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름없음:2009/11/09(월) 16:09:27 ID:dO7UZDDze2
어디엔가 누구에겐가 꼭 한번은 말 해야 할 것 같아서 스레드 세웠어.
어쨌거나 익명이라는 걸 방패삼아서 단순한 내 첫사랑 이야기를 할테니
욕은 하지 말아줬으면 해.
2:이름없음:2009/11/09(월) 16:14:14 ID:dO7UZDDze2
중학교 때 인터넷 채팅방에서 알게 된 친구가 하나 있어.
당시에 나는 학교에서 빵셔틀처럼 부려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힘든 상황이었고
비록 온라인이긴 했지만 그 친구는 내게있어 한 줄기 빛과 같은 친구였어.
그렇게 하루하루 집에 돌아가자마자 노트북 펼쳐들고 그 친구랑 노닥거리는 낙으로 지내오다가
결국 학교에서 크게 한번 집단구타를 당하고 몸은 석달가량 입원하는것으로 회복이 됐지만
마음이 많이 다쳐서 학교에는 복귀하지 못 했어.
3:이름없음:2009/11/09(월) 16:14:46 ID:dO7UZDDze2
처음 1년 동안은 사람이 무서워서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올빼미형 인간으로 노트북만 쳐다보고 살았어.
그러다보니 자연히 그 친구가 학교끝나고 메신저에 들어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날들이 지속됐고
친구가 접속하면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듣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같은동네에 살고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부쩍 더 친해지게 된 것 같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바깥세상과의 통로가 돼줬던 그 친구 덕분에
점점 낮에 일어나서 해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꼬박 1년만에 밖에도 나가보고..
병원에도 다니기 시작했었으니까..
4:이름없음:2009/11/09(월) 16:15:03 ID:dO7UZDDze2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는 내가 1년만에 신발장에서 신발을 찾고 있으니까
어디가는지 묻지도 않으시고 10만원을 덥썩 쥐어주시더라.
물론 집 앞 슈퍼에 가려고 나섰던거라. 550원밖에 못 썼지만(-_-)쵸코우유
5:이름없음:2009/11/09(월) 16:15:24 ID:dO7UZDDze2
다시 본론.. 그 친구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오프라인에서 막 고등학생이 된 친구를 처음 만났어.
첫 인상은 지금은 딱히 기억이 안나고, 그냥 그동안 공유한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였는지
어색할 것도 없이 놀이터에 앉아서 히죽거리고 또 서로 영화를 좋아하는 취미도 같아서
그 후론 만날때마다 영화 보고, 또 놀이터에서 히죽거리는 단순한 패턴을 반복하면서 만났어.
그때까지만해도 둘도없는 친구였고..
나나 친구나 서로 그 이상의 감정은 없었다고 생각해.
6:이름없음:2009/11/09(월) 16:16:03 ID:dO7UZDDze2
그런데.. 친구가 고2 중반 쯤 됐을 무렵부터 점차 묘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어.
플래그가 섰다 그러지?ㅋ..
어릴때부터 워낙 이 애, 저 애 눈치만 보고 관찰하고 지내서 그런지
촉이 꽤 좋은편이라..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어.
근데 그걸 알아차린 순간 좋고 싫은 감정을 떠나서, 갑자기 무섭더라.
'유일한 친군데.. 어.. 어쩌지.. 없어지면 안되는데..' 싶은거야.
그래서 여러 날 고민하다가 일단은 모른 척 하되, 다가온다면 오케이 해야지 생각했어.
7:이름없음:2009/11/09(월) 16:16:18 ID:lTBtDkdT3I
>>1은 남자?
8:이름없음:2009/11/09(월) 16:16:37 ID:dO7UZDDze2
그 후로도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도 내심 기다렸었는지,
얘가 기운만 열심히 뿜어내고 별 다른 기색이 보이질 않자
답답한 마음에 손도 잡아보고, 추우면 안기기도 하고 그랬어.
근데 대학에 가서도 별 반응이 없어서 '아 내가 착각했구나. 자뻑이었구나' 생각하던 찰나에..
이새끼가 입술을 덮치고는 군대에 가버린거야(-_-)
9:이름없음:2009/11/09(월) 16:16:49 ID:dO7UZDDze2
>>7 여자
10:이름없음:2009/11/09(월) 16:16:55 ID:XAywFeJyH6
....ㅇ?
난 내가 세운 스레는 냅두고 이거나 들어야지....
세운 스레는 (친하게 지내던 남자애랑 여자애가 사귀면....)
ㅇㅇ 시작해
11:이름없음:2009/11/09(월) 16:17:09 ID:dO7UZDDze2
어떤 시작도 하지 않은채로, 어떤 매듭도 짓지 않은채로..
대놓고 기다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기다릴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서 일말상초까지 기다렸던 것 같아.
그리고 그 때 마침
몇 개월동안 날 죽기살기로 따라다닌 사람이 있었어. 제발 만나만 달라고 따라다녀서..
'에라, 확신도 없는 놈 기다리느니.. 이렇게까지 하는데..'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을 만나게 됐어.
12:이름없음:2009/11/09(월) 16:17:40 ID:dO7UZDDze2
근데, 뭐가 잘못되려고 그랬는지..
그 사람 만나고 한달만에 그 사람 전 여자친구가 내 싸이로 갖은 폭언을 담은 쪽지를 보내더라.
그 다음엔 방명록, 또 그 다음엔 네이트온(이건 거절하긴 했는데), 그 다음엔 전화까지..
갖은 방법으로 스토킹하면서 괴롭히는데 거기다 대거리 한번 못하고,
혼자 꾹꾹 눌러 참다가 다시 예전에 앓았던 우울증, 대인기피증이 살아나버린거야.
13:이름없음:2009/11/09(월) 16:18:03 ID:dO7UZDDze2
멀쩡해졌다고 여겼는데 갑자기 그렇게 되니 다 싫어지더라.
귀찮고, 무섭고, 숨고싶고, 몇번이고 사고(思考)의 끝을 향해 달리다가
핸드폰 깨부수고, 싸이 폐쇄하고, 네이트온에 추가 된 사람들 지우고 차단하고
이번엔 그 친구까지 포함해서 모두를 끊어버렸어.
그 후로 또 2년 가까이 시한폭탄인채로 지냈지.
14:이름없음:2009/11/09(월) 16:18:20 ID:XAywFeJyH6
.....잠깐 1은 은둔형 외톨이 였다는 건가..?
15:이름없음:2009/11/09(월) 16:18:30 ID:dO7UZDDze2
그리고 얼마 전, 그 친구를 다시 만났어. '이 답답한놈 그냥 이번엔 내가 말하리라' 다짐하면서,
만나자마자 그동안 못 만났던 2년 남짓의 이야기들을 서로 줄줄이 쏟아냈어.
내가 아팠던 이야기.. 합리화라 생각이 들지 몰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그리고 넌 참 멍청한 새끼라고도(-_-)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전역하면 고백하려 했다는 말.. 내가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려서 많이 힘들었다는 말..
그래도 언젠간 돌아올거라 생각했고, 요즘.. 그 느낌이 들던참이었다고..
그래서 내가 다시 나타나면 흔들리지 않을거라 확신했는데..
아직도 흔들린다며 놀랍다는 말..
더불어 나쁜년이라는 말까지ㅡ_ㅡ(누가 할 소린데)
16:이름없음:2009/11/09(월) 16:18:49 ID:dO7UZDDze2
>>14 응 맞아.
17:이름없음:2009/11/09(월) 16:19:20 ID:dO7UZDDze2
그리고, 나를 잊기위해 만났던 여자를 지금은 참 많이 좋아하게 됐다는 이야기..
18:이름없음:2009/11/09(월) 16:19:41 ID:dO7UZDDze2
오만했던거겠지. 그 친구도, 나도..
항상 서로가 그 자리에 있을거라는 막연한 마음을 품고 서로에게 못할짓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둘이 앉아서 예전처럼 손을 잡고
'우리는 시작은 없는데 끝만 있네.. 아마 너와 난 처음부터 친구가 아니었나보다.' 하고 중얼거리고는 헤어졌어.
19:이름없음:2009/11/09(월) 16:19:45 ID:XAywFeJyH6
...아니..
이건 벌써 갈떄 까지 갔다는...;;
20:이름없음:2009/11/09(월) 16:20:35 ID:dO7UZDDze2
그 다음 날 부터 난 감기기운이 돌았고, 일주일가량 크게 앓고나서 지금은 툭툭 털고 일어났어.
가지지못해 안타까운 마음도 없고, 잘 되지 못했다고 아프지도 않고,
지금은 그냥 오래 전 부터 품어 온 좋은 마음 하나로 희미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21:이름없음:2009/11/09(월) 16:20:43 ID:XAywFeJyH6
....이건 뭐.. 어느 연시에 나왔던 시나리오 갔은데...
실화였다는 건가...?
22:이름없음:2009/11/09(월) 16:21:08 ID:lTBtDkdT3I
>>15
휴가 나왔을 땐 안만난거야?
23:이름없음:2009/11/09(월) 16:21:45 ID:dO7UZDDze2
몇년씩 된 기억들이라.. 무작정 스레를 세우자니 좀처럼 정리가 되질 않아서..
그냥 메모장에 막 휘갈기고, 줄줄이 올렸어.
아~~~~~~~~~~~~~~~~~~~~~~~~~~~~~~~~~~~~~~~~~~~
속이 다 시원~~~~~~~~~~~~~~~~~~~~하다.
24:이름없음:2009/11/09(월) 16:23:07 ID:XAywFeJyH6
....ㅇ
뭐 실화라면 어느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보단 퀄러티가 좋군
25:이름없음:2009/11/09(월) 16:23:11 ID:dO7UZDDze2
>>22
일말상초까지 백일휴가 한번 나오고 못 나왔던걸로 기억해.
그 후론 내가 연락을 끊었었으니까..
그때도 그냥 밥이나 먹고 영화나 보는게 전부였지. 별 다른게 없었어.
26:이름없음:2009/11/09(월) 16:24:57 ID:dO7UZDDze2
>>21 >>24
응. 리얼 실화. 사실 난 글 재주가 없어서 누가 잘 쓴 글 있으면
토대만 떠서 내 이야기로 수정할까도 했는데
그것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적는게 좋을 것 같아서
친한 사람에게 말하듯이 적어본거야.
27:이름없음:2009/11/09(월) 16:32:42 ID:fXnZe/B4o6
>>26
안타깝다.. 힘내..
28:이름없음:2009/11/09(월) 16:50:10 ID:o2IfdVFwz2
와 진짜.. 스레주 힘내...
29:이름없음:2009/11/09(월) 17:45:31 ID:dO7UZDDze2
>>27,28
응. 고마워.
정말 괜찮아 이젠.
참 먼 길을 돌아왔다는 생각에 씁쓸한 것 정도?
30:이름없음:2009/11/09(월) 17:55:24 ID:dO7UZDDze2
아, 여담이지만..
나도 그 친구가 느꼈던 것 처럼. 곧 돌아오겠구나.. 하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어.
'그때는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미리 생각하진 않을거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또 레스 달도록 할께.
31:이름없음:2009/11/09(월) 18:36:36 ID:lTBtDkdT3I
>>30
그럼 현 상황은 상대방은 여자친구가 있고 스레주는 혼자인 상태,
둘은 친구관계도 아닌 완전히 이별
이게 맞아?
32:이름없음:2009/11/09(월) 18:48:19 ID:dO7UZDDze2
아 >>31 말 들으니 떠오르는게 있네.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무척 애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널 잊고 지금 여자친구와 잘 지내고 있다'라고 외치고 있는듯이..
현 상황은 친구는 여자친구가 있고, 나는 혼자야.
건너서 들은바로는 친구네는 지금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하데..
(이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절반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부분)
다시 된 연락을 일부러 전화번호까지 바꿔가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끊거나 하진 않았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많이 편안해져서..
그냥 서로 연락처는 알지만, 연락은 안하는 관계야.
집도 코앞인데, 길가다 마주쳐본 적도 없고..
33:이름없음:2009/11/09(월) 19:37:25 ID:lTBtDkdT3I
왠지 >>20을 보니 미련이 남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길래
34:이름없음:2009/11/09(월) 20:54:10 ID:SM2b44fVgk
>>33
미련은 분명히 있어,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더라구.
그리고 그 미련때문에 얼마전까진 꽤 힘들었어.
시작도 못 해봤다는 안타까움+소유욕+내 마음을 다 감당할수가 없었거든.
신경이 곤두서거나 하면 금방 크게 앓곤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앓는 도중에
어렴풋이 '돌아오겠구나, 돌아올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
그래서 나도 마음의 여유를 조금 가져보기로 했지.
35:이름없음:2009/11/09(월) 20:55:27 ID:SM2b44fVgk
>>33
그래서 지금은 정-말 마음이 편안해.
위에 적었듯이, 가지지못해 안타까운 마음도 없고,
잘 되지 못했다고 아프지도 않고,
그냥 오래 전 부터 지녀 온 좋은 마음 하나만 남아서.
절반은 진심으로 그 친구가 여자친구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고.
그 친구와 내가 정말 인연이라면,
'언젠가 이 마음이 사라지기전에 타이밍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므흣한 기대도 하고
좀 더 내 삶에 충실하면서 기다려보려고..
아 나 스레주야. 컴퓨터 옮겼더니 ID바뀌었네
36:이름없음:2009/11/09(월) 21:38:49 ID:lTBtDkdT3I
>>35
뭐, 그런 상태라면 스레주는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거니까
마음 정리 잘 하고 좋은 사람 만나길 바라
37:이름없음:2009/11/14(토) 00:36:16 ID:/9xpScqWvk
스레주야.
싸웠다....기보단 일방적으로 화를 냈어. 아 미치겠네..
38:이름없음:2009/11/14(토) 00:42:36 ID:/9xpScqWvk
이 친구, 느닷없이 전화번호를 바꿨어.
그리고는 문자 한 통 없이 메신저 닉네임에 떡하니 전화번호 걸어놓고는
홈피엔 전화번호 바꿨으니, 궁금하면 찾아오라나..
별 생각없이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마치 날 간보는듯한 느낌이 확 들길래
기분이 확 상해서 있는 짜증 없는 짜증 입에서 나오는대로 다 뱉어버렸어.
39:이름없음:2009/11/14(토) 00:47:54 ID:/9xpScqWvk
그리고 황당한 건,
노래하나를 개사해서 부른 녹음파일을 올려놨는데,
내가 그 친구를 부르던 별명을 중간중간 넣어둔게
아무래도 나에게 하는 말 같아.
아, 이렇게 그냥 지나갈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아프지도, 울지도 않았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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