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나의 이야기를 써보려고한다
1:이름없음:2009/10/30(금) 00:03:24 ID:C375wfEJlc
사귀고있는사람이랑과의 만남이 이제 곧 2년가까이다.
그리고,또한 오늘은 그사람의 생일.
전혀 연관성없어보이지만, 누나와 나의 이야기를 써 볼거야.
2:이름없음:2009/10/30(금) 00:09:38 ID:C375wfEJlc
첫 만남은, 2007년의 겨울이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안 나지만,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의 12월.
난 초등학생이었다.6학년의.
이유불문으로 내가 쓰러져버려서,병원에 요양중이었다.
여느 때랑 별 다를것 없이,그냥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보거나,눈이 오길 기다리거나.
그런 일상이 반복되고, 퇴원이 곧 가까워지는시기에.
만나게되었다. 누나를.
벽에 기대서 창문을 보고있었는데,중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추워지고있지? 이제 완전히 겨울이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나한테 한 말은 아닐테니, 적당히 흘려듣자.'
라고 생각하고있었는데.
나한테 가까이오더니.
"저기, 무시당하면 되게 무안해."
"...네?"
첫인상은,
[초면에 반말?]이었다.
3:이름없음:2009/10/30(금) 00:11:59 ID:U8PR4EFy7A
오오 두근거리는걸?
4:이름없음:2009/10/30(금) 00:16:44 ID:C375wfEJlc
처음보는사람한테 당당하게 반말로 말을 걸다니...
조금 황당해서,나도 모르게 말했다.
"무슨 볼 일이라고 있으신가요..?"
'다른사람의 일은 관심없으니까...얼른 가줘'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이었어.
"딱히 볼 일이 있는건 아니고, 그냥 심심해서."
"일이 없으시면 그만 가 주세요, 감기 옮을수도 있어요."
'귀찮으니까 그냥 가요. 볼 일도 없으면서 왜 말을거는거야...'
지금은 누나가 날 바꿨지만, 예전의 난 정말 삐딱해서.
다른사람은 신경쓰지않고 다녔었다.
"괜찮아,이미 감기 걸렸는걸~"
"...그러십니까, 하지만 더 심해질 수도 있으니..하던 일 마저 하시죠."
"할 일이 없어서 이러는거야, 괜히 차갑게 구네.."
'그 쪽이 귀찮아서 그러는겁니다. 좀 눈치 채 주시죠.'
이렇게 발전할 줄을 몰랐었다. 그 때는.
5:이름없음:2009/10/30(금) 00:19:00 ID:UkF15Xn5y6
내생일인데 ㅋㅋ 누나라~
6:이름없음:2009/10/30(금) 00:19:49 ID:U8PR4EFy7A
흠흠 가속
7:이름없음:2009/10/30(금) 00:27:21 ID:C375wfEJlc
귀찮아 하면서도 겉으로는 잘 드러내지 않아서, 속으로만 짜증을 내던 도중에.
"저기,어디 아픈거야?"
"그냥 몸이 약한거예요."
'그 쪽이 신경쓸바는 아니잖습니까.'
그 때, 타이밍 좋게 요양식(그냥 간단한 죽따위였다.)이 왔다.
난 당연히 먹을 준비를 하고. 누나는, 날 뚫어지게 쳐다봤다.
가볍게 무시하고, 음식을 입에 넣었는데.
"앗 뜨거..!"
"어, 괜찮아?"
죽이 상당히 뜨거운 상태여서,그걸 그대로 입에 넣은 나는 당연히 데었고.
누나는, 나에게 물을 줬다.
"자, 물!"
입이 상당히 놀란 상태이고, 감기까지 곂친 상태여서, 기침을 상당히 많이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무의식 중에 받은 물을 마시고, 어느정도 진정되자, 상당히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누나는, 전혀 상관안쓰이는지 계속 괜찮냐고 물어댔고.
이런 감정 느끼면 안되겠지만, 그 땐 상당히 귀찮았다.
'내가 아픈건데 왜 신경을 쓸까.'
"처음보는 사람인데도, 상당히 친절하시네요."
"당연한 거잖아,모르는 사람이라도 곤란한 상황이라면 도와줘야 해."
처음 느꼈다.
'이런 사람도 있는건가.별종이다.'
8:이름없음:2009/10/30(금) 00:29:23 ID:U8PR4EFy7A
흠...
점점 누나의 스펙이 궁금해지는군
9:이름없음:2009/10/30(금) 00:37:07 ID:C375wfEJlc
정말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 라고 느꼈었다.
'삶은 따로 살아가는거니까,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면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괜찮아요, 실례했습니다."
"신경쓰지마, 내가 하고싶어서 한건데 뭐."
하지만, 그 땐 전혀 [고맙다]라는 생각을 못 했다.
'자기가 돕고싶어서 도운거라는데, 내가 왜 감사해야하지, 난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
지금 생각해도, 예전의 난 뭔가 어긋났었다.
도움을 받고, 한 동안 둘 다 아무말없이 그냥 가만히 있다가,누나가 말을 걸었다.
"입원한 동안 여기서 혼자 지낸거야?"
'다른사람 일에 관심도 많으십니다.'
"딱히 다른 환자분들도 없고, 부모님은 바쁘시니까요."
"어린데도 안 외로워?"
"제가 어리다고 단정짓지 마세요."
"아동복 입었잖아."
"..."
"괜히 까칠하게 굴긴, 안 어울리게."
'무슨 상관이십니까, 남이 까칠하던말던.'
"..심심해서 저한테 시비걸러 오신건가요?"
"화난거야? 미안~"
'뻔뻔하다.'
10:이름없음:2009/10/30(금) 00:38:01 ID:C375wfEJlc
>>8
현재 누나는 중3이야. 나랑 1년차.
11:이름없음:2009/10/30(금) 00:43:59 ID:C375wfEJlc
"...볼 일 없으시면, 정말 가주세요. 잘 거니까."
"그냥 자~"
'그렇게 쳐다보는데 자라는겁니까...'
"..소란피우진 말아주세요."
"피울리가 없잖아? 병원이야 병 원"
"그 병원의 환자를 귀찮게 하는게 누구인지 아십니까?"
"..쳇,"
"정말 잘 거니까 조용히 해주세요"
"너 처음보는사람을 되게 적대시하는구나?"
"..."
"아, 눈 온다."
"..."
"눈 맞으러 가 볼까~"
그렇게 누나는 병실을 나갔다.
"...눈."
눈을 좋아하니까, 자동으로 창문을 열게 됬었다.
감기는 이미 걸렸고, 병실엔 나 밖에 없었으니 상관없었다.
"시원하다."
그렇게 살짝 들어오는 눈을 맞고있었는데.
아래에서 누나가 외쳤다.
"눈 좋아해~?"
12:이름없음:2009/10/30(금) 00:48:17 ID:UkF15Xn5y6
스레주가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사람을 만난것같아 보기 좋다 ㅋㅋ
얘기는 계속 듣고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예쁜사랑해야해~
13:이름없음:2009/10/30(금) 00:48:56 ID:8LGOB0MBzM
>>11
이건 반할수밖에 없다
14:이름없음:2009/10/30(금) 00:50:33 ID:C375wfEJlc
그 말을 듣자, 괜히 부끄러워져서, 창문을 닫았다.
"..민폐야, 여러모로."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시 누나가 들어왔다.
자그마한 눈사람을 가지고.
"...또 오셨네요."
"헤헤, 자!"
"뭡니까?"
"선물, 냉동실에 넣어둘테니 잘 간직해!"
"..."
'손, 안 시려운건가.'
시린 손을 호호 불면서 배시시웃는 누나에게, 처음으로 관심이 들었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네, 나 가볼게~!"
"그냥 가셔도 됩니다."
"훗, 잘 있어! 건강하고!"
"..."
멋대로 처음보는 사람에게 말 걸고 도와주고, 눈사람을 선물하고 홀연히 떠난 사람에게,흥미가 조금 생겼었다.
이게 첫 만남이었어.
15:이름없음:2009/10/30(금) 00:58:31 ID:C375wfEJlc
그 다음날, 어김없이 지루한 날이 다시 시작되는걸까, 하고 생각하면서 병원 내부를 돌아다녔다.
몸은 상당히 좋아진 상태여서, 퇴원해도 될 정도였지만, 부모님이 자주 돌봐주시지 못하니까 조금 더 요양한 처지였다.
눈사람은, 간호사가 치우려고하는걸 그냥 두라고 했다.
그렇게 누워있으려니, 갑자기 또 그 친절한 민폐덩어리인 누나가 들이닥쳤다.
"여어!"
"..."
'항복이다'
"왜 또 오신겁니까? 학교는 안 가세요?"
"쉬는 날."
"..아."
일요일이었다.아니, 이었을거다. 쉬는 날은 확실했으니.
"일이 없으시면 돌아가 주.."
"눈사람~ 눈사람~"
'무시하지 마세요.'
"어, 그대로 있네? 안 버린거야? 버릴 줄 알았는데~의외로 다정하네?"
"이런 건 다정이라고 하지않잖아요. 그냥 선물을 버리는게 아니꼽아서 둔 거예요."
"힛, 됬네요!"
"하아..."
사실, 그 때 속으로는 조금 흥미를 가졌었다.
16:이름없음:2009/10/30(금) 01:02:32 ID:2c+GWnaqV+
뭐야 이 드라마틱한 전개는... 믿겨지지 않아
17:이름없음:2009/10/30(금) 01:05:45 ID:C375wfEJlc
그 후, 어제와 별 다를 거 없이, 누나는 혼자 떠들고 혼자 웃고.
그러다가 그게 질렸는지, 날 건드리기 시작했다.
"저기~ 심심해."
"뭐 어쩌라는겁니까...집으로 돌아가시면 되잖아요."
"집에 할 일이없으니까 나온거지!"
"할 일이 없으면 병원에 요양한사람을 괴롭히러 오는건가요.."
"쳇, 나름 걱정해서 와 준 거구만."
"애초에 초면인데 이렇게까지 걱정하거나 하면 의심된다구요."
"나 그렇게 나쁜사람 아냐!"
"나쁘다고는 한 마디도 안 했습니다"
"윽...시끄러, 걱정되서 왔다고 해줬더니만 까칠한녀석"
"대체 어디 사시길래 매일 상습적으로 오시는겁니까"
"아직 2일밖에 안 왔네요"
'단순하긴...'
18:이름없음:2009/10/30(금) 01:07:05 ID:C375wfEJlc
>>16
딱히 믿지않아도 신경쓰지않는다.
그냥 내 이야기를 남기고 싶을뿐이니까.
19:이름없음:2009/10/30(금) 01:14:15 ID:C375wfEJlc
이 후로, 요양중에는 마치 일상인 듯, 누나가 찾아왔다.
그런 날이 몇 번 반복되고, 난 퇴원했다.
의미가 없었다. 퇴원하고 얼마 안 있어 방학이었으니까.
그 후로 약 6일(정확히는 모르겠다)정도, 누나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나도 자연스레
[잠시 스쳐지나간 인연]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길을걷는데.
보였다. 그 누나가.
'...무시하자.'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 누나를 스쳐서 2~3m정도 갔을 때.
"어?! 너!!"
"..!...하아."
들켰다.
"오랜만이네? 몸은 다 나았어?"
"..보시다시피."
"헤에~ 지금 방학이지? 하긴, 나도 그렇지만."
"...잘도 제 얼굴을 안 잊으셨네요."
"잊을 수가 없지, 여태 만난사람중에 제일 까탈스러운데."
"..."
"아, 기분나빴어? 장난이야 장난~"
"질 나쁜 장난이네요. 그럼 전 이만."
20:이름없음:2009/10/30(금) 01:20:12 ID:C375wfEJlc
"잠깐만~ 번호라도 알려줘!"
"그럴 의무는 없습니다만."
"기왕 만난거 친구 하자고 친구!"
"...딱히 나쁠 건 없겠네요."
친구 번호를 알려줬다. 난 핸드폰 없으니까 모르는 일이야.
"이제 됬죠? 그럼 가볼게요."
"어~ 나중에 전화할게~"
'무슨이유로 저러는거야..'
나로선 알 수 없는일이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끊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전화기는 울지않는다.
'성공이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울리는 전화벨.
"여보세요."
"너! 왜 거짓말해?!"
"...어떻게 안 겁니까."
"네 친구가 가르쳐줬다!"
"..그녀석,"
"뭐, 이제 진짜번호도 알아냈고!"
"대체 왜 이러십니까,저한테 뭔가 관심있으신거예요?"
"그냥 중학교 올라오면 친한 후배로 만들어보려고!"
21:이름없음:2009/10/30(금) 01:27:38 ID:C375wfEJlc
"...제가 어느 중학교에 가는지나 아시고 그러시는건가요..."
"아,어디가는데?"
"그 쪽이 다니는 중학교."
"뭐야, 맞잖아?"
"로 가려고했는데. 생각을 다시해야겠네요."
"아! 좀!"
"장난입니다."
그냥 편했다. 이 사람과 대화하면.
귀찮았지만. 그런 불편함은 어느 새 눈 녹듯 사라져서.
편하게 만나서 대화까지 하는 정도의 수준이 되었고.
그와 동시에 봄이 찾아오고, 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건가.'
예비 중이라는 타이틀도, 봄방학 시즌이 끝나자 사라져서,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입학식에 참가했다.
지루한 축하연설을 넘겨듣고, 입학식이 끝나자 앞으로 마주하고 지내게 될 선배들과 인사하는 순서가 되었다.
...멀리서, 날 향해 손을 흔들며 폴짝폴짝 뛰어대는 누나가 보였다.
'눈에 띄어...'
22:이름없음:2009/10/30(금) 01:34:54 ID:C375wfEJlc
그렇게 전부 끝내고, 앞으로 생활하게 될 교실을 볼 순서...일 터였는데.
"학교 소개시켜줄게!"
"제가 알아서..으앗."
내 팔을 멋대로 잡아끌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설명하는 누나를보면서.
'나쁘진 않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고보니, 난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거나[너]라고하는데. 넌 나한테 선배라고 하네?
불편하니까 그냥 누나라고 불러~"
"그래도 되는겁니까.누나."
"뭐야, 안 어울려..크큭.."
"...웃지 마세요."
"그래도, 진지한 얼굴로 [누나]라니..푸하핫!"
"하아, 여자답지않게 호탕하게 웃으시네요."
"..큭..크크..."
"아, 이제 곧 선생님의 소개네요.가볼게요."
"어, 그래! 끝나면 중학생도 된 겸 뭐라도 하러 가자구~!"
누나와 대화하다보면, 저절로 웃음을 짓게되서, 마음이 편했다.
23:이름없음:2009/10/30(금) 01:41:30 ID:Q+EL0u2Lsw
멋지다...
24:이름없음:2009/10/30(금) 01:43:36 ID:C375wfEJlc
..같았다. 처음엔 조금 달랐지만. 결국은 초등학교랑 별 다른건 없는거다.
지겨웠고, 무료했다.
하지만, 누나가 있었기에,조금은 유쾌했었다.
그 시점에서 이미 누나는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았고.
누나가 없으면, 허전했다.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수업을 듣는 척 하면서, 지루하다던지, 왜 이런 걸 하고있을까라던지 생각을 하고있자니.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누나생각이 났다.
가끔 병원에서의 짧았던 생활을 떠올리면서,남몰래 피식 웃거나 했었다.
교문앞에서 내가 누나를 기다리거나, 누나가 날 기다리는건 거의 일상화 되어있었고,
가끔 서로의 집에 놀러가거나, 어딘가 외출을 같이 하거나 했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사랑' 은 아니었다.
'그냥,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찬스들,
그 중심이 누나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그 땐 그걸 좋아하는 감정이라고 느끼지못했었다.
25:이름없음:2009/10/30(금) 01:46:46 ID:C375wfEJlc
그렇게 순식간에 여름이 되거나 해서, 서로 시험점수를 위로하거나,같이 바다같은 곳에가거나,방학숙제를 돕거나
하는 일들로 추억을 만들었고,비슷한 일상속에서 가을이 찾아오는 걸 느꼈다.
이 때부터, 내 마음속에서 뭔가가 올라오기 시작했었다.
26:이름없음:2009/10/30(금) 01:46:56 ID:UkF15Xn5y6
흠흠 ㅋㅋ 새벽이라서 더 잔잔하게 다가오는 것 같은데
27:이름없음:2009/10/30(금) 01:47:19 ID:C375wfEJlc
>>23
멋지다니...
28:이름없음:2009/10/30(금) 01:50:43 ID:1V1HoSTGAY
저게 갓 중학교 올라갔을 때라고??
둘다 좀 조숙했네...
난 저때 뭘 했더라??
왠지 부럽네
29:이름없음:2009/10/30(금) 01:53:52 ID:C375wfEJlc
나뭇잎들이 하나 둘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거리를 둘이서 걸어가고있었다.
갑자기, 누나가 말을 꺼냈다.
"가을은 예쁘지만 외롭다고 해야할까..
그런 기분 들지않아?"
"딱히 잘 모르겠네요."
"감성적이지 못하구나! 재미없긴.."
"제 탓이 아니예요."
"아~ 멋진 남자한명이 나한테 와서 빈 틈을 매워주지 않으려나~
[공주, 마중 나왔소!음후후..]
[꺄아, 왕자님!]이라던지?"
"..뭡니까, 그 상황설정 개그.."
"안 웃겨?에이,시시해.
하지만 정말 빈 틈을 채워줄 사람 없으려나..."
순간, 무의식적으로 입이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깊이 넣어뒀던 말을, 꺼냈다.
"그 빈틈, 제가 채울 순 없는겁니까?"
"..어?"
"..! 아, 아니예요!"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야..'
서로 얼굴을 붉히고 눈을 피하면서 나란히 걸었었다.
30:이름없음:2009/10/30(금) 01:58:09 ID:2c+GWnaqV+
"그 빈틈, 제가 채울 순 없는겁니까?"
꺄아아아ㅏㅏ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ㅏㅏ아ㅏㅏ~
31:이름없음:2009/10/30(금) 02:01:50 ID:C375wfEJlc
걷다보니, 누나의 집 앞에 도착했다.
"아, 여기서 바이바이~?"
"그런 거 같네요, 들어가세요.저도 가 볼테니."
"아, 잠깐만!"
"..무슨...?"
"...잠시,이야기좀 하다가 가."
"무슨 이야기인가요..여기선 할 수 없는건가요?"
"추우니까! 얼른 들어가자!"
"...예.그럼 잠시 실례할게요."
언제와도 유아틱한 방이었다.
인형들이 나뒹굴고 전체적으로 분홍빛이 감도는 방.
그런 누나다, 지금 내 애인은.
"..자, 앉아!"
"전 개가 아닙니다.."
코코아 두 잔.
서로 얼굴도 못 마주치고 그냥 조용히 있었다.
누나는 차근차근 마시고, 난 단걸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몇 번 마시길 반복하다가 그만뒀다.
32:이름없음:2009/10/30(금) 02:02:22 ID:C375wfEJlc
>>30
지금 생각해도 약간 부끄러우니까 놀리지 말아줘..
33:이름없음:2009/10/30(금) 02:04:50 ID:A9AwAZdPAc
???
34:이름없음:2009/10/30(금) 02:08:34 ID:C375wfEJlc
그런 조용하지만 따뜻한 분위기에서, 누나가 드디어 다 마셨는지 컵을 내려놓더니.
입을 열었다.
"아까의 이야기말인데.."
"..네."
따뜻한 걸 마셔서 그럴까,아니면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서 그럴까.
누나는 얼굴이 조금 붉어진 채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지~"
"그렇네요."
침묵.
그리고 또다시 입을 여는 누나.
"..저기, 나 좋아하는사람이 있는데말이지..
그 사람도 날 좋아하는거같아서, 너무 두근거리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둘 다 서로 좋아한다면,거리낌없이 사귀어도 되지 않을까요.."
35:이름없음:2009/10/30(금) 02:12:04 ID:C375wfEJlc
둘 다 좋아한다고 말을 못해서, 이러저러 둘러대고있는데,
누나가 말했다.
"그러니까..!
내 빈틈 네가 채워줘!"
아, 고백.
"..저 같은 남자도 되는겁니까..?"
"나 같은 여자로 만족하는거야?"
"..좋아합니다."
"고마워.."
그 해의 가을은 따뜻했고.
우린 키스했다.
36:이름없음:2009/10/30(금) 02:14:26 ID:C375wfEJlc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더욱 더 가까워진 누나와 나는 흔히 말하는 커플이 되었다.
둘 다 키스 이 후로 손도 못잡는 부끄럼쟁이가 됬지만.
37:이름없음:2009/10/30(금) 02:21:25 ID:C375wfEJlc
지금은 서로 당당하게 입맞추거나 포옹하거나 하지만,
예전을 떠올리니, 우연히 만난 당당한 여자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었다.
시계의 바늘이 조금만 어긋나도 한 사람의 시간을 바꿀 수 있다.
난, 누나에 의해서 바뀔 수 있었다.
오늘은 누나의 생일이니까...
슬슬 피곤해진다, 자러가야겠어.
모두들 안녕.
38:이름없음:2009/10/30(금) 02:23:17 ID:C375wfEJlc
가기전에 올려보지만, 뭔가 궁금한게 있다면 받겠다.
관심있는사람이 있는지나 모르겠지만,만약 있다면 오늘 늦은 시간에 답변하지.
39:이름없음:2009/10/30(금) 02:24:34 ID:C375wfEJlc
...크리스마스라던지가 생략됬네.
별도로 원하는사람이 있다면 쓰도록하지, 그럼 굿 나잇.
40:이름없음:2009/10/30(금) 02:42:15 ID:UkF15Xn5y6
잘봤어~
원하는거라면 각자의 생일날,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정도 궁금하려나
지금 연애상황도 ㅋㅋㅋ
41:이름없음:2009/10/30(금) 07:35:32 ID:C375wfEJlc
>>40
지금 일어났다.
각자의 생일과 크리스마스, 지금의 연애상황인가...
학교에서 갔다온 후 쓰도록할게. 아마 꽤 늦을거다.
42:이름없음:2009/10/30(금) 22:25:52 ID:C375wfEJlc
좀 늦은 시간이지만 돌아왔다.
요구한 것들을 올리고나서 오늘의 일을 올려보도록하겠다.
43:이름없음:2009/10/30(금) 22:31:00 ID:Ws/hv3l5cM
야 부럽다.. 부러워..훈훈하네
44:이름없음:2009/10/30(금) 22:36:13 ID:C375wfEJlc
먼저 각자의 생일날...
처음 만났을 땐, 둘 다 생일이 지나있던 상태였으므로, 각각 중1,중2 때로 간다.
내 생일은, 7월 24일이다.
라는 사실을 누나한테 말한건, 이미 24일이 지난 다음날.
"그래서 결론은 늦었지만 축하해달라고?"
"아뇨, 딱히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런데 왜 오늘말한거야?"
"저도 제 생일을 잊고있었습니다."
"..멍청하네."
"누나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왠지 분하네요."
"야 그거 무슨뜻이야?"
"아뇨 그냥 조금 불쾌해서요,그도 그럴것이, 전 누나보다 똑똑한 거 같습니다만."
"너무 노골적으로 말하잖아! 짜증나!"
"아, 화나신겁니까...죄송해요, 저도모르게 솔직하게 말하는 버릇이 있어서."
"솔직하게 말한거야?! 장난이 아니고? 진짜 화났어!!"
"아, 좀 봐주세요, 저 어제가 생일이었어요."
"지났잖아!"
"하긴, 지났네요. 그럼 잊도록할까요."
"포기가 빨라..그럴거면 말 꺼내지말라구."
"그런가요, 일단 시도는 해 보고싶어서."
45:이름없음:2009/10/30(금) 22:49:17 ID:C375wfEJlc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계속 쓰도록해본다.
46:이름없음:2009/10/30(금) 22:54:07 ID:C375wfEJlc
"뭐, 불쌍하니까 일단 축하는 해 줄게."
"불쌍..입니까."
"이 이상 뭘 바래? 난 너보다 멍청해서 이 이상은 못 해줘!"
"뭐, 그래도 따뜻하네요."
"여름이니까.."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만."
"알고있어, 장난이야 장난!"
그렇게 그 날 하루는 축하받은 거 외엔 평범하게 지나갔다.
방학중의 일이었기에, 주위 친구들도 모르는상황이어서 벌어진 헤프닝이지만,
물론 고백하기 전의 일이어서,딱히 뭘 느끼거나 하진 못했지만.
내 생일은 정말 평범하게 끝냈다.
47:이름없음:2009/10/30(금) 23:13:02 ID:C375wfEJlc
잠시 호흡이 어려워져서 안정시키고 왔어...
누나의 생일을 써 본다.
48:이름없음:2009/10/30(금) 23:21:53 ID:C375wfEJlc
..확실히, 고백하기전의 10월 30일이었다.
"곧 겨울이예요,아직도 그렇게 입고 다니시는겁니까.."
교복이 아닌 날은 항상 긴소매티에 청바지비슷하게 입고 다녀서, 보는 내가 춥다고 느낄정도였다.
"난 누구랑은 다르게 몸이 건강해서!"
"...허약해서 죄송하네요."
"딱히 그런 의미는 아니고! 그럼,나 받고싶은 선물 있어!"
확실히,생일 몇일 전 부터
'나 생일이야!''선물!' 같은 말을 해서,노골적으로 선물을 바라고 있기에,준다고 했었다.
"..하아, 뭔데 그러시는거예요, 비싼 건 싫어요."
"쳇, 쪼잔하기는, 남자녀석이!"
"일단 학생입니다."
"뭐, 별 건 아니고! 그냥 수수하게 할게!"
"일단 감사해야하겠네요, 얼마나 무지막지한게 나올 까 했었으니."
"대체 뭘 생각한거야 ㅋㅋ 솔직하게 말해!"
"다이아몬드라던지.."
"...유치한녀석"
"적어도 누나는 그런 말 할 자격 없는거같습니다?"
49:이름없음:2009/10/30(금) 23:29:23 ID:C375wfEJlc
"너.. 좋아!
선물 정했다!!"
"정해둔 게 아니었습니까...즉석해서 생일선물을 고르다니, 부럽네요. 그런 성격이."
"에잇, 됬고! 선물은! 두구두구두구-!!"
"...예,예, 뭔지나 말해주세요, 이상한 효과음 넣지마시고."
"내 소원 3개 들어줘."
"싫어요."
"생일선물이야!!"
"그래도 싫은건 싫은거예요. 차라리 뭔가 형태가 있는걸로 해 주세요.."
"태어난 날인데 그런것도 못해주고.. 절교야!"
"좋네요, 절교. 생일선물로 하죠."
"야..! 나 진짜 화난다?"
"아까부터 화 내고 계셨어요."
"쳇, 그럼! 오늘하루는 날 즐겁게 해봐!"
"왜 항상 그런겁니까, 하여튼 누나라는 사람은 정말..."
"시끄러!!"
날 때리기 시작했다.
"아, 그만해주세요, 알았어요. 알았다니까요!"
여자치곤 힘이 되게세서, 맞으면 꽤나 아프다.
"나 참, 까불긴!"
"칫...즐겁게 하면 되는거죠?"
50:이름없음:2009/10/30(금) 23:31:48 ID:C375wfEJlc
"간단하지?"
"아뇨, 대상이 누나라서 어렵습니다. 혼자서도 잘 놀면서 웃는 사람을 더 즐겁게 하라뇨."
"그 말 은근 기분나빠."
"악의는 없었습니다."
..절망적인건, 그 날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하나 확실한건, 누나의 집에서 잤다. 그것 뿐.
미안하다, 정작 중요한 건 기억못해서,
그럼 올해의 생일로 넘어가본다.
51:이름없음:2009/10/30(금) 23:38:49 ID:C375wfEJlc
올해 나의 생일.
생일치곤 피곤하기만 했지만.
고백 이 후였으니까, 상당히 달짝지근한 생활을 하고있었는데,
하필 생일에 누나가 토라져서, 꽤 피곤했었다. 내 탓이었지만.
한 번 써 보도록한다.
"오늘 제 생일이예요."
"알아 안다구. 선물이라도 줘?"
"뭔가요, 그 시큰둥한 반응... 마치 정말 귀찮은 숙제를 하고있는듯한 얼굴이네요."
"하지만 시험이 짜증나~"
"..좋네요, 선물, 받고싶어졌어요."
"어? 뭔데그래?"
"공부하는겁니다. 누나가."
"그거 무슨소리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성적을 늘려서 자랑해주세요, 그게 선물이예요."
"아? 뭔가 되게 어려워 보여?"
"이건 누나를 위해서 이기도 해요.항상 공부하는모습을 못 보니까.
자꾸 성적이 떨어지면, 좋은 고등학교에 가지 못하게된다구요?"
"상관없어~ 여기 고등학교 갈 거야~"
"조금 노력하면 더 좋은곳에 갈 텐데, 왜 여기 다니려고 하세요?"
52:이름없음:2009/10/30(금) 23:48:15 ID:C375wfEJlc
"너, 이 곳 고등학교 다닐 거잖아?"
"예, 그럴 예정입니다만."
"그럼 나도 여기 고교 다닐거야!"
"아니, 애초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건 누나가 먼저인데요."
"어쨌든! 너, 내가 고등학교 들어갔는데 다른 곳 가버리면 진짜 싫어할거야."
"다른 곳 갈 생각은 없지만, 누나, 혹시 모르죠, 제가 갑자기 누나가 싫어져서 다른 곳 갈지도."
이 말을 꺼내자 갑자기 사뭇 진지한 얼굴을 하더니,
"..안 그럴거지?"
라고 묻기에.
"모르는 일이죠, 어느 날 갑자기 누나 곁을 떠날지도."
"그런.."
"자꾸 생 때를 부리거나 공부를 안 한다거나 하면 정말 가버릴거예요."
물론 장난으로 툭툭 던진 말이었지만,
"그런 거 진짜 싫어! 가기만 해봐!"
"누나가 잘 해주세요, 그럼 가는 일 없을테니."
"정말 가지마, 가면 진짜 죽어버릴테니."
"..예?"
"..진짜야! 안 간다고 해!"
"누나, 농담입니다, 농담이었다구요, 죽는다던지 그런 소리 하지마세요."
"농담도 이런 재수없는 농담이 어디있어! 진짜 싫어!"
53:이름없음:2009/10/30(금) 23:51:12 ID:C375wfEJlc
완전 토라져서,그 날 하루는 달래느라 혼났다...
뭐, 결국 용서받았지만, 다시 그런 말 하면 내 쪽에서 먼저 차 버릴거다 같은 말을 들어서,
"결국 제가 아니면 안 되는거네요, 감동했어요."
라고 했었는데,
맞았다.
다시 화해하고 그렇게 내 생일은 또다시 허무하게 지나갔다.
54:이름없음:2009/10/30(금) 23:56:14 ID:C375wfEJlc
그리고, 오늘, 누나의 생일.
오늘 주기로한 선물은, 올해 겨울 눈 내리는 날 줄 선물이다.
"같이 병원에 가자"
이게 오늘 누나가 바란 선물.
"어디 아프신겁니까? 키스해요."
"갑자기 무슨소리야? 변태?!"
"같이 아프고싶으니까,옮겨줘요."
"하나도 안 아프네요! 그냥 처음 만났던 병원에 가자고!"
"그럼, 수업을 전부 끝낸후 가볼까요?"
"아니- 오늘은 안 받아!"
"무슨소리예요?"
"이 동네에 첫 눈 오는 날 가는거야!"
정말 순진하게 웃으면서 말하기에,
"귀여운면도 있으시네요, 귀여워요."
라고 했다.
누나답지않게 얼굴을 붉혔다. 오랜만에 보니까 조금 두근.
55:이름없음:2009/10/31(토) 00:02:07 ID:76UyTPl4Zk
"그런데, 왜 굳이 병원에..? 데이트라면 다른 곳도 있는데."
"처음 만난곳이니까! 갑자기 옛날생각나~
예전엔 그냥 까칠하다고 느꼈는데,지금 생각하니까 귀엽네~
눈사람은 버려졌겠지..불쌍해라."
"기억하고 계시네요."
조금 감동했다. 기억하고있다니..
"당연하지! 내가 처음 준 선물인데!"
여기서 또 두근.
56:이름없음:2009/10/31(토) 01:05:12 ID:DvIUMJvE5+
아아아... 달달해... 부러워...
57:이름없음:2009/10/31(토) 02:52:18 ID:+UqrWyT+3c
진짜 너무 귀엽다고 속 너무 쓰리다고 ㅋㅋㅋㅋ
58:이름없음:2009/10/31(토) 07:40:46 ID:76UyTPl4Zk
이런...
호흡곤란이랑 두통이 겹쳐서 쓰러져버렸다...
몸은 아직도 약하니까.. 오늘 병원에 가봐야겠군.
미안하다. 어제끊긴 건 돌아와서 쓰도록한다.
59:이름없음:2009/11/01(일) 00:27:08 ID:AepvV3oKHI
갱신
60:이름없음:2009/11/01(일) 03:53:06 ID:nlOpVv+g5E
오늘 처음 이 스레 발견해서 다 읽었어! 달달하네ㅠㅠㅠㅠ 좋다 ㅠㅠㅠㅠ
..랄까 스레주 괜찮은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1:이름없음:2009/11/01(일) 09:27:36 ID:X3tIPSy/a2
병약 소년이네~
달달하군..
62:이름없음:2009/11/01(일) 10:02:08 ID:G0Vad/MPXg
나도 계속 읽던 사람이지만 이건 너무...너무 달달하다 ㅋㅋㅋㅋㅋㅋ 동성스레에 삐까삐까해
63:이름없음:2009/11/02(월) 09:22:45 ID:+y8BQwx1+Q
이런 달달한건 갱신이닷
64:이름없음:2009/11/02(월) 10:21:51 ID:qW6BRJHA6Q
나도 갱신
스레주 힘내!
65:이름없음:2009/11/03(화) 17:51:16 ID:RHqdNFF/Lw
달달한건 갱신해주십니다.