:이름없음:2009/10/31(토) 19:12:42 ID:jbvt1S6EEE
학교가 교육에 엄격했나봐. 영어와 마찬가지로 수학도 보충1, 보충2, 심화로 나누어서 수업하게 되었는데
난 수학에서도 보충1반으로 떨어져버렸어. 그런데 묘했던 건, 교실 배치가 영어 때와는 달랐던 거야.
영어는 심화반이 5반 교실에서 수업했는데, 수학 같은 경우 보충1반이 5반 교실에서 수업했던거지.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
수학 시간이 되어서 이동수업 때문에 3반에 있던 내가 5반으로 옮겨갔는데, 그날따라 잠이 부족해서 쉬는 시간 10분 동안 부족한 잠을 보충해보려고 책상에 누웠는데
그 선생님이 마침 교탁에 계셔서 5반 애들한테 여러 것들을 가르쳐주고, 해야 할 사항을 지시해주고 그러다가 나를 발견했나봐.
'○○아. 너무 추우면 창문 닫고 자.'
마침 교실 창문이 열려있었더군. 3월이라지만 워낙 산악지방에 속하는 곳이라서 0교시 - 1교시 쯤에는 여전히 추웠었는데,
여하간, 선생님이 나긋하고 상냥한 말씨로 저렇게 말씀하시니 일단 '...네......'라고 대답하고는 다시 잤지만, 왠지 모를 분노가 앞섰어.
'저 인간은 뭔데 남의 일에 수작질인가'하고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저런 생각 자체가 내가 봐도 참 괘씸한데,
내가 너무 사람을 믿지 못했나봐. 초등학교 때 겪었던 그 경험도 경험이지만, 당시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그런 일을 초등학생들이 으레 저지르는
유치한 장난 쯤으로 여기고 별로 큰 도움을 주지 않으셨기에 생겨버린, 교사에 대한 불신감, 배신감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몰라.
5:이름없음:2009/10/31(토) 19:20:05 ID:jbvt1S6EEE
서론이 너무 지루해서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건가... 조금은 슬픈걸. 그래도 끝까지 써 보도록 할게!
그런 일들이 종종 있곤 했어.
아. 그리고 지금 기억난건데... 그 때 내가 사회 선생님을 엄청 싫어했었어. 향수 냄새가 너무 독해서, '아침부터 향수로 목욕하고 오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그 선생님은 사회 선생님처럼 향기를 억지로 강조하려는 듯한 그런 분위기가 아니고, 뭐랄까...
정말 편안한 향기가 났다고 해야 할까... 초등 - 중등학교 9년 간 느끼지 못했던 그런 이미지, 분위기, 그리고 향기가 그 선생님한테 있었어.
그게 무슨 이미지였는지, 무슨 향기였는지 고등학교 1학년 그 당시엔 몰랐었지만...
6:이름없음:2009/10/31(토) 19:27:34 ID:jbvt1S6EEE
잠시 일시정지. 일이 생겨서... ㅠㅠ;; 미안;; 시간나면 다시 이어줄게;ㅅ;
7:이름없음:2009/11/01(일) 13:39:56 ID:Az2PhoZgGs
다른건 모르겠고, 제목만 보고 답해주자면....
짝사랑이 연애면 딸딸이도 섹스다-_-
8:이름없음:2009/11/01(일) 14:09:06 ID:cFOorX7pNI
>>7 그건아니야!!!;;;
9:이름없음:2009/11/01(일) 15:29:17 ID:7zKphmP1zY
스레주! 난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어! 마저 올려줘!!ㅎ
10:이름없음:2009/11/01(일) 17:32:49 ID:mQhVIWHtJs
짝사랑이 연애라면
나는 연애의 달인이다!
11:이름없음:2009/11/01(일) 22:15:19 ID:wkQXctbxxk
>>모두들
스레주야.
미안... 뭔 놈의 쌓인 계획이 많아서 다 처리하고 오느라 좀 늦었어;; 벌써 24시간 이상 지났네;;
12:이름없음:2009/11/01(일) 22:17:40 ID:3XfGlWERo+
>>11
짝사랑도 훌륭한 연애의 한 방법이다
단지 반쪽자리 연애에 불과할 뿐이야
하지만 너의 용기라는 조미료가 들어가면
그건 하나의 연애로 만들어지는거지
나같은 슬픈 짝사랑은 하질 않길 바래
13:이름없음:2009/11/01(일) 22:19:09 ID:wkQXctbxxk
그렇게 서로 주고받는 대화랄까... 대화라고 해 봐야 툭툭 던지고 되받고, 학생으로서 선생님께 하는 인사 정도랄까.
그 정도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게 계속되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선생님에게 의지하게 되더라.
영어라는 과목이 지루하고 따분하기만 과목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영어에 흥미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가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것도
그 선생님이었구... 그래서 지금도 그 선생님께는 감사하게 생각드려. 지금 영어 점수는 거의 절망 수준이지만, 1학년 때 그 선생님을 알고 나서
배우게 된 영어는 왠지 모르게 재미있구, 그리고 흥미도 가던걸.
그런데... 저... 이 이야기 하면 모두들 폭소하지 않아주겠지?
14:이름없음:2009/11/01(일) 22:20:04 ID:wkQXctbxxk
>>12
상대는 선생님이라서... 감히 고백이라거나 이런 용기를 부릴 계제가 아니었는걸. 나로선...
12는 그래도 용기가 있었나보네... 부러워.
15:이름없음:2009/11/01(일) 22:28:34 ID:wkQXctbxxk
>>13에 이어서.
그 선생님은 뭐랄까... 지옥소녀 라는 애니메이션 매니아라고 해야 할까?
항상 그 선생님이 담당하시던 5반 교실로 들어가 보면 무언가 서글퍼보이는 표정의, 검은 일본 세라복 복장을 한 캐릭터가
다소곳하게 서 있는 나무 장식이 교실 한켠에 걸려있었어.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분위기가 선생님한테 멋지게 합쳐지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엔마 아이'라는 캐릭터였던 것 같아.
캐릭터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두고, 선생님이 하얗고 말간 피부와 눈동자에, 항상 안경을 걸치고 있으셨고
거기에 그 '엔마 아이'라는 캐릭터의 헤어스타일 비슷하게 머리카락을 커트하셨는데, 진짜 잘 어울리시더라. 옷도 잘 입으시고.
일본 애니 캐릭터를 따라했다고 보기엔 너무 어울리는 거 있지... 처음으로 뭔가 '덜컹'하는 느낌이 있었어.
경악이라기보단...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상형으로 그려오던 어떠한 존재와의 마주침에서 오는 충격과 설레임이랄까.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쪽 캐릭터를 따라하시긴 했어도, 오히려 그게 더 선생님한테 어울려 뵈는 게.
하도 주변 애들로부터 야동이니 뭐니 이런 쪽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내 인내심을 시험받아온 터라
마음 속으로는 '저런 추잡한 것보다는 차라리 순진하고 깨끗한 이미지 같은 쪽이 낫지'라고 생각해 온 게
그만 이상형으로 굳어져버렸는데, 그 선생님은 그 이미지에 맞아들어가고 있었어!
너무 이상한 잡설로 주절댔나... 다시 본문으로 회귀할게!
16:이름없음:2009/11/01(일) 22:29:05 ID:3XfGlWERo+
>>14
한마디 해주지
난 유부녀에게 고백했었지 아마 [...]
선생님이란 차원과는 다르다구
17:이름없음:2009/11/01(일) 22:33:13 ID:wkQXctbxxk
그런 식으로 3월이 끝나고 4, 5, 6월이 지나가는 동안에. 내가 복도에서 마주쳐 '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드리면
선생님께서 금방 알아보시고는 상냥하신 말씨로 '어 안녕~^0^/'이란 식으로 많이 친근해졌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그랬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자체가 놀라웠던 게, 선생님들을 별로 믿지 못하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내가
어떻게 그분한테만은 그렇지 않았을 수가 있었을까. 지금도 궁금하지만, 감히 어렴풋한 감으로 추측컨대, 내가 그 선생님만큼은
다른 분들과는 달리 내가 그만큼 믿고 신뢰하며 의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그래서 감히 짝사랑하는 마음도 품었기에 그랬다고 생각해.
18:이름없음:2009/11/01(일) 22:34:35 ID:wkQXctbxxk
>>16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놀라운걸...; 그래도 그만한 용기가 있었다는 점에선 나보다는 오히려 더 나은 것 같아.
나는 혹시 몰라서 '아 미안. 난 선생이고 넌 제자잖니?' 이런 소리를 들을까봐... 그게 무서워서 감히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19:이름없음:2009/11/01(일) 22:40:00 ID:3XfGlWERo+
>>18
용기를 내라
자기의 마음을 전달하는것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다
20:이름없음:2009/11/01(일) 22:58:30 ID:wkQXctbxxk
>>17에 이어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깜박했었네... 3월 말경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제주도 해변에서 우리 반 애들하고도 떨어져서 그냥 혼자 거닐고 있다가
우연히 5반 담임 선생님이었던 그분과 마주치게 되었어. 처음엔 우리 학교 선생님인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 앳되어 보이는, 기껏해봐야 우리 또래에서
한두 살 정도 더 많은 어느 누나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그게 그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이란 느낌이 전해졌었어.
나중에 우리 반 친구 녀석 한 명이 찍어서 학급 사이트에 올린 사진 중에 보니까, 영락없이 친누나 같은 다정한 분위기로 해변에서 장난치는 모습이라거나,
바닷바람에 그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휘날리는 모습이라든가... 그런 모습을 찍어서 올려놓은 것도 있었어.
1년 주기로 초기화되는 학급 페이지의 성질상 부랴부랴 12월경에 그 사진 몇 장을 내려받아서 저장해두어서 지금도 보관하고 있고. ^^; 나 너무 집착하는 건가. [당황]
21:이름없음:2009/11/03(화) 17:49:57 ID:RHqdNFF/Lw
>>20
..집착이라기보다 사랑하면 다 그렇게되는거 아니야..?
22:이름없음:2009/11/14(토) 02:34:39 ID:MjeUXqF3QY
수능이 끝난 고로, 계속 연재해 보려고 해.
그런데 외국어 성적이 다소 좋지 않게 나왔네... 우연히라도 그 선생님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 뵐 면목이나 있을런지 모르겠어...
그렇게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했는데... 수능 외국어영역이 원점수만 60점이 뭐야 60점이 ㅡㅡ;; 부끄럽다 진짜...
선생님 얼굴을 이제 어떻게 봐야 하지... 울고 싶어...
23:이름없음:2009/11/14(토) 09:04:57 ID:JQK4KpVxM6
ㄳ
24:이름없음:2009/11/14(토) 09:09:39 ID:JQK4KpVxM6
>>1 .....
늦게봤지만,짝사랑 이루어지길 바란다
25:이름없음:2009/11/14(토) 09:27:54 ID:1yPw3lbB0c
왔구나 너도 상담 해주자고 마음 먹던 차니까
자자 올려보라구!!
26:이름없음:2009/11/14(토) 11:08:07 ID:MjeUXqF3QY
>>25의 배려가 너무나 고마워... 내 이야기를 몇몇의 씨팔러들만이라도 봐 준다면 하고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었는데
사, 상담이라니;; 정말 고마워. 힘내서 계속 잇도록 할게!
그게 당시 우리 담임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게, 담임은 무슨 노처녀 혹은 유부녀 히스테리랄까? 그런 걸 너무 자주 부리는 바람에
애들로부터도 뒷담을 엄청 당하고 있었지만(그래도 외모만큼은 그 녀석들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하는 선생이었던 것 같다만;),
내가 짝사랑으로나마 좋아하던 그분은 아니었어. 진짜로 화가 났을 때 이외에는 잘 웃어주시고,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그런 순수함까지.
우연히 언젠가 학교 편집부에서 옛날에 발간했던 교지에서 선생님이 써 놓으신 글귀를 본 적 있었어.(자문자답 형식은 아님!)
이거... 만약 선생님한테 들키면 진짜 부끄러운건데... ㅠㅠ;;;
Q. 난 이런 것에 약하다
A. 밥을 빨리 못 먹는다. 너무할 정도로 느리다. ㅠㅠ , 낮잠 참기->낮잠을 못 자면 아프다. 웃음을 못 참는다. 푸히히히 ^-^
Q. 가장 자신있는 분야는
A. a. 난간에 올라가서 애들 놀래키기 / b. 눈사람 만들기 / c. 비눗방울 만들기 / d. 사탕 나눠먹기 / e. 날씨에 따라 교정을 거닐며 기분내기
f. 혼자 교실 청소하기 / g. 그림 그리기 (정밀묘사를 연상하지 말 것!) / h. 날개 달기 / i. 단어 외우기!
보면 볼수록 설레임이라거나 그런 게 더욱 짙어졌지.
27:이름없음:2009/11/14(토) 11:43:38 ID:MjeUXqF3QY
>>26에 이어서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고, 어느덧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었어.
매월 초에, 내월 급식여부를 학생들이 직접 결정하는 시스템이었던지라 급식을 결정하던 당일에
워낙에 꿀꿀했던 기분 탓도 있었고, 무엇보다 급식이 하도 기름지기만 해서 쳐다보기만 해도 뉘엿거리던 터라
더 이상 급식은 먹지 않고, 대신 밑의 한솥도시락이나 편의점에서 사먹거나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편이 낫다...고 담임에게 진술한 뒤에야
비로소 점심, 저녁 급식에서 제외받을 수 있었지. 그런데 그게 가장 큰 후회의 발단이었어.
도시락만으로는 점심, 저녁의 허기를 충족시킬 수 없었지. 그래서 결국은 국물과 양이 많고, 건더기도 많은 편의점 컵라면 + 삼각김밥 두세 개 메뉴를 정해서
학교 밖으로 나가게 되었지.
학교 밑의 편의점이었을거야. 그 구석에는 컵라면 같은 것을 샀을 때 앉아서 먹을 수 있게 구석에 자그만 식탁과 의자를 구비해 놓고 있더라고.
마침 컵우동을 사서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그 위에 삼각 김밥 두 개를 올려놓고 이제 다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편의점 문 위에 달린 종이 '땡그랑'하고 울리면서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거야.
편의점이야 사람들이 종종 드나들곤 하니까 처음엔 그저 '누군가 또 오고 나가는구나' 했는데, 그 존재는 물건구매대로 가지 않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거였지. 그런데 거기서 느껴지는 익숙한 분위기가 향기! 설마 하는 심정에 고개를 돌렸는데,
그 선생님이 마침 거기에 있던 현금인출기를 이용하려던 찰나였지.
28:이름없음:2009/11/14(토) 11:48:41 ID:MjeUXqF3QY
>>27에 이어서
내가 너무 놀라서 선생님을 쳐다보면서 멍 하게 있다가 '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드리곤 재빨리 고개를 다시 내 우동 쪽으로(..) 돌려서
무언가 화끈거림을 감추려고 애썼는데, 선생님은 예의 그 나긋나긋하고 상냥한 말씨로
'어, 안녕 ^0^' 하시는거야.
그런데 내가 편의점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금방 파악되셨는지,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얼마간 꺼내시는 것 같더니
곧바로 구매대에서 뭔가를 집어와서 계산하셨는데, 음료수였어.
'17차'
처음에는 선생님이 드실 건가부다 하고 그러려니 했는데, 그걸 내게 주시는거야.
아마 컵우동이 다 익기를 기다리는 내 모습이, '마실 것은 있어야겠는데 돈을 다 써버려서 물 한 병 못 사고 있는 애처로운 처지'
로 여겨지셨나 봐. 지금 생각해도 조금은 참담한데, 이걸 주시면서 조금 빙긋 웃어주시더군.
너무 부끄럽고 화끈거려서 '고, 고맙습니다... 선...생님...' 말까지 더듬으면서 감사인사를 드렸는데
선생님께선 그냥 조용히 웃으시면서 '맛있게 먹어'라는 듯이 편의점을 나가셨어.
거울이 없어서 망정이었지, 만약 거울을 보았다면 내 생애 처음으로 얼굴이 새빨개진 날이었을거야 아마.
29:이름없음:2009/11/14(토) 12:00:37 ID:MjeUXqF3QY
>>28에 이어서
부끄럽고 쑥스러운 그런 느낌과 동시에 뭔가 붕 떠오르는 것만 같아서, 진짜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랄까.
편의점에서 그렇게 간단한 컵우동과 삼각김밥으로 저녁식사를 때우고는, 그 음료수 병을 챙겨서 나오려는데, 뭔가 이상했어.
반드시 사 갖고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느낌. 그래서 다시 편의점에 들어가서는 음료수 구매대로 가서
'복숭아향 2%'를 골라서 계산을 치뤘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수인데, 선생님께 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말이야.
그 음료수는 내 품 안에, 17차는 점퍼 주머니에 넣어서 학교로 올라왔는데, 그게 아이들 눈에 띄었나 봐.
다행히 품 안에 있던 음료수는 재빨리 감춰서 애들이 못 본 것 같았지만, 주머니가 워낙 두툼하게 도드라져서 그런지
친구놈들이 '야. ○○. 주머니에 그거 뭐야?' 그러기에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기쁜 마음으로
'응. ○○○ 선생님께서 주신 거야.' / '뭔데?' / '음료수. 17차.'
그렇게 말하는 게 실수였어.
그걸 알자마자 굶주린 승냥이마냥 내 주머니에 계속 손을 집어넣더니만 기어코 그걸 내게서 강탈해서는 마치 저희들 것인마냥
뚜껑을 따서 거의 마셔버리고(애들 쫓아다니면서 다 마셔버릴까봐 전전긍긍했는데... ㅠㅠ;;;;;),
마지막에 김○○ 군이 자기가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몇 모금 마셔버려서, 그 음료수가 내게 돌아왔을 땐 마지막 한 모금 정도가 남아있었어.
이걸 그대로 마시고 빈 병을 버리기엔 선생님의 모처럼만의 성의가 너무 일찍 끝나고 버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웬만하면 마시지 말고 내가 보관하고 있기로 했는데, 이게 3년이나 갈 줄은 몰랐네... 이 속사정을 비밀로 하고 있던 탓에
집에 내 방에 보관하고 있던 이 17차 음료수 병을, 단순히 '약간 이물질이 남은 쓰레기 페트병'으로 여기신 어머니가 무심히 버리고 말았어.
......내가 생각해도 참 어리석고, 심하게 말하면 과도하게 그 선생님에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적어도... 세상과 사람들을 불신하면서 고독하게 지내왔던 그런 걸 그 선생님 덕에 조금은 무마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그 기억만큼은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그 선생님이 내게 주신 그 음료수 병을 버리지 말고 보관하자는 거였는데,
그게 3년을 못 가서 그만 버려져 버리니, 지금 생각해도 참담하게 느껴져. 그걸 어떻게든 감추는 거였는데...... ㅠㅠ;;;;;
30:이름없음:2009/11/14(토) 12:01:39 ID:MjeUXqF3QY
>>29의 보충 : 전부 읽기가 다소 번거로울까봐 여기에 생략된 부분을 덧붙일게.
이걸 그대로 마시고 빈 병을 버리기엔 선생님의 모처럼만의 성의가 너무 일찍 끝나고 버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웬만하면 마시지 말고 내가 보관하고 있기로 했는데, 이게 3년이나 갈 줄은 몰랐네... 이 속사정을 비밀로 하고 있던 탓에
집에 내 방에 보관하고 있던 이 17차 음료수 병을, 단순히 '약간 이물질이 남은 쓰레기 페트병'으로 여기신 어머니가 무심히 버리고 말았어.
......내가 생각해도 참 어리석고, 심하게 말하면 과도하게 그 선생님에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적어도... 세상과 사람들을 불신하면서 고독하게 지내왔던 그런 걸 그 선생님 덕에 조금은 무마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그 기억만큼은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그 선생님이 내게 주신 그 음료수 병을 버리지 말고 보관하자는 거였는데,
그게 3년을 못 가서 그만 버려져 버리니, 지금 생각해도 참담하게 느껴져. 그걸 어떻게든 감추는 거였는데...... ㅠㅠ;;;;;
31:이름없음:2009/11/14(토) 15:22:27 ID:MjeUXqF3QY
음... 이젠 거의 아무도 없는 건가; 우울한걸......
이제 수능도 끝났으니... 11월이 지나가면 12월인가. 벌써 2년이 흘렀구나... 잘 계시겠지...
32:이름없음:2009/11/15(일) 00:44:29 ID:ZLtrwvaELg
>>29-30에 이어서.
12월의 기억...이라고 부제를 붙이면 나으려나. ^^;
바로 그 다음날. 내가 급우놈들의 마수에서 지킨 복숭아향 2% 음료수는 냉장고의 냉장실 안에 들어있었지. 아침에 학교 갈 때 그걸 집어서,
따로 들고 다니는 손가방에 집어넣고 등교했어.
그 때 내가 3반 소속이었고, 선생님은 5반 담당이셨는데다가, 3, 4, 5반은 학교 후관 건물 4층에 동시에 자리잡고 있었으니,
(지금은 건물 배치 구조가 조금 바뀌어서, 후관 건물 4층에는 3, 4반밖에 없고, 5반은 5층으로 이전, 옛 5반 자리에는 미술실이 들어왔음)
0교시 시간이 끝나고 5반 담임이셨던 선생님이 복도로 걸어나오실 때쯤 우연히 마주친 걸로 가장해서 음료수를 건네드릴 작정이었지.
이윽고 쉬는 시간. 아침이라 무척 쌀쌀했기에, 동복 교복에까지 두꺼운 점퍼를 걸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추웠다고 기억돼.
(......조, 조금은 따뜻했을 거야. 내... 동복 마의 안쪽에 품고 있던 음료수니까......)
워낙 긴장되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얼굴이 조금 달아오르고... 정말 장난아니었을거야.
교실 안에서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주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그게 너무 답답해서 그만 밖으로 뛰쳐나온 순간에 어디선가 구두 소리가 들렸어.
그 선생님이셨지.
33:이름없음:2009/11/15(일) 00:57:21 ID:ZLtrwvaELg
>>32에 이어서
이윽고 선생님이 모습을 드러내셨고, 당황하던 나는 그 상태에서 곧바로 선생님께 직행.
아마 얼굴이 발갛고 호흡도 약간 거친 상태라서 선생님이 '얘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피하고 싶으셨을거야. [암담]
하룻밤을 냉장실에서 보관한 데다가 손가방에 넣어 들고 오느라 차가웠겠지만 0교시 종료 몇 분 전부터 내 품 속에 품고 있었던 터라
조금은 따뜻했을 거야... 그 음료수를, 더듬거리는 말씨와 함께
'저, 저기... 어제는 정말 감사했어요...... 저, 이거... 선생님 드시라고......'
아주 약간, 미약하게 떨리는 손으로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함박 웃으시면서
'어? 우와아. ○○아 고마워~ 잘 마실게 ^0^/'
......그 때 정말 처음으로 선생님이 순수하고 귀엽다는 걸 온 몸으로, 절실하게 다가왔어. 그리고 그 동시에 슬픔과 분노가 치밀더라.
이런 분이 다른 덜 떨어진 동급생 놈들까지 가르치시다니.
지금에서야 밝히지만, 그 땐 동급생 놈들의 음란함이라든지, 이런 더러움과 비열함은 지금 생각해봐도 훨씬 도를 넘었어.
자기가 누굴 강간하고 싶다는 말을 예사로 하고, 교내의 여선생님들을 성욕의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고,
학교 나오기 싫으니 5백 원에 눈병 바이러스를 대여해 준다느니 뭐니...... 1991년생 2007학년도 고등학교 1학년 전체가 다 이런건지 정말 무섭고 서글펐어.
내가 다니고 있던 바로 그 학교가, J시에선 나름대로 명문이라고 알아주고 대접해주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골병들어 썩어들어가고 있었지.
이런 현실 속에서, 그분만큼은 그놈들에게 더럽혀지지 않길 바랬어... 이건 진심이야.
그 진심이 통했던지 전근가시기 전까지 그런 불미스러운 경우를 당하지 않으셨어. 정말 다행이었다고... 전근 가시는 날.
그렇게 울었던 건 처음인 것 같아.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슬픔과 다행함이 공존하는 그런 눈물은 정말 처음이더라...
34:이름없음:2009/11/15(일) 00:58:05 ID:ZLtrwvaELg
>>33의 생략본을 여기에 이어 적을게.
학교 나오기 싫으니 5백 원에 눈병 바이러스를 대여해 준다느니 뭐니...... 1991년생 2007학년도 고등학교 1학년 전체가 다 이런건지 정말 무섭고 서글펐어.
내가 다니고 있던 바로 그 학교가, J시에선 나름대로 명문이라고 알아주고 대접해주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골병들어 썩어들어가고 있었지.
이런 현실 속에서, 그분만큼은 그놈들에게 더럽혀지지 않길 바랬어... 이건 진심이야.
그 진심이 통했던지 전근가시기 전까지 그런 불미스러운 경우를 당하지 않으셨어. 정말 다행이었다고... 전근 가시는 날.
그렇게 울었던 건 처음인 것 같아.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슬픔과 다행함이 공존하는 그런 눈물은 정말 처음이더라...
35:이름없음:2009/11/15(일) 03:35:20 ID:Mfzw1bOHpo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읽으면서 가슴이 참 저릿저릿했어..
그럼 그 선생님이 전근가시고 다시는 못 만났나? 아니면 나중에 또 만났는지?
36:이름없음:2009/11/15(일) 22:32:59 ID:ZLtrwvaELg
>>35
스레주야.
미안해. 답 레스가 너무 늦지...? 15일 0시 58분경에 마지막 레스를 투고하고 나서 성균관대 수시 논술시험 준비를 위해 이것저것 바빴던 터라
응... 다시는 못 뵈었어...... 그래서 지금도 어디에선가 그런 헤어스타일을 하고 걸어가는 여성을 보면
가슴 한 켠이 왠지 아려와... 그런 날이면 조금은 우울해지는데... 언젠가 나도 그걸 청소년 때의 푸른 추억으로 봉인할 수 있을까.
37:이름없음:2009/11/15(일) 22:57:46 ID:ZLtrwvaELg
있지... 나...
이 스레드를 지켜보고 있을 몇몇 씨팔러들에게라도 물어보고 싶어...
나... 계속 그 선생님 좋아해도 되는 걸까? 그 선생님은 나를 싫어하시겠지만, 그래도... 좋아해도 괜찮을까?
38:이름없음:2009/11/15(일) 23:03:35 ID:fRxgPYCGxs
스레주의 마음이 정리될떄까지 좋아하는건 상관없지 않을까.
39:이름없음:2009/11/15(일) 23:28:29 ID:ZLtrwvaELg
>>38
그런 것일까...
40:이름없음:2009/11/15(일) 23:41:40 ID:ZLtrwvaELg
다시, >>33-34에 이어서.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
아마 2007년 12월 말에 겨울방학식을 하고 일주일 가량 학교를 쉰 다음 겨울방학 보충학습이란 명목으로
수능을 치른 3학년생을 제외한 전교생이 모두 학교에 출석해서 지정된 교시와 과목에 따라 공부하고,
야자까지 다 하고 가야 했던, 2008년 1월 초였던 걸로 기억돼.
내가 1학년 때였으니까, 아마 이 겨울방학 시기가 본격적으로 문과와 이과가 갈리기 시작한 때였지 싶어.
자신이 선택한 전공분야에 따라 공부해야 할 학급이 정해지고, 거기서 지정된 과목을 학습해야 했는 데다가,
수학 심화보충, 영어 심화보충 수업 시스템이 해체되고 본격적으로 문/이과 분과를 대비한 학습 시스템이 가동되었으니까.
나는 이공계는 왠지 자신이 없어서 문과를 골랐는데, 앞으로 6교시까지는 이웃 학급인 4반에서 학습하고,
청소하고 나머지 7 , 8교시 자습하고 야간자율학습까지 하는 건 원래 학급인 3반으로 되돌아가는 게 이 시스템이었어.
이과였던 애들은 더할걸. 갑자기 본관에 위치하고 있을 8, 9, 10, 11반으로 흩어져서 공부하라니.
그래서 하릴없이 지정된 4반으로 옮겨가서 공부하는 게 겨울방학 보충학습 동안의 일상이었는데,
우연의 일치였는지,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정한 건지, 내가 들어간 4반에서 영어를 가르치시는 분이 바로 그 선생님이셨어.
41:이름없음:2009/11/15(일) 23:50:35 ID:gEu8gJQcBU
음.. 그 선생님은 지금 몇살?
42:이름없음:2009/11/16(월) 00:10:40 ID:S0xOLqhHIY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는 심심한 1월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 1월 초순이었을거야.
8시 50분에서 9시 사이에 쉬는 시간이 주어졌고, 교실에 있기가 답답해서 난 밖으로 나가서 창가에 걸터 기댔어.
열린 창문 바깥으로, 옅게나마 아직 남아있는 노란 아침노을이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
그렇게 창가에 기대어 아침 풍경을 그저 쳐다보고 있었는데, 무슨 인기척이 느껴져서 돌아보니
그 선생님이 장난기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양 손의 엄지와 검지로 사각형을 만들어 사진 찍는 흉내를 내고 있었어.
너무 놀랐고, 그리고 이렇게 분위기 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선생님께 노출한 셈이라 하도 부끄러워서 더듬거리면서
'서, 서... 선생님...!! 어, 언제...!' 채 마지막 말을 던지기도 전에
'아까부터 그러고 있었어 ~ ^0^ 푸히히' 라고 말씀하시곤, 곧바로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뛰어내려가 밑층의 1학년교무실로 가시더군.
비록 선생님께 장난도 당했지만, 불쾌하지 않았고 오히려... 뭐랄까... 친누나가 남동생한테 장난치고는 도망가는 거랄까?
그런 느낌밖에 들지 않았지.
43:이름없음:2009/11/16(월) 00:13:20 ID:S0xOLqhHIY
>>41
모르겠어... 내가 그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어떻게 보면 나와 한두 살 정도 차이가 나는 친누나 같은 다정한 면모도 있는,
그리고 천진난만하고, 순진하고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도 있는 선생님이란 것과 더불어서,
언젠가 우연히 알아내게 된 선생님의 전자우편 주소, 그리고 선생님이 전근가셨다는 도시와 그 학교 같은 그런 정보가 전부야.
44:이름없음:2009/11/16(월) 00:15:05 ID:aJcZt0UHPc
전자우편 주소로 메일이라도 보내보는게 어때?
내 친구도 좋아하던 일본어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자(사립이었어) 연락도하고 밥도먹고 아주 친하게 지나더라구.
딱히 그 선생님이 너를 싫어할 이유도 없을 것 같은데 먼저 연락해보는게 어때?
45:이름없음:2009/11/16(월) 00:18:05 ID:S0xOLqhHIY
>>44
모르겠어... 메일을 보내면...
[이 자식... 내 주소는 어떻게 알아낸거야... 왠지 무서운 놈일세]
라고 여길까봐 두려운걸 ;ㅅ;
46:이름없음:2009/11/16(월) 00:19:08 ID:aJcZt0UHPc
그렇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해.
보통선생님들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이 전화라던가 해오면 무척 기뻐해
47:이름없음:2009/11/16(월) 00:19:39 ID:r45oCuuHes
납득할만한 핑계는 없어?
라던가 용기를 내라구
48:이름없음:2009/11/16(월) 00:20:31 ID:S0xOLqhHIY
>>46
그럴까...
그렇지만, 그건 담임이라거나, 특정 과목 담당일 때 이야기 아니었어?
내가 그 선생님께 정식으로 가르침받은 건, 길어봤자 2개월 남짓한 기간이 전부인걸;
49:이름없음:2009/11/16(월) 00:21:27 ID:S0xOLqhHIY
>>47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걸. 그건...
혹시 나를 질타하는 말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잖아 ;ㅅ;
50:이름없음:2009/11/16(월) 00:21:38 ID:aJcZt0UHPc
내가 말 한 일본어 선생님도 그랬어.
제대로 가르침을 받은건 4개월 남짓?
그렇다고해도 친근했다면 상관없는거야.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친근하게 지내면 되는거 아닐까?
51:이름없음:2009/11/16(월) 00:21:47 ID:r45oCuuHes
뭔가 자신이 쓴글에서 핑계라는 단어를 보니까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냥 용기를 내라는 글만 읽어줘 스레주.
52:이름없음:2009/11/16(월) 00:25:14 ID:S0xOLqhHIY
>>50
2년이나 지난 일인걸... 선생님은 나 같은 건 잊어버렸을거야. 내가 그렇게 인상깊게 행동한 것도 아닐 테구.
무엇보다, 선생님에게 있어 난 그냥 조금은 별난, 그렇지만 평범한 학생 중에 한 명이 아니었을까?
53:이름없음:2009/11/16(월) 00:34:00 ID:aJcZt0UHPc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넌 그 선생님의 학생이었잖아?
최소한 그 사람과 왕래를 주고받을 수는 있을거야.
54:이름없음:2009/11/16(월) 00:39:41 ID:S0xOLqhHIY
>>53
아... 찾았다... 선생님이 메신저 ID도 있으셨어.
조금은 두렵지만... 친구 등록을 신청해볼까.
55:이름없음:2009/11/16(월) 00:40:21 ID:aJcZt0UHPc
해봐!
일단해보는건 나쁘지않아. 시도하지 않고 후회하는것보다는 시도하고 후회하는게 낫지않겠어?
56:이름없음:2009/11/16(월) 00:44:12 ID:S0xOLqhHIY
>>55
일단 신청해봤어... 무시하시거나, 거절당하면 모르겠지만...
그런데... 나 왠지 그 때 그 스레의 스레주하고 처지가 비슷해진거 같다... ^^;
57:이름없음:2009/11/16(월) 00:46:00 ID:aJcZt0UHPc
음...신청하는쪽지를 그때가르치셨던 학생이에요~
하는형식으로보내면 무시하지않을 않을거라고 생각해!
58:이름없음:2009/11/16(월) 00:52:24 ID:S0xOLqhHIY
>>57
신청할 때 '저 ㅁㅁ고등학교 때 ㅁㅁ이예요. 오랫만이에요 - ^0^/'라고 적어보긴 했는데...
이거 거절당하진 않겠지...?
59:이름없음:2009/11/16(월) 00:53:58 ID:S0xOLqhHIY
친구 등록 될 때까지... 내가 이제까지 적었던 이야기도 거의 종막으로 향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쓰면 내 이야기는 끝날 것 같아. 열심히 적어볼게.
60:이름없음:2009/11/16(월) 00:56:18 ID:aJcZt0UHPc
>>59
거절하지는 않을것 같은데...
이야기 얼른 써줘!
61:이름없음:2009/11/16(월) 00:58:58 ID:S0xOLqhHIY
>>42에 이어서
1월 중순. 다음의 아는 동호회로부터 기념으로 발매했다고 한 탁상형 달력을 몇 부 구매하게 되었어.
달력이 몇 개 보내졌고, 그 중 대부분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에게 돌아갔지만, 마지막 한 부 만큼은 전해드리고 싶었던 분이 있었지.
이 이야기를 이제까지 읽어왔던 씨팔러라거나, 네티즌들이라면 짐작이 되겠지. 바로 그 선생님이었어.
하지만 어떻게 전해드릴까... 그것도 다른 반 선생님인데... 더욱이 애들이 이걸 알게 된다면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서
결국엔 그 선생님만 안 좋게 될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비밀스럽게 할 수밖에 없었어.
그도 그럴 것이, 정말 나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내가 그 때 1학년이었는데, 2학년 교무실 소속의 어느 여선생님이
2학년의 어떤 학생하고 스캔들이 퍼져서 학교 분위기도 나름대로 뒤숭숭하던 때였기 때문에
잘못 말이 새어나가면 난 평생 그 선생님 가슴 속에 대못을 박아버린 셈이 되는지라 정말 조심스러웠어.
62:이름없음:2009/11/16(월) 01:01:54 ID:aJcZt0UHPc
왜 그렇게 조심스러웠는지 조금은 이해가 안가...
>>42를 보면 그렇게 어색한 것 같지도 않은데 조금은 친근하게 굴어도 될거라고 생각하는데.
63:이름없음:2009/11/16(월) 01:06:31 ID:S0xOLqhHIY
>>61에 이어서.
마침 동호회에서 달력을 보내줄 때 누구에게 선물할 때 같이 쓰라는 용도로 보내준 것이었는지
달력 포장 봉투도 맞춰서 보내줬더라구. 그래서 달력 한 부를 포장 봉투에 곱게 넣고는 겉봉에 'ㅁㅁㅁ 선생님께'
'2008년 무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라고 적었어. 설령 애들이 발견하더라도 누가 보낸 건지 모르게
최대한 내 글씨체를 숨겨가면서. 달력 사이엔... 지난 한 해 동안 저희 때문에 너무 힘드셨을 거라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라고
그렇게 적은 쪽지를 숨겨넣었지.
문제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라거나, 뒤숭숭한 학교 분위기 때문에 이걸 직접적으로 드리기가 어려웠었어.
이게 담임 선생님 귀에 들어가면, 또다시 내게 돌아올 그런 히스테리 같은 게 정말 싫었구.
1월 중순도 슬슬 마침표를 찍고 끝으로 달려갈 무렵이었어.
64:이름없음:2009/11/16(월) 01:10:41 ID:S0xOLqhHIY
>>62
아마도, 나한테 무슨 의식 같은 게 강하게 입력되어 있었다고 생각해.
지금도 그렇지만, 선생님한테 정말 친근하게 군다거나, 친하게 대한다거나, 이런 건 지금도 조금은 불경스러운 짓이 아닐까 하고 말이야.
이유가 어찌되었든... 일단 나보다는 연장자니까... 비록 선생님께서 그렇게 대해주신다 하더라도
나도 그렇게 친하게 막 대하고 그렇게 된다면 조금은 서운하다거나, 이러시지 않겠어?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어. 62번 레스에도 언급되었듯, 그 때 우리 학교 분위기는 최악이었어.
그런 추문이 1월 초순이 막 끝나고 중순기로 접어들려는 그 순간에 갑자기 터졌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진짜 신기한 게... 선생님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을까...?
65:이름없음:2009/11/16(월) 01:17:53 ID:S0xOLqhHIY
>>63에 이어서.
1월의 끝으로 치달을 때...
선생님께서 수업을 마치시고 교실을 나가셨을 때... 선생님은 거기서 곧바로 아래층의 1학년교무실로 내려가지 않으시고
무슨 급한 볼일이 있으셨던 듯, 복도에 위치하고 있던 신발장 바로 위에 공간 있지? 거기에 평소에 들고 다니시던 손가방을 놓으시고는
바로 복도 쪽에 있던 여교사용 화장실로 들어가셨지.
마침 애들도 춥다 춥다 하는 터에 복도로 아무도 나오지 않고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나간 상태라, 애들의 눈도 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싶어서
그 손가방에다가 살며시 달력 봉투를 집어넣고는 곧바로 교실로 뛰어들어왔어. 혹시 선생님하고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그리고 그냥 알고 지내던 친구 한 명을 붙잡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잡담을 떨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다시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오시더니
'저기... 이 달력 누가 갖다 놓은거야?' 하시기에, 너무 놀라서, 긴장한 목소리 그대로 '달...력이요? 누구지...' 이랬는데
'응... 달력...' 이러시더니, '고마워, 잘 쓸게 ~ ^0^'하시고는 다시 가져가셨어. 휴우... 정말 그 때 심장이 두쿵거리는 소리가 들렸을거야 아마.
66:이름없음:2009/11/16(월) 01:20:50 ID:aJcZt0UHPc
방과후에라도 선생님께 찾아가서 그 쪽지는 자신이 보냈다고 말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그 정도 선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거고... 1의 마음은 선생님께 전해지지 못하잖아...
67:이름없음:2009/11/16(월) 01:28:18 ID:S0xOLqhHIY
>>65에 이어서.
그 달력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내 겨울방학은 끝났어. 2월 초에 개학이 있었고,
그 스캔들은 결국 누군가 악의적으로 퍼뜨린 헛소문으로 밝혀졌고, 소문을 퍼뜨린 놈은 그 즉시 잡혀서 징계받았지. 그렇게 살벌했던 분위기는 일단락되었고
또한, 겨울방학이 끝남으로써 그 선생님에게 배울 수 있었던 영어 시간도 끝났지.
영어 시간에 정말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많아서 좋았는데... 너무 아쉬웠어. 그래도 잘하면 2학년 때 다시 영어 선생님으로 뵐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애써 다독이며 혼자 달래고 있었는데, 2월 중순에 봄방학식 직전이었을까? 그 때쯤 교내 교사 인사이동을 발표했었어.
그거에 따라서 어떤 반은 앞으로 한 해가 괴롭거나, 어떤 반은 한 해가 즐겁거나 하는 그러한 당락이 결정되는,
그래서 애들한테도 나름대로는 중요한 사안이었던지(웃음) 호감이 높은 선생님일수록 환호성을 지르고, 그렇지 않으면 야유를 퍼부어대는 등
'예끼 인석들아!'라고 밉지 않게 호통치시는 교장 선생님의 마이크 방송 소리와 어울러진
난 당연히 그 선생님의 성함이 '2학년 X반 선생님을 맡으셨습니다. 과목은 영어입니다.'라는 식으로 교장 선생님께서 방송해 주실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 ㅁㅁㅁ 선생님은 某 시의 C중학교로 전근가시게 되었습니다.'라고 방송해주시는 거야.
순간... '덜컹'하는 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리더라...... 애들도 그 선생님만큼은 1학년 선생님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모양인지
아쉬움을 나타내려는 듯 막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어. 이미 결정된 거니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거니깐...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했는데
왜 그렇게도 눈시울이 시큰하던지...... 결국 그날 봄방학식을 끝으로 하교했을 때, 아무도 모르는 구석진 곳에서 결국 울었어.
선생님 덕분에 그래도 겨우 마음이란 걸 열어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의지가 되었는데,
그분이 이 학교를 떠나신다고 하니까, 이런 덜떨어진 놈들로부터는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같이
먼 곳이니까... 다시는 뵐 수 없겠지 라는 생각에 슬퍼서... 막 소리내지는 못하고, 입을 억지로 막아가면서
그냥 울었던 것 같아... 아직도 기억나네...
68:이름없음:2009/11/16(월) 01:29:09 ID:S0xOLqhHIY
>>67에서 생략된 부분을 여기에 덮어쓸게.
그분이 이 학교를 떠나신다고 하니까, 이런 덜떨어진 놈들로부터는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같이
먼 곳이니까... 다시는 뵐 수 없겠지 라는 생각에 슬퍼서... 막 소리내지는 못하고, 입을 억지로 막아가면서
그냥 울었던 것 같아... 아직도 기억나네...
69:이름없음:2009/11/16(월) 01:29:56 ID:aJcZt0UHPc
메신저등록은 어떻게 됬어?
이거 읽어보니까 응원해주고 싶어...
70:이름없음:2009/11/16(월) 01:29:59 ID:S0xOLqhHIY
>>66
그치만... 왠지 부끄럽기도 했고... 무엇보다 학교 분위기도 좋지 않았던 때라서 감히 그렇게까진 못했는걸...
이렇게 되고 보니 정말 후회스럽기도 해. 하지만 어쩌겠어...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인 것을...
71:이름없음:2009/11/16(월) 01:34:01 ID:S0xOLqhHIY
>>69
깊은 밤이라서 확인은 아직 못하신 모양이야. 내일 오전 중에 하시겠지.
그러고보니... 올해도 동호회에서 달력을 만드네... 한 부 주문해서 그 선생님께 보내드릴까...
이야기는 이제 이걸로 끝이야. 영어 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 몇몇을 까먹고 적지 못했지만, 큰 이야기는 못 되고
그냥 소소한 정도겠지만, 씨팔러들만 괜찮다면 투고해줄게.
72:이름없음:2009/11/16(월) 01:34:55 ID:aJcZt0UHPc
올려줘!
그리고 1을 응원해주고 싶다
73:이름없음:2009/11/16(월) 01:45:11 ID:S0xOLqhHIY
>>72
이제까지 읽어줘서... 그리고 응원해줘서 고마워... 그 답례로 에피소드 하나 적어볼게.
선생님께선 영어를 다른 분야에 접목해서 가르치는 걸 즐겨하셨어. 그림이면 그림. 영화면 영화, 심지어 애니메이션까지.
게다가 그림을 귀엽고 익살맞은, 장난끼많은 캐릭터 표정 같은 걸 잘 그리셨는데, 그게 그 선생님만의 트레이드 마크로 정착될 정도였지
유심히 봐 두면서 종종 따라 그려보고 한 덕에, 선생님 자체에 잘 어울릴 만한 표정 캐리커처 하나는 그릴 수 있어. ^^;
그렇게 영어에 대한 접근을 해 두니까 나름대로 쉽고 재미있는거 있지.
어느 날이었어. 선생님께서 '이렇게 영어라는 건 단어가 중요해. 그러니까...'라고 하시면서 단어 목록을 쫙 보여 주시는거야.
그 양이 너무 많은 터라, 경악한 나머지 짧은 비명으로 '크악!' 질러버렸는데,
선생님이 씨익 웃으시더니, 갑자기 인터넷에서 무슨 그림을 찾아서 보여주시는거야.
뭉크의 '비명소리'였나... 그 무슨, 주황색 배경에 어느 흐물흐물한 인간이 양 손을 귀에 대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그런 그림 말이야. 그래서 '선생님. 이거... 뭉크 그림 아니에요?' 하니까,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말씨로
'맞어. ㅇㅇ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길래, 떠올라서 찾아봤어. 이거 너하고 닮았네... 그치? 히히 ^^'
라고 하시더라... 나도 멋쩍게 웃으면서 고개를 책으로 돌렸는데, 그 말씨에 귓가에서 떠나지 않더라.
장난끼많지만 정말 순수하신 분이랄까... 맞는 비유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근에 읽은 만화책 중에서 쓰르라미 울 적에 히마츠부시 편에서 묘사되는 평소 때의 후루데 리카와 가장 흡사했을거야.
정작 선생님 본인은 지옥소녀 매니아셨지만. ^^;
74:이름없음:2009/11/16(월) 01:52:31 ID:S0xOLqhHIY
>>73 에 생략된 부분을 덧붙일게.
장난끼많지만 정말 순수하신 분이랄까... 맞는 비유일지도 모르겠지만
최근에 읽은 만화책 중에서 쓰르라미 울 적에 히마츠부시 편에서 묘사되는 평소 때의 후루데 리카와 가장 흡사했을거야.
정작 선생님 본인은 지옥소녀 매니아셨지만. ^^;
75:이름없음:2009/11/16(월) 01:57:30 ID:aJcZt0UHPc
내일이라도 에피소드 하나 더 올려주면 좋을 것 같다.
76:이름없음:2009/11/16(월) 13:11:55 ID:S0xOLqhHIY
>>75
새벽 1시 52분경에 마지막 레스를 투고했다고 찍혔네... 그리고 컴퓨터를 좀 잠재우고 나도 다음날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어.
지굼 투고할 것은, 에피소드라기보단... 그냥 어제 내가 꾸었던 꿈 이야기야.
꿈 속에서...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어. 막연히 목적지도 정해놓지 않은 채, 무슨 방랑거사처럼 이곳저곳 다니는 그런 거...
이윽고 기차가 어느 역에 섰는데, 우연히 그게 某 시의 중심역이었어. 하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역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타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별 감흥도 없이 열차 좌석에 앉아있었지.
다시 열차가 출발하려는데 난데없이 졸음이 막 쏟아지는거야. 꾸벅꾸벅 졸면서 고개가 앞으로 까딱 뒤로 까딱 하다가 옆으로 꺾여졌는데
누군가의 어깨에 닿았더라구. 하도 졸려서 그게 누군지도 모르는 채 쿨쿨 곤하게 잤다가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에
그런 부드러운 손의 느낌에 눈을 살며시 떠 보니까, 그 선생님인 거 있지.
열차 안에서 잠이 쏟아져서 우연히 옆좌석에 앉은 인물의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잤는데,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기에 깨어보니까 그 선생님이야.
너무 반가워서 무어라도 말을 해 보려 했는데, 목이 잠겨서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선생님은 입만 벙끗거리는 나를 쳐다보면서 묘한 표정을 지으시다가
결국엔 한심하다는 듯, 몇 정거장 후에 열차에서 내리셨어.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다고
어떻게든 이야기하고 싶어서 애타게 선생님을 쳐다보았는데도 뒤도 안 돌아보시고 그냥 걸어가시더라. 결국 내 눈에선 눈물밖에......
77:이름없음:2009/11/16(월) 13:13:21 ID:S0xOLqhHIY
>>76에 이어서.
화들짝 놀라서 잠에서 깨 보니까, 베갯머리가 눈물 때문에 축축해져 있고, 한동안 슬픔과 공황 속에서 멍해 있다가 7시쯤이 되니까 완전히 잠에서 깨었어.
하지만 지금도 그 안타까움하고 처절함, 그리고 슬픔이 생생하게 다가와...... 생겨난 오해를 풀지도 못하고 그대로 보냈으니까...
난 정말 바보 같아. 단지 꿈일 뿐인데... 단순한 꿈일텐데... 왜 울었던건지...
78:이름없음:2009/11/16(월) 13:13:22 ID:aJcZt0UHPc
매신저는 어떻게 됬어?
79:이름없음:2009/11/16(월) 13:16:11 ID:S0xOLqhHIY
>>78
확인해 보니까... 전혀 접속하고 있으시지 않아. 접속하는 애들 같으면 무슨 적색이나 분홍색 같은 걸로 아이콘이 바뀌는데
선생님은 아직도 회색 상태야. 이런 걸 비활성 상태라고 하는 걸까.
80:이름없음:2009/11/16(월) 13:17:49 ID:aJcZt0UHPc
네이트온......
그 선생님과 연락하고 지내는 다른 친구는 없는거야?
81:이름없음:2009/11/16(월) 13:21:00 ID:S0xOLqhHIY
>>80
으응... 네이트온은 아니야. 드림위즈 지니라고 있는데...
내가 알기론 친구들 중에서 선생님하고 연락하고 지내는 아이는 없어.
나도 선생님의 전자우편 주소를 어쩌다가 우연히 알아낸 걸 감안하면 아마 애들은 그 선생님뿐만 아니라, 웬만한 선생님의
싸이 미니홈피라거나, 전자우편, 심지어 휴대폰 번호 같은 것도 모를걸.
82:이름없음:2009/11/17(화) 00:32:19 ID:LChqRvpR2E
음... 달력을 주문하러 가 봤더니 다음의 R 동호회는 벌써 다 매진되었네;
차선책으로 네이버 B 동호회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걸까... 하지만, 디자인이 R동호회 쪽보단 마음에 덜 드는데... ㅠㅠ;
83:이름없음:2009/11/17(화) 23:58:26 ID:LChqRvpR2E
하아... 메신저에선 별 반응이 없네... 여전히 접속하고 있으신 것 같지 않아.
드림위즈 지니가 요샌 인지도가 많이 떨어져서 그런 건가?
어쩌면 좋을까...
84:이름없음:2009/11/18(수) 21:12:18 ID:hCt7zVJbQQ
메신저 쪽은 아무래도 반응이 없으니까... 이쪽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용기를 내서 전자우편을 적어보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 도와줘.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85:이름없음:2009/11/22(일) 01:49:59 ID:ZaVQ6YlFUs
영어 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 No. 1 -> >>73-74
영어 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 No. 2
12월쯤의 음료수 이벤트 기억하지? >>27-33에 걸친 이야기...
그 일 이후, 12월 말에 겨울방학식을 할 때까지 복도에서 마주치며 인사할 때마다,
겨울방학 때 영어보충수업 시간만 되면, 아이들은 모르는 나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무언가 대단히 설레였어.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 영어 시간이 거의 다 끝나고 애들이 다 엎드려 잘 때, 학교에서 규정한 쉬는 시간은 10분이었는데
선생님은, '갑갑한 사람은 밖에 나가도 좋다'고 하셔서, 난 일단 복도로 나갔어. 추운 겨울이라 히터를 틀어주긴 했지만
그게 워낙 답답하고 더워서 차라리 복도의 시원한 공기가 좋았거든.
그렇게 나가서 차갑고 선선한 바람을 쐬고 있는데, 누군가 약한 손길로 툭툭 치기에(나가토 유키처럼...이라고 해야 할까?),
문득 뒤돌아보니, 선생님께서 함박 웃으시면서 '나 그거, 아직도 안 마시고 있다 - ^0^ 아까워서.' 하시더라구.
순간 얼굴이 화악 달아올라서 '사, 상하면 어쩌시게요;;; 빠, 빨리 드세요;;;!'라고 당황했었지.
다른 반 아이들이 거의 엎드려 잘 때 있었던 일이라서, 이 일은 나와 선생님 말고는 아무도 몰라.
이 일만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어딘가 행복해진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많아. ^^ 하아 -
86:이름없음:2009/11/22(일) 22:45:15 ID:ZaVQ6YlFUs
<영어 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 No. 3>
이제까지 적어왔던 것처럼 그렇게 좋았던 일만 있었던 건 아니야... 선생님께서 진심으로 화를 내신 적도 있었지.
영어 시간이라기보단, 야자 시간 도중이었을거야. 그 땐 1학년이라, 밤 10시 정각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했었거든.
겨울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의 야간자율학습이었기에, 앞으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2학년 학업에 매진하자 고 다짐했는데
요 급우 놈들이 자꾸만 시간 중에 떠들고 난리 부르스를 치는 거 있지 ㅠㅠ
혹여 선생님이 이런 모습을 보고 내가 속한 학급 때문에 날 오해하게 되실까봐 전전긍긍했는데 결국 일이 터졌어.
조용히 하라는, 당시 학년에서 가장 무서웠던 남자 선생님의 경고 방송이 뜬 직후 애들은 잠시 조용해졌지만
곧이어 교실에 단속하러 들어오신 선생님이 내가 짝사랑하던 여선생님인 걸 알고는 안심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그래도 선생님 앞인지라 크게 떠들지는 못하고 조금씩 킥킥 거리면서도 살살 잡담을 나누는 수준이었는데,
(그것도 그런 게, 선생님 성격이 워낙 자상하셨고, 게다가 천진난만하고 순진하셨는걸... 애들이 그래서 좀 얕봤나봐...)
차라리 소리를 빽 지르셨으면 나은데, 나긋나긋하지만 조용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조용히 하라고 방송했으면 조용히 해야 될 거 아냐. 이 XX들아!'라고 하셨었어... 난 떠들지도 않았고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었지만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더라. 애들도 그런 건 느낄 줄 알았는지
조금 수그러들고 조용해졌었어... 그 날은 정말 야자가 끝나고 난 뒤 하교할 때도 우울했었지...... 울고 싶었어.
87:이름없음:2009/11/25(수) 00:56:46 ID:f0283FOUGA
그리고 소소한 에피소드 하나...
내가 사는 곳에는 그 지역 교통의 중심인 ○○역이 있었어. 11월 혹은 12월이었는지, 아니면 1월 혹은 2월이었는지 헷갈리지만
적어도 지금 기억나는 내가 적은 내용으로 보았을 때 12월 말경 주말이었던 것 같아.
그 역(驛)에서 연말특집기획행사로 역 한쪽 외벽에 거대한 하얀 플랜카드를 걸어놓고 있었어. 거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
혹은 새해 소원을 매직펜으로 써 보는 행사였지.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그 때엔 어렸을 때의 경험 때문인지 기차 라거나 철도 라는 게
너무나 좋아서 시간만 나면 가까운 역이나 철도 시설물 근처로 가서 그 부근에서 거닐거나 앉아서 쉬면서 조용히 있는 걸 좋아했어.
가끔씩 우렁찬 소리를 울리면서 지나가는 기차를 감상하면서......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네... 여하간, 역에 있었을 때 역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플랜카드를 걸더라고. 사람들도 처음엔 이게 뭔가 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누군가 군데군데 써 넣은 게 보이더라. 적혀있는 사람 이름도 많았고...
그래서 나도 용기를 내서...... 그 서... 선생님한테 드린다는 생각으로 써 봤어.
'□□□ 선생님! 2008년 무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의 고장에 있는 ◇◇고등학교를 잊지 마시고, 행복하세요 >_<'
(특수문자로 가려진 문자열은, 혹여 모를까봐 가린거야ㅠㅠ;)
파란색 매직 펜으로 그렇게 쓴 다음에, 내가 바라는 소원을 얼마간 적은 후에 펜을 내려놓았지. 펜을 내려놓을 즈음에는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마구 쓰는 바람에 내가 쓴 글귀는 대부분 다른 글귀에 묻혀버렸더라구 ㅠㅠ; 그래도 왠지 설레이는 기분으로
집에 돌아올 수 있었지.
88:이름없음:2009/11/25(수) 12:08:21 ID:ilm2+4wG9Q
갱신
89:이름없음:2009/11/25(수) 22:39:42 ID:f0283FOUGA
이외에도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적잖게 있는데... 아무래도 더 이상의 투고를 멈춰야 할 것 같아...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어.
90:이름없음:2009/11/25(수) 22:40:31 ID:XVqBVQ4TZI
>>89
으음 ㅇㅅㅇ?!
91:이름없음:2009/11/25(수) 23:00:09 ID:f0283FOUGA
한편으론 기차가 좋아서... 철도라는 게 좋아서 ○○역에 꽤 자주 들르곤 했었는데, 이젠 가지 못할 것같아.
아마 지난주였을까? 그쯤이었을거야. 수능도 끝났겠다 해서 슬슬 풀어질 무렵인데, 오전 11시 50분쯤에 하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적용되서
3학년들만큼은 오전 8시 50분까지 등교하고 오전 11시 50분을 기해서 하교해야 하는 그런 구조가 되었지. 나도 하교하고 나서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 노선의 종점이 ○○역이야. 수험공부 때문에 오랫동안 기차 소리도 못 들었으니 조금은 그립기도 하고 해서
역으로 갔지. 거기서......
92:이름없음:2009/11/25(수) 23:09:15 ID:f0283FOUGA
......아 미안. 감정이 수습되지 않네... 잠깐만... ...크흠. 좋아... 다시 이어야지...
철도 노선 중에 XX선이라고 있어. 이 역에서 시발해서, 선생님이 전근가신 도시를 관통해서 이웃 도의 중심 도시에 종착하는 노선인데,
그 노선의 하행선 열차가 여기로 왔을 때, 제법 북적이기 시작해서, 제법 한가로운 느낌으로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웬걸... 바로 그 선생님이 여기로 오신 거야! 집표함에 표를 넣고 출구로 나오시는 모습이 틀림없었어!
정말 반가웠었어. 근 2년 간 못 뵈었는데, 선생님께서 여기로 오셨으니 말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너무 반가워서 뛰쳐나갈 뻔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그대로 자리에 앉고 조금 진정했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런데 선생님이 출구에서 누군가를 찾던 눈치더니, 금세 어떤 남자가 달려와서 그 선생님 품에 폭 안기는 거 있지.
순간 믿을 수가 없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틀림없는 선생님이었어...
아닐 거라고... 정말 아닐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지만 뭔가에 뒤통수를 후려 맞은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어. 아마 몇 시간이고 앉아있었을거야. 분명히 환한 정오 무렵의 대낮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벌써 오후 1시? 2시? 그쯤이었고, 출구는 벌써 한산해졌지. 그냥 실없는 웃음만 나오더라...
'아마 아는 친척이겠지... 그렇겠지... 제발...' 절박한, 그리고 좌절스러운 심정으로 기도한다는 게 이런 거였을까?
93:이름없음:2009/11/25(수) 23:16:15 ID:f0283FOUGA
정신을 차려서 간신히 기억해 보니까, 그 뒷모습이 영락없이 다정한 연인으로 보였어.
하지만 선생님보다 좀 더 어린 남동생(혹은 친척)이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그랬을 수 있다고, 애써 납득하려 하면서
그래서 그 다음날쯤 되어서,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어. 그 선생님에게서 다른 덜떨어진 놈들과는 달리 열심히 배우던 친구였고,
무엇보다 3년 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해 오면서 유일하게 사귄, 신뢰할 수 있는 듬직한 친구였으니까.
그 친구녀석이 대단한 게, 그 도시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아는 후배나 친구도 많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기대 반 절박함 반으로 기다렸는데.
그 녀석이 그 다음주 월요일쯤되서 이야기해 주는 게,
'야. 그 선생님 남자친구 있다는데? 벌써 결혼 얘기까지 다 잡아놨댄다.'
격한 슬픔은 사람을 반 미치게 한다고 했던가...? 그냥 실실 실없이 웃으면서 '응. 알았어. 고마워 ^0^'라면서 교실로 올라왔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그런데, 왜 이렇게 다행스러움이 느껴지지? 왜? 왜? 내 마음은 도대체 뭐지? 난 선생님한테 단순한 학생이었던거야?
94:이름없음:2009/11/25(수) 23:25:07 ID:f0283FOUGA
>>85-87 같은 거는... 어떻게든 글로 써 놓으면 쉽게 잊혀질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기억해 내서 쓴 건데
결국 >>91-93까지 적게 되었어... 나 진짜 바보같다... 그런 말 들었으면 포기해야 할 줄도 알아야 할 텐데,
포기해야 할 텐데, 오히려 잊으려고 하면 할 수록 그 미소하고 목소리가 진짜 그립다... 다시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그저 듣고 싶어.
그 목소리로... 살포시 미소지어주시면서 내 이름을 불러주시기라도 하셨으면......
95:이름없음:2009/11/25(수) 23:31:55 ID:f0283FOUGA
아... 미안... 지금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레스들을 투고하는 도중에도 감정이 막 뒤죽박죽이라서 제어하는 게 너무 힘들어......
막 몸에서도 코피가 막 흐르고 장난이 아니야... 너무 감정이 격해졌나... 조금만 쉬다가...
나중엔 정리하는 격으로 그날그날 일상을 적고 싶어... 아무래도... 그 선생님 잊는 게 낫겠지...
하기야... 난 학생이고 선생님은... 선생님이었으니까...... 선생님한텐... 난 조금은 별난, 그렇지만 평범한 학생이었을 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너무 괴롭다......
96:이름없음:2009/11/26(목) 13:21:14 ID:bB9blKbAP2
이제 이 스레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나 빼고 아무도 없는 걸까... ;ㅅ;
그래도 괜찮아... 그냥 그냥 얼마 더 적다가 이 스레 끝낼 생각이었으니까...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97:이름없음:2009/11/26(목) 13:24:17 ID:2R3EQZIhBE
안타깝다...
98:이름없음:2009/11/26(목) 13:33:08 ID:bB9blKbAP2
>>97
읽어준거야? 고마워......
아직도 쇼크가 남아있나봐... 레스 하나라도 크게 의존하게 되면서... 여기가 오프였다면 누구라도 붙잡고 울고 싶은데,
온라인이니까 뭘 어떻게 해 볼 수도 없고...
기껏 전자우편 주소도 알아냈는데, 이래서는 새해 편지도 제대로 보낼 수 있을 리가 없는데... ;ㅅ;
99:이름없음:2009/11/26(목) 13:42:04 ID:2R3EQZIhBE
스레주에게는 충격이겠지만
내 시점에서 냉정하게 생각하면
난 >>93의 마지막 글이 맞다고 본다
스레주가 그렇게 다가간것도 아니고 그다지 진전될 만한 요소도 보이지 않았던것같음
100:이름없음:2009/11/26(목) 13:52:07 ID:bB9blKbAP2
>>99
그런걸까......
내가 너무 의식했나봐. 저 사람은 선생님이고 넌 학생이니까 주제넘는 짓은 하지말아라 라는 그런 인식 같은 거...
솔직히, >>99 말대로 내가 그렇게 다가간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치만 나도 엄청 노력하기도 했는걸...
아차차... 그걸론 부족했던건가;
101:이름없음:2009/11/26(목) 13:56:44 ID:2R3EQZIhBE
>>100
확실히 부족했다고 생각해
그 남자가 선생님이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인지 최근에 만난건지
아니면 네가 1학년때부터 이미 사귀고 있던건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잖아
둘 다 앞의 경우라면 넘기 힘든 벽이지만
102:이름없음:2009/11/26(목) 13:59:16 ID:bB9blKbAP2
>>101
후우...... 차라리 고백이라도 해 보고, 시원하게 거절이라도 해 주셨으면 이렇지도 않을 텐데,
괜히 시간만 끌다가 놓치고는 이렇게 고생하는구나... 난 진짜 바보같다......
103:이름없음:2009/11/26(목) 21:57:56 ID:BnD0/Hrx3Y
ㄳ
104:이름없음:2009/11/26(목) 23:39:25 ID:bB9blKbAP2
>>103은 갱신인거야, 아니면 가속인거야, 아니면 그냥 ㄳ 나 '감사'야? ^^;
후우 - 이제 조금씩 조금씩 투고하다가 이 스레 끝내면 되겠지... 조금만 힘낼게...
105:이름없음:2009/11/27(금) 13:19:48 ID:LpRllVbYjw
하아... 왜 이렇게 답답하지...... 나가서 한바탕 뛰기라도 할까...
불현듯, 기차가 타고 싶어져. 기차라도 타고 그냥 어디론가 갔으면 좋겠는데... 왠지 무서워. 마주칠까봐...
뭐, 선생님은 날 더 이상 알아보시지 못하겠지만... 그냥 '어디서 많이 본 애인데...? 아닌가?'라고 생각하시겠지.
106:이름없음:2009/11/27(금) 15:12:04 ID:6AYDl9o6wo
>>105
꼭 그렇진 않을거 같은데
한번 마주쳐도 좋을것 같다
107:이름없음:2009/11/27(금) 17:44:38 ID:LpRllVbYjw
>>106 : 그럴까... 그치만 왠지 무서운걸...
노래를 한번 불러봤어... 노래에 형태는 없지만 이라고... 보컬로이드곡인데,
어느 정도 분위기 있고 애절한 느낌도 있는 곡이었는데, 마지막에 후렴구로 들어가니까 좀 힘드네... 감정이 너무 북받쳐서...
언젠가 그 선생님을 완전히 잊을 때가 내가 도달할 종착지일까... 너무 멀어...
108:이름없음:2009/11/27(금) 22:21:31 ID:LpRllVbY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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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컴퓨터가 몇 대 있어. 아버지 것의 노트북 한 대와, 2009년 7월에 아버지께서 사 주신 내 노트북.
그리고 메인 컴퓨터로서 거실에 놓인 타워형 슬림PC 1대와, 7년 전에 사서 이태껏 쓰고 있는 타워형 데스크톱 PC.
전부 윈도우 XP인데, 그 중 타워형 데스크톱을 며칠 전에 정리했어. 너무 복잡하게 얽힌 것도 있고 해서, 최적화해준다는 식으로
그렇게 컴퓨터를 정리했는데, 문득 수 GB에 달하는 이미지들이 보이더라. 대부분 BMP여서 그런가?
그 속에서도 사진들은 대부분 JPG였는데, 순간 15장 정도 되는 파일들을 보고 멈칫했어. 전부 그 선생님들 사진이었으니까...
기왕에 잊을 거... 보관하고 있던 선생님 사진들을 전부 지우려고 작정했는데... 막상 완전 삭제를 하려니까 [확인] 버튼을 누르는게
왜 그렇게 고민되고, 긴장되고 힘들던지... 그래서 결국은 못 지웠어... 난 너무 나약해...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 초 같은 옛날이었으면 그냥 코웃음치면서 삭제해버렸을텐데... 왜 이렇게 힘들지...?
109:이름없음:2009/11/28(토) 01:59:43 ID:u9h+xVh4+6
후우...... 잊고 싶다...... 이럴 바엔... 차라리 잊고 싶은데......
억지로 잊으려니까 오히려 더 강하게 아파오면서...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거 있지...?
p.s 레스로 메신저 친구 등록을 추천해 주었던 씨팔러라면 지금 이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알 거야...
결국, 지난번에 메신저로 친구 요청한 건 끝내 거절당했어. 아니, 거절도 응낙도 아니라고 해야 하나...
도통 메신저에 접속하지 않으셔... 분명 ID하고 성함, 그리고 닉네임까지 전부 살아있는데 접속을 아예 안하시는 것 같아.
하기야... 지금에 와서, 이런 건 다 소용없겠지... 선생님... 남자친구 생기셨으니까... 곧 결혼하신다니까...
110:이름없음:2009/11/28(토) 16:45:41 ID:kAZ5lnW9qw
여기서 글 쓰면서 자위하는것 보다는
직접 행동하는게 낫다고
111:이름없음:2009/11/28(토) 17:45:43 ID:/C6MfypMcc
>>110
스레주야. 지금 밖에서 글 쓰고 있어.
행동하고 싶어도,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해... 설령 행동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112:이름없음:2009/11/28(토) 21:29:17 ID:u9h+xVh4+6
>>111에 글을 남긴 후, 이제야 집에 들어왔어. 기차가 16분? 약 20분 가량 지연먹어서 종착지인 이곳까지 오는 데 정말 애먹었어;
오늘 서울에 갔다왔는데, 역시 우중충한 방 안에서 계속 글 쓰며 틀어박혀있는것보단 바깥 공기를 조금이라도 마시는 게 더 낫다는 생각에서...
덕분에 서울에서 오랜만에 기차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 철도노조가 파업해서 한창 뒤숭숭하던데 그래도 지하철은 그럭저럭이었더라.
당분간은 바깥 출입도 못 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한 발 내딛으니까 그 다음부턴 조금은 편한 걸음으로 여행할 수 있었어.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이 이거였구나... 괜한 두려움이라거나 긴장감에 굴복하지 말고 과감함이 필요할 땐 두서없이 과감해지라는 거...
......그런데 서울에 왜 오늘따라 선생님하고 비슷한 헤어스타일의 선생님이 많은 거야 ㅠㅠ;;;
113:이름없음:2009/11/28(토) 21:37:18 ID:u9h+xVh4+6
>>112에서 오타 수정.
......그런데 서울에 왜 오늘따라 선생님하고 비슷한 헤어스타일의 선생님이 많은 거야 ㅠㅠ;;;
->......그런데 서울에 왜 오늘따라 선생님하고 비슷한 헤어스타일의 여성분들이 많은 거야 ㅠㅠ;;;
114:이름없음:2009/12/02(수) 20:53:29 ID:IqKRxw+Nsk
음... 이제 12월이네... 2년 전 그 때가 떠올라. 아직도... 마시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으실까? ^^; 지금쯤이면 버리셨겠지...
동호회 발간 신년달력은 결국 구하지 못했어... 정말 구하고 싶었는데... 한 부라도 구하고 싶었는데 어느 동호회에선 무조건 2부 이상 구매고
어떤 동호회에선 돈이 부족해서... ㅠ_ㅠ
내가 직접 선물을 만들어서 보내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까?
115:이름없음:2009/12/07(월) 00:57:20 ID:3cLzFACRaY
Q. 난 이런 것에 약하다
A. 밥을 빨리 못 먹는다. 너무할 정도로 느리다. ㅠㅠ , 낮잠 참기->낮잠을 못 자면 아프다. 웃음을 못 참는다. 푸히히히 ^-^
Q. 가장 자신있는 분야는
A. a. 난간에 올라가서 애들 놀래키기 / b. 눈사람 만들기 / c. 비눗방울 만들기 / d. 사탕 나눠먹기 / e. 날씨에 따라 교정을 거닐며 기분내기
f. 혼자 교실 청소하기 / g. 그림 그리기 (정밀묘사를 연상하지 말 것!) / h. 날개 달기 / i. 단어 외우기!
200X년판 학교 교지에 실린 내용이야. >>26에도 적었지만, 다시금 생각나서 내가 우연히 소장하게 된 과거 교지들을 다시 한번 읽어봤어.
정말 선생님다우신 내용이야. 조용히 미소짓다가도 다시 우울해지기도 하고...... 선생님에 관한 걸 볼 때면 아직 감정 기복이 좀 심한 것 같아;
116:이름없음:2009/12/07(월) 00:57:52 ID:pLXPpoppm2
상담판에 부탁합니다!
117:이름없음:2009/12/18(금) 20:12:17 ID:tG8CKPG2hY
휴우... 오랫만에 이 스레에 글을 남기는구나.
결국 이 스레를 어머니께 들켰어. 새벽까지 노트북 컴퓨터로 내 대입수능성적분석을 엑셀로 하다가, 잠시 머리도 풀 겸
여기에 들어와서 연애판에 새로 갱신된 다른 씨팔러들의 경험담을 읽다가 우연히 내 스레를 열어놓고
바보같이 그냥 잠들어버렸지 뭐야 ㅠㅠ;
아침 8시쯤이 되어서 일어나보니까 어머니께서 내 방에 들어와서 노트북으로 이 스레를 읽고 있으시던 중;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그냥 옷 차려입고 학교 갔다왔는데
문제는 집에 돌아오니 이것에 관해서 어머니께서 비아냥거리시면서 계속 추궁하시더군.
결국 아니라고 몇 번이나 저항하다가 울컥하기도 하고, 뭐 이렇게 남의 사생활을 자꾸 캐묻고 다니는지
내가 무슨 죽을 죄라도 졌는지 억울해서 한바탕 싸우고 방에 뛰쳐들어와서 울어버렸지......
그 이후 이 스레를 열 때마다 그게 떠오르려고 해서 조금 두려웠는데......
한번 용기내서 레스를 남겼어... 설마 이거 또 들키지 않겠지.
118:이름없음:2009/12/18(금) 20:45:15 ID:M8LXEqvMxc
>>117
어머니 너무하시다... 그런 말은 좀 스루해도 좋으련만 ㅠㅠ 스레주 힘내
어머니께서 씨팔챈 주소를 알고 계신게 아닌 이상 들키지 않았을거야 아마..
119:이름없음:2010/01/13(수) 10:19:57 ID:VIZqf3p/rQ
휴우. 새해가 되어서 내 스레에 겨우 레스를 남기게 되네.
결국엔 정리하지 못했어... 어떻게든 지우고 싶었는데... 선생님 사진만큼은 못 지우겠더라. 그 마지막 1장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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